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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판단 미스” 국감 질타…정부 어떻게 했길래?
입력 2019.10.19 (08:07) 취재K
“멧돼지 판단 미스” 국감 질타…정부 어떻게 했길래?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북한에서 멧돼지를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에 대해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어제(18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으로부터의 유입 가능성을 지속해서 부인했던 것 아니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김 장관은 "감염된 멧돼지가 철책을 넘어왔을 가능성을 부인했던 것이지, 매개체를 통한 전파 가능성을 부인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북한의 감염 멧돼지가 전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공식적으로 답변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그동안 야생멧돼지를 통한 전염 가능성을 배제한 적이 없는 걸까? 그동안 정부가 한 브리핑을 살펴보자.

9월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 첫 확진 발표 다음날인 9월 18일 농림축산식품부 박병홍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비공개 브리핑에서 "역학조사에 길게는 6개월까지도 걸릴 수 있다"면서 "차량 이동이나 야생멧돼지 침입 가능성, 남은 음식물 접촉 등 여러가지 개연성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생멧돼지 침입 가능성을 언급한 부분이다.

이틀 뒤인 9월 20일 농림축산식품부 비공개 브리핑에서 환경부 관계자가 참석해 "환경부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발생농장 주변 20㎢ 정도를 관리지역으로 설정해서 멧돼지 사체 등이 있는지 예찰한다. 파주는 멧돼지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닌데 연천은 살 수 있는 환경이어서 포획 틀을 설치해서 검사할 계획이다. 하천수도 시료 채취를 해서 검사를 했는데 음성으로 나왔고, 북한에서 방류해서 오염물질이라든지 하는 부분 있는데 임진강 채수해서 검사를 10월 초까지 할 예정이다." 그러니까 멧돼지를 통한 감염 여부를 조사하는데, 파주는 멧돼지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흘 뒤인 9월 24일, 농림축산식품부 박병홍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백브리핑에서 "역학조사가 어렵고 힘들다는 것은 알겠지만 유입경로에 대해 뭔가 짚이는 게 없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역학조사 부분 여러가지 접촉에 의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사람, 축산물, 멧돼지 등 야생매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역학조사 중이다. 중간에 어느 한가지로 예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야생멧돼지 전염 가능성을 포함시켰다.

24일 같은 날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공식 브리핑에서 야생멧돼지 질문을 받는다. 기자들은 질문에서 "야생멧돼지 감염 여부를 확인했는가"라고 물었고, 김 장관은 "멧돼지, 지금까지 발생하기 전부터 멧돼지는 포획을 해서 검사를 꾸준히 해왔다. 지금 단계만 하는 게 아니고 꾸준히 해왔고, 지금까지 거기서 양성이 나온 적은 없다"고 답했다. 멧돼지를 배제하지 않고 계속 포획 검사를 했는데 멧돼지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멧돼지로 인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던 정부가 국민들과 기자들에게 혼선을 주는 계기가 있었다. 바로 9월 18일 환경부 발표다. 당일 환경부는 경기 파주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함에 따라 야생멧돼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다는 보도 참고자료를 내면서 "9월 17일 파주 발생 농가 주변 현황을 긴급 점검한 결과 야생멧돼지 전염에 의한 발병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지역은 신도시 인근 평야지대로 주변 구릉지는 소규모로 단절돼 있고 ,또 임진강 하구 한강 합류지점과 10㎞ 이상 떨어져 있어 한강을 거슬러 북한 멧돼지가 유입됐을 가능성도 현실성이 낮다"고 전했다.

이 같은 자료가 나오자 언론들은 '야생멧돼지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기사를 환경부발로 잇따라 보도했다. 언론사들이 뽑은 헤드라인만 봐도 알 수 있다. [환경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해 "야생 멧돼지가 전염시켰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환경부 "아프리카돼지열병, 야생멧돼지 전파 가능성 낮다"] [환경부 "야생멧돼지가 ASF 옮겼을 가능성 희박"]

그런데 공교롭게도 하루 전인 9월 17일 신문과 방송에선 [아프리카 돼지열병’ 3,950마리 살처분…북한서 유입 가능성] ["파주서 발병한 ASF '북한 유입' 가능성 크다"] ['치사율 100%' ASF 북한서 유입됐을 가능성 높아] 등 북한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을 잇달아 제기했는데, 바로 다음 날 환경부발로 야생멧돼지는 직접 전파 매개체가 아니라는 식의 기사가 잇따른 것이다.

직접적인 소관부처인 농림부가 아직 역학조사 결과를 내지도 않은 상황에서 환경부가 이 같은 보도자료를 내자 당시 학계에서는 성급한 입장 표명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어제(18일) 열린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지적이 잇따랐다. 여야가 일제히 정부 초기 판단에 잘못이 있다며 질타하자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파주에서 처음 발병했을 때 역학조사를 한 결과 파주 발생지 주변에서는 멧돼지 서식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에 멧돼지와는 직접 연관이 없다는 결론을 발표한 것인데 언론에서는 멧돼지와 관련성이 없다고 단언했다고 반복적으로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즉 환경부의 해명은 멧돼지가 직접적으로 경기 파주 양돈농가에 전염시켰을 가능성이 낮았다는 것 뿐이지, 북한에서 멧돼지가 내려와 전파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말은 아니다. 다른 지역 농장 어딘가에는 멧돼지로 전파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말로 해석된다.

결국, 짧은 보도참고자료를 언론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계속 잘못된 기사가 재생산되고 있다는 말인데, 처음 발병한 파주 지역 농가에 대한 환경부 의견을 언론에서 연천 등 다른 지역에까지 확대해석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의 공식 의견이 나오기도 전에 환경부가 성급하게 자료를 내 결론적으로 혼선을 준 것은 아닌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 “멧돼지 판단 미스” 국감 질타…정부 어떻게 했길래?
    • 입력 2019.10.19 (08:07)
    취재K
“멧돼지 판단 미스” 국감 질타…정부 어떻게 했길래?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북한에서 멧돼지를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에 대해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어제(18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으로부터의 유입 가능성을 지속해서 부인했던 것 아니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김 장관은 "감염된 멧돼지가 철책을 넘어왔을 가능성을 부인했던 것이지, 매개체를 통한 전파 가능성을 부인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북한의 감염 멧돼지가 전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공식적으로 답변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그동안 야생멧돼지를 통한 전염 가능성을 배제한 적이 없는 걸까? 그동안 정부가 한 브리핑을 살펴보자.

9월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 첫 확진 발표 다음날인 9월 18일 농림축산식품부 박병홍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비공개 브리핑에서 "역학조사에 길게는 6개월까지도 걸릴 수 있다"면서 "차량 이동이나 야생멧돼지 침입 가능성, 남은 음식물 접촉 등 여러가지 개연성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생멧돼지 침입 가능성을 언급한 부분이다.

이틀 뒤인 9월 20일 농림축산식품부 비공개 브리핑에서 환경부 관계자가 참석해 "환경부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발생농장 주변 20㎢ 정도를 관리지역으로 설정해서 멧돼지 사체 등이 있는지 예찰한다. 파주는 멧돼지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닌데 연천은 살 수 있는 환경이어서 포획 틀을 설치해서 검사할 계획이다. 하천수도 시료 채취를 해서 검사를 했는데 음성으로 나왔고, 북한에서 방류해서 오염물질이라든지 하는 부분 있는데 임진강 채수해서 검사를 10월 초까지 할 예정이다." 그러니까 멧돼지를 통한 감염 여부를 조사하는데, 파주는 멧돼지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흘 뒤인 9월 24일, 농림축산식품부 박병홍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백브리핑에서 "역학조사가 어렵고 힘들다는 것은 알겠지만 유입경로에 대해 뭔가 짚이는 게 없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역학조사 부분 여러가지 접촉에 의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사람, 축산물, 멧돼지 등 야생매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역학조사 중이다. 중간에 어느 한가지로 예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야생멧돼지 전염 가능성을 포함시켰다.

24일 같은 날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공식 브리핑에서 야생멧돼지 질문을 받는다. 기자들은 질문에서 "야생멧돼지 감염 여부를 확인했는가"라고 물었고, 김 장관은 "멧돼지, 지금까지 발생하기 전부터 멧돼지는 포획을 해서 검사를 꾸준히 해왔다. 지금 단계만 하는 게 아니고 꾸준히 해왔고, 지금까지 거기서 양성이 나온 적은 없다"고 답했다. 멧돼지를 배제하지 않고 계속 포획 검사를 했는데 멧돼지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멧돼지로 인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던 정부가 국민들과 기자들에게 혼선을 주는 계기가 있었다. 바로 9월 18일 환경부 발표다. 당일 환경부는 경기 파주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함에 따라 야생멧돼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다는 보도 참고자료를 내면서 "9월 17일 파주 발생 농가 주변 현황을 긴급 점검한 결과 야생멧돼지 전염에 의한 발병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지역은 신도시 인근 평야지대로 주변 구릉지는 소규모로 단절돼 있고 ,또 임진강 하구 한강 합류지점과 10㎞ 이상 떨어져 있어 한강을 거슬러 북한 멧돼지가 유입됐을 가능성도 현실성이 낮다"고 전했다.

이 같은 자료가 나오자 언론들은 '야생멧돼지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기사를 환경부발로 잇따라 보도했다. 언론사들이 뽑은 헤드라인만 봐도 알 수 있다. [환경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해 "야생 멧돼지가 전염시켰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환경부 "아프리카돼지열병, 야생멧돼지 전파 가능성 낮다"] [환경부 "야생멧돼지가 ASF 옮겼을 가능성 희박"]

그런데 공교롭게도 하루 전인 9월 17일 신문과 방송에선 [아프리카 돼지열병’ 3,950마리 살처분…북한서 유입 가능성] ["파주서 발병한 ASF '북한 유입' 가능성 크다"] ['치사율 100%' ASF 북한서 유입됐을 가능성 높아] 등 북한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을 잇달아 제기했는데, 바로 다음 날 환경부발로 야생멧돼지는 직접 전파 매개체가 아니라는 식의 기사가 잇따른 것이다.

직접적인 소관부처인 농림부가 아직 역학조사 결과를 내지도 않은 상황에서 환경부가 이 같은 보도자료를 내자 당시 학계에서는 성급한 입장 표명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어제(18일) 열린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지적이 잇따랐다. 여야가 일제히 정부 초기 판단에 잘못이 있다며 질타하자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파주에서 처음 발병했을 때 역학조사를 한 결과 파주 발생지 주변에서는 멧돼지 서식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에 멧돼지와는 직접 연관이 없다는 결론을 발표한 것인데 언론에서는 멧돼지와 관련성이 없다고 단언했다고 반복적으로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즉 환경부의 해명은 멧돼지가 직접적으로 경기 파주 양돈농가에 전염시켰을 가능성이 낮았다는 것 뿐이지, 북한에서 멧돼지가 내려와 전파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말은 아니다. 다른 지역 농장 어딘가에는 멧돼지로 전파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말로 해석된다.

결국, 짧은 보도참고자료를 언론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계속 잘못된 기사가 재생산되고 있다는 말인데, 처음 발병한 파주 지역 농가에 대한 환경부 의견을 언론에서 연천 등 다른 지역에까지 확대해석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의 공식 의견이 나오기도 전에 환경부가 성급하게 자료를 내 결론적으로 혼선을 준 것은 아닌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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