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출품 대가가 하루 250원?…국립미술관의 황당한 계산법

입력 2019.10.18 (21:34) 수정 2019.10.1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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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체부 산하 국립현대미술관이 ​특별전시에 초대한 작가들에게 황당한 출품대가를 제시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다섯달 전시에 고작 4만 원, 하루 250원 꼴입니다.

미술창작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주는 보상이라는데, 이걸 '존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유동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현대미술가 양철모 씨는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의 개관 50주년 기념 특별 전시에 참여 제안을 받았습니다.

출품 대가가 얼마냐고 묻자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다섯 달 계속하는 전시에 총 41,250원, 하루 250원꼴이었습니다.

결국 거절했습니다.

[양철모/미술작가 : "처음에는 0원이었어요. 말이 안 된다 어떻게 5개월 동안 50주년 전시를 하면서 0원이냐고 문제제기 하니까 받는 돈이 이 산출산식을 적용해서 41,250원이더라고요."]

현대미술관이 작가에게 보낸 이메일.

해당 전시에 작가비로 책정된 예산은 하루 5만 원, 여기에 전시 일수 165일을 곱하면 825만 원입니다.

이 액수를 전시에 참여한 작가 200명에게 나눠 41,250원씩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출품을 결정하고 뒤늦게 이런 설명을 들은 다른 작가는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전시 출품 작가/음성변조 : "얼마 준다는 얘기는 없었는데, 하루 250원 준다고 하면 차라리 안 받고 순수한 작가로 남는 게 낫죠."]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문화체육관광부가 3월에 만든 미술창작 대가 기준안입니다.

전시의 하루 기준금액을 5만 원으로 정하고, 참여 작가 수로 나누도록 했습니다.

참여하는 작가가 많을수록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액수는 줄어듭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음성변조 : "미술창작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작가의 전시 참여에 대한 보상 개념으로 도입됐습니다. 올해 국립미술관에서 시범 운영 중입니다."]

문체부는 계산 방식은 참고사항일 뿐 실제 금액은 미술관이 자율로 정할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상헌/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문체위 : "최저임금만 따져 봐도 시간당 8,350원부터 시작합니다. 200원이라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도 모자라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금액입니다.)"]

공정한 대가를 지급하겠다며 도입한 제도가 정당한 대가는커녕 작가들의 자존심에 상처만 준 꼴입니다.

KBS 뉴스 유동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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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 출품 대가가 하루 250원?…국립미술관의 황당한 계산법
    • 입력 2019-10-18 21:36:31
    • 수정2019-10-18 21: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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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체부 산하 국립현대미술관이 ​특별전시에 초대한 작가들에게 황당한 출품대가를 제시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다섯달 전시에 고작 4만 원, 하루 250원 꼴입니다.

미술창작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주는 보상이라는데, 이걸 '존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유동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현대미술가 양철모 씨는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의 개관 50주년 기념 특별 전시에 참여 제안을 받았습니다.

출품 대가가 얼마냐고 묻자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다섯 달 계속하는 전시에 총 41,250원, 하루 250원꼴이었습니다.

결국 거절했습니다.

[양철모/미술작가 : "처음에는 0원이었어요. 말이 안 된다 어떻게 5개월 동안 50주년 전시를 하면서 0원이냐고 문제제기 하니까 받는 돈이 이 산출산식을 적용해서 41,250원이더라고요."]

현대미술관이 작가에게 보낸 이메일.

해당 전시에 작가비로 책정된 예산은 하루 5만 원, 여기에 전시 일수 165일을 곱하면 825만 원입니다.

이 액수를 전시에 참여한 작가 200명에게 나눠 41,250원씩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출품을 결정하고 뒤늦게 이런 설명을 들은 다른 작가는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전시 출품 작가/음성변조 : "얼마 준다는 얘기는 없었는데, 하루 250원 준다고 하면 차라리 안 받고 순수한 작가로 남는 게 낫죠."]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문화체육관광부가 3월에 만든 미술창작 대가 기준안입니다.

전시의 하루 기준금액을 5만 원으로 정하고, 참여 작가 수로 나누도록 했습니다.

참여하는 작가가 많을수록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액수는 줄어듭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음성변조 : "미술창작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작가의 전시 참여에 대한 보상 개념으로 도입됐습니다. 올해 국립미술관에서 시범 운영 중입니다."]

문체부는 계산 방식은 참고사항일 뿐 실제 금액은 미술관이 자율로 정할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상헌/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문체위 : "최저임금만 따져 봐도 시간당 8,350원부터 시작합니다. 200원이라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도 모자라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금액입니다.)"]

공정한 대가를 지급하겠다며 도입한 제도가 정당한 대가는커녕 작가들의 자존심에 상처만 준 꼴입니다.

KBS 뉴스 유동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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