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무실] ‘열정페이’에 ‘기부 강요’까지…교수 행사에 동원된 대학원생들

입력 2019.10.20 (21:09) 수정 2019.10.20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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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직장내 괴롭힘 실태를 조명해보는 사무실 시리즈, 오늘(20일)은 대학 내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근로계약 관계가 아니라서 직장내괴롭힘 금지법의 대표적 사각지대로 꼽히는 게 바로 대학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입니다.

국내 대표 사학인 연세대의 한 교수가 ​자신이 주도한 행사에 ​대학원생들을 동원하고 ​물품 기부까지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허효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교회에서 열린 어린이 대상 영어교육 행사입니다.

행사를 주관한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A 교수는 이번 행사가 자원봉사자들의 무료 봉사로 이뤄지고 행사 수익금도 전액 기부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연세대학교 A 교수/음성변조 : "2만 원, 3만 원의 참가비를 단 1원도 저희 운영비로 사용하지 않고 100% 기부하도록 돼 있습니다.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이 주머니에서 조금씩 내시고..."]

이 행사가 있기 두 달 전, A 교수가 자신의 대학원생들과 만든 단체 대화방입니다.

행사 홍보 계획과 방법을 제출하라고 지시하고, 자원 봉사자들에 대한 교육까지 맡깁니다.

이 때문에 대학원생 10여 명이 A교수로부터 특강을 들은 뒤 자원봉사자들을 교육하고, 강연 장소도 사전에 답사하는 등 많은 시간을 행사 준비에 써야 했습니다.

[B 씨/前 대학원생/음성변조 : "'왜 누구누구는 안 오냐, 인생에 뭐가 중요하니 가정보다 이런 걸 해야 성공할 수 있어' 이런 식의 말을 계속 하시는 거예요. 대학원생들 입장에서 결국 주인은 교수님이고 저희 논문을 지도 받아야 졸업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심지어는 경품 추첨 행사에 쓰일 물품과 자원봉사자 50명의 점심값마저 기부라는 명목으로 대신 내달라고 대학원생들에게 주문했습니다.

[C 씨/前 대학원생/음성변조 : "젊은 선생님들은 특히 굉장히 압박을 많이 느꼈대요. 돈이 없으시잖아요."]

행사에 동원된 대학원생들에겐 한 푼의 보수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행사 동원에 부담을 느껴 휴학을 택한 대학원생도 3명이나 됩니다.

이 때문에 대학원생 11명이 지난 2017년 학교에 이 같은 사실을 신고했고, A 교수는 대학원 강의에서 배제됐습니다.

[연세대학교 A 교수/음성변조 :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없고요. 일방적인 주장과는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는 말씀 드립니다."]

최근 이 일로 A교수에게 2달의 감봉 처분이 확정됐지만 신고를 한 대학원생들은 처벌이 미흡하고 인권 침해에 대한 조사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비슷한 피해를 겪었던 다른 학생 7명과 함께 교육부와 인권위 등에 A 교수를 신고했습니다.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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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死무실] ‘열정페이’에 ‘기부 강요’까지…교수 행사에 동원된 대학원생들
    • 입력 2019-10-20 21:11:54
    • 수정2019-10-20 21: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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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직장내 괴롭힘 실태를 조명해보는 사무실 시리즈, 오늘(20일)은 대학 내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근로계약 관계가 아니라서 직장내괴롭힘 금지법의 대표적 사각지대로 꼽히는 게 바로 대학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입니다.

국내 대표 사학인 연세대의 한 교수가 ​자신이 주도한 행사에 ​대학원생들을 동원하고 ​물품 기부까지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허효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교회에서 열린 어린이 대상 영어교육 행사입니다.

행사를 주관한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A 교수는 이번 행사가 자원봉사자들의 무료 봉사로 이뤄지고 행사 수익금도 전액 기부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연세대학교 A 교수/음성변조 : "2만 원, 3만 원의 참가비를 단 1원도 저희 운영비로 사용하지 않고 100% 기부하도록 돼 있습니다.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이 주머니에서 조금씩 내시고..."]

이 행사가 있기 두 달 전, A 교수가 자신의 대학원생들과 만든 단체 대화방입니다.

행사 홍보 계획과 방법을 제출하라고 지시하고, 자원 봉사자들에 대한 교육까지 맡깁니다.

이 때문에 대학원생 10여 명이 A교수로부터 특강을 들은 뒤 자원봉사자들을 교육하고, 강연 장소도 사전에 답사하는 등 많은 시간을 행사 준비에 써야 했습니다.

[B 씨/前 대학원생/음성변조 : "'왜 누구누구는 안 오냐, 인생에 뭐가 중요하니 가정보다 이런 걸 해야 성공할 수 있어' 이런 식의 말을 계속 하시는 거예요. 대학원생들 입장에서 결국 주인은 교수님이고 저희 논문을 지도 받아야 졸업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심지어는 경품 추첨 행사에 쓰일 물품과 자원봉사자 50명의 점심값마저 기부라는 명목으로 대신 내달라고 대학원생들에게 주문했습니다.

[C 씨/前 대학원생/음성변조 : "젊은 선생님들은 특히 굉장히 압박을 많이 느꼈대요. 돈이 없으시잖아요."]

행사에 동원된 대학원생들에겐 한 푼의 보수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행사 동원에 부담을 느껴 휴학을 택한 대학원생도 3명이나 됩니다.

이 때문에 대학원생 11명이 지난 2017년 학교에 이 같은 사실을 신고했고, A 교수는 대학원 강의에서 배제됐습니다.

[연세대학교 A 교수/음성변조 :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없고요. 일방적인 주장과는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는 말씀 드립니다."]

최근 이 일로 A교수에게 2달의 감봉 처분이 확정됐지만 신고를 한 대학원생들은 처벌이 미흡하고 인권 침해에 대한 조사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비슷한 피해를 겪었던 다른 학생 7명과 함께 교육부와 인권위 등에 A 교수를 신고했습니다.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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