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즉위식에 특사 파견…‘한일 갈등’ 어떻게 되나

입력 2019.10.10 (18:26) 수정 2019.10.1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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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한국을 수출 우대국,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한일 양국은 강대강 기조를 유지해왔습니다. 고위급 소통은 전무했습니다. 그런데 꽉 막혀 있던 한일 갈등에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유의미한 변화가 가능할지 짚어봤습니다.


WTO 분쟁 후 첫 만남…국장급으로 격상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부당하다며 일본을 WTO에 제소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한일 양국 간의 양자 협의가 내일(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처음으로 열립니다. 우리 측 수석대표는 산업부 국장급인 정해관 신통상질서협력관이고, 일본도 국장급 협의에 동의했습니다.

당사국 간의 양자 협의는 WTO 무역 분쟁의 첫 단추입니다. 피소국인 일본은 양자 협의 요청서를 수령하고 10일 이내에 회신해야 하는데 일본은 9일 만에 양자 협의를 수락했습니다. 또 일본은 협의 채널을 국장급으로 격상시키자는 우리 측 제안에 동의했습니다. 이번에 진행될 양자 협의는 분쟁 절차 진행을 위한 형식적인 만남이지만, 채널이 국장급으로 격상된 만큼 실질적인 대화가 오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왕 즉위식 특사 파견…한일관계 변곡점 되나?

한일 관계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벤트는 일왕 즉위식입니다. 우리 정부는 22일에 열리는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특사를 파견합니다. 특사가 누구인지 아직 발표하진 않았지만, 이낙연 총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NHK는 이낙연 총리와 아베 총리의 회담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왕 즉위식은 전 세계에 새 천황의 즉위와 함께 시작된 레이와 시대를 알리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일본 입장에선 매우 중요한 행사입니다. 일본은 190여 개국 정상을 초청했는데, 각 국가에서 누가 오는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 영국에선 찰스 왕세자, 중국에서 왕치산 국가부주석, 미국에선 일레인 차오 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을 확정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왕 즉위식으로부터 닷새에서 일주일 전에 특사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22일이 즉위식이니까 다음 주 중반쯤 발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당국자는 또 "일반적으로 총리가 가게 되면 외교부 1차관이 수행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낙연 총리가 특사로 결정되면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총리 간 회담뿐 아니라 차관급의 회담도 열릴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특히 조세영 차관은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지난 7월에는 일본에 비공개 특사로 방문해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입장 변화 기류 없어…갈등 해결 기대는 어려워"

그렇다면 한일 고위급 당국자들의 접촉으로 '한일 갈등'에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100일 넘게 만남을 거부하던 한·일이 만남을 처음 갖는 것 자체에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그 만남을 통해 진전된 결과를 도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아베 총리가 40여 개국 정상을 직접 만나야 하기 때문에 만남 시간도 턱없이 짧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본 내부에서 변화의 조짐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자민당 내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의 발언에 주목했습니다. 니카이 간사장은 지난달 27일 "원만한 외교를 위해 한국도 노력할 필요가 있지만 우선 일본이 손을 내밀어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본 안에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인식은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식들이 실제 일본의 양보로 이어지긴 어려워 보입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현재 일본 내각에선 측근들도 힘이 없어서 결국 일본의 외교는 아베의 외교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아베 총리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한일 관계의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 측에 해법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강제징용배상 문제가 해결되어야 백색국가 철회 등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일본의 태도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와 기업의 신속하고 전방위적인 대응, 여기에 국민의 호응까지 한데 모여 지금까지 대체로 잘 대처해왔다"고 평가했습니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꿔서 수입선 다변화 등을 꾀하자는 겁니다.

한일 간 입장 차가 좁혀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상황, 강제징용과 관련한 한국 법원의 일본 전범 기업 자산 강제 매각이 현실화되기 전, 일왕 즉위식 특사 방문을 계기로 제대로 된 한일 간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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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0 18:26:58
    • 수정2019-10-10 20:04:30
    취재K
일본이 한국을 수출 우대국,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한일 양국은 강대강 기조를 유지해왔습니다. 고위급 소통은 전무했습니다. 그런데 꽉 막혀 있던 한일 갈등에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유의미한 변화가 가능할지 짚어봤습니다.


WTO 분쟁 후 첫 만남…국장급으로 격상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부당하다며 일본을 WTO에 제소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한일 양국 간의 양자 협의가 내일(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처음으로 열립니다. 우리 측 수석대표는 산업부 국장급인 정해관 신통상질서협력관이고, 일본도 국장급 협의에 동의했습니다.

당사국 간의 양자 협의는 WTO 무역 분쟁의 첫 단추입니다. 피소국인 일본은 양자 협의 요청서를 수령하고 10일 이내에 회신해야 하는데 일본은 9일 만에 양자 협의를 수락했습니다. 또 일본은 협의 채널을 국장급으로 격상시키자는 우리 측 제안에 동의했습니다. 이번에 진행될 양자 협의는 분쟁 절차 진행을 위한 형식적인 만남이지만, 채널이 국장급으로 격상된 만큼 실질적인 대화가 오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왕 즉위식 특사 파견…한일관계 변곡점 되나?

한일 관계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벤트는 일왕 즉위식입니다. 우리 정부는 22일에 열리는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특사를 파견합니다. 특사가 누구인지 아직 발표하진 않았지만, 이낙연 총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NHK는 이낙연 총리와 아베 총리의 회담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왕 즉위식은 전 세계에 새 천황의 즉위와 함께 시작된 레이와 시대를 알리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일본 입장에선 매우 중요한 행사입니다. 일본은 190여 개국 정상을 초청했는데, 각 국가에서 누가 오는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 영국에선 찰스 왕세자, 중국에서 왕치산 국가부주석, 미국에선 일레인 차오 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을 확정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왕 즉위식으로부터 닷새에서 일주일 전에 특사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22일이 즉위식이니까 다음 주 중반쯤 발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당국자는 또 "일반적으로 총리가 가게 되면 외교부 1차관이 수행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낙연 총리가 특사로 결정되면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총리 간 회담뿐 아니라 차관급의 회담도 열릴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특히 조세영 차관은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지난 7월에는 일본에 비공개 특사로 방문해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입장 변화 기류 없어…갈등 해결 기대는 어려워"

그렇다면 한일 고위급 당국자들의 접촉으로 '한일 갈등'에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100일 넘게 만남을 거부하던 한·일이 만남을 처음 갖는 것 자체에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그 만남을 통해 진전된 결과를 도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아베 총리가 40여 개국 정상을 직접 만나야 하기 때문에 만남 시간도 턱없이 짧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본 내부에서 변화의 조짐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자민당 내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의 발언에 주목했습니다. 니카이 간사장은 지난달 27일 "원만한 외교를 위해 한국도 노력할 필요가 있지만 우선 일본이 손을 내밀어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본 안에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인식은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식들이 실제 일본의 양보로 이어지긴 어려워 보입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현재 일본 내각에선 측근들도 힘이 없어서 결국 일본의 외교는 아베의 외교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아베 총리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한일 관계의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 측에 해법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강제징용배상 문제가 해결되어야 백색국가 철회 등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일본의 태도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와 기업의 신속하고 전방위적인 대응, 여기에 국민의 호응까지 한데 모여 지금까지 대체로 잘 대처해왔다"고 평가했습니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꿔서 수입선 다변화 등을 꾀하자는 겁니다.

한일 간 입장 차가 좁혀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상황, 강제징용과 관련한 한국 법원의 일본 전범 기업 자산 강제 매각이 현실화되기 전, 일왕 즉위식 특사 방문을 계기로 제대로 된 한일 간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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