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빈곤 퇴치’ 연구 학자에게 노벨상 준 이유는?

입력 2019.10.23 (08:42) 수정 2019.10.23 (08:5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생활에 보탬이 되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지난주에 노벨 경제학상이 발표됐는데요.

올해 노벨상은 빈곤 퇴치를 연구한 학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어떤 연구를 했고 또 우리 경제에는 어떤 시사점이 있는지, 박대기 기자와 알아봅니다.

박 기자, 모두 세 명이 받았네요.

[기자]

세 명 모두 빈곤 퇴치를 위한 경제학의 전문가들인데요.

특히 이 가운데는 같은 미국 MIT대학의 교수 부부가 포함돼 있습니다.

에스테르 뒤플로 교수와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교수 부부가 그들입니다.

뒤플로 교수는 이번 수상을 통해 빈곤 퇴치 연구의 물꼬가 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에스테르 뒤플로/노벨경제학상 수상자 : "세계 빈곤층의 운명은 지난 30년 동안 정말 엄청나게 향상됐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처하도록 돕는 정책들이 개선됐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좋은 정책이고 무엇이 좋지 않은 정책인지 연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고, 좋은 정책을 도입하면 빈곤 퇴치가 가능하다는 걸 강조한 것입니다.

[앵커]

그럼 어떤 정책이 좋은 것인지 노벨상을 받은 업적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죠.

[기자]

아직도 아프리카 남부 등 세계 곳곳이 절대적인 빈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경제학자 사이에서는 빈곤 퇴치에 대해 두가지 상반된 입장이 있습니다.

하나는 원조 찬성론입니다.

빈곤층은 교육 받을 기회나 생활을 개선할 기회가 부족해 더욱 가난한 상태로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이 악순환을 멈추기 위해 외부의 원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반면 원조 무용론도 있습니다.

"원조를 받는 국가는 공무원들이 부패하게 되고, 자립할 힘도 잃게 된다"는 입장입니다.

이들은 빈곤한 국가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올해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들은 양쪽 주장 모두를 받아들입니다.

즉, '해로운 원조'도 분명히 있고 '도움이 되는 원조'도 있다는 것입니다.

원조가 옳으냐 그르냐는 질문을 어떤 원조가 옳으냐는 질문으로 질문을 바꾼 셈이죠.

이처럼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고 했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앵커]

도움이 되는 원조인가 아닌가는 어떻게 알 수 있는 건가요?

[기자]

그래서 원조에 대한 평가가 중요한데요.

수상자들은 우리가 어떤 약이 효능이 있는지 없는지 실험해보는 방식을 빌려왔습니다.

즉, 특정한 원조 정책을 쓴 쪽과 쓰지 않은 쪽을 비교해서 양쪽의 결과를 비교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케냐 아동에게 구충제를 1년 더 복용시키는데는 1천 6백원이 듭니다.

하지만 이렇게 1년 더 복용하면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더 건강해지고 평생 4백만 원을 더 벌 수 있게 됩니다.

이런 결과라면 다른 대안보다 우수한 원조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반면 똑같은 원조라 설탕이나 밀가루는 단순히 양을 더 많이 준다고 해서 꼭 좋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방법을 '무작위 대조 실험' 이라고 부르는데요.

특정 원조 정책을 도입한 쪽과 그러지 않은 쪽을 비교해서 원조의 효과를 분석한 것입니다.

수상자들은 이런 좋고 나쁜 사례를 모아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라는 책을 썼습니다.

책에 따르면, 빈곤 퇴치에 효과적인 정책으로 임신부나 아동에 대한 보건 위생 지원이 거론됩니다.

더 나은 삶을 살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어린이들에게 지원하자는 것입니다.

다만 나라마다 사정에 따라 효과도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앵커]

우리 사회에도 빈곤이 없다고 할 수 없는데 노벨상을 받은 연구 결과를 적용해 볼 수 있을까요?

[기자]

일단 수상자들의 연구는 우리보다 절대적으로는 훨씬 빈곤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심지어 수상자들은 "한국은 빈곤을 탈출한 좋은 사례"라면서 "기술과 교육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 빈곤을 따지자면 우리도 문제는 많습니다.

표는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시내 구청별 건강 지도입니다.

밝은 색일수록 주민들이 더 건강한 구인데 강남 서초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가 밝은 색으로, 더 건강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반대로 상대적 빈곤을 경험하는 쪽에서는 건강 문제로 소득이 줄면서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습니다.

빈곤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 원조가 필요하고, 또 원조 효과는 검증해야 한다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주장은 우리 사회에도 메시지를 던집니다.

[앵커]

오늘은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 결과를 알아봤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친절한 경제] ‘빈곤 퇴치’ 연구 학자에게 노벨상 준 이유는?
    • 입력 2019-10-23 08:45:51
    • 수정2019-10-23 08:52:33
    아침뉴스타임
[앵커]

생활에 보탬이 되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지난주에 노벨 경제학상이 발표됐는데요.

올해 노벨상은 빈곤 퇴치를 연구한 학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어떤 연구를 했고 또 우리 경제에는 어떤 시사점이 있는지, 박대기 기자와 알아봅니다.

박 기자, 모두 세 명이 받았네요.

[기자]

세 명 모두 빈곤 퇴치를 위한 경제학의 전문가들인데요.

특히 이 가운데는 같은 미국 MIT대학의 교수 부부가 포함돼 있습니다.

에스테르 뒤플로 교수와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교수 부부가 그들입니다.

뒤플로 교수는 이번 수상을 통해 빈곤 퇴치 연구의 물꼬가 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에스테르 뒤플로/노벨경제학상 수상자 : "세계 빈곤층의 운명은 지난 30년 동안 정말 엄청나게 향상됐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처하도록 돕는 정책들이 개선됐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좋은 정책이고 무엇이 좋지 않은 정책인지 연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고, 좋은 정책을 도입하면 빈곤 퇴치가 가능하다는 걸 강조한 것입니다.

[앵커]

그럼 어떤 정책이 좋은 것인지 노벨상을 받은 업적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죠.

[기자]

아직도 아프리카 남부 등 세계 곳곳이 절대적인 빈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경제학자 사이에서는 빈곤 퇴치에 대해 두가지 상반된 입장이 있습니다.

하나는 원조 찬성론입니다.

빈곤층은 교육 받을 기회나 생활을 개선할 기회가 부족해 더욱 가난한 상태로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이 악순환을 멈추기 위해 외부의 원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반면 원조 무용론도 있습니다.

"원조를 받는 국가는 공무원들이 부패하게 되고, 자립할 힘도 잃게 된다"는 입장입니다.

이들은 빈곤한 국가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올해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들은 양쪽 주장 모두를 받아들입니다.

즉, '해로운 원조'도 분명히 있고 '도움이 되는 원조'도 있다는 것입니다.

원조가 옳으냐 그르냐는 질문을 어떤 원조가 옳으냐는 질문으로 질문을 바꾼 셈이죠.

이처럼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고 했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앵커]

도움이 되는 원조인가 아닌가는 어떻게 알 수 있는 건가요?

[기자]

그래서 원조에 대한 평가가 중요한데요.

수상자들은 우리가 어떤 약이 효능이 있는지 없는지 실험해보는 방식을 빌려왔습니다.

즉, 특정한 원조 정책을 쓴 쪽과 쓰지 않은 쪽을 비교해서 양쪽의 결과를 비교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케냐 아동에게 구충제를 1년 더 복용시키는데는 1천 6백원이 듭니다.

하지만 이렇게 1년 더 복용하면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더 건강해지고 평생 4백만 원을 더 벌 수 있게 됩니다.

이런 결과라면 다른 대안보다 우수한 원조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반면 똑같은 원조라 설탕이나 밀가루는 단순히 양을 더 많이 준다고 해서 꼭 좋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방법을 '무작위 대조 실험' 이라고 부르는데요.

특정 원조 정책을 도입한 쪽과 그러지 않은 쪽을 비교해서 원조의 효과를 분석한 것입니다.

수상자들은 이런 좋고 나쁜 사례를 모아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라는 책을 썼습니다.

책에 따르면, 빈곤 퇴치에 효과적인 정책으로 임신부나 아동에 대한 보건 위생 지원이 거론됩니다.

더 나은 삶을 살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어린이들에게 지원하자는 것입니다.

다만 나라마다 사정에 따라 효과도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앵커]

우리 사회에도 빈곤이 없다고 할 수 없는데 노벨상을 받은 연구 결과를 적용해 볼 수 있을까요?

[기자]

일단 수상자들의 연구는 우리보다 절대적으로는 훨씬 빈곤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심지어 수상자들은 "한국은 빈곤을 탈출한 좋은 사례"라면서 "기술과 교육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 빈곤을 따지자면 우리도 문제는 많습니다.

표는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시내 구청별 건강 지도입니다.

밝은 색일수록 주민들이 더 건강한 구인데 강남 서초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가 밝은 색으로, 더 건강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반대로 상대적 빈곤을 경험하는 쪽에서는 건강 문제로 소득이 줄면서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습니다.

빈곤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 원조가 필요하고, 또 원조 효과는 검증해야 한다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주장은 우리 사회에도 메시지를 던집니다.

[앵커]

오늘은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 결과를 알아봤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