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금값’인가요?…ASF에 농가들 ‘한숨’
입력 2019.10.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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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가 '금값'이래"
아침부터 돼지고기가 '금값'이란 얘기가 나왔습니다. 돼지고깃값이 그렇게 많이 올랐나 싶었는데요. 최근 받아본 자료에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비쌌다는 게 떠올랐습니다. 정말 많이 올랐을까요? 지난달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뒤 돼지 출하가 안 돼 농장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후 이동제한조치가 풀린 뒤에도 돼지고기가 팔리지 않아 '울상'이란 얘기도 들었는데, 정말 '금값'일까요?
도매가, 일찌감치 최고가 찍고 꺾여…ASF 발생 전보다 내려가
돼지고기 가격을 알아보고 싶으면 축산물품질평가원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축산유통정보'를 살펴보면 됩니다. 지금부터 한 달 전, 그러니까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기 전으로 가보겠습니다. 지난달 11일 돼지고기(탕박)의 평균 가격은 킬로그램 당 4,336원이었습니다. 추석 연휴를 지나고 16일에는 4,558원으로 오른 뒤 ASF 첫 확진 농장이 나온 17일에는 하루 사이 1,417원이 올라 5,975원을 기록했습니다. 31%나 급등한 겁니다.
곧 17일 저녁부터 전국에 일시 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이 내려지자 다음 날인 18일에는 6,201원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상승세는 거기까지였습니다. 이후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농가가 14곳으로 늘어나는 사이 이동중지명령이 잇따라 발령됐는데, 그사이 등락을 거듭했지만, 내림세가 이어졌습니다.
그럼 지금은 얼마냐고요? 10일 기준 ㎏당 3,418원입니다.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달 18일보다는 2,783원 즉 44.9%(반올림)나 떨어졌습니다. 또 한 달 전인 지난달 11일보다도 21.2% 내려갔습니다.
소매가, 시차를 두고 서서히 내려가는 추세
우리가 시중에서 사 먹는 돼지고깃값은 많이 올랐을까요?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조사 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도매가격과 같은 기간을 보면, 지난달 11일 삼겹살 1kg 소비자 가격은 20,282원이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소식이 전해진 뒤 도매가와는 시차를 두고 가격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19일에는 21,029원으로 이틀 사이 700원 정도가 올랐지만 이후 상승 폭은 안정세를 찾습니다. 그리고는 서서히 올라 9월 30일에야 최고가인 21,858원을 기록합니다. 이미 도매가는 최고가에서 1,500원 가까이 떨어진 뒤입니다.
그다음에는 등락을 반복하면서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결국, 한글날이 지난 10일에는 20,049원까지 내려갔습니다. 한 달 전에 얼마였는지 기억하시죠?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기 전보다 오히려 233원 떨어졌습니다.
금값인가요? 물론 그렇게 부르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우선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하겠지요? 그래서 지난해 같은 기간 즉 9월과 10월 가격을 살펴봤습니다.
지난해 9월 평균 가격은 21,720원이었습니다. 지난달 최고가는 보셨던 것처럼 30일의 21,858원입니다. 그 외에는 모두 지난해 9월 평균가격보다 낮습니다.
이번엔 10월 가격을 보겠습니다. 지난해 10월 평균 가격은 20,240원입니다. 아직 10월 초순이라 평균 가격을 비교하긴 곤란합니다. 하지만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10일 기준 20,049원이었습니다. 단순 비교하자면 최소한 지난해 10월 평균 가격보다 현재 가격이 낮습니다. 가격이 너무 올라 '금값'이 된 거 맞나요?
돼지고기 공급량 크게 줄지 않아…올해 평년보다 사육두수 많아
물론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초기, 도매가가 급등했습니다. 공급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후 추가 확진 농장이 나올 때마다 일시적으로 공급 물량이 줄긴 했지만, 발병 이전 수준의 공급량으로 바로 회복됐습니다. 이동중지명령이 내려지면 농장에서 하루 이틀 출하가 중단되겠지만 해제되면 곧바로 다시 물량이 풀리기 때문입니다.
또 발생농장과 반경 3km 이내 농장에 대해서는 매몰처분이 이뤄집니다.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 대책인데, 지금으로서는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지금까지 15만여 마리가 희생됐지만, 전체 공급량에는 다행히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올해 우리나라 전체 사육 두수가 평년보다 많은 덕분에 추가적인 가격 상승은 없었습니다.
또 계절적 영향이 있습니다. 가을에는 봄보다 공급이 안정적이라고 합니다. 보통 농장에서 6개월을 키워 출하를 하게 되는데 겨울을 날 때 구제역 등 질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바이러스성 질병이 창궐할 경우 목숨을 잃는 돼지가 많아 봄에는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겁니다. 반대로 가을철에 출하되는 돼지는 질병 발생이 적은 봄과 여름을 나기 때문에 충분한 공급량을 유지하는데, 이번에도 그 덕분인 것 같습니다.
지나친 우려 속 돼지고기 소비 기피…소고기·닭고기 가격 상승
삼겹살 소비자가격도 계절의 영향을 받습니다. 야외활동이 많은 초가을까지는 보통 삼겹살 소비도 늘어납니다. 그만큼 가격도 안정적(?)입니다. 하지만 낮이 짧아진 데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삼겹살 소비는 움츠러든다고 합니다. 게다가 올해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소비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인수공통 전염병이 아니라 사람에게 해가 없다고 홍보했지만, 돼지고기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소비가 소고기와 닭고기 쪽으로 이동한 듯합니다. 한우 등심 소비자 가격(1kg)은 10일 기준, 89,553원으로 한 달 전인 지난달 11일 83.052원보다 6,501원, 7.8% 올랐습니다. 닭고기 소매 가격(1kg)도 10일 기준 5,214원으로, 지난달 11일 5,042원보다 172원, 3.4% 올랐습니다.
양돈농가, 한숨과 눈물…돼지고기 소비 늘려야!
이쯤 되면 양돈농장은 어떡해야 하나 싶습니다. 한숨이, 눈물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애써 키운 돼지를 땅에 묻어야 하는 데다 남은 돼지마저 제 돈 받지 못한 채 팔아야 하니까요. 축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료 비용을 생각하면 도매가는 ㎏당 4,300원은 돼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도매가는 1,200~1,300원이나 못 미치는 셈입니다.
제때 출하를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경매를 통해 거래되는 돼지는 기준이 110kg입니다. 돼지를 6개월 정도 길러서 무게가 저 정도 되면 출하를 해야 합니다. 출하가 지연되면 농장으로서는 지연된 만큼 사료 비용이 더 들고 분뇨 처리하는 것도 골치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무게가 110kg을 넘으면 불이익을 받습니다. 돼지는 기준 무게를 넘게 되면 지방이 늘어 고기의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대형마트들이 돼지고기 할인행사에 들어갔습니다. 시름을 앓고 있는 양돈 농가를 돕기 위해서인데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삼겹살과 목살 가격을 15% 낮춰 100g당 1,680~1,69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돼지고기 소비가 좀 늘어날까요? 늘어나야 합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양돈 농가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습니다. 직접 추가 확산을 막지는 못하겠지만, 돼지고기 좀 더 먹고 양돈 농민들에게 힘이 돼 줄 수 있지는 않을까요?
아침부터 돼지고기가 '금값'이란 얘기가 나왔습니다. 돼지고깃값이 그렇게 많이 올랐나 싶었는데요. 최근 받아본 자료에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비쌌다는 게 떠올랐습니다. 정말 많이 올랐을까요? 지난달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뒤 돼지 출하가 안 돼 농장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후 이동제한조치가 풀린 뒤에도 돼지고기가 팔리지 않아 '울상'이란 얘기도 들었는데, 정말 '금값'일까요?
도매가, 일찌감치 최고가 찍고 꺾여…ASF 발생 전보다 내려가
돼지고기 가격을 알아보고 싶으면 축산물품질평가원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축산유통정보'를 살펴보면 됩니다. 지금부터 한 달 전, 그러니까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기 전으로 가보겠습니다. 지난달 11일 돼지고기(탕박)의 평균 가격은 킬로그램 당 4,336원이었습니다. 추석 연휴를 지나고 16일에는 4,558원으로 오른 뒤 ASF 첫 확진 농장이 나온 17일에는 하루 사이 1,417원이 올라 5,975원을 기록했습니다. 31%나 급등한 겁니다.
곧 17일 저녁부터 전국에 일시 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이 내려지자 다음 날인 18일에는 6,201원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상승세는 거기까지였습니다. 이후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농가가 14곳으로 늘어나는 사이 이동중지명령이 잇따라 발령됐는데, 그사이 등락을 거듭했지만, 내림세가 이어졌습니다.
그럼 지금은 얼마냐고요? 10일 기준 ㎏당 3,418원입니다.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달 18일보다는 2,783원 즉 44.9%(반올림)나 떨어졌습니다. 또 한 달 전인 지난달 11일보다도 21.2% 내려갔습니다.
소매가, 시차를 두고 서서히 내려가는 추세
우리가 시중에서 사 먹는 돼지고깃값은 많이 올랐을까요?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조사 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도매가격과 같은 기간을 보면, 지난달 11일 삼겹살 1kg 소비자 가격은 20,282원이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소식이 전해진 뒤 도매가와는 시차를 두고 가격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19일에는 21,029원으로 이틀 사이 700원 정도가 올랐지만 이후 상승 폭은 안정세를 찾습니다. 그리고는 서서히 올라 9월 30일에야 최고가인 21,858원을 기록합니다. 이미 도매가는 최고가에서 1,500원 가까이 떨어진 뒤입니다.
그다음에는 등락을 반복하면서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결국, 한글날이 지난 10일에는 20,049원까지 내려갔습니다. 한 달 전에 얼마였는지 기억하시죠?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기 전보다 오히려 233원 떨어졌습니다.
금값인가요? 물론 그렇게 부르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우선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하겠지요? 그래서 지난해 같은 기간 즉 9월과 10월 가격을 살펴봤습니다.
지난해 9월 평균 가격은 21,720원이었습니다. 지난달 최고가는 보셨던 것처럼 30일의 21,858원입니다. 그 외에는 모두 지난해 9월 평균가격보다 낮습니다.
이번엔 10월 가격을 보겠습니다. 지난해 10월 평균 가격은 20,240원입니다. 아직 10월 초순이라 평균 가격을 비교하긴 곤란합니다. 하지만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10일 기준 20,049원이었습니다. 단순 비교하자면 최소한 지난해 10월 평균 가격보다 현재 가격이 낮습니다. 가격이 너무 올라 '금값'이 된 거 맞나요?
돼지고기 공급량 크게 줄지 않아…올해 평년보다 사육두수 많아
물론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초기, 도매가가 급등했습니다. 공급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후 추가 확진 농장이 나올 때마다 일시적으로 공급 물량이 줄긴 했지만, 발병 이전 수준의 공급량으로 바로 회복됐습니다. 이동중지명령이 내려지면 농장에서 하루 이틀 출하가 중단되겠지만 해제되면 곧바로 다시 물량이 풀리기 때문입니다.
또 발생농장과 반경 3km 이내 농장에 대해서는 매몰처분이 이뤄집니다.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 대책인데, 지금으로서는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지금까지 15만여 마리가 희생됐지만, 전체 공급량에는 다행히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올해 우리나라 전체 사육 두수가 평년보다 많은 덕분에 추가적인 가격 상승은 없었습니다.
또 계절적 영향이 있습니다. 가을에는 봄보다 공급이 안정적이라고 합니다. 보통 농장에서 6개월을 키워 출하를 하게 되는데 겨울을 날 때 구제역 등 질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바이러스성 질병이 창궐할 경우 목숨을 잃는 돼지가 많아 봄에는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겁니다. 반대로 가을철에 출하되는 돼지는 질병 발생이 적은 봄과 여름을 나기 때문에 충분한 공급량을 유지하는데, 이번에도 그 덕분인 것 같습니다.
지나친 우려 속 돼지고기 소비 기피…소고기·닭고기 가격 상승
삼겹살 소비자가격도 계절의 영향을 받습니다. 야외활동이 많은 초가을까지는 보통 삼겹살 소비도 늘어납니다. 그만큼 가격도 안정적(?)입니다. 하지만 낮이 짧아진 데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삼겹살 소비는 움츠러든다고 합니다. 게다가 올해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소비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인수공통 전염병이 아니라 사람에게 해가 없다고 홍보했지만, 돼지고기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소비가 소고기와 닭고기 쪽으로 이동한 듯합니다. 한우 등심 소비자 가격(1kg)은 10일 기준, 89,553원으로 한 달 전인 지난달 11일 83.052원보다 6,501원, 7.8% 올랐습니다. 닭고기 소매 가격(1kg)도 10일 기준 5,214원으로, 지난달 11일 5,042원보다 172원, 3.4% 올랐습니다.
양돈농가, 한숨과 눈물…돼지고기 소비 늘려야!
이쯤 되면 양돈농장은 어떡해야 하나 싶습니다. 한숨이, 눈물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애써 키운 돼지를 땅에 묻어야 하는 데다 남은 돼지마저 제 돈 받지 못한 채 팔아야 하니까요. 축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료 비용을 생각하면 도매가는 ㎏당 4,300원은 돼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도매가는 1,200~1,300원이나 못 미치는 셈입니다.
제때 출하를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경매를 통해 거래되는 돼지는 기준이 110kg입니다. 돼지를 6개월 정도 길러서 무게가 저 정도 되면 출하를 해야 합니다. 출하가 지연되면 농장으로서는 지연된 만큼 사료 비용이 더 들고 분뇨 처리하는 것도 골치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무게가 110kg을 넘으면 불이익을 받습니다. 돼지는 기준 무게를 넘게 되면 지방이 늘어 고기의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대형마트들이 돼지고기 할인행사에 들어갔습니다. 시름을 앓고 있는 양돈 농가를 돕기 위해서인데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삼겹살과 목살 가격을 15% 낮춰 100g당 1,680~1,69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돼지고기 소비가 좀 늘어날까요? 늘어나야 합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양돈 농가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습니다. 직접 추가 확산을 막지는 못하겠지만, 돼지고기 좀 더 먹고 양돈 농민들에게 힘이 돼 줄 수 있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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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고기 ‘금값’인가요?…ASF에 농가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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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10-11 20:21:21
"돼지고기가 '금값'이래"
아침부터 돼지고기가 '금값'이란 얘기가 나왔습니다. 돼지고깃값이 그렇게 많이 올랐나 싶었는데요. 최근 받아본 자료에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비쌌다는 게 떠올랐습니다. 정말 많이 올랐을까요? 지난달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뒤 돼지 출하가 안 돼 농장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후 이동제한조치가 풀린 뒤에도 돼지고기가 팔리지 않아 '울상'이란 얘기도 들었는데, 정말 '금값'일까요?
도매가, 일찌감치 최고가 찍고 꺾여…ASF 발생 전보다 내려가
돼지고기 가격을 알아보고 싶으면 축산물품질평가원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축산유통정보'를 살펴보면 됩니다. 지금부터 한 달 전, 그러니까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기 전으로 가보겠습니다. 지난달 11일 돼지고기(탕박)의 평균 가격은 킬로그램 당 4,336원이었습니다. 추석 연휴를 지나고 16일에는 4,558원으로 오른 뒤 ASF 첫 확진 농장이 나온 17일에는 하루 사이 1,417원이 올라 5,975원을 기록했습니다. 31%나 급등한 겁니다.
곧 17일 저녁부터 전국에 일시 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이 내려지자 다음 날인 18일에는 6,201원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상승세는 거기까지였습니다. 이후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농가가 14곳으로 늘어나는 사이 이동중지명령이 잇따라 발령됐는데, 그사이 등락을 거듭했지만, 내림세가 이어졌습니다.
그럼 지금은 얼마냐고요? 10일 기준 ㎏당 3,418원입니다.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달 18일보다는 2,783원 즉 44.9%(반올림)나 떨어졌습니다. 또 한 달 전인 지난달 11일보다도 21.2% 내려갔습니다.
소매가, 시차를 두고 서서히 내려가는 추세
우리가 시중에서 사 먹는 돼지고깃값은 많이 올랐을까요?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조사 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도매가격과 같은 기간을 보면, 지난달 11일 삼겹살 1kg 소비자 가격은 20,282원이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소식이 전해진 뒤 도매가와는 시차를 두고 가격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19일에는 21,029원으로 이틀 사이 700원 정도가 올랐지만 이후 상승 폭은 안정세를 찾습니다. 그리고는 서서히 올라 9월 30일에야 최고가인 21,858원을 기록합니다. 이미 도매가는 최고가에서 1,500원 가까이 떨어진 뒤입니다.
그다음에는 등락을 반복하면서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결국, 한글날이 지난 10일에는 20,049원까지 내려갔습니다. 한 달 전에 얼마였는지 기억하시죠?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기 전보다 오히려 233원 떨어졌습니다.
금값인가요? 물론 그렇게 부르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우선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하겠지요? 그래서 지난해 같은 기간 즉 9월과 10월 가격을 살펴봤습니다.
지난해 9월 평균 가격은 21,720원이었습니다. 지난달 최고가는 보셨던 것처럼 30일의 21,858원입니다. 그 외에는 모두 지난해 9월 평균가격보다 낮습니다.
이번엔 10월 가격을 보겠습니다. 지난해 10월 평균 가격은 20,240원입니다. 아직 10월 초순이라 평균 가격을 비교하긴 곤란합니다. 하지만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10일 기준 20,049원이었습니다. 단순 비교하자면 최소한 지난해 10월 평균 가격보다 현재 가격이 낮습니다. 가격이 너무 올라 '금값'이 된 거 맞나요?
돼지고기 공급량 크게 줄지 않아…올해 평년보다 사육두수 많아
물론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초기, 도매가가 급등했습니다. 공급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후 추가 확진 농장이 나올 때마다 일시적으로 공급 물량이 줄긴 했지만, 발병 이전 수준의 공급량으로 바로 회복됐습니다. 이동중지명령이 내려지면 농장에서 하루 이틀 출하가 중단되겠지만 해제되면 곧바로 다시 물량이 풀리기 때문입니다.
또 발생농장과 반경 3km 이내 농장에 대해서는 매몰처분이 이뤄집니다.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 대책인데, 지금으로서는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지금까지 15만여 마리가 희생됐지만, 전체 공급량에는 다행히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올해 우리나라 전체 사육 두수가 평년보다 많은 덕분에 추가적인 가격 상승은 없었습니다.
또 계절적 영향이 있습니다. 가을에는 봄보다 공급이 안정적이라고 합니다. 보통 농장에서 6개월을 키워 출하를 하게 되는데 겨울을 날 때 구제역 등 질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바이러스성 질병이 창궐할 경우 목숨을 잃는 돼지가 많아 봄에는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겁니다. 반대로 가을철에 출하되는 돼지는 질병 발생이 적은 봄과 여름을 나기 때문에 충분한 공급량을 유지하는데, 이번에도 그 덕분인 것 같습니다.
지나친 우려 속 돼지고기 소비 기피…소고기·닭고기 가격 상승
삼겹살 소비자가격도 계절의 영향을 받습니다. 야외활동이 많은 초가을까지는 보통 삼겹살 소비도 늘어납니다. 그만큼 가격도 안정적(?)입니다. 하지만 낮이 짧아진 데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삼겹살 소비는 움츠러든다고 합니다. 게다가 올해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소비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인수공통 전염병이 아니라 사람에게 해가 없다고 홍보했지만, 돼지고기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소비가 소고기와 닭고기 쪽으로 이동한 듯합니다. 한우 등심 소비자 가격(1kg)은 10일 기준, 89,553원으로 한 달 전인 지난달 11일 83.052원보다 6,501원, 7.8% 올랐습니다. 닭고기 소매 가격(1kg)도 10일 기준 5,214원으로, 지난달 11일 5,042원보다 172원, 3.4% 올랐습니다.
양돈농가, 한숨과 눈물…돼지고기 소비 늘려야!
이쯤 되면 양돈농장은 어떡해야 하나 싶습니다. 한숨이, 눈물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애써 키운 돼지를 땅에 묻어야 하는 데다 남은 돼지마저 제 돈 받지 못한 채 팔아야 하니까요. 축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료 비용을 생각하면 도매가는 ㎏당 4,300원은 돼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도매가는 1,200~1,300원이나 못 미치는 셈입니다.
제때 출하를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경매를 통해 거래되는 돼지는 기준이 110kg입니다. 돼지를 6개월 정도 길러서 무게가 저 정도 되면 출하를 해야 합니다. 출하가 지연되면 농장으로서는 지연된 만큼 사료 비용이 더 들고 분뇨 처리하는 것도 골치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무게가 110kg을 넘으면 불이익을 받습니다. 돼지는 기준 무게를 넘게 되면 지방이 늘어 고기의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대형마트들이 돼지고기 할인행사에 들어갔습니다. 시름을 앓고 있는 양돈 농가를 돕기 위해서인데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삼겹살과 목살 가격을 15% 낮춰 100g당 1,680~1,69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돼지고기 소비가 좀 늘어날까요? 늘어나야 합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양돈 농가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습니다. 직접 추가 확산을 막지는 못하겠지만, 돼지고기 좀 더 먹고 양돈 농민들에게 힘이 돼 줄 수 있지는 않을까요?
아침부터 돼지고기가 '금값'이란 얘기가 나왔습니다. 돼지고깃값이 그렇게 많이 올랐나 싶었는데요. 최근 받아본 자료에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비쌌다는 게 떠올랐습니다. 정말 많이 올랐을까요? 지난달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뒤 돼지 출하가 안 돼 농장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후 이동제한조치가 풀린 뒤에도 돼지고기가 팔리지 않아 '울상'이란 얘기도 들었는데, 정말 '금값'일까요?
도매가, 일찌감치 최고가 찍고 꺾여…ASF 발생 전보다 내려가
돼지고기 가격을 알아보고 싶으면 축산물품질평가원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축산유통정보'를 살펴보면 됩니다. 지금부터 한 달 전, 그러니까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기 전으로 가보겠습니다. 지난달 11일 돼지고기(탕박)의 평균 가격은 킬로그램 당 4,336원이었습니다. 추석 연휴를 지나고 16일에는 4,558원으로 오른 뒤 ASF 첫 확진 농장이 나온 17일에는 하루 사이 1,417원이 올라 5,975원을 기록했습니다. 31%나 급등한 겁니다.
곧 17일 저녁부터 전국에 일시 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이 내려지자 다음 날인 18일에는 6,201원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상승세는 거기까지였습니다. 이후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농가가 14곳으로 늘어나는 사이 이동중지명령이 잇따라 발령됐는데, 그사이 등락을 거듭했지만, 내림세가 이어졌습니다.
그럼 지금은 얼마냐고요? 10일 기준 ㎏당 3,418원입니다.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달 18일보다는 2,783원 즉 44.9%(반올림)나 떨어졌습니다. 또 한 달 전인 지난달 11일보다도 21.2% 내려갔습니다.
소매가, 시차를 두고 서서히 내려가는 추세
우리가 시중에서 사 먹는 돼지고깃값은 많이 올랐을까요?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조사 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도매가격과 같은 기간을 보면, 지난달 11일 삼겹살 1kg 소비자 가격은 20,282원이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소식이 전해진 뒤 도매가와는 시차를 두고 가격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19일에는 21,029원으로 이틀 사이 700원 정도가 올랐지만 이후 상승 폭은 안정세를 찾습니다. 그리고는 서서히 올라 9월 30일에야 최고가인 21,858원을 기록합니다. 이미 도매가는 최고가에서 1,500원 가까이 떨어진 뒤입니다.
그다음에는 등락을 반복하면서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결국, 한글날이 지난 10일에는 20,049원까지 내려갔습니다. 한 달 전에 얼마였는지 기억하시죠?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기 전보다 오히려 233원 떨어졌습니다.
금값인가요? 물론 그렇게 부르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우선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하겠지요? 그래서 지난해 같은 기간 즉 9월과 10월 가격을 살펴봤습니다.
지난해 9월 평균 가격은 21,720원이었습니다. 지난달 최고가는 보셨던 것처럼 30일의 21,858원입니다. 그 외에는 모두 지난해 9월 평균가격보다 낮습니다.
이번엔 10월 가격을 보겠습니다. 지난해 10월 평균 가격은 20,240원입니다. 아직 10월 초순이라 평균 가격을 비교하긴 곤란합니다. 하지만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10일 기준 20,049원이었습니다. 단순 비교하자면 최소한 지난해 10월 평균 가격보다 현재 가격이 낮습니다. 가격이 너무 올라 '금값'이 된 거 맞나요?
돼지고기 공급량 크게 줄지 않아…올해 평년보다 사육두수 많아
물론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초기, 도매가가 급등했습니다. 공급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후 추가 확진 농장이 나올 때마다 일시적으로 공급 물량이 줄긴 했지만, 발병 이전 수준의 공급량으로 바로 회복됐습니다. 이동중지명령이 내려지면 농장에서 하루 이틀 출하가 중단되겠지만 해제되면 곧바로 다시 물량이 풀리기 때문입니다.
또 발생농장과 반경 3km 이내 농장에 대해서는 매몰처분이 이뤄집니다.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 대책인데, 지금으로서는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지금까지 15만여 마리가 희생됐지만, 전체 공급량에는 다행히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올해 우리나라 전체 사육 두수가 평년보다 많은 덕분에 추가적인 가격 상승은 없었습니다.
또 계절적 영향이 있습니다. 가을에는 봄보다 공급이 안정적이라고 합니다. 보통 농장에서 6개월을 키워 출하를 하게 되는데 겨울을 날 때 구제역 등 질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바이러스성 질병이 창궐할 경우 목숨을 잃는 돼지가 많아 봄에는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겁니다. 반대로 가을철에 출하되는 돼지는 질병 발생이 적은 봄과 여름을 나기 때문에 충분한 공급량을 유지하는데, 이번에도 그 덕분인 것 같습니다.
지나친 우려 속 돼지고기 소비 기피…소고기·닭고기 가격 상승
삼겹살 소비자가격도 계절의 영향을 받습니다. 야외활동이 많은 초가을까지는 보통 삼겹살 소비도 늘어납니다. 그만큼 가격도 안정적(?)입니다. 하지만 낮이 짧아진 데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삼겹살 소비는 움츠러든다고 합니다. 게다가 올해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소비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인수공통 전염병이 아니라 사람에게 해가 없다고 홍보했지만, 돼지고기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소비가 소고기와 닭고기 쪽으로 이동한 듯합니다. 한우 등심 소비자 가격(1kg)은 10일 기준, 89,553원으로 한 달 전인 지난달 11일 83.052원보다 6,501원, 7.8% 올랐습니다. 닭고기 소매 가격(1kg)도 10일 기준 5,214원으로, 지난달 11일 5,042원보다 172원, 3.4% 올랐습니다.
양돈농가, 한숨과 눈물…돼지고기 소비 늘려야!
이쯤 되면 양돈농장은 어떡해야 하나 싶습니다. 한숨이, 눈물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애써 키운 돼지를 땅에 묻어야 하는 데다 남은 돼지마저 제 돈 받지 못한 채 팔아야 하니까요. 축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료 비용을 생각하면 도매가는 ㎏당 4,300원은 돼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도매가는 1,200~1,300원이나 못 미치는 셈입니다.
제때 출하를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경매를 통해 거래되는 돼지는 기준이 110kg입니다. 돼지를 6개월 정도 길러서 무게가 저 정도 되면 출하를 해야 합니다. 출하가 지연되면 농장으로서는 지연된 만큼 사료 비용이 더 들고 분뇨 처리하는 것도 골치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무게가 110kg을 넘으면 불이익을 받습니다. 돼지는 기준 무게를 넘게 되면 지방이 늘어 고기의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대형마트들이 돼지고기 할인행사에 들어갔습니다. 시름을 앓고 있는 양돈 농가를 돕기 위해서인데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삼겹살과 목살 가격을 15% 낮춰 100g당 1,680~1,69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돼지고기 소비가 좀 늘어날까요? 늘어나야 합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양돈 농가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습니다. 직접 추가 확산을 막지는 못하겠지만, 돼지고기 좀 더 먹고 양돈 농민들에게 힘이 돼 줄 수 있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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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인 기자 izza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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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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