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진시황 병마용’에 기어이 호텔을 짓겠다고?

입력 2019.10.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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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문물국 '진시황 병마용 호텔 승인'

기어코 지을 것인가 보다. 중국 국가문물국이 산시성 시안(陝西省 西安) 진시황릉 병마용(兵馬俑) 유적지 안에 호텔을 짓는 것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原则同意)'고 산시성에 통보했다. 지난 14일이다. 2월 '동의하지 않는다'에서 입장이 바뀌었다.

지난해 진시황릉 병마용을 찾은 관광객이 858만여 명, 박물관이 만들어지고 집계된 누적 관광객도 1억 명을 넘어섰다.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많이 찾는 대표적인 중국의 역사 유적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올라 있다. 이 안에 들어선 호텔. 아마도 돈 버는 건 땅 짚고 헤엄치기 보다 쉬울 것이다.


중국 국가문물국도 단서를 달기는 했다. '병마용 1호갱 동쪽을 피해 호텔을 지어라(拟建建筑选址应尽可能避让兵马俑一号坑向东轴线区域)', '공정과 시공 강도를 엄격히 통제해서 병마용 문물에 피해를 주지 마라(严格控制工程范围和施工强度,避免对文物环境造成过大扰动)', '시공 도중 새로운 문물이 발견되면 즉시 공사를 중지하고, 조정된 호텔 건축 방안을 제시하라(项目实施过程中如有文物遗存等重要发现,应立即停止施工并组织研究,提出调整方案)' 등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진시황 병마용'

그러나 2200년 역사를 가진 인류의 유적지 안에 인위적인 호텔이 들어서는 것 자체가 중국 국가문물국의 '병마용 문물에 피해를 주지 마라'라는 단서를 어기는 것이라는 지적이 중국에서도 높다. 또 '건설 통제구역'이라는 중국 정부 방침을 스스로 뒤집는 결정이기도 하다. 더구나 진시황릉은 아직 발굴조차 끝나지 않은 곳이다.

진시황릉은 중국을 통일한 첫 황제인 진시황의 무덤이다. 사마천(司马迁)의 사기를 토대로 진시황릉은 즉위 직후인 기원전 246년에 공사를 시작해 2세 황제 때 완공된 것으로 전해진다. 사마천은 천하를 통일한 황제가 전국의 죄수 70만 명을 동원해 지하수가 3번 돌 정도의 구덩이를 파게 해서 구리를 부어 외곽을 만들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수은으로 강과 바다를 만들고, 위로는 하늘의 모습을, 아래로는 땅의 형상을 갖추었다고 전한다. 한마디로 당시 지상의 궁전을 재현해 황제의 사후 황궁을 만들었다는 거다.

병마용갱은 이 진시황릉에서 1km 떨어진 곳에 있는데, 4개의 굴에서 현재 발굴된 병사와 말, 전차 등이 8천여 점이다. 아직 진시황릉은 발굴을 시작조차 안 했으니 이곳에 묻힌 인류의 문화재가 얼마나 될지는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무덤까지 팔아먹느냐" 비난 여론도

중국에선 정부의 결정에 부정적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고고학계 등의 반응은 중국 매체를 통해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이번 결정에 대한 민심은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진시황릉 병마용 호텔 승인을 전하는 기사에 달린 댓글을 잠시 보자.


지나친 관광 편의시설… 중국 곳곳 훼손 논란

중국에는 지나친 관광 편의시설 때문에 원래의 아름다움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을 사는 곳이 적지 않다. 영화 아바타의 모티브로 유명한 후난성(湖南省) 장지아지에(張家界, 장가계)는 엘리베이터가 완공된 뒤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신음하고 있다.

풍광이 아름다운 후난성 장자지에(張家界)(왼쪽). 엘리베이터가 비경의 절벽 사이에 설치돼 있다(오른쪽)풍광이 아름다운 후난성 장자지에(張家界)(왼쪽). 엘리베이터가 비경의 절벽 사이에 설치돼 있다(오른쪽)

중국 3대 명산에 드는 황산…. 중국 후베이성 은스 협곡도 마찬가지다. 케이블카와 엘리베이터, 세계 최장 에스컬레이터, 산 정상에 설치된 유리길…. 편의시설 종류도 비슷하다. 이 때문에 중국 지방성 정부와 관광 기업은 즐거운 비명이다. 하지만 막상 좋은 마음으로 그곳을 찾은 사람들은 대자연의 풍경보다는 사람 뒤통수만 보는 게 중국 관광이다.

후베이성 은스 협곡(왼쪽)에도 절경을 해치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후베이성 은스 협곡(왼쪽)에도 절경을 해치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수천 년 역사 유적과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곳곳에 간직하고 있는 중국. 오롯이 그곳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한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물론 편의시설 덕분에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는 사람들이 쉽게 그곳을 찾게 된 것도 사실이다. 적지 않은 내수경기 진작 효과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인공적인 개발은 자연과 역사가 주는 아름다움을 깎아내리기 일쑤다. 중국 정부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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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진시황 병마용’에 기어이 호텔을 짓겠다고?
    • 입력 2019-10-18 07:00:59
    특파원 리포트
중국 국가문물국 '진시황 병마용 호텔 승인'

기어코 지을 것인가 보다. 중국 국가문물국이 산시성 시안(陝西省 西安) 진시황릉 병마용(兵馬俑) 유적지 안에 호텔을 짓는 것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原则同意)'고 산시성에 통보했다. 지난 14일이다. 2월 '동의하지 않는다'에서 입장이 바뀌었다.

지난해 진시황릉 병마용을 찾은 관광객이 858만여 명, 박물관이 만들어지고 집계된 누적 관광객도 1억 명을 넘어섰다.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많이 찾는 대표적인 중국의 역사 유적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올라 있다. 이 안에 들어선 호텔. 아마도 돈 버는 건 땅 짚고 헤엄치기 보다 쉬울 것이다.


중국 국가문물국도 단서를 달기는 했다. '병마용 1호갱 동쪽을 피해 호텔을 지어라(拟建建筑选址应尽可能避让兵马俑一号坑向东轴线区域)', '공정과 시공 강도를 엄격히 통제해서 병마용 문물에 피해를 주지 마라(严格控制工程范围和施工强度,避免对文物环境造成过大扰动)', '시공 도중 새로운 문물이 발견되면 즉시 공사를 중지하고, 조정된 호텔 건축 방안을 제시하라(项目实施过程中如有文物遗存等重要发现,应立即停止施工并组织研究,提出调整方案)' 등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진시황 병마용'

그러나 2200년 역사를 가진 인류의 유적지 안에 인위적인 호텔이 들어서는 것 자체가 중국 국가문물국의 '병마용 문물에 피해를 주지 마라'라는 단서를 어기는 것이라는 지적이 중국에서도 높다. 또 '건설 통제구역'이라는 중국 정부 방침을 스스로 뒤집는 결정이기도 하다. 더구나 진시황릉은 아직 발굴조차 끝나지 않은 곳이다.

진시황릉은 중국을 통일한 첫 황제인 진시황의 무덤이다. 사마천(司马迁)의 사기를 토대로 진시황릉은 즉위 직후인 기원전 246년에 공사를 시작해 2세 황제 때 완공된 것으로 전해진다. 사마천은 천하를 통일한 황제가 전국의 죄수 70만 명을 동원해 지하수가 3번 돌 정도의 구덩이를 파게 해서 구리를 부어 외곽을 만들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수은으로 강과 바다를 만들고, 위로는 하늘의 모습을, 아래로는 땅의 형상을 갖추었다고 전한다. 한마디로 당시 지상의 궁전을 재현해 황제의 사후 황궁을 만들었다는 거다.

병마용갱은 이 진시황릉에서 1km 떨어진 곳에 있는데, 4개의 굴에서 현재 발굴된 병사와 말, 전차 등이 8천여 점이다. 아직 진시황릉은 발굴을 시작조차 안 했으니 이곳에 묻힌 인류의 문화재가 얼마나 될지는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무덤까지 팔아먹느냐" 비난 여론도

중국에선 정부의 결정에 부정적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고고학계 등의 반응은 중국 매체를 통해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이번 결정에 대한 민심은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진시황릉 병마용 호텔 승인을 전하는 기사에 달린 댓글을 잠시 보자.


지나친 관광 편의시설… 중국 곳곳 훼손 논란

중국에는 지나친 관광 편의시설 때문에 원래의 아름다움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을 사는 곳이 적지 않다. 영화 아바타의 모티브로 유명한 후난성(湖南省) 장지아지에(張家界, 장가계)는 엘리베이터가 완공된 뒤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신음하고 있다.

풍광이 아름다운 후난성 장자지에(張家界)(왼쪽). 엘리베이터가 비경의 절벽 사이에 설치돼 있다(오른쪽)
중국 3대 명산에 드는 황산…. 중국 후베이성 은스 협곡도 마찬가지다. 케이블카와 엘리베이터, 세계 최장 에스컬레이터, 산 정상에 설치된 유리길…. 편의시설 종류도 비슷하다. 이 때문에 중국 지방성 정부와 관광 기업은 즐거운 비명이다. 하지만 막상 좋은 마음으로 그곳을 찾은 사람들은 대자연의 풍경보다는 사람 뒤통수만 보는 게 중국 관광이다.

후베이성 은스 협곡(왼쪽)에도 절경을 해치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수천 년 역사 유적과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곳곳에 간직하고 있는 중국. 오롯이 그곳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한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물론 편의시설 덕분에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는 사람들이 쉽게 그곳을 찾게 된 것도 사실이다. 적지 않은 내수경기 진작 효과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인공적인 개발은 자연과 역사가 주는 아름다움을 깎아내리기 일쑤다. 중국 정부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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