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킥’ 견뎌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성공한 협연자로 돌아오다

입력 2019.10.10 (07:00) 수정 2019.10.1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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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쿠르 우승자의 이름이 호명되자 자신의 이름이 불린 줄로 착각한 다른 참가자가 감격에 벅찬 얼굴로 단상에 오른다. 그러자 단상에 앉아 있던 심사위원들은 얼굴이 사색이 되고, 이내 상황을 파악한 단상 위 참가자도 당황하기 시작하는데…….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 상황은 2015년 세계 3대 클래식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시상식장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클래식 팬들에게는 "콩쿠르 사상 유례없는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회자되는 이 일화의 주인공은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이 씨는 당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우승), 김봄소리(결승 진출)와 함께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출전했고, 12인의 파이널리스트 중 한 명으로 결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3위 안에 들지 못했다.


심사위원장의 불분명한(?) 한국어 발음으로 자신이 우승한 것으로 착각하고 단상에 올랐던 이지윤은 그러나 쿨하게 "유쾌한 경험이었다"며 받아들였고, 이러한 해프닝은 다른 콩쿠르 참가자들의 처절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 과정과 엮여 한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탄생했다. 제목은 <파이널리스트(원제:Imposed Piece)>.

영화 파이널리스트영화 파이널리스트



이 영화에서 브레히트 반후니커 감독으로부터 주인공 못지않은 관심을 받아 초점의 대상이 된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이 내일(11일)과 모레(12일) 경기필하모닉과 베토벤과 브람스를 협연한다.

이씨는 현재 4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 독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악장이다. 지난 2017년 9월부터 이 악단 최초의 동양인 악장이자 최연소 악장(1992년생)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지난해 단원투표에서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표를 받아 종신악장으로 임명됐다-다른 두 종신악장은 40대와 50대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65세까지 신분을 보장받는 자리다.

스스로도 "지난 2년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자 가장 빨리 지나간 시간이었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이씨가 태어난 1992년부터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를 이끈 세계적 지휘 명장 다니엘 바렌보임이 악장직에 도전한 이지윤을 보고 "이 정도 실력이면 솔리스트로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는데 왜 어린 나이에 굳이 오케스트라에 들어오려고 하는 거냐?"고 물었을 때 이지윤이 "바이올린 연주만 하기에는 음악 세계가 넓다"고 답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이지윤은 이번에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준다.


1570년 창단돼 내년에 450주년을 맞고, 멘델스존과 바그너, R 슈트라우스 등 역사적인 작곡가들이 음악감독으로 활동했으며 푸르트벵글러와 카라얀 등 전설적 지휘자들이 이끈 유서 깊은 악단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를 소개하며 '자부심이 크다'고 힘주어 말한 이지윤.

그 악단에서도 종신악장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은 그녀가 4년 전의 해프닝 영상을 지금 다시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내일과 모레 있을 그녀의 연주만큼이나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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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불킥’ 견뎌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성공한 협연자로 돌아오다
    • 입력 2019-10-10 07:00:25
    • 수정2019-10-10 16:17:04
    취재K
콩쿠르 우승자의 이름이 호명되자 자신의 이름이 불린 줄로 착각한 다른 참가자가 감격에 벅찬 얼굴로 단상에 오른다. 그러자 단상에 앉아 있던 심사위원들은 얼굴이 사색이 되고, 이내 상황을 파악한 단상 위 참가자도 당황하기 시작하는데…….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 상황은 2015년 세계 3대 클래식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시상식장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클래식 팬들에게는 "콩쿠르 사상 유례없는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회자되는 이 일화의 주인공은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이 씨는 당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우승), 김봄소리(결승 진출)와 함께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출전했고, 12인의 파이널리스트 중 한 명으로 결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3위 안에 들지 못했다. 심사위원장의 불분명한(?) 한국어 발음으로 자신이 우승한 것으로 착각하고 단상에 올랐던 이지윤은 그러나 쿨하게 "유쾌한 경험이었다"며 받아들였고, 이러한 해프닝은 다른 콩쿠르 참가자들의 처절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 과정과 엮여 한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탄생했다. 제목은 <파이널리스트(원제:Imposed Piece)>. 영화 파이널리스트
이 영화에서 브레히트 반후니커 감독으로부터 주인공 못지않은 관심을 받아 초점의 대상이 된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이 내일(11일)과 모레(12일) 경기필하모닉과 베토벤과 브람스를 협연한다. 이씨는 현재 4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 독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악장이다. 지난 2017년 9월부터 이 악단 최초의 동양인 악장이자 최연소 악장(1992년생)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지난해 단원투표에서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표를 받아 종신악장으로 임명됐다-다른 두 종신악장은 40대와 50대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65세까지 신분을 보장받는 자리다. 스스로도 "지난 2년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자 가장 빨리 지나간 시간이었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이씨가 태어난 1992년부터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를 이끈 세계적 지휘 명장 다니엘 바렌보임이 악장직에 도전한 이지윤을 보고 "이 정도 실력이면 솔리스트로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는데 왜 어린 나이에 굳이 오케스트라에 들어오려고 하는 거냐?"고 물었을 때 이지윤이 "바이올린 연주만 하기에는 음악 세계가 넓다"고 답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이지윤은 이번에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준다. 1570년 창단돼 내년에 450주년을 맞고, 멘델스존과 바그너, R 슈트라우스 등 역사적인 작곡가들이 음악감독으로 활동했으며 푸르트벵글러와 카라얀 등 전설적 지휘자들이 이끈 유서 깊은 악단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를 소개하며 '자부심이 크다'고 힘주어 말한 이지윤. 그 악단에서도 종신악장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은 그녀가 4년 전의 해프닝 영상을 지금 다시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내일과 모레 있을 그녀의 연주만큼이나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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