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80%가 찬성한다”지만…‘공수처 먼저’ 전략 통할까?

입력 2019.10.2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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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대전'에 이어 이번엔 '공수처 대전'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못다 이룬 검찰 개혁의 핵심 과제로 공수처 설치를 내걸었습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사법개혁 법안 가운데 공수처법을 콕 집어 우선 처리하기로 당론을 모았습니다. 검찰 개혁, 그중에서도 공수처 도입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크다는 걸 근거로 들었습니다.

"국민 80%가 공수처 도입에 찬성한다"는데…

민주당 지도부는 공수처법 처리를 강조하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민 80%가 공수처 설치를 지지한다'고 주장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두번째)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두번째)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 80%가 공수처 설치를 지지한다'는 말, 과연 맞을까요.

발언을 한 당사자들이 구체적인 출처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올해 초 실시된 몇몇 여론조사가 그 근거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월 초,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6.9%(매우 찬성 48.3%, 찬성하는 편 28.6%)가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지난 3월 초 여론조사에서도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다는 답변은 82.9% 였습니다.

즉, '국민 80%가 공수처 설치에 동의한다'는 민주당 지도부의 발언은 7, 8개월 전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얘기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조국 정국'을 거치며 공수처 도입을 둘러싼 여론 지형도 그때와는 사뭇 달라졌습니다.

KBS <일요진단 라이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이번 달 17일과 18일 이틀 동안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다'는 비율은 56%였고 28%는 반대한다고 답했습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8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도 찬성한다는 응답은 51.4%였고, 반대한다는 응답은 41.2%였습니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공수처 설치 찬성 여론은 약해지고 반대 의견은 늘어난 겁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공수처 설치가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야당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공수처 먼저'에 부정적인 야당…과반 확보 가능할까?

민주당은 공수처법을 먼저 처리하겠다고 하지만, 국회 내의 상황은 민주당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다른 건 협상의 여지가 있어도 공수처만은 절대 안된다'며 강경한 입장입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지난 4월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데 동참했던 다른 야당들도 민주당의 '공수처 우선' 전략에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합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공수처법 우선 처리는 기존 합의를 깨고 파기를 선언하는 것이다. 동의할 수 없다"고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민주평화당 탈당 의원 모임인 가칭 대안신당의 유성엽 대표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비판했고, 평화당 정동영 대표도 '동의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정의당만 민주당 제안에 동의한다, 아니다를 확실하게 얘기하지 않고, 심상정 대표가 "여야 4당 공조로 사법·정치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할 뿐입니다.

공수처법 처리에 필요한 의석수는 재적 과반인 149석입니다. 민주당 의석수는 128석으로 21석이 모자랍니다.

현재로선 명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정의당(6석)과 친여 성향 무소속(4~5석)을 모두 더하더라도 10석 안팎을 더 끌어와야 합니다. 단순 표 계산으로도 처리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공수처 먼저' 고집하다 '4당 공조' 놓칠라"

민주당의 '공수처 먼저' 전략 자체가 악수(惡手)였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다음 달에 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처리하는 것이 가능성이 더 높다"면서 "계속 '우리 편'을 늘리는 전략으로 가는 것이 맞는데 (민주당이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도 SNS를 통해 "공수처법을 통과시키려면 과반이 확보되어야 하고,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면서 "그러면 다른 야당들과 협의해서 법안 내용을 조율하고 통과 시기에 대해서도 조정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자기 얘기를 발표하고 있으니, 이건 정치를 할 줄을 모른다고 봐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4월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 선거법 개정안 등이 우여곡절 끝에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당을 뺀 여야 4당 공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는데, 민주당이 공수처법부터 처리하자고 하면 4당 공조에 균열이 가고 결국 다른 패스트트랙 법안들 처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오는 29일이면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 등 사법개혁 법안이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된다고, 민주당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장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 본회의 상정도 가능한 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그전까진 야당들과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남은 8일간, 민주당은 안팎의 난관과 복잡한 방정식을 풀고 '공수처법 우선 처리'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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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80%가 찬성한다”지만…‘공수처 먼저’ 전략 통할까?
    • 입력 2019-10-21 18:43:45
    여심야심
'조국 대전'에 이어 이번엔 '공수처 대전'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못다 이룬 검찰 개혁의 핵심 과제로 공수처 설치를 내걸었습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사법개혁 법안 가운데 공수처법을 콕 집어 우선 처리하기로 당론을 모았습니다. 검찰 개혁, 그중에서도 공수처 도입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크다는 걸 근거로 들었습니다.

"국민 80%가 공수처 도입에 찬성한다"는데…

민주당 지도부는 공수처법 처리를 강조하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민 80%가 공수처 설치를 지지한다'고 주장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두번째)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 80%가 공수처 설치를 지지한다'는 말, 과연 맞을까요.

발언을 한 당사자들이 구체적인 출처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올해 초 실시된 몇몇 여론조사가 그 근거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월 초,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6.9%(매우 찬성 48.3%, 찬성하는 편 28.6%)가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지난 3월 초 여론조사에서도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다는 답변은 82.9% 였습니다.

즉, '국민 80%가 공수처 설치에 동의한다'는 민주당 지도부의 발언은 7, 8개월 전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얘기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조국 정국'을 거치며 공수처 도입을 둘러싼 여론 지형도 그때와는 사뭇 달라졌습니다.

KBS <일요진단 라이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이번 달 17일과 18일 이틀 동안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다'는 비율은 56%였고 28%는 반대한다고 답했습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8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도 찬성한다는 응답은 51.4%였고, 반대한다는 응답은 41.2%였습니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공수처 설치 찬성 여론은 약해지고 반대 의견은 늘어난 겁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공수처 설치가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야당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공수처 먼저'에 부정적인 야당…과반 확보 가능할까?

민주당은 공수처법을 먼저 처리하겠다고 하지만, 국회 내의 상황은 민주당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다른 건 협상의 여지가 있어도 공수처만은 절대 안된다'며 강경한 입장입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지난 4월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데 동참했던 다른 야당들도 민주당의 '공수처 우선' 전략에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합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공수처법 우선 처리는 기존 합의를 깨고 파기를 선언하는 것이다. 동의할 수 없다"고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민주평화당 탈당 의원 모임인 가칭 대안신당의 유성엽 대표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비판했고, 평화당 정동영 대표도 '동의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정의당만 민주당 제안에 동의한다, 아니다를 확실하게 얘기하지 않고, 심상정 대표가 "여야 4당 공조로 사법·정치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할 뿐입니다.

공수처법 처리에 필요한 의석수는 재적 과반인 149석입니다. 민주당 의석수는 128석으로 21석이 모자랍니다.

현재로선 명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정의당(6석)과 친여 성향 무소속(4~5석)을 모두 더하더라도 10석 안팎을 더 끌어와야 합니다. 단순 표 계산으로도 처리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공수처 먼저' 고집하다 '4당 공조' 놓칠라"

민주당의 '공수처 먼저' 전략 자체가 악수(惡手)였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다음 달에 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처리하는 것이 가능성이 더 높다"면서 "계속 '우리 편'을 늘리는 전략으로 가는 것이 맞는데 (민주당이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도 SNS를 통해 "공수처법을 통과시키려면 과반이 확보되어야 하고,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면서 "그러면 다른 야당들과 협의해서 법안 내용을 조율하고 통과 시기에 대해서도 조정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자기 얘기를 발표하고 있으니, 이건 정치를 할 줄을 모른다고 봐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4월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 선거법 개정안 등이 우여곡절 끝에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당을 뺀 여야 4당 공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는데, 민주당이 공수처법부터 처리하자고 하면 4당 공조에 균열이 가고 결국 다른 패스트트랙 법안들 처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오는 29일이면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 등 사법개혁 법안이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된다고, 민주당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장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 본회의 상정도 가능한 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그전까진 야당들과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남은 8일간, 민주당은 안팎의 난관과 복잡한 방정식을 풀고 '공수처법 우선 처리'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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