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별금’ 안 받겠다던 소망교회 담임목사…약속 지켰을까?

입력 2019.10.2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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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마가복음 12장 17절은 '종교인 과세'의 당위성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됩니다. 바리새인들이 예수를 반역죄로 고발하기 위해 로마 황제(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쳐야 하느냐는 곤란한 질문을 던졌는데, 예수는 이들의 예상과 달리 실정법을 잘 지키라는 대답을 한 겁니다. 이 대답을 현실에 적용하면 목회자들도 예외 없이 납세의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종교인 과세'를 담고 있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2018년 1월부터 시행됐습니다. 굳이 성경을 인용할 필요도 없이 지난해부터 목회자들의 세금 납부는 법적인 의무가 됐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그럴까요. 취재진은 이 문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국내 최대 개신교 교단인 장로교의 대표적 대형교회인 소망교회 관계자들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소망교회 김지철 前 담임목사, '전별금' 받지 않겠다더니...

소망교회에서 16년 동안 담임목사로 재직한 김지철 목사는 올해 1월 퇴임했습니다. 김 목사는 교회가 은퇴 목사들에게 관행적으로 지급해온 '전별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당시 일부 언론들은 '조용한 은퇴', '착한 은퇴'라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은 복수의 소망교회 관계자들로부터 다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 목사의 선언과 달리 교회로부터 거액의 직·간접적인 금전지원을 지금도 받고 있다는 겁니다.


고액연금에 아파트, 사무실, 차량 제공에 면세혜택까지

확인 결과 김 목사 은퇴 직전인 지난해 10월, 소망교회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당회'는 김 목사에게 재직기간 급여의 60%에 해당하는 730만 원가량을 향후 10년간 매달 지급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교회가 소유한 시가 17억 원의 서울 광장동 아파트와 지난해 8억 5천만 원에 매입한 성수동 사무실을 제공하고, 매달 65만 원의 차량 렌트비용도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김 목사가 전별금을 한꺼번에 받지 않았을 뿐, 사실상 전별금과 다름없는 거액의 혜택을 소망교회로부터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겁니다.

김 목사가 이처럼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우회적인 금전지원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익명을 요구한 교회 관계자는 지난해 당회 직전 '담임목사 은퇴준비위원장'인 모 장로가 당회원들에게 "김 목사가 세금 문제 때문에 전별금을 한꺼번에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며 연금 형식으로 나눠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고 취재진에 밝혔습니다.


소망교회 측 "집은 있어야 하니까...세법 계산 몰라"

실제로 세금 납부 여부가 어떻게 된 지를 확인하기 위해 소망교회 측에 물었습니다. 우선 김 목사에게 제공하는 여러 지원에 대해, 재정부장을 맡고 있는 모 장로는 "교회에 대한 공로가 크고 은퇴 뒤 생활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목사에게 제공하는 모든 금전지원은 그의 재직 시 공로를 감안한 생활비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묻자 "매달 지급하는 730만 원은 기타소득으로 신고해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라고 해명했지만, 구체적 납부내역과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김 목사에게 제공한 아파트와 사무실은 교회 소유이기 때문에, 주민세나 재산세 등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또 다른 장로는 취재진에 "(김 목사가) 집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세를 들어서 살기보다는 교회 자산으로 구입을 해서 사시게 해드린 것"이라며 "세법상 어떻게 계산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소망교회 측 "교회가 납득하지 못하는 사회제도 있어"

교회 관계자들은 해명 과정에서 '교회법'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소망교회에 재직 중인 한 목사는 "일반 직장인들이 생각하면 퇴직했는데 왜 생활비를 주느냐고 지적할 수 있지만, 교회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 "목회자들은 다른 재테크가 없으니 일반 직장인들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모 장로는 세금 문제를 언급한 취재진에 "교회가 납득하지 못하는 사회적 제도도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실정법을 납득할 수 없으니, 지킬 필요도 없다는 요지로 해석되는 발언입니다.

이 장로는 또 "소망교회의 사회적 위치를 보면 대기업이나 마찬가지인데 담임목사 연봉은 1억 5천만 원가량"이라며 "그 돈을 자녀교육에 거의 소진하니까 은행에 돈이 남아있거나 본인 소유의 집을 가질 형편이 못 된다", "은퇴했다고 그냥 내보내면 어떻게 살아가겠느냐"며 생계유지를 위해 교회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세금 '0' 김지철 목사 "큰 문제 아냐...문제 있다면 세금 낼 것"

그러나 중요한 건 종교인 과세가 시행된 상황에서, 사실상 수십억 원가량의 퇴직금을 받은 당사자인 김지철 목사는 이에 대해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는 겁니다.

따라서 취재진은 당사자인 김지철 목사에게 직접 입장을 묻기 위해 여러 차례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김 목사 측은 모두 거절했습니다. 김 목사가 나오는 행사장을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김 목사 측은 만나고 싶지 않다며 취재를 완강히 거부했습니다.

계속된 설득 끝에 비공개를 조건으로 만난 자리에서 김 목사는 취재진이 지적한 세금 문제에 대해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소망교회 측에 세금을 납부하라고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만난 세무전문가들의 얘기는 달랐습니다. 김 목사가 받은 모든 혜택은 사실상 퇴직소득에 해당한다며, 김 목사 스스로가 총액을 명확히 신고한 뒤 납세를 했어야 했다는 겁니다.

종교인 과세는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되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됐습니다. 그 명목이 무엇이든 간에 퇴직한 종교인이 받는 돈 또한 과세의 대상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퇴직 소득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납부하겠다"는 김지철 목사의 설명이 '유리지갑'을 갖고 있는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요?

오늘(21일) [kbs 뉴스9]는 김지철 목사와 소망교회 측의 교묘한 탈세 과정과 해명, 유명무실한 '종교인 과세' 실태와 그럼에도 면세 혜택을 늘리려는 입법 문제 등을 심층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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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1 17:24:36
    취재K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마가복음 12장 17절은 '종교인 과세'의 당위성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됩니다. 바리새인들이 예수를 반역죄로 고발하기 위해 로마 황제(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쳐야 하느냐는 곤란한 질문을 던졌는데, 예수는 이들의 예상과 달리 실정법을 잘 지키라는 대답을 한 겁니다. 이 대답을 현실에 적용하면 목회자들도 예외 없이 납세의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종교인 과세'를 담고 있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2018년 1월부터 시행됐습니다. 굳이 성경을 인용할 필요도 없이 지난해부터 목회자들의 세금 납부는 법적인 의무가 됐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그럴까요. 취재진은 이 문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국내 최대 개신교 교단인 장로교의 대표적 대형교회인 소망교회 관계자들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소망교회 김지철 前 담임목사, '전별금' 받지 않겠다더니...

소망교회에서 16년 동안 담임목사로 재직한 김지철 목사는 올해 1월 퇴임했습니다. 김 목사는 교회가 은퇴 목사들에게 관행적으로 지급해온 '전별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당시 일부 언론들은 '조용한 은퇴', '착한 은퇴'라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은 복수의 소망교회 관계자들로부터 다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 목사의 선언과 달리 교회로부터 거액의 직·간접적인 금전지원을 지금도 받고 있다는 겁니다.


고액연금에 아파트, 사무실, 차량 제공에 면세혜택까지

확인 결과 김 목사 은퇴 직전인 지난해 10월, 소망교회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당회'는 김 목사에게 재직기간 급여의 60%에 해당하는 730만 원가량을 향후 10년간 매달 지급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교회가 소유한 시가 17억 원의 서울 광장동 아파트와 지난해 8억 5천만 원에 매입한 성수동 사무실을 제공하고, 매달 65만 원의 차량 렌트비용도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김 목사가 전별금을 한꺼번에 받지 않았을 뿐, 사실상 전별금과 다름없는 거액의 혜택을 소망교회로부터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겁니다.

김 목사가 이처럼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우회적인 금전지원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익명을 요구한 교회 관계자는 지난해 당회 직전 '담임목사 은퇴준비위원장'인 모 장로가 당회원들에게 "김 목사가 세금 문제 때문에 전별금을 한꺼번에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며 연금 형식으로 나눠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고 취재진에 밝혔습니다.


소망교회 측 "집은 있어야 하니까...세법 계산 몰라"

실제로 세금 납부 여부가 어떻게 된 지를 확인하기 위해 소망교회 측에 물었습니다. 우선 김 목사에게 제공하는 여러 지원에 대해, 재정부장을 맡고 있는 모 장로는 "교회에 대한 공로가 크고 은퇴 뒤 생활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목사에게 제공하는 모든 금전지원은 그의 재직 시 공로를 감안한 생활비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묻자 "매달 지급하는 730만 원은 기타소득으로 신고해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라고 해명했지만, 구체적 납부내역과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김 목사에게 제공한 아파트와 사무실은 교회 소유이기 때문에, 주민세나 재산세 등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또 다른 장로는 취재진에 "(김 목사가) 집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세를 들어서 살기보다는 교회 자산으로 구입을 해서 사시게 해드린 것"이라며 "세법상 어떻게 계산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소망교회 측 "교회가 납득하지 못하는 사회제도 있어"

교회 관계자들은 해명 과정에서 '교회법'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소망교회에 재직 중인 한 목사는 "일반 직장인들이 생각하면 퇴직했는데 왜 생활비를 주느냐고 지적할 수 있지만, 교회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 "목회자들은 다른 재테크가 없으니 일반 직장인들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모 장로는 세금 문제를 언급한 취재진에 "교회가 납득하지 못하는 사회적 제도도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실정법을 납득할 수 없으니, 지킬 필요도 없다는 요지로 해석되는 발언입니다.

이 장로는 또 "소망교회의 사회적 위치를 보면 대기업이나 마찬가지인데 담임목사 연봉은 1억 5천만 원가량"이라며 "그 돈을 자녀교육에 거의 소진하니까 은행에 돈이 남아있거나 본인 소유의 집을 가질 형편이 못 된다", "은퇴했다고 그냥 내보내면 어떻게 살아가겠느냐"며 생계유지를 위해 교회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세금 '0' 김지철 목사 "큰 문제 아냐...문제 있다면 세금 낼 것"

그러나 중요한 건 종교인 과세가 시행된 상황에서, 사실상 수십억 원가량의 퇴직금을 받은 당사자인 김지철 목사는 이에 대해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는 겁니다.

따라서 취재진은 당사자인 김지철 목사에게 직접 입장을 묻기 위해 여러 차례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김 목사 측은 모두 거절했습니다. 김 목사가 나오는 행사장을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김 목사 측은 만나고 싶지 않다며 취재를 완강히 거부했습니다.

계속된 설득 끝에 비공개를 조건으로 만난 자리에서 김 목사는 취재진이 지적한 세금 문제에 대해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소망교회 측에 세금을 납부하라고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만난 세무전문가들의 얘기는 달랐습니다. 김 목사가 받은 모든 혜택은 사실상 퇴직소득에 해당한다며, 김 목사 스스로가 총액을 명확히 신고한 뒤 납세를 했어야 했다는 겁니다.

종교인 과세는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되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됐습니다. 그 명목이 무엇이든 간에 퇴직한 종교인이 받는 돈 또한 과세의 대상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퇴직 소득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납부하겠다"는 김지철 목사의 설명이 '유리지갑'을 갖고 있는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요?

오늘(21일) [kbs 뉴스9]는 김지철 목사와 소망교회 측의 교묘한 탈세 과정과 해명, 유명무실한 '종교인 과세' 실태와 그럼에도 면세 혜택을 늘리려는 입법 문제 등을 심층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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