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이 무너뜨린 삶…‘SNS 부작용’ 도 넘었다

입력 2019.10.1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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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설리(본명 최진리·25)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언론들은 물론 주요 외신들도 관련 소식을 속보로 긴급 타전했습니다.


두 기사의 헤드라인에 공통점이 있습니다. 욕설(abuse)과 온라인 괴롭힘(cyberbullying)을 당했다는 점을 제목에 적시한 겁니다. 어제 설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온라인 공간에서는 고인에 대한 깊은 애도와 함께 무차별적인 악성 댓글 문화를 성토하는 의견들이 쏟아졌습니다. KBS 뉴스 홈페이지 기사에 누리꾼들이 쓴 댓글 중에도 격앙된 목소리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故 최진실 씨나 유니 등 과거에 악성 댓글로 큰 고통을 받은 연예인들을 상시키며 '악플 금지법'을 만들자고까지 호소했습니다. 설리 역시 2014년에 악성 댓글과 소문으로 인한 말못할 고통을 호소하며 연예 활동을 잠시 중단한 적이 있죠. 그러다 지난해부터 방송을 통해 자신의 힘들었던 과거를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합니다.

최근에는 악성 댓글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jTBC2 예능 프로그램 <악플의 밤> 진행자로도 활동해 왔습니다. 특히 '여성의 노브라 권리'를 주장하며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들로 지속적인 관심과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런저런 악성 댓글이 쏟아졌지만 최근의 활동들을 놓고 보면 과거처럼 악성 댓글에 크게 개의치 않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습니다.

아직 정확한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악성 댓글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상 이상으로 컸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누리꾼들이 격한 반응을 쏟아내는 것도 이런 안타까움과 그로 인한 분노 때문일 겁니다.

악성 댓글이 얼마든지 한 사람의 삶을 무너뜨리는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점은 그동안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된 바 있습니다. 비극적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매번 자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불거졌습니다. 하지만 그때만 '반짝'하고 말 뿐이었죠. 악성 댓글 문제가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런데도 악성 댓글이 또 다른 악성 댓글을 부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폐단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요원한 것처럼 보입니다.

여기서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이른바 SNS 만능주의, SNS 의존증입니다. SNS가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언급된 적이 없는 영역이죠. 문제는 이렇습니다.

지금은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나오는 반응들이 좋건 나쁘건, 즉 호의적인 댓글(선플)이건 악성 댓글(악플)이건 구분없이 '관심과 인기'의 척도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흔합니다. '악플'이 예능 프로그램 소재가 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결과겠죠. 하지만 그 속에서 '악플도 관심이다'라는 믿음이 가져다줄 끔찍한 부작용이 과소평가돼 왔을 뿐아니라 심지어 아예 간과돼 왔다는 게 문제의 핵심입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설리는 평소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활동했고 극단적 선택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악플 논란도 여기에서 비롯된 바 있기 때문에 주목해야 할 것 중 하나는 SNS 과도 몰입과 의존 현상"이라고 진단합니다. "SNS 과도 몰입과 의존 현상은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우울증과 극단적 선택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SNS를 통한 주목받기가 대중적 셀럽은 물론 부를 쌓을 수 있다는 무분별한 기대감이 횡행하는 분위기는 우려스럽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을 혼자 견디고 있거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연락바랍니다.

자살예방 핫라인☎1577-0199 (www.hopeclick.or.kr)
희망의 전화 ☎129 (www.129.go.kr)
생명의 전화 ☎1588-9191 (www.lifelin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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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플이 무너뜨린 삶…‘SNS 부작용’ 도 넘었다
    • 입력 2019-10-15 15:46:42
    취재K
가수 겸 설리(본명 최진리·25)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언론들은 물론 주요 외신들도 관련 소식을 속보로 긴급 타전했습니다.


두 기사의 헤드라인에 공통점이 있습니다. 욕설(abuse)과 온라인 괴롭힘(cyberbullying)을 당했다는 점을 제목에 적시한 겁니다. 어제 설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온라인 공간에서는 고인에 대한 깊은 애도와 함께 무차별적인 악성 댓글 문화를 성토하는 의견들이 쏟아졌습니다. KBS 뉴스 홈페이지 기사에 누리꾼들이 쓴 댓글 중에도 격앙된 목소리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故 최진실 씨나 유니 등 과거에 악성 댓글로 큰 고통을 받은 연예인들을 상시키며 '악플 금지법'을 만들자고까지 호소했습니다. 설리 역시 2014년에 악성 댓글과 소문으로 인한 말못할 고통을 호소하며 연예 활동을 잠시 중단한 적이 있죠. 그러다 지난해부터 방송을 통해 자신의 힘들었던 과거를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합니다.

최근에는 악성 댓글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jTBC2 예능 프로그램 <악플의 밤> 진행자로도 활동해 왔습니다. 특히 '여성의 노브라 권리'를 주장하며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들로 지속적인 관심과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런저런 악성 댓글이 쏟아졌지만 최근의 활동들을 놓고 보면 과거처럼 악성 댓글에 크게 개의치 않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습니다.

아직 정확한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악성 댓글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상 이상으로 컸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누리꾼들이 격한 반응을 쏟아내는 것도 이런 안타까움과 그로 인한 분노 때문일 겁니다.

악성 댓글이 얼마든지 한 사람의 삶을 무너뜨리는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점은 그동안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된 바 있습니다. 비극적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매번 자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불거졌습니다. 하지만 그때만 '반짝'하고 말 뿐이었죠. 악성 댓글 문제가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런데도 악성 댓글이 또 다른 악성 댓글을 부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폐단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요원한 것처럼 보입니다.

여기서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이른바 SNS 만능주의, SNS 의존증입니다. SNS가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언급된 적이 없는 영역이죠. 문제는 이렇습니다.

지금은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나오는 반응들이 좋건 나쁘건, 즉 호의적인 댓글(선플)이건 악성 댓글(악플)이건 구분없이 '관심과 인기'의 척도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흔합니다. '악플'이 예능 프로그램 소재가 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결과겠죠. 하지만 그 속에서 '악플도 관심이다'라는 믿음이 가져다줄 끔찍한 부작용이 과소평가돼 왔을 뿐아니라 심지어 아예 간과돼 왔다는 게 문제의 핵심입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설리는 평소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활동했고 극단적 선택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악플 논란도 여기에서 비롯된 바 있기 때문에 주목해야 할 것 중 하나는 SNS 과도 몰입과 의존 현상"이라고 진단합니다. "SNS 과도 몰입과 의존 현상은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우울증과 극단적 선택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SNS를 통한 주목받기가 대중적 셀럽은 물론 부를 쌓을 수 있다는 무분별한 기대감이 횡행하는 분위기는 우려스럽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을 혼자 견디고 있거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연락바랍니다.

자살예방 핫라인☎1577-0199 (www.hopeclick.or.kr)
희망의 전화 ☎129 (www.129.go.kr)
생명의 전화 ☎1588-9191 (www.lifeline.or.kr)
청소년상담원 ☎1388 (www.cyber1388.kr)에서 24시간 대기 중인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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