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은마아파트 1억 오를 때 감정원 시세는 떨어졌다

입력 2019.10.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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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쑥날쑥 감정원 '주간동향' 주택정책 뒤흔든다

이달 1일 집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발표한 '최근 부동산 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방안'은 다음과 같은 분석으로 시작한다.

지난해 9·13대책 이후 전국은 전반적인 안정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서울도 11월 2주부터 장기간(32주) 하락하였으나 서울은 강남권 재건축發 상승세의 확산으로 강남(6/2주)·송파(6/3주)부터 상승을 시작하여, 7월 1주부터 13주 연속 상승...

정부가 제시하는 부동산 가격 안정의 근거는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가운데 주간동향이다. 감정원이 매주 시·군·구별로 내놓는 주택 가격 지수다.

정부 정책은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변수다. 어떤 정책을 통해 언제 개입하느냐에 따라 부동산 시장은 크게 요동친다. 그런데 정부는 정책 수립과 개입 시기를 판단할 때 그 근거를 감정원의 '주간동향'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가 시장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차원을 넘어서 아예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하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지난 3월 바닥을 찍은 뒤 4월부터 6월까지 반등했다.

하지만, 감정원의 서울 아파트 가격 동향지수는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계속 떨어지며 실거래가 지수와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였다.

올해 4월부터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는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감정원 주간동향'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국토교통부의 눈에는 가격이 내려가고 있었던 셈이다.

상당수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뒷북'처럼 등장해 적절한 개입 시기를 놓치고, 결국 시장의 조롱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은마아파트 1월부터 올랐는데... 감정원 시세는 떨어져

감정원의 특정 아파트 단지로 좁혀보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취재진은 한국도시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서울 강남구의 대표적인 아파트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가격을 분석해봤다.

은마아파트 101㎡ 기준 실거래가 평균은 올해 1월 15억 1천만 원, 2월 15억 2천만 원, 3월 15억 5천만 원, 4월 15억 9천만 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하지만 한국감정원에서 만드는 부동산테크 주간 시세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하한가 기준으로 1월 첫 주 15억 5천만 원이었지만 4월 첫 주에는 14억 7천만 원까지 가격이 내려간 것이다.

하한가와 상한가의 평균으로 봤을 때도 1월(4주 평균) 15억 5천만 원에서 3월(4주 평균) 15억 원까지 떨어지다가 4월이 되어서야 15억 4천만 원으로 소폭 반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분석대로라면 감정원의 부동산테크 시세가 실제 시장 흐름보다 최소 3개월 정도 뒤처진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부동산테크 시세는 주간동향 자료에도 참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요즘처럼 거래량이 활발하지 않아 표본과 거래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간동향을 만드는 건 무리"라면서 "주간동향이 실제로 시장가격을 반영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준호 교수는 "부동산 가격을 일종의 주식이나 금융자산처럼 측정하는 셈인데 사실상 불가능 할뿐더러 국민들에게 부동산 가격을 일종의 자산게임처럼 인식하게 하는 부작용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주택가격동향조사 오차, 최근 1년 사이 5.6배 증가

통계의 신뢰도와 정확성을 점검하기 위해 감정원이 자체적으로 파악 중인 상대표준오차 역시 증가세를 보인다.

국회 국토교통위 송석준 의원(자유한국당)이 한국감정원에서 제출받은 주택동향 상대표준오차 현황을 보면, 매매의 경우 2017년 0.0051에서 지난해 0.0289로 오차가 5.6배 증가했다.

주간 동향은 월간동향보다 표준오차가 더 컸다. 2017년 매매기준 표준오차는 0.0353이었고, 지난해에는 0.0464까지 증가했다.

송석준 의원은 "잘못된 주택가격조사는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일으킨다"면서 "감정원 통계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정원은 이 같은 오차가 목표 오차인 0.45보다 낮으며, 통계적으로 30% 미만이면 신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상대표준오차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실거래가와 동향조사의 표준편차"라면서 "최대값, 최소값, 표준편차 측면에서 전국과 서울 모두 크게 달라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이어 "주요 국가들 가운데 주택 시세를 주간 단위로 발표하는 국가는 없다"면서 "투기를 부추기는 주간동향은 폐지하고 월간동향 등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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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4 07:01:30
    취재K
들쑥날쑥 감정원 '주간동향' 주택정책 뒤흔든다

이달 1일 집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발표한 '최근 부동산 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방안'은 다음과 같은 분석으로 시작한다.

지난해 9·13대책 이후 전국은 전반적인 안정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서울도 11월 2주부터 장기간(32주) 하락하였으나 서울은 강남권 재건축發 상승세의 확산으로 강남(6/2주)·송파(6/3주)부터 상승을 시작하여, 7월 1주부터 13주 연속 상승...

정부가 제시하는 부동산 가격 안정의 근거는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가운데 주간동향이다. 감정원이 매주 시·군·구별로 내놓는 주택 가격 지수다.

정부 정책은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변수다. 어떤 정책을 통해 언제 개입하느냐에 따라 부동산 시장은 크게 요동친다. 그런데 정부는 정책 수립과 개입 시기를 판단할 때 그 근거를 감정원의 '주간동향'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가 시장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차원을 넘어서 아예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하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지난 3월 바닥을 찍은 뒤 4월부터 6월까지 반등했다.

하지만, 감정원의 서울 아파트 가격 동향지수는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계속 떨어지며 실거래가 지수와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였다.

올해 4월부터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는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감정원 주간동향'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국토교통부의 눈에는 가격이 내려가고 있었던 셈이다.

상당수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뒷북'처럼 등장해 적절한 개입 시기를 놓치고, 결국 시장의 조롱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은마아파트 1월부터 올랐는데... 감정원 시세는 떨어져

감정원의 특정 아파트 단지로 좁혀보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취재진은 한국도시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서울 강남구의 대표적인 아파트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가격을 분석해봤다.

은마아파트 101㎡ 기준 실거래가 평균은 올해 1월 15억 1천만 원, 2월 15억 2천만 원, 3월 15억 5천만 원, 4월 15억 9천만 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하지만 한국감정원에서 만드는 부동산테크 주간 시세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하한가 기준으로 1월 첫 주 15억 5천만 원이었지만 4월 첫 주에는 14억 7천만 원까지 가격이 내려간 것이다.

하한가와 상한가의 평균으로 봤을 때도 1월(4주 평균) 15억 5천만 원에서 3월(4주 평균) 15억 원까지 떨어지다가 4월이 되어서야 15억 4천만 원으로 소폭 반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분석대로라면 감정원의 부동산테크 시세가 실제 시장 흐름보다 최소 3개월 정도 뒤처진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부동산테크 시세는 주간동향 자료에도 참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요즘처럼 거래량이 활발하지 않아 표본과 거래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간동향을 만드는 건 무리"라면서 "주간동향이 실제로 시장가격을 반영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준호 교수는 "부동산 가격을 일종의 주식이나 금융자산처럼 측정하는 셈인데 사실상 불가능 할뿐더러 국민들에게 부동산 가격을 일종의 자산게임처럼 인식하게 하는 부작용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주택가격동향조사 오차, 최근 1년 사이 5.6배 증가

통계의 신뢰도와 정확성을 점검하기 위해 감정원이 자체적으로 파악 중인 상대표준오차 역시 증가세를 보인다.

국회 국토교통위 송석준 의원(자유한국당)이 한국감정원에서 제출받은 주택동향 상대표준오차 현황을 보면, 매매의 경우 2017년 0.0051에서 지난해 0.0289로 오차가 5.6배 증가했다.

주간 동향은 월간동향보다 표준오차가 더 컸다. 2017년 매매기준 표준오차는 0.0353이었고, 지난해에는 0.0464까지 증가했다.

송석준 의원은 "잘못된 주택가격조사는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일으킨다"면서 "감정원 통계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정원은 이 같은 오차가 목표 오차인 0.45보다 낮으며, 통계적으로 30% 미만이면 신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상대표준오차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실거래가와 동향조사의 표준편차"라면서 "최대값, 최소값, 표준편차 측면에서 전국과 서울 모두 크게 달라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이어 "주요 국가들 가운데 주택 시세를 주간 단위로 발표하는 국가는 없다"면서 "투기를 부추기는 주간동향은 폐지하고 월간동향 등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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