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부른 통증 주사]② ‘오염 주사’ 맞고 최소 110명 감염…6명 끝내 사망

입력 2019.10.21 (11:52) 수정 2019.10.3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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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K / 편집자주]
4년 전 성남의 한 개인 병원에서 주사를 맞은 환자 25명이 집단으로 감염증을 앓았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도 사고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10월 20일 KBS '뉴스9' 보도) 보건 당국이 외면한 사례는 이뿐일까. 탐사K 취재팀은 숨겨진 주사 감염 피해 사례를 더 확인하기 위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료 감정 결과를 분석했다. 자료 확보와 자문은 국회 보건복지위 윤일규 의원(신경외과 전문의)이 맡았다.

● 지난 5년간 주사 감염 피해자 110명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신청된 병원 내 감염 사례는 지난 5년간 452건에 이르렀다. 취재팀은 이 가운데 '주사 감염' 사례만 별도로 걸러냈다. 감정 결과를 토대로 주사 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된 피해자를 선별한 결과 452명에서 110명의 사례가 추려졌다.

주사 감염 피해자 110명 중에는 이미 언론 보도로 알려진 집단 주사 감염 피해자 43명이 포함돼 있었다. 2016년 '다나의원 C형 집단간염' (30명)과 2017년 '박연아이비인후과의원 집단 감염'(13명)이다. 이 두 건에 대해서는 질병관리본부가 역학 조사를 벌였다.

따라서 이번에 취재팀이 새롭게 확인한 피해자는 67명으로 파악된다. 모두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를 거치지 않은 사례들이다. 병원 이름이 공개되지 않아, 각 사례가 한 병원에서 일어난 '집단 감염'인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탐사K 취재팀은 보건 당국이 외면한 주사 감염 사례 67명 건을 중심로, 주사 감염의 양상과 원인을 심층 분석해봤다.

● 주사 감염 버티지 못한 6명 끝내 사망

환자가 균에 오염된 주사를 맞으면, 면역 상태에 따라 치명적일 수 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발생한 연쇄 사망 사건도 주사 오염 가능성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주사 감염 피해자 110명 중에서 감염증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사망한 환자는 6명으로 분석됐다.


사망자 6명은 주사를 맞은 뒤 수일 내에 골수염, 뇌수막염, 척추염, 괴사성근막염 등 감염증 증상을 보였다. 그러다 장기부전이 오고, 패혈증 쇼크로 숨졌다. 윤일규 의원실 김현지 비서관(내과 전문의)은 "균에 오염된 주사를 맞으면 근육이나 혈관 내로 직접 세균이 주입되는 것"이라며 "심할 경우 수 시간 내에 패혈증으로 진행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 통증 주사 22 차례…끝내 숨진 58세 남성

경남에 거주했던 한 58살 남성은 2017년 4월 10일 경남의 한 마취통증의학과 의원에서 통증 주사를 맞았다. 그리고 다음날 갑자기 구토하면서 쓰러졌다. 김 씨는 뇌수막염 진단을 받고, 한 달 만에 숨졌다. 원인균은 폐렴연쇄구균이었다.

해당 의사는 2015년 12월부터 김 씨가 숨질 때까지 1년 4달 동안 통증 주사를 22차례 맞혔다. 20일마다 한 번꼴이다. 퇴행성척추질환 치료 목적이었다지만, 의사는 김 씨가 정말 척추 질환을 앓고 있는 건지 한 번도 검사하지 않았다.

감염 관리 역시 엉터리였다. 의사는 일회용 비닐장갑을 수차례 재사용했고, 주사 부위를 제대로 소독하지 않고 시술을 했다. 감정서는 '기초적인 문진, 활력 징후 조사 기록이나 감염관리 지표인 기초적인 혈액 검사를 22회 시술을 하는 동안 한차례도 시행한 기록이 없다'며 의사의 감염관리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 기저질환 없었던 30대 여성...주사 맞고 나흘만에 사망

강원도의 한 37세 여성은 지난해 12월 4일 강원 지역의 한 마취통증의학과의원에서 왼쪽 무릎 부위에 통증을 완화해주는 '신경차단술' 주사를 맞았다. 이 여성은 사흘 뒤 패혈증으로 인한 호흡곤란이 오면서 응급 후송됐고, 나흘 만에 숨졌다. 패혈증 원인은 고름사슬알균이었다. 감정서는 '무균적 조작의 미흡함이 괴사성근막염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적고 있다.


# 50대 남성 어깨에 주사 맞고 염증…급성 패혈증으로 사망

51세 남성은 지난해 11월 23일 충북의 한 신경외과의원에서 어깨 부위에 통증을 줄여주는 관절강 내 주사를 맞았다. 그리고 사흘 만에 급성 패혈증으로 숨졌다. 패혈증 원인에 대해 감정서는 '패혈증의 원인은 어깨 부위 염증 감염'이라며 '의사 처치 행위(주사) 때문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 ‘통증 주사’ 처방 남용이 주사 감염 주범 ?

취재진이 새롭게 확인한 피해 환자 67명 중 23명, 35%는 마취통증의학과, 정형외과 등에서 신경차단술 시술을 받았다. 신경차단술은 가장 널리 시술되는 통증 치료 주사다. 빠른 통증 완화 효과 덕에 널리 처방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 국민 579만 명이 신경치료술을 2,775만 회 받았다. 10명 중 1명꼴로, 1년 안에 평균 4~5회 통증 주사를 맞은 셈이다.

탐사K 취재팀이 보도한 '성남 집단 주사 감염' 사례에서도 신경차단술의 통증 주사가 감염원으로 지목됐다. 이 병원에서는 4명의 간호조무사가 돌아가면서 주사제를 혼합 조제했는데, 무균 조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감독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주사제를 혼합 조제하는 것은 불법이다.

신경차단술 외에도 신경성형술(5명), 관절강내주사(5명), 프롤로주사(6명) 등 주로 관절이나 척추 통증 치료 시술이 주사 감염에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통증 주사가 동네 병원에서 남용돼 처방되다 보니 감염 위험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정형준 원진녹색병원 재활의학과장은 "주사제는 기본적으로 위험하다"며 "감염 위험은 확률적인 부분이어서 통증 주사를 1,000회 놓으면 1명은 분명히 감염사고가 발생한다고 인식된다"고 말했다.

● 동네 병원 다니는 어르신, 주사 감염 ‘사각’

주사 감염 피해자 67명 중에는 50대가 19명으로 가장 많았다. 60대(17명)와 70대(10명)가 그 뒤를 이었다. 50대 이상이 49명으로 73%를 차지했다. 퇴행성 관절염이 시작돼 통증 치료를 자주 받는 환자들이 주사 감염에 취약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기관별로 보면, 주사 감염 사례는 대부분은 감염 관리가 열악한 이른바 '동네 병원'에서 발생했다. 피해자 67건 명중 60명(89%)이 1, 2차 의료기관에서 주사를 맞았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의원급 주사 감염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감시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 반복되는 주사 감염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겠다며 의료 관련 감염 종합대책을 내놨다. 대책의 골자는 오는 2023년까지 일선 개원의를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에 감염관리 전문 인력을 지정, 배치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뒤따르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윤일규 국회 보건복지위 위원은 "보건당국은 주사감염의 정확한 실태를 모르고 있다"며 "병원 내 주사 감염의 실태를 조사하고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무엇보다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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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 부른 통증 주사]② ‘오염 주사’ 맞고 최소 110명 감염…6명 끝내 사망
    • 입력 2019-10-21 11:52:49
    • 수정2019-10-30 14:52:35
    탐사K
[탐사K / 편집자주]
4년 전 성남의 한 개인 병원에서 주사를 맞은 환자 25명이 집단으로 감염증을 앓았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도 사고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10월 20일 KBS '뉴스9' 보도) 보건 당국이 외면한 사례는 이뿐일까. 탐사K 취재팀은 숨겨진 주사 감염 피해 사례를 더 확인하기 위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료 감정 결과를 분석했다. 자료 확보와 자문은 국회 보건복지위 윤일규 의원(신경외과 전문의)이 맡았다.

● 지난 5년간 주사 감염 피해자 110명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신청된 병원 내 감염 사례는 지난 5년간 452건에 이르렀다. 취재팀은 이 가운데 '주사 감염' 사례만 별도로 걸러냈다. 감정 결과를 토대로 주사 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된 피해자를 선별한 결과 452명에서 110명의 사례가 추려졌다.

주사 감염 피해자 110명 중에는 이미 언론 보도로 알려진 집단 주사 감염 피해자 43명이 포함돼 있었다. 2016년 '다나의원 C형 집단간염' (30명)과 2017년 '박연아이비인후과의원 집단 감염'(13명)이다. 이 두 건에 대해서는 질병관리본부가 역학 조사를 벌였다.

따라서 이번에 취재팀이 새롭게 확인한 피해자는 67명으로 파악된다. 모두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를 거치지 않은 사례들이다. 병원 이름이 공개되지 않아, 각 사례가 한 병원에서 일어난 '집단 감염'인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탐사K 취재팀은 보건 당국이 외면한 주사 감염 사례 67명 건을 중심로, 주사 감염의 양상과 원인을 심층 분석해봤다.

● 주사 감염 버티지 못한 6명 끝내 사망

환자가 균에 오염된 주사를 맞으면, 면역 상태에 따라 치명적일 수 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발생한 연쇄 사망 사건도 주사 오염 가능성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주사 감염 피해자 110명 중에서 감염증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사망한 환자는 6명으로 분석됐다.


사망자 6명은 주사를 맞은 뒤 수일 내에 골수염, 뇌수막염, 척추염, 괴사성근막염 등 감염증 증상을 보였다. 그러다 장기부전이 오고, 패혈증 쇼크로 숨졌다. 윤일규 의원실 김현지 비서관(내과 전문의)은 "균에 오염된 주사를 맞으면 근육이나 혈관 내로 직접 세균이 주입되는 것"이라며 "심할 경우 수 시간 내에 패혈증으로 진행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 통증 주사 22 차례…끝내 숨진 58세 남성

경남에 거주했던 한 58살 남성은 2017년 4월 10일 경남의 한 마취통증의학과 의원에서 통증 주사를 맞았다. 그리고 다음날 갑자기 구토하면서 쓰러졌다. 김 씨는 뇌수막염 진단을 받고, 한 달 만에 숨졌다. 원인균은 폐렴연쇄구균이었다.

해당 의사는 2015년 12월부터 김 씨가 숨질 때까지 1년 4달 동안 통증 주사를 22차례 맞혔다. 20일마다 한 번꼴이다. 퇴행성척추질환 치료 목적이었다지만, 의사는 김 씨가 정말 척추 질환을 앓고 있는 건지 한 번도 검사하지 않았다.

감염 관리 역시 엉터리였다. 의사는 일회용 비닐장갑을 수차례 재사용했고, 주사 부위를 제대로 소독하지 않고 시술을 했다. 감정서는 '기초적인 문진, 활력 징후 조사 기록이나 감염관리 지표인 기초적인 혈액 검사를 22회 시술을 하는 동안 한차례도 시행한 기록이 없다'며 의사의 감염관리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 기저질환 없었던 30대 여성...주사 맞고 나흘만에 사망

강원도의 한 37세 여성은 지난해 12월 4일 강원 지역의 한 마취통증의학과의원에서 왼쪽 무릎 부위에 통증을 완화해주는 '신경차단술' 주사를 맞았다. 이 여성은 사흘 뒤 패혈증으로 인한 호흡곤란이 오면서 응급 후송됐고, 나흘 만에 숨졌다. 패혈증 원인은 고름사슬알균이었다. 감정서는 '무균적 조작의 미흡함이 괴사성근막염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적고 있다.


# 50대 남성 어깨에 주사 맞고 염증…급성 패혈증으로 사망

51세 남성은 지난해 11월 23일 충북의 한 신경외과의원에서 어깨 부위에 통증을 줄여주는 관절강 내 주사를 맞았다. 그리고 사흘 만에 급성 패혈증으로 숨졌다. 패혈증 원인에 대해 감정서는 '패혈증의 원인은 어깨 부위 염증 감염'이라며 '의사 처치 행위(주사) 때문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 ‘통증 주사’ 처방 남용이 주사 감염 주범 ?

취재진이 새롭게 확인한 피해 환자 67명 중 23명, 35%는 마취통증의학과, 정형외과 등에서 신경차단술 시술을 받았다. 신경차단술은 가장 널리 시술되는 통증 치료 주사다. 빠른 통증 완화 효과 덕에 널리 처방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 국민 579만 명이 신경치료술을 2,775만 회 받았다. 10명 중 1명꼴로, 1년 안에 평균 4~5회 통증 주사를 맞은 셈이다.

탐사K 취재팀이 보도한 '성남 집단 주사 감염' 사례에서도 신경차단술의 통증 주사가 감염원으로 지목됐다. 이 병원에서는 4명의 간호조무사가 돌아가면서 주사제를 혼합 조제했는데, 무균 조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감독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주사제를 혼합 조제하는 것은 불법이다.

신경차단술 외에도 신경성형술(5명), 관절강내주사(5명), 프롤로주사(6명) 등 주로 관절이나 척추 통증 치료 시술이 주사 감염에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통증 주사가 동네 병원에서 남용돼 처방되다 보니 감염 위험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정형준 원진녹색병원 재활의학과장은 "주사제는 기본적으로 위험하다"며 "감염 위험은 확률적인 부분이어서 통증 주사를 1,000회 놓으면 1명은 분명히 감염사고가 발생한다고 인식된다"고 말했다.

● 동네 병원 다니는 어르신, 주사 감염 ‘사각’

주사 감염 피해자 67명 중에는 50대가 19명으로 가장 많았다. 60대(17명)와 70대(10명)가 그 뒤를 이었다. 50대 이상이 49명으로 73%를 차지했다. 퇴행성 관절염이 시작돼 통증 치료를 자주 받는 환자들이 주사 감염에 취약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기관별로 보면, 주사 감염 사례는 대부분은 감염 관리가 열악한 이른바 '동네 병원'에서 발생했다. 피해자 67건 명중 60명(89%)이 1, 2차 의료기관에서 주사를 맞았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의원급 주사 감염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감시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 반복되는 주사 감염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겠다며 의료 관련 감염 종합대책을 내놨다. 대책의 골자는 오는 2023년까지 일선 개원의를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에 감염관리 전문 인력을 지정, 배치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뒤따르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윤일규 국회 보건복지위 위원은 "보건당국은 주사감염의 정확한 실태를 모르고 있다"며 "병원 내 주사 감염의 실태를 조사하고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무엇보다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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