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이 돌아왔다! ‘결렬’을 읽는 키워드

입력 2019.10.09 (09:29) 수정 2019.10.09 (09:3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후, 취재 현장에서 만나는 외교부 당국자들과 주변 관계자 그리고 전문가들까지 분석과 평가가 분분합니다. 철저한 보안 아래 이뤄진 협의인 만큼 현재 시점에서 누구도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안했는지, 또 북한이 무슨 이유로 판을 깼는지를 속시원히 알려주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대신 정신 없이 돌아가는 이 판을 읽을 만한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북한 외무성'입니다.

'산전수전 공중전' 외무성 등판

北 외무성 3인방(왼쪽부터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제1 부상, 김명길 순회대사)北 외무성 3인방(왼쪽부터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제1 부상, 김명길 순회대사)

이번 스톡홀름 북미 회동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 처음으로 북한 외무성이 나선 작품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지금까지 협상을 이끌었던 통일전선부가 빠지고, 전통적으로 북미 협상을 관장했던 외교 진용이 협상 전면에 복귀한 무대였던 것입니다.

사실 통전부는 북한에서 대남 담당 부서, 즉 남한을 상대하는 조직입니다. 지난해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전격 참가한 것을 계기로 남북 대화가 급물살을 탔고 이것이 곧장 북미 대화로 이어지면서 통전부가 미국과 협상까지 하게 됐던 겁니다.하지만 하노이회담 결렬의 책임을 지고 통전부는 협상 무대에서 강판당했습니다.

 2018년 6월 1일(워싱턴 현지시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美 백악관 트위터 사진) 2018년 6월 1일(워싱턴 현지시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美 백악관 트위터 사진)

외무성은 1989년 북한의 핵이 국제사회의 쟁점으로 대두한 이후 지금까지 약 30년간, 그야말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치르며 서방 강대국들로부터 북한을 철통같이 지켜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핵화 협상의 전문성과 함께 대미 협상의 경험과 기술을 축적했는데 그 중 주요한 하나가'벼랑 끝 전술'입니다.

'벼랑 끝 전술' 재시동?

'벼랑 끝 전술'이란 일부러 협상을 막다른 상황까지 몰아붙여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방식입니다.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쓴 대표적 예로는 '제1차 핵위기'를 꼽을 수 있습니다.

1993년 북한은 한동안 중단됐던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팀스피리트 훈련'이 재개된 것에 반발해 '핵확산 금지조약(NPT)'을 탈퇴해버립니다. 바로 '제1차 핵위기'입니다. 당시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개발해 사용하려 한다면 북한의 최후가 될 것"이라며 군사행동까지 경고했고 핵시설 타격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북한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잘 알려진 '서울 불바다' 발언도 이때 나왔습니다.

결국 1994년, 최악의 사태를 막으려 한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방북하면서 북한과 미국은 '핵시설 동결·NPT 복귀·사찰 수용' 등 [핵 개발 포기] [경제적 보상, 안전 보장] 등을 맞바꾸는 '북미 제네바 기본 합의서'를 체결합니다.

▲ 94년 3월 19일, 남북특사회담 실무접촉 당시 발언 (6분 52초부터 보시면 됩니다)

'벼랑 끝 전술'은 이후에도 북미 간 갈등이 도드라질 때마다 종종 구사돼왔습니다. 2002년 미국과의 대화에서, 비밀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의 존재를 집요하게 묻는 미국 측에 "핵보다 더한 것도 가지게 돼있다"며 사실상 시인해버린 강석주 당시 북한 외무성 제1부 상의 행동, 2003년부터 2009년까지 계속됐던 6자회담 내내 수시로 '무기한 불참' 등의 강수를 뒀던 사례 등도 이 전술에 해당합니다. 지도자의 뜻이기도 했겠지만 모두 북한 외무성이 전면에 나서 벌인 일들입니다.

지난 5일(현지 시각) 스톡홀름에서 미국을 향해 공개적으로 "불쾌하다"며 거친 불만을 표시하고, 협상 결렬을 먼저 선언한 뒤 서둘러 귀국길에 오른 김명길 대표의 행동을 '벼랑 끝 전술'의 하나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은 것도 북한의 이런 과거 때문입니다.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했다"며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으니까요.

5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예비접촉 후 ‘협상 결렬’ 발표하는 김명길 북측 협상대표 5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예비접촉 후 ‘협상 결렬’ 발표하는 김명길 북측 협상대표

북한 속내는...'이제서야 제대로 돌아가는 중'?

반면 북한 입장에서는 이제서야 협상이 제대로 틀을 갖추는 중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협알못', 협상을 잘 모르는 통일전선부가 망가뜨린 북미 비핵화 협상의 틀을 전문가인 외무성이 바로잡는 중이라는 것이죠.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하노이 회담 때 북한이 '5가지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한 건 통일전선부의 비전문성이 저지른 실책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앞선 싱가포르 6.12 공동성명에서 '완전한 비핵화 대 안전보장' 이라는 큰 틀의 맞교환을 합의해놓고, 그다음 협상장에서 엉뚱하게 그 하위 단계라 할 수 있는 '부분적 제재 해제'라는 옹졸한 카드를 내밀었다는 겁니다.

홍 실장은 "급해도 경기 체급은 맞춰야 하는데, 상대는 슈퍼헤비급 경기를 열심히 준비해서 나왔는데 북한은 겨우 라이트나 페더급 경기나 하자고 했던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깨달은 김정은 위원장이 통전부 대신 외무성을 내세웠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 외무성 첫 작품은...'안전 보장'으로 협상 판 확대?

6월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 김정은 北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美 대통령6월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 김정은 北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美 대통령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측면에서 이번에 미국이 제안한 아이디어 가운데 '체제 안전 보장' 부분이 부족했던 것 아닌가 추측하기도 합니다. '안전 보장'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 등을 강하게 비판하며 꾸준히 요구해온 문제입니다.

실제 예비접촉 자리를 박차고 나온 북한 김명길 대표의 성명을 보면 유독 ‘안전 보장'을 강조합니다. "미국이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위협했다",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제거돼야 가능" 이런 식입니다. 외무성이 이전에 놓쳤던 부분인 '안전보장'까지 더해, 이번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받아내려는 나름의 '벼랑 끝 전술'을 다시 한 번 시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협상 판보다는 물밑에서 더 바빠야"

외무성은 전통적으로 '미국과의 직통 외교'를 추구해왔습니다. 지난 6월 판문점 깜짝 회동에서 '앞으로 북미 협상은 외무성이 주도한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부터, 외무성은 지속적이고 직접적으로 '한국 정부는 빠지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간 협상의 '중재자','촉진자'를 자처해온 우리 정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은 협상을 촉진할 만한 마땅한 카드도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단 상황을 지켜볼 때"라는 판단이 많습니다. 어찌 됐든 결국은 미국이 얼마나 북한의 요구에 맞는 '새 계산법'을 내놓느냐가 협상 타결의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이도훈 외교부한 반도평화교섭본부장, 비건 대표 면담 위해 美 워싱턴DC 도착(현지 7일)이도훈 외교부한 반도평화교섭본부장, 비건 대표 면담 위해 美 워싱턴DC 도착(현지 7일)

하지만 미국이 북한의 속내를 이해하기 위해 도움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상대가 한국이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스톡홀름 협상이 좌절되자마자 비건 대표가 곧장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면담을 잡은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7일 아침 미국으로 출국한 이도훈 본부장은 내일(10일) 돌아올 예정입니다.
북한 역시 겉으로 밝히지 못하는 속내까지 확실히 미국 측에 전달하고 반응을 살피려면 한국 정부가 도움된다는 사실을 끝까지 외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쉽지 않겠지만, 이제는 우리 정부가 협상 테이블 위보다는 그 아래에서 누구보다 바쁘게 양측을 연결하고 이해시키는 역할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외교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성공이 가져올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평화 경제'의 혜택은 결국 한반도의 반쪽, 우리가 누리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북한 외무성이 돌아왔다! ‘결렬’을 읽는 키워드
    • 입력 2019-10-09 09:29:22
    • 수정2019-10-09 09:36:51
    취재K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후, 취재 현장에서 만나는 외교부 당국자들과 주변 관계자 그리고 전문가들까지 분석과 평가가 분분합니다. 철저한 보안 아래 이뤄진 협의인 만큼 현재 시점에서 누구도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안했는지, 또 북한이 무슨 이유로 판을 깼는지를 속시원히 알려주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대신 정신 없이 돌아가는 이 판을 읽을 만한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북한 외무성'입니다.

'산전수전 공중전' 외무성 등판

北 외무성 3인방(왼쪽부터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제1 부상, 김명길 순회대사)
이번 스톡홀름 북미 회동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 처음으로 북한 외무성이 나선 작품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지금까지 협상을 이끌었던 통일전선부가 빠지고, 전통적으로 북미 협상을 관장했던 외교 진용이 협상 전면에 복귀한 무대였던 것입니다.

사실 통전부는 북한에서 대남 담당 부서, 즉 남한을 상대하는 조직입니다. 지난해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전격 참가한 것을 계기로 남북 대화가 급물살을 탔고 이것이 곧장 북미 대화로 이어지면서 통전부가 미국과 협상까지 하게 됐던 겁니다.하지만 하노이회담 결렬의 책임을 지고 통전부는 협상 무대에서 강판당했습니다.

 2018년 6월 1일(워싱턴 현지시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美 백악관 트위터 사진)
외무성은 1989년 북한의 핵이 국제사회의 쟁점으로 대두한 이후 지금까지 약 30년간, 그야말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치르며 서방 강대국들로부터 북한을 철통같이 지켜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핵화 협상의 전문성과 함께 대미 협상의 경험과 기술을 축적했는데 그 중 주요한 하나가'벼랑 끝 전술'입니다.

'벼랑 끝 전술' 재시동?

'벼랑 끝 전술'이란 일부러 협상을 막다른 상황까지 몰아붙여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방식입니다.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쓴 대표적 예로는 '제1차 핵위기'를 꼽을 수 있습니다.

1993년 북한은 한동안 중단됐던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팀스피리트 훈련'이 재개된 것에 반발해 '핵확산 금지조약(NPT)'을 탈퇴해버립니다. 바로 '제1차 핵위기'입니다. 당시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개발해 사용하려 한다면 북한의 최후가 될 것"이라며 군사행동까지 경고했고 핵시설 타격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북한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잘 알려진 '서울 불바다' 발언도 이때 나왔습니다.

결국 1994년, 최악의 사태를 막으려 한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방북하면서 북한과 미국은 '핵시설 동결·NPT 복귀·사찰 수용' 등 [핵 개발 포기] [경제적 보상, 안전 보장] 등을 맞바꾸는 '북미 제네바 기본 합의서'를 체결합니다.

▲ 94년 3월 19일, 남북특사회담 실무접촉 당시 발언 (6분 52초부터 보시면 됩니다)

'벼랑 끝 전술'은 이후에도 북미 간 갈등이 도드라질 때마다 종종 구사돼왔습니다. 2002년 미국과의 대화에서, 비밀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의 존재를 집요하게 묻는 미국 측에 "핵보다 더한 것도 가지게 돼있다"며 사실상 시인해버린 강석주 당시 북한 외무성 제1부 상의 행동, 2003년부터 2009년까지 계속됐던 6자회담 내내 수시로 '무기한 불참' 등의 강수를 뒀던 사례 등도 이 전술에 해당합니다. 지도자의 뜻이기도 했겠지만 모두 북한 외무성이 전면에 나서 벌인 일들입니다.

지난 5일(현지 시각) 스톡홀름에서 미국을 향해 공개적으로 "불쾌하다"며 거친 불만을 표시하고, 협상 결렬을 먼저 선언한 뒤 서둘러 귀국길에 오른 김명길 대표의 행동을 '벼랑 끝 전술'의 하나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은 것도 북한의 이런 과거 때문입니다.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했다"며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으니까요.

5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예비접촉 후 ‘협상 결렬’ 발표하는 김명길 북측 협상대표
북한 속내는...'이제서야 제대로 돌아가는 중'?

반면 북한 입장에서는 이제서야 협상이 제대로 틀을 갖추는 중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협알못', 협상을 잘 모르는 통일전선부가 망가뜨린 북미 비핵화 협상의 틀을 전문가인 외무성이 바로잡는 중이라는 것이죠.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하노이 회담 때 북한이 '5가지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한 건 통일전선부의 비전문성이 저지른 실책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앞선 싱가포르 6.12 공동성명에서 '완전한 비핵화 대 안전보장' 이라는 큰 틀의 맞교환을 합의해놓고, 그다음 협상장에서 엉뚱하게 그 하위 단계라 할 수 있는 '부분적 제재 해제'라는 옹졸한 카드를 내밀었다는 겁니다.

홍 실장은 "급해도 경기 체급은 맞춰야 하는데, 상대는 슈퍼헤비급 경기를 열심히 준비해서 나왔는데 북한은 겨우 라이트나 페더급 경기나 하자고 했던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깨달은 김정은 위원장이 통전부 대신 외무성을 내세웠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 외무성 첫 작품은...'안전 보장'으로 협상 판 확대?

6월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 김정은 北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美 대통령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측면에서 이번에 미국이 제안한 아이디어 가운데 '체제 안전 보장' 부분이 부족했던 것 아닌가 추측하기도 합니다. '안전 보장'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 등을 강하게 비판하며 꾸준히 요구해온 문제입니다.

실제 예비접촉 자리를 박차고 나온 북한 김명길 대표의 성명을 보면 유독 ‘안전 보장'을 강조합니다. "미국이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위협했다",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제거돼야 가능" 이런 식입니다. 외무성이 이전에 놓쳤던 부분인 '안전보장'까지 더해, 이번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받아내려는 나름의 '벼랑 끝 전술'을 다시 한 번 시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협상 판보다는 물밑에서 더 바빠야"

외무성은 전통적으로 '미국과의 직통 외교'를 추구해왔습니다. 지난 6월 판문점 깜짝 회동에서 '앞으로 북미 협상은 외무성이 주도한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부터, 외무성은 지속적이고 직접적으로 '한국 정부는 빠지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간 협상의 '중재자','촉진자'를 자처해온 우리 정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은 협상을 촉진할 만한 마땅한 카드도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단 상황을 지켜볼 때"라는 판단이 많습니다. 어찌 됐든 결국은 미국이 얼마나 북한의 요구에 맞는 '새 계산법'을 내놓느냐가 협상 타결의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이도훈 외교부한 반도평화교섭본부장, 비건 대표 면담 위해 美 워싱턴DC 도착(현지 7일)
하지만 미국이 북한의 속내를 이해하기 위해 도움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상대가 한국이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스톡홀름 협상이 좌절되자마자 비건 대표가 곧장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면담을 잡은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7일 아침 미국으로 출국한 이도훈 본부장은 내일(10일) 돌아올 예정입니다.
북한 역시 겉으로 밝히지 못하는 속내까지 확실히 미국 측에 전달하고 반응을 살피려면 한국 정부가 도움된다는 사실을 끝까지 외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쉽지 않겠지만, 이제는 우리 정부가 협상 테이블 위보다는 그 아래에서 누구보다 바쁘게 양측을 연결하고 이해시키는 역할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외교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성공이 가져올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평화 경제'의 혜택은 결국 한반도의 반쪽, 우리가 누리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