한국 물가 상승률 OECD 최저 수준…왜 그럴까?

입력 2019.10.09 (07:02) 수정 2019.10.0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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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9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가 0.4% 하락했다. 8월 0%(정확히는 -0.038%)에 이어 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곳곳에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장기간 마이너스 물가 속 경기침체를 말하는 것으로 실제로 디플레이션이 오면 우리나라에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우리나라 물가 수준은 다른나라와 비교해 어느 정도일까? OECD가 발표한 8월 OECD 국가 전체의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이다. 7월 2.1%에서 상승률이 하락했다. OECD 평균을 상회한 국가는 12개 국가이고, 미국 1.7%, 독일 1.4%, 프랑스 1.0%, 일본 0.3% 등에 이어 우리나라는 0%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가장 낮은 군에 속해 있다.


다만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가격이 흔들리는 요소를 뺀 근원물가(OECD 기준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는 우리나라가 0.8%로 OECD 평균 2.3%보다는 낮지만 최하위권은 아니다. 우리나라 근원물가의 흐름 역시 지난 2월 1.3%에서 3월 0.9%로 내려간 이후 꾸준히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OECD 국가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평행선을 그리며 큰 흐름에 변화가 없지만, 우리와 달리 2%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또 하나 눈여겨 봐야 할 점은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지만, 전반적인 물가의 흐름이 같은 궤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해 8월까지 각국의 월별 물가상승률 추이를 보면 대체로 물가가 떨어지는 모양새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는 세계적 경기둔화와 유가하락 같은 요인이 공통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 OECD 국가들과 우리나라 물가 수준에 차이가 나는 이유

여기서 궁금해지는 부분이 "왜 이렇게 OECD 국가들과 우리나라 물가 수준에 차이가 나는 걸까?"라는 점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OECD 국가 중 상당수가 동구 공산권에서 체제전환한 국가이거나 이제 성장을 본격적으로 하는 나라들이기 때문에 이들 국가의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 "경제성장과 물가는 같은 궤를 이루기 때문에 이들이 주로 OECD 평균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렸고, 선진국들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격적 양적완화를 통해 돈을 풀어서 저물가를 막았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일부에서 제기하는 디플레이션 우려는 기우일까? 때마침 8일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금의 물가지수 마이너스 폭은 이례적이고 계절적인 요인이 크다. 그런 요인을 제거하면 현재 0%대 후반이다. 일반적인 정의에 따르면 지금은 디플레이션 징후로 해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수요와 공급 중 공급 측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9월 농산물 가격은 기상여건이 좋아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8%를 기록했고, 석유류도 -0.26%를 기록했다. 이런 요인들이 소비자물가를 끌어내려 9월 소비자물가는 -0.4%이지만, 변동요인이 큰 농산물이나 석유류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0.6% 상승했다.

■ 먹거리 물가에 차이가 보인다

한국은행의 이런 설명은 OECD와의 비교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8월 기준 OECD 국가는 소비자 물가가 1.9% 상승했고 음식 가격도 1.7%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는 석유류 하락(-0.3%)과 함께 농축수산물이 -0.59%를 기록하며 소비자물가 하락을 이끌었다.(OECD는 음식·에너지로, 우리나라는 농축수산물·석유류 물가로 비교)


이 같은 우리나라의 물가 추세는 9월에도 이어져 농축수산물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8.2%, 석유류도 -5.6%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소비자물가를 이끌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본위제 이후 디플레이션은 주로 자산시장 거품으로 인해 발생했다. 자산시장이 붕괴하면서 부채상환 압력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고 저물가의 악순환에 빠져들게 된다. 우리나라의 지금 상황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물가 요인을 보면 최근엔 임금 상승률이 낮은 게 주요인 중 하나다. 선진국들이 돈을 풀어도 물가 목표치를 밑도는 이유는 임금이 오르지 않고 불평등이 심해지는 게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도 과거에 2% 이상 물가를 경험하다가 최근에 1% 아래로 떨어지고 마이너스까지 이어진 데는 공급적 측면도 있지만, 낮은 임금상승률과 소득불평등으로 인해 가계소비가 억압받는 게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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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9 07:02:54
    • 수정2019-10-09 09:36:43
    취재K
지난달(9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가 0.4% 하락했다. 8월 0%(정확히는 -0.038%)에 이어 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곳곳에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장기간 마이너스 물가 속 경기침체를 말하는 것으로 실제로 디플레이션이 오면 우리나라에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우리나라 물가 수준은 다른나라와 비교해 어느 정도일까? OECD가 발표한 8월 OECD 국가 전체의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이다. 7월 2.1%에서 상승률이 하락했다. OECD 평균을 상회한 국가는 12개 국가이고, 미국 1.7%, 독일 1.4%, 프랑스 1.0%, 일본 0.3% 등에 이어 우리나라는 0%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가장 낮은 군에 속해 있다.


다만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가격이 흔들리는 요소를 뺀 근원물가(OECD 기준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는 우리나라가 0.8%로 OECD 평균 2.3%보다는 낮지만 최하위권은 아니다. 우리나라 근원물가의 흐름 역시 지난 2월 1.3%에서 3월 0.9%로 내려간 이후 꾸준히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OECD 국가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평행선을 그리며 큰 흐름에 변화가 없지만, 우리와 달리 2%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또 하나 눈여겨 봐야 할 점은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지만, 전반적인 물가의 흐름이 같은 궤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해 8월까지 각국의 월별 물가상승률 추이를 보면 대체로 물가가 떨어지는 모양새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는 세계적 경기둔화와 유가하락 같은 요인이 공통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 OECD 국가들과 우리나라 물가 수준에 차이가 나는 이유

여기서 궁금해지는 부분이 "왜 이렇게 OECD 국가들과 우리나라 물가 수준에 차이가 나는 걸까?"라는 점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OECD 국가 중 상당수가 동구 공산권에서 체제전환한 국가이거나 이제 성장을 본격적으로 하는 나라들이기 때문에 이들 국가의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 "경제성장과 물가는 같은 궤를 이루기 때문에 이들이 주로 OECD 평균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렸고, 선진국들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격적 양적완화를 통해 돈을 풀어서 저물가를 막았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일부에서 제기하는 디플레이션 우려는 기우일까? 때마침 8일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금의 물가지수 마이너스 폭은 이례적이고 계절적인 요인이 크다. 그런 요인을 제거하면 현재 0%대 후반이다. 일반적인 정의에 따르면 지금은 디플레이션 징후로 해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수요와 공급 중 공급 측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9월 농산물 가격은 기상여건이 좋아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8%를 기록했고, 석유류도 -0.26%를 기록했다. 이런 요인들이 소비자물가를 끌어내려 9월 소비자물가는 -0.4%이지만, 변동요인이 큰 농산물이나 석유류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0.6% 상승했다.

■ 먹거리 물가에 차이가 보인다

한국은행의 이런 설명은 OECD와의 비교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8월 기준 OECD 국가는 소비자 물가가 1.9% 상승했고 음식 가격도 1.7%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는 석유류 하락(-0.3%)과 함께 농축수산물이 -0.59%를 기록하며 소비자물가 하락을 이끌었다.(OECD는 음식·에너지로, 우리나라는 농축수산물·석유류 물가로 비교)


이 같은 우리나라의 물가 추세는 9월에도 이어져 농축수산물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8.2%, 석유류도 -5.6%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소비자물가를 이끌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본위제 이후 디플레이션은 주로 자산시장 거품으로 인해 발생했다. 자산시장이 붕괴하면서 부채상환 압력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고 저물가의 악순환에 빠져들게 된다. 우리나라의 지금 상황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물가 요인을 보면 최근엔 임금 상승률이 낮은 게 주요인 중 하나다. 선진국들이 돈을 풀어도 물가 목표치를 밑도는 이유는 임금이 오르지 않고 불평등이 심해지는 게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도 과거에 2% 이상 물가를 경험하다가 최근에 1% 아래로 떨어지고 마이너스까지 이어진 데는 공급적 측면도 있지만, 낮은 임금상승률과 소득불평등으로 인해 가계소비가 억압받는 게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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