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그 후 ‘자책·가난·가정해체·고립’…“치유, 관심 필요”

입력 2019.10.20 (21:25) 수정 2019.10.20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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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실종된 지 44년 만에 상봉한 모녀, 또 28년 전 실종된 딸을 찾는 아버지의 사연 어제(19일) 전해드렸는데요.

이렇게 오래전 아이를 잃어버린 가족들은 자책감 속에 실직과 가정해체, 사회적 고립 등 2차, 3차 고통을 겪고 있어 사회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오대성 기자입니다.

[리포트]

앳된 모습의 아들 '하늘이'.

이 사진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습니다.

1997년 4월, 4살 하늘이가 의정부 집 근처에서 놀다 실종된 그 날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정혜경/59살/김하늘 군 어머니 : "막 난리가 났었는데, 너무 갑작스럽게…"]

아이를 찾겠다며 남편은 생업을 내려놨고 함께 전국을 떠돌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빚은 늘어 갔습니다.

["카드가 9개 10개 이렇게 되다 보니까 3년을 돌려막기를 하다 보니까…"]

시간이 흐르며 죄책감도 커졌고

["'너 때문에 잃어버렸다' 이제 화살이 저한테 오는거죠."]

가정불화에 결국 부부는 헤어졌습니다.

심각한 우울증에 삶을 포기하려 한 순간도 여러 번...

["(하늘이가) 가슴 속에서 떠나질 않으니까 너무너무 힘들어요. 정말 죽고 싶고,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저는."]

남은 가족에게 경제적 문제와 죄책감, 가정해체, 특히 심리적 불안정 등 고통의 악순환을 주는 장기 실종...

경찰도 최근 가족들을 위한 지원센터를 처음으로 열었습니다.

전국 지방경찰청도 3년 전부터 장기실종전담팀을 꾸려 활동 중이지만, 증거 부족에 인원 부족, 잦은 인사이동 등은 가족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입니다.

[나주봉/전국 미아·실종 가족찾기 시민의모임 대표 : "한 개인의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국가와 사회가 풀어야 될 공동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소홀했죠)"]

미아 찾기 시스템과 수사 기술이 부족했던 시절 일어난 일인 만큼, 이제라도 가족들의 고통에 더욱 귀 기울여 달라고 이들은 호소합니다.

KBS 뉴스 오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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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종 그 후 ‘자책·가난·가정해체·고립’…“치유, 관심 필요”
    • 입력 2019-10-20 21:27:54
    • 수정2019-10-20 21: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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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실종된 지 44년 만에 상봉한 모녀, 또 28년 전 실종된 딸을 찾는 아버지의 사연 어제(19일) 전해드렸는데요.

이렇게 오래전 아이를 잃어버린 가족들은 자책감 속에 실직과 가정해체, 사회적 고립 등 2차, 3차 고통을 겪고 있어 사회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오대성 기자입니다.

[리포트]

앳된 모습의 아들 '하늘이'.

이 사진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습니다.

1997년 4월, 4살 하늘이가 의정부 집 근처에서 놀다 실종된 그 날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정혜경/59살/김하늘 군 어머니 : "막 난리가 났었는데, 너무 갑작스럽게…"]

아이를 찾겠다며 남편은 생업을 내려놨고 함께 전국을 떠돌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빚은 늘어 갔습니다.

["카드가 9개 10개 이렇게 되다 보니까 3년을 돌려막기를 하다 보니까…"]

시간이 흐르며 죄책감도 커졌고

["'너 때문에 잃어버렸다' 이제 화살이 저한테 오는거죠."]

가정불화에 결국 부부는 헤어졌습니다.

심각한 우울증에 삶을 포기하려 한 순간도 여러 번...

["(하늘이가) 가슴 속에서 떠나질 않으니까 너무너무 힘들어요. 정말 죽고 싶고,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저는."]

남은 가족에게 경제적 문제와 죄책감, 가정해체, 특히 심리적 불안정 등 고통의 악순환을 주는 장기 실종...

경찰도 최근 가족들을 위한 지원센터를 처음으로 열었습니다.

전국 지방경찰청도 3년 전부터 장기실종전담팀을 꾸려 활동 중이지만, 증거 부족에 인원 부족, 잦은 인사이동 등은 가족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입니다.

[나주봉/전국 미아·실종 가족찾기 시민의모임 대표 : "한 개인의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국가와 사회가 풀어야 될 공동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소홀했죠)"]

미아 찾기 시스템과 수사 기술이 부족했던 시절 일어난 일인 만큼, 이제라도 가족들의 고통에 더욱 귀 기울여 달라고 이들은 호소합니다.

KBS 뉴스 오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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