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창] 손흥민은 못 마신 ‘은정차’ - 北 상류층의 여가 문화

입력 2019.10.1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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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치르듯 경기했다"

평양에서 '무관중·깜깜이' 남북 축구를 치르고 온 대한축구협회 최영일 부회장의 첫마디입니다. 텅 빈 경기장에서 열린 '기괴한' A 매치는 전반 6분 만에 양 팀 선수들이 충돌하고, 경기 중간 파울 휘슬이 연거푸 울리는 등 거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죠.
북한축구협회로부터 받은 남북 경기의 영상 역시 방송하긴 적합하지 않은 화질이었습니다. 결국, KBS를 포함해서 지상파 3사는 중계방송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남북관계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남북, 또 북미 관계가 좋았다면 우리 선수들은 옥류관에 냉면도 먹으러 가고, 요즘 평양에서 유행이라는 은정 찻집에도 갔을 겁니다.

평양 창전거리의 은정 찻집평양 창전거리의 은정 찻집

은정 찻집에서 차 한잔? 청량음료점에서 크림 맥주?

은정차는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이 직접 판문점으로 가져와 공식 만찬 자리에 내놓았던 녹차입니다. 이후 9월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은 공식 음료로 황해남도 강령군에서 재배한 은정차(恩情茶)를 제공했습니다. 이 이름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위원장의 은덕으로 탄생했다는 뜻으로, 은정차에 대한 북한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평양의 한 음식점에서 파는 화덕 피자평양의 한 음식점에서 파는 화덕 피자

요즘 평양에서 은정 찻집 못지않게 인기를 누리는 건 커피 전문점이라고 합니다. 커피 한잔에 4.5유로, 우리 돈으로 6천 원 정도인데 쌀 15Kg 가격과 맞먹을 정도입니다. 2017년 탈북한 20대 정시우 씨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커피 전문점, 맥주를 파는 청량음료점, 피자나 스파게티 같은 서구 음식을 파는 식당, 그리고 위락시설들이 늘어났다고 기억합니다. "친구들하고 주로 볼링장에 가서 놀고, 전자 오락게임 같은 것도 할 수 있고... 저녁에는 야간에 운영하는 놀이동산 가서 놀죠"

지난 4월 문을 연 평양의 대성백화점지난 4월 문을 연 평양의 대성백화점

'돈주'들의 지갑을 열어라!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생활 향상', '문명국가 건설' 등을 주장하며 서비스 산업을 강조하는 것은 북한의 경제 상황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장마당 경제가 안정적인 시장 체제를 형성하면서 하루에 수백 달러를 쓸 수 있는 상류계층이 형성됐고, 이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업 등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설명합니다. 북한의 시장화 과정에서 부를 축적한 이른바 '돈주'들의 경제력을 내수 시장으로 이끌기 위한 측면이 있다는 겁니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우리의 복합쇼핑몰과 같은 해맞이 종합식당, 류경미래관, 대성백화점 등이 들어섰습니다.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실현한다며 준공한 미림 승마구락부와 평양 메아리 사격장 등도 주말이면 가족 단위 손님들로 붐빕니다.

62만 7천여㎡ 규모의 미림 승마구락부62만 7천여㎡ 규모의 미림 승마구락부

물론 이런 일부 상류층의 여가 문화로 북한 경제 전체를 평가하는 건 무리입니다. 조한범 연구위원은 "장마당 형성으로 북한 경제 체제의 효율성이 증가한 건 사실이지만, 완전한 개혁개방이 아닌 데다 대북 제재로 인프라나 에너지 등의 부문에 투자가 수반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상류층에 기대 내수를 살리려는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겁니다. 북한 상류층이 누린다는 이른바 "사회주의 부귀영화"와 숨은 속 사정, 내일(19일) 아침 7시 50분 KBS 1TV <남북의 창>에서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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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의 창] 손흥민은 못 마신 ‘은정차’ - 北 상류층의 여가 문화
    • 입력 2019-10-18 17:51:58
    취재K
"전쟁 치르듯 경기했다"

평양에서 '무관중·깜깜이' 남북 축구를 치르고 온 대한축구협회 최영일 부회장의 첫마디입니다. 텅 빈 경기장에서 열린 '기괴한' A 매치는 전반 6분 만에 양 팀 선수들이 충돌하고, 경기 중간 파울 휘슬이 연거푸 울리는 등 거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죠.
북한축구협회로부터 받은 남북 경기의 영상 역시 방송하긴 적합하지 않은 화질이었습니다. 결국, KBS를 포함해서 지상파 3사는 중계방송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남북관계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남북, 또 북미 관계가 좋았다면 우리 선수들은 옥류관에 냉면도 먹으러 가고, 요즘 평양에서 유행이라는 은정 찻집에도 갔을 겁니다.

평양 창전거리의 은정 찻집
은정 찻집에서 차 한잔? 청량음료점에서 크림 맥주?

은정차는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이 직접 판문점으로 가져와 공식 만찬 자리에 내놓았던 녹차입니다. 이후 9월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은 공식 음료로 황해남도 강령군에서 재배한 은정차(恩情茶)를 제공했습니다. 이 이름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위원장의 은덕으로 탄생했다는 뜻으로, 은정차에 대한 북한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평양의 한 음식점에서 파는 화덕 피자
요즘 평양에서 은정 찻집 못지않게 인기를 누리는 건 커피 전문점이라고 합니다. 커피 한잔에 4.5유로, 우리 돈으로 6천 원 정도인데 쌀 15Kg 가격과 맞먹을 정도입니다. 2017년 탈북한 20대 정시우 씨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커피 전문점, 맥주를 파는 청량음료점, 피자나 스파게티 같은 서구 음식을 파는 식당, 그리고 위락시설들이 늘어났다고 기억합니다. "친구들하고 주로 볼링장에 가서 놀고, 전자 오락게임 같은 것도 할 수 있고... 저녁에는 야간에 운영하는 놀이동산 가서 놀죠"

지난 4월 문을 연 평양의 대성백화점
'돈주'들의 지갑을 열어라!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생활 향상', '문명국가 건설' 등을 주장하며 서비스 산업을 강조하는 것은 북한의 경제 상황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장마당 경제가 안정적인 시장 체제를 형성하면서 하루에 수백 달러를 쓸 수 있는 상류계층이 형성됐고, 이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업 등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설명합니다. 북한의 시장화 과정에서 부를 축적한 이른바 '돈주'들의 경제력을 내수 시장으로 이끌기 위한 측면이 있다는 겁니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우리의 복합쇼핑몰과 같은 해맞이 종합식당, 류경미래관, 대성백화점 등이 들어섰습니다.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실현한다며 준공한 미림 승마구락부와 평양 메아리 사격장 등도 주말이면 가족 단위 손님들로 붐빕니다.

62만 7천여㎡ 규모의 미림 승마구락부
물론 이런 일부 상류층의 여가 문화로 북한 경제 전체를 평가하는 건 무리입니다. 조한범 연구위원은 "장마당 형성으로 북한 경제 체제의 효율성이 증가한 건 사실이지만, 완전한 개혁개방이 아닌 데다 대북 제재로 인프라나 에너지 등의 부문에 투자가 수반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상류층에 기대 내수를 살리려는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겁니다. 북한 상류층이 누린다는 이른바 "사회주의 부귀영화"와 숨은 속 사정, 내일(19일) 아침 7시 50분 KBS 1TV <남북의 창>에서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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