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9살 지켜주지 못한 ‘스쿨존’…교통사고 주의보

입력 2019.10.11 (08:26) 수정 2019.10.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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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차를 타고 가면서, 혹은 길을 걷다가 '스쿨존'이라고 쓰인 노란색 표지판을 본 적 있으십니까?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주변에 지정된 어린이 보호구역인데요.

그런데, 이 스쿨존에서 교통사고가 끊이지않고 있습니다.

9살 어린이가 4살 동생과 함께 스쿨존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충남 아산의 한 도로입니다.

어린이보호구역인 스쿨존을 알리는 표지판이 눈에 띄는데요.

이 도로 옆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김태양 씨는 지난달, 이곳에서 9살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었습니다.

[김태양/故 김민식 군 아버지 : "도착했을 때는 이미 큰 아들 숨이 멎은 상태에서 심폐소생술만 하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11일, 9살 김민식 군이 4살 동생 손을 잡고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로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넙니다.

그런데, 잠시 뒤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SUV 차량 한 대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횡단보도를 그대로 통과합니다.

[박초희/故 김민식 군 어머니 : "저희 가게 앞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나자마자 나가서 봤기 때문에…. 정말 다섯 발자국만 걸어왔어도 가게에 올 수 있었고."]

이 사고로 김 군은 숨을 거뒀고 함께 길을 건너던 동생은 온몸에 찰과상을 입었습니다.

사고 이후 한 달, 김 씨 가족의 일상은 무너졌습니다.

[김태양/故 김민식 군 아버지 : "전방 주시만 했더라면 내 아이만 발견했더라면 그래서 급브레이크만 밟았더라면 제 아이는 살아있겠죠. 어떻게든."]

김 군이 사고를 당한 곳은 스쿨존이었습니다.

학교 정문에서 300미터 이내의 통학로인 이 스쿨존엔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표지와 도로 반사경, 과속방지턱 등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스쿨존 내에서 모든 자동차는 주차나 정차를 할 수 없고 시속 30km이하로 천천히 달려야 합니다.

하지만 이같은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김 군은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왜일까요?

주민들은 이 '스쿨존'이 그저 이름뿐이었다고 말합니다.

[인근 주민 : "여기 지금 (과속) 방지턱이 있잖아요. (시속) 30km가 넘으면 여기서 이렇게 들려요. 앞에 범퍼라고 하잖아요. 닿아서 칙칙 끌리는 소리가 들려요. 여기 있으면."]

신호등도 과속단속 카메라도 없는 스쿨존을 지나는 차들은 제한 속도 시속 30km를 넘기는 경우가 예사였습니다.

김 군의 안타까운 사고 이후 과속방지턱을 더 만들고, 안전펜스도 더 세웠지만 주민,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인근 주민 : "신호등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서 아기 데리고 가면 너무 무서워요. 신호등하고 과속카메라 그런 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학부모 : "많이 불안하죠. 부모로서. 학교 앞이라서 신호등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김 군의 부모는 유명무실한 스쿨존을 바꿔야 한다며 국민청원에 나섰습니다.

[김태양/故 김민식 군 아버지 : "제2의 민식이가 나오는 걸 막아보자, 그래서 스쿨존에 의무로 신호등을 설치해 달라, 과속 카메라를 설치해 달라,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커서 자라서 우리나라의 미래가 될 수 있도록 설치해 달라 당연한 요구를 하고 있는 거고요. 지금은 내 아이의 일이고 우리 가족만 슬퍼하지만 정말 누군가의 일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거든요."]

김 씨가 올린 국민청원은 어제까지 4만여 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스쿨존의 상황은 과연 어떨까요?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입니다.

출근 시간과 겹친 등교 시간, 차량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갑니다.

달리는 차들 옆으로 아이들이 삼삼오오 학교로 향하는데요.

학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입니다.

[학부모 : "차가 진짜 많아요. 학교 앞인데도 너무 많아서…. 아이들은 좌우를 살피지 않잖아요. 앞만 보고 뛰기 때문에 많이 위험하죠."]

[학부모 : "관광버스 큰 것들이 여기 막 다녀서.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애들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또 다른 초등학교 앞.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절대 주정차 금지구역이지만 주정차 차량들이 즐비해 아이들이 갑자기 튀어나올 경우 운전자가 보지 못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아이들의 횡단보도 통행을 지도하는 도우미가 없는 하교시간엔 더 위험에 노출됩니다.

[학부모 : "일단 차들이 속도를 안 줄여요. (시속) 30km도 빠른데 (시속) 30km보다 더 (빠르게 달리고). 횡단보도 앞에 주정차를 불법으로 해서 아이가 안 보이는 거예요. 뒤 차가. 그러면 중앙선 침범해서 건너다가 사고가 나기도 하고…."]

[학부모 : "심지어는 학원차가 역주행을 하는 거예요. 아이들 등하원을 해주는 학원차가 역주행을 해서 와서 많이 놀라고. 아직 안전 의식이 엄마들 마음 같지는 않은 것 같아요. 운전자들이."]

서울 시내 스쿨존 내 과속카메라 설치비율은 10곳에 한곳도 되지 않고, 전국적으로는 더 낮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스쿨존을 오가는 학부모들은 오늘도 마음을 졸입니다.

[학부모 : "아이들도 안전에 대해서 집에서 조금 더 교육을 받아야 되지만 운전자들도 같은 마음으로 같이 지켜야 되고…."]

신호등과 과속카메라 설치의무가 없는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는 지난 5년간 2천 건이 넘게 발생했습니다.

언제까지 아이들의 안전이 운전자들의 양심에만 맡겨져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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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9살 지켜주지 못한 ‘스쿨존’…교통사고 주의보
    • 입력 2019-10-11 08:27:25
    • 수정2019-10-11 10: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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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차를 타고 가면서, 혹은 길을 걷다가 '스쿨존'이라고 쓰인 노란색 표지판을 본 적 있으십니까?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주변에 지정된 어린이 보호구역인데요.

그런데, 이 스쿨존에서 교통사고가 끊이지않고 있습니다.

9살 어린이가 4살 동생과 함께 스쿨존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충남 아산의 한 도로입니다.

어린이보호구역인 스쿨존을 알리는 표지판이 눈에 띄는데요.

이 도로 옆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김태양 씨는 지난달, 이곳에서 9살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었습니다.

[김태양/故 김민식 군 아버지 : "도착했을 때는 이미 큰 아들 숨이 멎은 상태에서 심폐소생술만 하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11일, 9살 김민식 군이 4살 동생 손을 잡고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로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넙니다.

그런데, 잠시 뒤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SUV 차량 한 대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횡단보도를 그대로 통과합니다.

[박초희/故 김민식 군 어머니 : "저희 가게 앞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나자마자 나가서 봤기 때문에…. 정말 다섯 발자국만 걸어왔어도 가게에 올 수 있었고."]

이 사고로 김 군은 숨을 거뒀고 함께 길을 건너던 동생은 온몸에 찰과상을 입었습니다.

사고 이후 한 달, 김 씨 가족의 일상은 무너졌습니다.

[김태양/故 김민식 군 아버지 : "전방 주시만 했더라면 내 아이만 발견했더라면 그래서 급브레이크만 밟았더라면 제 아이는 살아있겠죠. 어떻게든."]

김 군이 사고를 당한 곳은 스쿨존이었습니다.

학교 정문에서 300미터 이내의 통학로인 이 스쿨존엔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표지와 도로 반사경, 과속방지턱 등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스쿨존 내에서 모든 자동차는 주차나 정차를 할 수 없고 시속 30km이하로 천천히 달려야 합니다.

하지만 이같은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김 군은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왜일까요?

주민들은 이 '스쿨존'이 그저 이름뿐이었다고 말합니다.

[인근 주민 : "여기 지금 (과속) 방지턱이 있잖아요. (시속) 30km가 넘으면 여기서 이렇게 들려요. 앞에 범퍼라고 하잖아요. 닿아서 칙칙 끌리는 소리가 들려요. 여기 있으면."]

신호등도 과속단속 카메라도 없는 스쿨존을 지나는 차들은 제한 속도 시속 30km를 넘기는 경우가 예사였습니다.

김 군의 안타까운 사고 이후 과속방지턱을 더 만들고, 안전펜스도 더 세웠지만 주민,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인근 주민 : "신호등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서 아기 데리고 가면 너무 무서워요. 신호등하고 과속카메라 그런 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학부모 : "많이 불안하죠. 부모로서. 학교 앞이라서 신호등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김 군의 부모는 유명무실한 스쿨존을 바꿔야 한다며 국민청원에 나섰습니다.

[김태양/故 김민식 군 아버지 : "제2의 민식이가 나오는 걸 막아보자, 그래서 스쿨존에 의무로 신호등을 설치해 달라, 과속 카메라를 설치해 달라,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커서 자라서 우리나라의 미래가 될 수 있도록 설치해 달라 당연한 요구를 하고 있는 거고요. 지금은 내 아이의 일이고 우리 가족만 슬퍼하지만 정말 누군가의 일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거든요."]

김 씨가 올린 국민청원은 어제까지 4만여 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스쿨존의 상황은 과연 어떨까요?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입니다.

출근 시간과 겹친 등교 시간, 차량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갑니다.

달리는 차들 옆으로 아이들이 삼삼오오 학교로 향하는데요.

학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입니다.

[학부모 : "차가 진짜 많아요. 학교 앞인데도 너무 많아서…. 아이들은 좌우를 살피지 않잖아요. 앞만 보고 뛰기 때문에 많이 위험하죠."]

[학부모 : "관광버스 큰 것들이 여기 막 다녀서.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애들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또 다른 초등학교 앞.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절대 주정차 금지구역이지만 주정차 차량들이 즐비해 아이들이 갑자기 튀어나올 경우 운전자가 보지 못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아이들의 횡단보도 통행을 지도하는 도우미가 없는 하교시간엔 더 위험에 노출됩니다.

[학부모 : "일단 차들이 속도를 안 줄여요. (시속) 30km도 빠른데 (시속) 30km보다 더 (빠르게 달리고). 횡단보도 앞에 주정차를 불법으로 해서 아이가 안 보이는 거예요. 뒤 차가. 그러면 중앙선 침범해서 건너다가 사고가 나기도 하고…."]

[학부모 : "심지어는 학원차가 역주행을 하는 거예요. 아이들 등하원을 해주는 학원차가 역주행을 해서 와서 많이 놀라고. 아직 안전 의식이 엄마들 마음 같지는 않은 것 같아요. 운전자들이."]

서울 시내 스쿨존 내 과속카메라 설치비율은 10곳에 한곳도 되지 않고, 전국적으로는 더 낮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스쿨존을 오가는 학부모들은 오늘도 마음을 졸입니다.

[학부모 : "아이들도 안전에 대해서 집에서 조금 더 교육을 받아야 되지만 운전자들도 같은 마음으로 같이 지켜야 되고…."]

신호등과 과속카메라 설치의무가 없는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는 지난 5년간 2천 건이 넘게 발생했습니다.

언제까지 아이들의 안전이 운전자들의 양심에만 맡겨져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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