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최강시사] 김종훈 “개도국 지위 포기하더라도 이미 획득한 혜택은 유지”

입력 2019.10.23 (09:40) 수정 2019.10.2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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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국 개도국 분류하는 국제사회 합의 기준 없어, 자국이 선언하는 것
- 개도국 지위 유지에 대한 고민은 오래된 이야기, 지금은 결정해야 할 시기
- WTO 체제 전체를 문제 삼는 트럼프, 개도국 논의 발단은 중국
- 우르과이라운드 때도 농업 문제가 쟁점, 결국 우리가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계기
- 보호막 속에 있는 산업은 경쟁력 갖추기 힘들어, 농업도 경쟁력 키워야
- 우리가 개도국 지위 포기하더라도 그 전에 획득한 혜택은 계속 유지돼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최강 인터뷰1>
■ 방송시간 : 10월 23일(수) 07:40-07:50 KBS 1R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김종훈 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 김경래 : 우리나라가 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갖고 있었잖아요. 이 지위를 포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가 어제, 그제 많이 나왔는데, 금요일쯤에 공식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전망이 되고 있고요. 미국계의 압박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려운을 얘기라서 자세한 설명을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쉽지가 않아요, 농업계에서는 강력하게 반발을 하고 있고요. 오늘 김종훈 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연결해서 관련 이야기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종훈 : 안녕하십니까?

▷ 김경래 : 일단 이게 어쩔 수 없는 건가요?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는 게, 이게 상당히 우리한테는 혜택이 있는 거잖아요.

▶ 김종훈 : 그렇죠. 그런데 지금 지구상에 한 200개 정도 되는 나라가 있죠. 제가 알기로는 UN 회원국이 한 197개국이니까. 그런데 어떤 나라가 잘살고 어떤 나라가 못 사느냐, 선진국이냐 개도국이냐하는 그 분류 기준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어떤 합의된 기준은 아직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보통 3만 불,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 넘어서면 잘사는 나라 아니냐, 선진국 아니냐? 이런 인식이 있습니다만 그것은 그냥 감성적인 인식일 뿐이고 합의한 그런 기준은 없거든요. 그러면 무슨 원칙이 있느냐? 결국 나라마다 자기 선언입니다. 어떤 나라가 우리나라 오늘부터 선진국, 이러면 선진국 되는 거죠.

▷ 김경래 : 그래요?

▶ 김종훈 : 예, 영어로는 Self Declaration이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그게 우리는 협상을 할 때 특히 농업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는 개도국 지위를 끝까지 유지하겠다하는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에 그런 선언을 한 거죠. 그런 지위가 지금까지 유지가 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게 선진국이 되면 뭐가 나쁘냐?

▷ 김경래 : 그렇죠, 선진국 되면 좋은 것 아니냐, 이런 생각도 들 수 있어요.

▶ 김종훈 : 그렇죠. 국가적이나 국민적인 자긍심은 많이 올라가겠죠. 그리고 우리 한 10년 전부터 우리 정부가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 됐다, 이런 이야기 많이 했지 않습니까? 그런 이야기 들으면 국민들은 뿌듯하죠, 사실. 이거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 많네, 이런 생각도 하게 되고. 그런데 이게 결국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개도국 지위에서 개도국이기 때문에 받는 에누리가 있었어요, 특히 무역협상을 할 때 다른 나라들은 무역 개방을 이만큼 하는데, 우리나라는 개도국이니까 거기에 좀 에누리를 달라 해서 덜려는 거죠. 그런 혜택입니다. 그다음에 우리는 경제가 아직 이렇게 미숙하니까, 이 분야가. 거기에 어떤 보호 정책을 해야겠다. 그러면 그 보호 정책의 규모를 다른 나라보다 더 크게 할 수 있는, 그런 혜택이 있는 거죠. 그거를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조정을 해야 되는 부담이 따로 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간에 우리나라가 지금 GDP 규모로는 세계에서 11번째, 12번째 이렇게 됐다, 자랑을 했고 그다음에 국민소득도 3만 불이 넘어갔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국민소득으로 보면 아마 이것도 세계 한 200개국 중에 25위 안팎일 텐데요. 흔히 이야기하는 5분위로 나눠도 분명히 상위권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나라가 계속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적정하느냐는 고민을 했던 것은 사실 몇 년 된 이야기죠. 그런데 아마 최근에 결국 하나의 큰 결정을 해야 될 안건으로 대두된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 김경래 : 이게 그러니까 그런 결정을 해야 되는 직접적인 이유라고 할까요? 배경은 미국의 압박 아니겠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잘사는 나라들, 개도국 지위 인정 못하겠다, 이런 식으로 정책을 세우고 WTO에 제출하고 그리고 외교적으로도 압박하고 이것 때문으로 봐야겠죠?

▶ 김종훈 : 그렇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선진국, 개도국 이것만 생각을 달리해서 물고 늘어진 게 아니고 지금 WTO 체제 전체를 문제 삼고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 제네바에 있는 WTO의 거의 기능이 제가 보기에는 기능이 정지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트럼프 대통령 머릿속에는 지난 한 30~40년 동안 계속되어왔던 세계 무역 구조라고 할까요, 질서라고 할까요? 바꿔놔야겠다하는 것 중에 하나가 개도국 문제인데, 이 문제는 특히 중국 때문에 발단이 됐어요, 사실 미국 안에서. 중국이 2025년까지 강국이 돼서 이천사십몇 년에는 미국을 따라잡는 세계 1등 경제국이 되겠다, 이런 발표를 했지 않습니까? 오늘 현재로도 중국은 GDP 세계 2위고 무역은 미국을 앞질러서 세계 1위 국가가 됐는데, 아직 개도국이거든요. 아직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아까 말씀드린 계속 에누리를 혜택을 받고 있고 하니까 미국 입장에서는 이거 뭐 그렇게 큰...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이런 것입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중국뿐이냐? 하다 보니까 여러 나라가 이렇게 잘사는 나라들이 개도국 이거 안 된다하면서 내놓은 게 지난번에 소위 선진국 그룹이라고 하는 OECD에 들어가 있거나 아니면 세계 여론을 주도하는 G20의 일원으로서 앉아 있거나 또는 교역 비중이 세계에서 0.5% 이상 차지하는 그런 나라, 우리는 3%가 넘어갑니다. 그다음에 세계 은행에서 분류한 고소득 국가 이게 고소득 국가가 1만 2천 불이에요, 우리는 작년에 3만 불 넘었다고 그랬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4개 중에 어느 것 하나라도 걸리면 개도국에서 나가라, 이게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안이고요. 우리는 네 가지에 다 해당이 되니까 다른 나라보다 훨씬 신속하게 결정을 해야 될 만한 배경이 되고 있는 거죠.

▷ 김경래 : 그런데 이제 우리나라는 조금 다른 나라들보다 특수한 게 예를 들어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하고 있고요. 그리고 우리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습니까, 무역 같은 경우. 그러다 보니까 실리를 찾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빨리 결정을 해야 된다, 이런 측면도 있겠죠?

▶ 김종훈 :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행태를 보면 늘 이렇게 자기 주장을 해서 안 되면 일방적인 조치를 하는 거죠. 그래서 미국에 들어올 때 관세를 때린다든가, 불이익을 주겠다, 이러니까 해당되는 나라들은 이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해야겠다 하는데 그런데 그게 다른 나라가 그러면 좀 맞상대를 해보고 그럴 텐데 미국이라는 나라가 워낙 시장이 큰 나라니까, 거기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게 참 뼈가 아픈 거죠. 그래서 별 수 없이 협상을 하게 되거나 그 입장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런데 아까 방위비 문제도 말씀하셨는데요. 사실 외교에서는 모든 것이 다 연결되고 종합적으로 검토되는 게 맞습니다. 맞는데,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안이 연결되고 이거 되면 이거 풀어줘, 이거 안 되면 이거 해, 압박할 거야, 그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조건화하고 그런 건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서 일 안 하면 방위비 엄청나게 때릴 거야, 그런 거 아니죠, 그런 건 아니고.

▷ 김경래 : 겉으로 그렇게 얘기할 수는 없겠죠.

▶ 김종훈 : 그런데 다만 이게 되면 양국 간의 관계에서 상대편의 입장이 어느 정도 수용이 되면 저쪽의 다른 입장이 많이 누그러뜨려질 그런 분위기는 조성이 될 수 있다고 봐야겠죠.

▷ 김경래 : 그런데 문제가 지금 우리가 개도국 지위를 갖고 있는 게 농업 분야잖아요. 그런데 어제 농민단체들하고 정부가 간담회를 열었는데, 이게 파행을 빚었어요. 그러니까 농업계에서는 아직은 좀 힘들다. 그리고 정부 지원을 개도국 지위를 풀려면 늘려라, 이런 입장인데, 이게 좀 서로 간의 입장 차이가 큰 모양이에요. 이게 원만하게 해결이 될 수 있겠습니까?

▶ 김종훈 : 뭐 우루과이라운드는 사실 86년 우리가 아시안게임 할 때 다 옛날 이야기입니다. 그때 시작해서 한 8년 해서 WTO가 95년에 출범하는 그런 과정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때 우리 시장을 급하게 개방하는 계기가 됐고 그때도 농업, 특히 쌀 문제 이런 것으로 농림부 장관이 여러 번 교체가 되고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당시에 김영삼 대통령이셨어요. 하도 쌀 문제와 우루과이라운드로 시끄러우니까 그때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우루과이라운드라고 하시지 않고 이놈의 우루과이 사태 때문에 죽겠다는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거든요. 그때 당시에는 완전히 사태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우리한테 그렇게 어려움만 있었느냐? 이게 우루과이라운드를 거치면서 각국의 시장이 서서히 개방이 됐거든요. 그러면서 우리가 진짜 교역, 무역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큰 계기가 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WTO 같은 데에 기술한 내용을 보면 세계의 무역이 자유화되고 시장이 개방되면서 제일 혜택을 받은 나라 중에 1번, 2번이 결국 한국입니다, 한국, 중국 이런 나라들이 제일 혜택을 받았다, 이런 기술들이 여러 번 등장하거든요. 그래서 우리에게 명암이 있는 건데, 특히 어려웠던 부분이 농업이었던 것은 사실이었고요. 그런데 이게 우리나라만의 문제냐? 농업은 나라마다 다 사정은 비슷합니다. 다른 산업보다는 이게 뭐라고 할까요? 기후 같은 자연환경에 대한 영향이 크고 그다음에 산업으로서의 수익성이 좀 떨어진다. 그러니까 이게 일정한 정도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은 나라마다 거의 똑같아요. 그러나 다만 이제 보호의 정도의 문제죠, 이건 어느 정도까지 보호를 해야 되느냐? 그다음에 보호의 내용이 진짜 보호만으로 그칠 것이냐 아니면 하나의 경쟁력을 키워가는 형태의 내용을 계속 담아가면서 산업으로서의 농업의 경쟁력을 계속 키워갈 것이냐, 이 2개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겠죠? 그래서 계속 보호를 하다 보면 사실은 보호가 좋은 것 같지만 보호막 속에 있는 산업은 경쟁력을 갖추기는 진짜 어려워요. 그러니까 보호는 하되 그 보호의 내용이 전국적으로 경쟁력이 촉진이 될 수 있는 그런 쪽으로 맞춰가는 게 맞는 방향이죠.

▷ 김경래 : 지금 상황에서 그러면 우리는 어떤 대책을 세워야 될까? 이게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 김종훈 : 그렇죠. 그런데 저도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을 봤는데요. 미국이 그렇게 압박을 해서 우리가 하여튼 그런저런 여러 가지 검토 끝에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겠다, 그러면 포기한 그다음 날로 우리의 관세 제도나 농업에 대한 보호 제도에 일대 개편이 오느냐? 당장의 어떤 것이 오느냐? 그것은 아닌 것 같아요, 조금. 왜냐하면 지금 제가 쭉 말씀드리는 개도국 지위라는 것이 미국과 우리 간에 합의한 내용이 아니고 세계 모든 나라가 모여서 다자 간 협상을 한 WTO 체제 안에서의 정리된 내용이거든요. 그러니까 이 내용에 어떤 변경이 있으려면 새로운 다자 간 협상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다자 간 협상이라는 게 2000년에 DDA 협상을 시작했다가 지금 흐지부지돼서 거의 실패를 했거든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대로 WTO가 거의 협상 기능이 정지가 되어 있어요. 그래서 새로운 다자 간 협상이 언제, 어떤 형태로 시작될지 아무도 기약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협상이 시작돼서 새로운 내용이 만들어질 때까지는 우리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더라도 그전에 다자 간 협상을 통해서 획득한 그 혜택은 새롭게 어떤 내용으로 조정될 때까지는 계속 유지가 되어야 된다는 것이 논리적이죠.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도 또 관련된 나라들도 그건 맞다는 같은 이해와 인식이 있는 것으로 제가 알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이것을 우리가 포기한다고 내일 고쳐진다, 모레 고쳐진다, 그런 건 아니고 다음 협상을 대비를 하고 해야 되는데, 그 다음 협상이 언제냐? 그것도 아직은 뭐...

▷ 김경래 : 기약이 없다.

▶ 김종훈 : 예측할 수 있는 그런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당분간이 얼마나 오래될지 모르겠습니다만 하여튼 당분간 이런 혜택이 없어지거나 제도의 큰 개편이 당장 수반되어야 될 그런 건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 김경래 : 알겠습니다. 농업계와 정부의 대화는 계속될 것 같으니까요. 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종훈 : 예, 수고하십시오.

▷ 김경래 : 김종훈 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 WTO 홈페이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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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래의 최강시사] 김종훈 “개도국 지위 포기하더라도 이미 획득한 혜택은 유지”
    • 입력 2019-10-23 09:40:41
    • 수정2019-10-23 09:41:28
    최강시사
- 선진국 개도국 분류하는 국제사회 합의 기준 없어, 자국이 선언하는 것 - 개도국 지위 유지에 대한 고민은 오래된 이야기, 지금은 결정해야 할 시기 - WTO 체제 전체를 문제 삼는 트럼프, 개도국 논의 발단은 중국 - 우르과이라운드 때도 농업 문제가 쟁점, 결국 우리가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계기 - 보호막 속에 있는 산업은 경쟁력 갖추기 힘들어, 농업도 경쟁력 키워야 - 우리가 개도국 지위 포기하더라도 그 전에 획득한 혜택은 계속 유지돼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최강 인터뷰1> ■ 방송시간 : 10월 23일(수) 07:40-07:50 KBS 1R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김종훈 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 김경래 : 우리나라가 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갖고 있었잖아요. 이 지위를 포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가 어제, 그제 많이 나왔는데, 금요일쯤에 공식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전망이 되고 있고요. 미국계의 압박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려운을 얘기라서 자세한 설명을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쉽지가 않아요, 농업계에서는 강력하게 반발을 하고 있고요. 오늘 김종훈 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연결해서 관련 이야기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종훈 : 안녕하십니까? ▷ 김경래 : 일단 이게 어쩔 수 없는 건가요?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는 게, 이게 상당히 우리한테는 혜택이 있는 거잖아요. ▶ 김종훈 : 그렇죠. 그런데 지금 지구상에 한 200개 정도 되는 나라가 있죠. 제가 알기로는 UN 회원국이 한 197개국이니까. 그런데 어떤 나라가 잘살고 어떤 나라가 못 사느냐, 선진국이냐 개도국이냐하는 그 분류 기준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어떤 합의된 기준은 아직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보통 3만 불,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 넘어서면 잘사는 나라 아니냐, 선진국 아니냐? 이런 인식이 있습니다만 그것은 그냥 감성적인 인식일 뿐이고 합의한 그런 기준은 없거든요. 그러면 무슨 원칙이 있느냐? 결국 나라마다 자기 선언입니다. 어떤 나라가 우리나라 오늘부터 선진국, 이러면 선진국 되는 거죠. ▷ 김경래 : 그래요? ▶ 김종훈 : 예, 영어로는 Self Declaration이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그게 우리는 협상을 할 때 특히 농업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는 개도국 지위를 끝까지 유지하겠다하는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에 그런 선언을 한 거죠. 그런 지위가 지금까지 유지가 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게 선진국이 되면 뭐가 나쁘냐? ▷ 김경래 : 그렇죠, 선진국 되면 좋은 것 아니냐, 이런 생각도 들 수 있어요. ▶ 김종훈 : 그렇죠. 국가적이나 국민적인 자긍심은 많이 올라가겠죠. 그리고 우리 한 10년 전부터 우리 정부가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 됐다, 이런 이야기 많이 했지 않습니까? 그런 이야기 들으면 국민들은 뿌듯하죠, 사실. 이거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 많네, 이런 생각도 하게 되고. 그런데 이게 결국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개도국 지위에서 개도국이기 때문에 받는 에누리가 있었어요, 특히 무역협상을 할 때 다른 나라들은 무역 개방을 이만큼 하는데, 우리나라는 개도국이니까 거기에 좀 에누리를 달라 해서 덜려는 거죠. 그런 혜택입니다. 그다음에 우리는 경제가 아직 이렇게 미숙하니까, 이 분야가. 거기에 어떤 보호 정책을 해야겠다. 그러면 그 보호 정책의 규모를 다른 나라보다 더 크게 할 수 있는, 그런 혜택이 있는 거죠. 그거를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조정을 해야 되는 부담이 따로 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간에 우리나라가 지금 GDP 규모로는 세계에서 11번째, 12번째 이렇게 됐다, 자랑을 했고 그다음에 국민소득도 3만 불이 넘어갔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국민소득으로 보면 아마 이것도 세계 한 200개국 중에 25위 안팎일 텐데요. 흔히 이야기하는 5분위로 나눠도 분명히 상위권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나라가 계속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적정하느냐는 고민을 했던 것은 사실 몇 년 된 이야기죠. 그런데 아마 최근에 결국 하나의 큰 결정을 해야 될 안건으로 대두된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 김경래 : 이게 그러니까 그런 결정을 해야 되는 직접적인 이유라고 할까요? 배경은 미국의 압박 아니겠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잘사는 나라들, 개도국 지위 인정 못하겠다, 이런 식으로 정책을 세우고 WTO에 제출하고 그리고 외교적으로도 압박하고 이것 때문으로 봐야겠죠? ▶ 김종훈 : 그렇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선진국, 개도국 이것만 생각을 달리해서 물고 늘어진 게 아니고 지금 WTO 체제 전체를 문제 삼고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 제네바에 있는 WTO의 거의 기능이 제가 보기에는 기능이 정지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트럼프 대통령 머릿속에는 지난 한 30~40년 동안 계속되어왔던 세계 무역 구조라고 할까요, 질서라고 할까요? 바꿔놔야겠다하는 것 중에 하나가 개도국 문제인데, 이 문제는 특히 중국 때문에 발단이 됐어요, 사실 미국 안에서. 중국이 2025년까지 강국이 돼서 이천사십몇 년에는 미국을 따라잡는 세계 1등 경제국이 되겠다, 이런 발표를 했지 않습니까? 오늘 현재로도 중국은 GDP 세계 2위고 무역은 미국을 앞질러서 세계 1위 국가가 됐는데, 아직 개도국이거든요. 아직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아까 말씀드린 계속 에누리를 혜택을 받고 있고 하니까 미국 입장에서는 이거 뭐 그렇게 큰...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이런 것입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중국뿐이냐? 하다 보니까 여러 나라가 이렇게 잘사는 나라들이 개도국 이거 안 된다하면서 내놓은 게 지난번에 소위 선진국 그룹이라고 하는 OECD에 들어가 있거나 아니면 세계 여론을 주도하는 G20의 일원으로서 앉아 있거나 또는 교역 비중이 세계에서 0.5% 이상 차지하는 그런 나라, 우리는 3%가 넘어갑니다. 그다음에 세계 은행에서 분류한 고소득 국가 이게 고소득 국가가 1만 2천 불이에요, 우리는 작년에 3만 불 넘었다고 그랬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4개 중에 어느 것 하나라도 걸리면 개도국에서 나가라, 이게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안이고요. 우리는 네 가지에 다 해당이 되니까 다른 나라보다 훨씬 신속하게 결정을 해야 될 만한 배경이 되고 있는 거죠. ▷ 김경래 : 그런데 이제 우리나라는 조금 다른 나라들보다 특수한 게 예를 들어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하고 있고요. 그리고 우리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습니까, 무역 같은 경우. 그러다 보니까 실리를 찾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빨리 결정을 해야 된다, 이런 측면도 있겠죠? ▶ 김종훈 :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행태를 보면 늘 이렇게 자기 주장을 해서 안 되면 일방적인 조치를 하는 거죠. 그래서 미국에 들어올 때 관세를 때린다든가, 불이익을 주겠다, 이러니까 해당되는 나라들은 이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해야겠다 하는데 그런데 그게 다른 나라가 그러면 좀 맞상대를 해보고 그럴 텐데 미국이라는 나라가 워낙 시장이 큰 나라니까, 거기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게 참 뼈가 아픈 거죠. 그래서 별 수 없이 협상을 하게 되거나 그 입장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런데 아까 방위비 문제도 말씀하셨는데요. 사실 외교에서는 모든 것이 다 연결되고 종합적으로 검토되는 게 맞습니다. 맞는데,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안이 연결되고 이거 되면 이거 풀어줘, 이거 안 되면 이거 해, 압박할 거야, 그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조건화하고 그런 건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서 일 안 하면 방위비 엄청나게 때릴 거야, 그런 거 아니죠, 그런 건 아니고. ▷ 김경래 : 겉으로 그렇게 얘기할 수는 없겠죠. ▶ 김종훈 : 그런데 다만 이게 되면 양국 간의 관계에서 상대편의 입장이 어느 정도 수용이 되면 저쪽의 다른 입장이 많이 누그러뜨려질 그런 분위기는 조성이 될 수 있다고 봐야겠죠. ▷ 김경래 : 그런데 문제가 지금 우리가 개도국 지위를 갖고 있는 게 농업 분야잖아요. 그런데 어제 농민단체들하고 정부가 간담회를 열었는데, 이게 파행을 빚었어요. 그러니까 농업계에서는 아직은 좀 힘들다. 그리고 정부 지원을 개도국 지위를 풀려면 늘려라, 이런 입장인데, 이게 좀 서로 간의 입장 차이가 큰 모양이에요. 이게 원만하게 해결이 될 수 있겠습니까? ▶ 김종훈 : 뭐 우루과이라운드는 사실 86년 우리가 아시안게임 할 때 다 옛날 이야기입니다. 그때 시작해서 한 8년 해서 WTO가 95년에 출범하는 그런 과정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때 우리 시장을 급하게 개방하는 계기가 됐고 그때도 농업, 특히 쌀 문제 이런 것으로 농림부 장관이 여러 번 교체가 되고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당시에 김영삼 대통령이셨어요. 하도 쌀 문제와 우루과이라운드로 시끄러우니까 그때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우루과이라운드라고 하시지 않고 이놈의 우루과이 사태 때문에 죽겠다는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거든요. 그때 당시에는 완전히 사태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우리한테 그렇게 어려움만 있었느냐? 이게 우루과이라운드를 거치면서 각국의 시장이 서서히 개방이 됐거든요. 그러면서 우리가 진짜 교역, 무역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큰 계기가 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WTO 같은 데에 기술한 내용을 보면 세계의 무역이 자유화되고 시장이 개방되면서 제일 혜택을 받은 나라 중에 1번, 2번이 결국 한국입니다, 한국, 중국 이런 나라들이 제일 혜택을 받았다, 이런 기술들이 여러 번 등장하거든요. 그래서 우리에게 명암이 있는 건데, 특히 어려웠던 부분이 농업이었던 것은 사실이었고요. 그런데 이게 우리나라만의 문제냐? 농업은 나라마다 다 사정은 비슷합니다. 다른 산업보다는 이게 뭐라고 할까요? 기후 같은 자연환경에 대한 영향이 크고 그다음에 산업으로서의 수익성이 좀 떨어진다. 그러니까 이게 일정한 정도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은 나라마다 거의 똑같아요. 그러나 다만 이제 보호의 정도의 문제죠, 이건 어느 정도까지 보호를 해야 되느냐? 그다음에 보호의 내용이 진짜 보호만으로 그칠 것이냐 아니면 하나의 경쟁력을 키워가는 형태의 내용을 계속 담아가면서 산업으로서의 농업의 경쟁력을 계속 키워갈 것이냐, 이 2개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겠죠? 그래서 계속 보호를 하다 보면 사실은 보호가 좋은 것 같지만 보호막 속에 있는 산업은 경쟁력을 갖추기는 진짜 어려워요. 그러니까 보호는 하되 그 보호의 내용이 전국적으로 경쟁력이 촉진이 될 수 있는 그런 쪽으로 맞춰가는 게 맞는 방향이죠. ▷ 김경래 : 지금 상황에서 그러면 우리는 어떤 대책을 세워야 될까? 이게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 김종훈 : 그렇죠. 그런데 저도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을 봤는데요. 미국이 그렇게 압박을 해서 우리가 하여튼 그런저런 여러 가지 검토 끝에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겠다, 그러면 포기한 그다음 날로 우리의 관세 제도나 농업에 대한 보호 제도에 일대 개편이 오느냐? 당장의 어떤 것이 오느냐? 그것은 아닌 것 같아요, 조금. 왜냐하면 지금 제가 쭉 말씀드리는 개도국 지위라는 것이 미국과 우리 간에 합의한 내용이 아니고 세계 모든 나라가 모여서 다자 간 협상을 한 WTO 체제 안에서의 정리된 내용이거든요. 그러니까 이 내용에 어떤 변경이 있으려면 새로운 다자 간 협상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다자 간 협상이라는 게 2000년에 DDA 협상을 시작했다가 지금 흐지부지돼서 거의 실패를 했거든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대로 WTO가 거의 협상 기능이 정지가 되어 있어요. 그래서 새로운 다자 간 협상이 언제, 어떤 형태로 시작될지 아무도 기약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협상이 시작돼서 새로운 내용이 만들어질 때까지는 우리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더라도 그전에 다자 간 협상을 통해서 획득한 그 혜택은 새롭게 어떤 내용으로 조정될 때까지는 계속 유지가 되어야 된다는 것이 논리적이죠.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도 또 관련된 나라들도 그건 맞다는 같은 이해와 인식이 있는 것으로 제가 알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이것을 우리가 포기한다고 내일 고쳐진다, 모레 고쳐진다, 그런 건 아니고 다음 협상을 대비를 하고 해야 되는데, 그 다음 협상이 언제냐? 그것도 아직은 뭐... ▷ 김경래 : 기약이 없다. ▶ 김종훈 : 예측할 수 있는 그런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당분간이 얼마나 오래될지 모르겠습니다만 하여튼 당분간 이런 혜택이 없어지거나 제도의 큰 개편이 당장 수반되어야 될 그런 건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 김경래 : 알겠습니다. 농업계와 정부의 대화는 계속될 것 같으니까요. 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종훈 : 예, 수고하십시오. ▷ 김경래 : 김종훈 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 WTO 홈페이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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