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비 쫄딱 맞는 ‘1천억짜리’ 이스타 737맥스 운명은?

입력 2019.10.18 (14:2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1천억짜리 비싼 몸 '737맥스'…6개월째 제자리

항공기 한 대가 공항 주기장에 덩그러니 서있다. 이스타항공이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도입한 보잉의 '737맥스8' 기종 두 대 가운데 한 대이다.

이스타의 새 항공기 '737맥스8' 두 대는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근처 주기장에 6개월 넘게 서 있다. 안전 결함이 발견돼 3월부터 운항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날개 밑에 달린 엔진에는 파란색 덮개를 씌웠다. 당분간 비행할 일이 아예 없다는 뜻이다.

유달리 태풍이 많았던 올해 여름, 이스타의 '737맥스8' 두 대는 온몸으로 태풍을 버텨야 했다. 한여름 폭염의 햇살도 그냥 맞고만 있었다.

저비용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은 비행기를 보관하는 격납고가 없다. 그냥 세워두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물론 정비는 계속 이뤄진다. 기체 외부를 닦고 비행능력 유지를 위한 정비도 정기적으로 계속된다. 이 모든 것들이 다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비행기는 가만히 서있는데 각종 비용은 매달 어김 없이 빠져나간다. 한 달에 5억 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리스 비용이 제일 크다. 이스타항공 측이 정확한 비용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정비 등에 필요한 인건비까지 포함하면 매달 수십억 원이 새나갈 것으로 보인다.


발 묶인 항공기가 원인 됐나…매각설 솔솔

최근 한 매체는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가 보유 지분을 매물로 내놓았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스타는 "사실이 아니며 매각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스타는 부인했지만, 매각설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스타의 어려운 사정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2017년 157억 원이었던 이스타의 영업이익은 당장 올해부터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업계에서는 이스타가 야심차게 도입한 '737맥스'가 발이 묶이면서 경영난이 더 심해졌다고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2월 보잉의 최신 항공기인 737 맥스를 2대 도입하면서 대대적인 홍보를 벌였다. 항공기 안전은 더 좋아지고, 승객들의 만족도 더 커질 것이라고 홍보했다. 자축 파티도 열었다.

업계에서는 이스타가 선제적인 신기종 도입을 통해 승부수를 걸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하지만, 해당 기종은 해외에서 잇따라 사고가 났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같은 기종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객 모두가 숨지는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결국 이스타의 '737맥스8'는 비행에 나선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날개를 접어야 했다. 이스타로서는 막대한 타격이었다.

운항중단 조치가 내려졌던 3월 당시에는 수개월 내에 비행이 재개될 것으로 보였다. 제조사인 보잉이 항공기 소프트웨어상의 문제라고 해명했기 때문이다.


"연내 운항재개" vs "사실상 불가능"

소프트웨어의 문제라던 결함 시정조치가 왜 이렇게 늦어진 걸까. 일부 항공업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의 문제가 기체와도 관련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737맥스는 최신 기종이긴 하지만 과거에 만들어진 기체를 개량한 형태이다. 과거에 만들어진 기체에 새로운 엔진이 달린 셈이다.

새로운 엔진을 달기에는 과거에 설계된 기체가 낮았기 때문에, 엔진 일부가 기체의 날개 위로 올라오게 됐다.

엔진 위치와 무게중심이 바뀌면서 이륙 시 기체의 머리가 들리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를 강제로 낮추기 위해 엠캐스(MCAS)라는 조종 시스템이 설치됐다.

일부 조건에서 엠캐스 시스템이 과도하게 기체를 하강시키면서 기체가 추락하는 사고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한 현직 기장은 "기체 전체의 균형을 새롭게 맞춰야 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단순 업그레이드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보잉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분기(4분기)에 운항을 재개하는 것을 목표로 규제 당국과 논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운항 재개 절차와 새 소프트웨어 교육 등을 감안하면 올해 안에 운항 재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스타 측도 아직까지 보잉 측으로부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 관련해 구체적인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인천국제공항은 이스타항공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주차료에 해당하는 항공기 주기료를 감면해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K] 비 쫄딱 맞는 ‘1천억짜리’ 이스타 737맥스 운명은?
    • 입력 2019-10-18 14:27:30
    취재K
1천억짜리 비싼 몸 '737맥스'…6개월째 제자리

항공기 한 대가 공항 주기장에 덩그러니 서있다. 이스타항공이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도입한 보잉의 '737맥스8' 기종 두 대 가운데 한 대이다.

이스타의 새 항공기 '737맥스8' 두 대는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근처 주기장에 6개월 넘게 서 있다. 안전 결함이 발견돼 3월부터 운항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날개 밑에 달린 엔진에는 파란색 덮개를 씌웠다. 당분간 비행할 일이 아예 없다는 뜻이다.

유달리 태풍이 많았던 올해 여름, 이스타의 '737맥스8' 두 대는 온몸으로 태풍을 버텨야 했다. 한여름 폭염의 햇살도 그냥 맞고만 있었다.

저비용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은 비행기를 보관하는 격납고가 없다. 그냥 세워두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물론 정비는 계속 이뤄진다. 기체 외부를 닦고 비행능력 유지를 위한 정비도 정기적으로 계속된다. 이 모든 것들이 다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비행기는 가만히 서있는데 각종 비용은 매달 어김 없이 빠져나간다. 한 달에 5억 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리스 비용이 제일 크다. 이스타항공 측이 정확한 비용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정비 등에 필요한 인건비까지 포함하면 매달 수십억 원이 새나갈 것으로 보인다.


발 묶인 항공기가 원인 됐나…매각설 솔솔

최근 한 매체는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가 보유 지분을 매물로 내놓았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스타는 "사실이 아니며 매각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스타는 부인했지만, 매각설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스타의 어려운 사정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2017년 157억 원이었던 이스타의 영업이익은 당장 올해부터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업계에서는 이스타가 야심차게 도입한 '737맥스'가 발이 묶이면서 경영난이 더 심해졌다고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2월 보잉의 최신 항공기인 737 맥스를 2대 도입하면서 대대적인 홍보를 벌였다. 항공기 안전은 더 좋아지고, 승객들의 만족도 더 커질 것이라고 홍보했다. 자축 파티도 열었다.

업계에서는 이스타가 선제적인 신기종 도입을 통해 승부수를 걸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하지만, 해당 기종은 해외에서 잇따라 사고가 났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같은 기종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객 모두가 숨지는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결국 이스타의 '737맥스8'는 비행에 나선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날개를 접어야 했다. 이스타로서는 막대한 타격이었다.

운항중단 조치가 내려졌던 3월 당시에는 수개월 내에 비행이 재개될 것으로 보였다. 제조사인 보잉이 항공기 소프트웨어상의 문제라고 해명했기 때문이다.


"연내 운항재개" vs "사실상 불가능"

소프트웨어의 문제라던 결함 시정조치가 왜 이렇게 늦어진 걸까. 일부 항공업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의 문제가 기체와도 관련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737맥스는 최신 기종이긴 하지만 과거에 만들어진 기체를 개량한 형태이다. 과거에 만들어진 기체에 새로운 엔진이 달린 셈이다.

새로운 엔진을 달기에는 과거에 설계된 기체가 낮았기 때문에, 엔진 일부가 기체의 날개 위로 올라오게 됐다.

엔진 위치와 무게중심이 바뀌면서 이륙 시 기체의 머리가 들리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를 강제로 낮추기 위해 엠캐스(MCAS)라는 조종 시스템이 설치됐다.

일부 조건에서 엠캐스 시스템이 과도하게 기체를 하강시키면서 기체가 추락하는 사고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한 현직 기장은 "기체 전체의 균형을 새롭게 맞춰야 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단순 업그레이드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보잉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분기(4분기)에 운항을 재개하는 것을 목표로 규제 당국과 논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운항 재개 절차와 새 소프트웨어 교육 등을 감안하면 올해 안에 운항 재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스타 측도 아직까지 보잉 측으로부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 관련해 구체적인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인천국제공항은 이스타항공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주차료에 해당하는 항공기 주기료를 감면해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