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잊을 수 없는 잃어버린 아이”…장기실종아동 486명-1명

입력 2019.10.23 (15:05) 수정 2019.10.2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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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역국 먹고 싶다던 4살 아들 하늘이…‘우주’가 무너진 세월

내년이면 예순이 되는 정혜경 씨는 미역국을 먹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1997년 4월 20일, 아들 하늘이를 잃어버렸을 때부터 그랬습니다. 22년 전 '그날', 혜경 씨는 하늘이와 함께 약국을 다녀왔습니다. 몸살 때문에 약을 타왔습니다. 하늘이는 미역국을 먹고 싶다 했고, 엄마는 끓여주겠다고 답했습니다. 약 기운에 잠시 잠든 사이, 모든 일이 시작됐습니다.


4살 하늘이, 피부가 뽀얗고 쌍꺼풀이 예쁜 내 새끼. 개울가에서 큰 물고기를 잡는 태몽을 가지고 태어난 내 아들. 하늘이가 사라진 그날은 너무 갑작스러웠습니다. 우주가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가 싶었습니다. 혼자서 하늘이를 찾아다니다 파출소에 갔지만, 파출소에선 '가출'이라면서 신경 써주지 않았습니다. 이후 제보가 들어오면 경찰보다 먼저 찾아갔습니다.

한 어른이 어떤 아이를 택시에 태우려고 하는데 아이가 타지 않으려고 하자 강제로 태웠다는 제보를 받고는 남편과 함께 주변 택시회사를 모두 뒤졌습니다. 혹시 몰라 아동 임시 보호시설과 보육시설도 많이 찾아가 봤습니다. 아이들을 보여줄 수 없다는 시설 측의 설명에 울면서 돌아오는 일이 태반이었지만, 이튿날 다시 찾고 또 찾고…하늘이를 찾는 일이 일상이 된 채 그 세월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모두 소득은 없었습니다.

■ ‘실종 그 후’…남은 가족들의 삶은?

장기실종아동과 관련한 기획 뉴스를 준비하면서 여러 고민 지점이 있었습니다. 먼저 가족들에게 과거의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게 상처를 덧내는 건 아닌지 마음이 쓰였습니다. 또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 방송이 나가더라도 유의미한 제보가 없을 가능성이 커 실망하지 않을까 염려됐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미 오래된 문제인지라 새롭지 않다는 것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장기실종아동 뉴스를 준비한 건 오래된 문제임에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현재 진행형 고통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남은 가족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떠난 이보다 남은 이가 더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아픔을 털어놓을 수 조차 없어 응어리진 이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들어봤습니다.

죄책감·가난·가정해체·사회적 고립…아픔 위에 또 아픔


하늘이의 엄마 혜경 씨는 원래 성격이 밝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날'이 혜경 씨의 삶을 180도 바꿔놨습니다. 생업을 미뤄둔 남편과 함께 전국을 떠돌았습니다. 부유한 집안이 아니었기에 금세 생활은 졸아들기 시작했습니다. 3년이 지나니 신용카드는 10개까지 늘었고, 돌려막기 끝에 더는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어느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됐습니다.

가정생활도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빚을 내며 하늘이를 찾으러 다녔지만, 털끝조차 발견할 수 없는 시간이 이어졌고 화살은 혜경 씨에게 향했습니다. '너 때문에 잃어버렸다'…모든 책임이 혜경 씨를 향했고, 견딜 수 없는 죄책감에 빠져들었습니다. 남편은 술을 마시면 손찌검을 했고 횟수는 늘어갔습니다. 여러 번 집을 도망쳐야만 했습니다. 사실 하늘이에겐 두 동생이 있는데, 이러다간 남은 아이들마저 잃어버릴 것 같았습니다. 결국, 남편과 헤어지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연관 기사] 실종 그 후 ‘자책·가난·가정해체·고립’…“치유, 관심 필요” KBS 1TV ‘뉴스9’ (2019.10.20.)

제일 미안한 건 하늘이의 동생들, 역시 내 배 아프며 낳은 두 자녀입니다. 하늘이가 "미역국 먹고 싶다"라며 말했던 게 트라우마처럼 남아 하늘이 동생들의 생일상을, 미역국 한번을 끓여주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생일은 물론이고 다른 가족들의 생일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습니다. 하늘이 동생들이 "엄마는 왜 우리 생일 때 미역국 한번 안 끓여 줬느냐"라고 말하면 고개를 또 숙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 만나는 일을 피한 건 오래전부터입니다. '내가 죄인인데 이런 데를 왜 왔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집 밖에 잘 나가지 않습니다. 하늘이가 건강히 자랐다면 이제 20대 중반 나이가 됐을 텐데, 그 또래의 사람만 봐도 하늘이 생각이 나 외출을 피합니다.

1시간 정도의 짧은 인터뷰를 하며 혜경 씨의 지난 22년 삶의 한(恨)을 느꼈습니다. 아픔 위에 또 아픔, 고통 위에 또 고통으로 덧대어지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그 아픔의 크기는 상상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 “이렇게 오래됐는데 못 찾는 거 아냐? 그만 잊어버려요.”


1991년, 13살의 딸 유리 양이 실종된 이후 아버지 정원식 씨는 지하철에서 '우리 아이를 찾아주세요'라고 적힌 전단을 돌리고 있습니다. 28년 동안 계속된 일입니다. 평소 조용한 성격이지만 가끔 언성이 높아질 때가 있습니다. 가끔 누군가 "그만 찾으러 다니고 잊으라"고 말할 때 입니다.

정 씨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에게 '네 자식 잃어버렸으면 그랬겠냐'며 답한다고 합니다. 실종 아동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부모의 마음속에 어린아이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실종아동 가족들의 이야기입니다. 세월은 흐르고 자신은 나이를 먹어도 잃어버린 자식만큼은 '그날'에 멈춰있는 겁니다. 아이의 육체는 잠시 사라졌을지라도 부모는 눈 감는 날까지 잊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연관 기사] 장기실종 아동 486명…“우리 아이를 찾아주세요” KBS 1TV ‘뉴스9’ (2019.10.19.)

그런데 정 씨와 인터뷰를 한 뒤 늦은 점심으로 칼국수를 먹던 도중, 기적같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장기실종 아동 부모들이 모여서 만든 SNS 단체 대화방에 '우리 딸 찾았어요'라는 메시지가 올라온 겁니다. 대화방에선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오갔습니다. 아직 딸을 못 찾고 있는 정 씨의 얼굴엔 여러 표정이 어렸지만, 축하의 인사를 빼먹지는 않았습니다. 44년 만에 만난 모녀의 이야기는 뉴스로 방송됐고, 많은 시청자가 눈물로 공감했다고 반응을 주셨습니다. 오래됐다고 못 찾는 건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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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전 실종됐던 딸, DNA로 엄마 찾았다 KBS 1TV ‘뉴스9’ (201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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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실종아동 한 개인의 잘못 아냐…사회적 관심 호소

통상 실종 신고 이후 48시간이 지나면 장기실종으로 분류됩니다. 일단은 일선 경찰서에서 실종 수사를 하지만 실종신고 이후 1년이 지나면 각 지방경찰청에서 사건을 맡게 됩니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1년 이상 10년 미만의 실종아동은 34명, 10년 이상 20년 미만은 59명, 20년 이상은 486명입니다. 최근 1명의 실종아동을 찾았으니 20년 이상 장기실종아동은 485명으로 일시적으로 줄었습니다.

특히 20년 이상의 장기실종아동이 많은 건 2000년대 이전, 실종아동 추적·관리 시스템과 경찰 수사 기술이 부족했던 데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가 실종되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국가적 체계가 없던 시절이었고, 경찰서나 보호기관 간 정보 공유도 제대로 되지 않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CCTV도 드물었고 경찰의 수사기술과 의지 역시 부족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국가는 해외입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구조적인 문제가 가려진 채 실종아동 한 가족에게만 책임이 온전히 떠넘겨졌고,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겁니다.


2005년 실종아동과 관련한 법이 처음으로 만들어져 체계가 잡혀가기 시작했고, 이젠 지문 등 사전등록을 통한 실종 예방 단계, 실종 이후 경보 시스템을 통한 찾는 단계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각 지방경찰청도 3년 전 '장기실종전담팀'을 꾸려 오래된 실종사건을 다시 검토하며 혹시 놓친 단서는 없는지 찾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경찰청은 '실종자 가족 지원센터'의 문을 열고 가족들의 심리 치유 회복 프로그램도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의 시스템이 부족했던 시절 발생한 일, 수십 년 만에 그 아픔을 보듬기 위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실종가족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들을 보살피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때입니다.

정혜경 씨는 아들 하늘이에게 미역국을 꼭 끓여주고 싶은 게 마지막 소원이라며 눈물을 닦아 내렸습니다.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 ☏182,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기관 ☏02-777-0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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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잊을 수 없는 잃어버린 아이”…장기실종아동 486명-1명
    • 입력 2019-10-23 15:05:59
    • 수정2019-10-23 15:10:16
    취재후·사건후
■ 미역국 먹고 싶다던 4살 아들 하늘이…‘우주’가 무너진 세월

내년이면 예순이 되는 정혜경 씨는 미역국을 먹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1997년 4월 20일, 아들 하늘이를 잃어버렸을 때부터 그랬습니다. 22년 전 '그날', 혜경 씨는 하늘이와 함께 약국을 다녀왔습니다. 몸살 때문에 약을 타왔습니다. 하늘이는 미역국을 먹고 싶다 했고, 엄마는 끓여주겠다고 답했습니다. 약 기운에 잠시 잠든 사이, 모든 일이 시작됐습니다.


4살 하늘이, 피부가 뽀얗고 쌍꺼풀이 예쁜 내 새끼. 개울가에서 큰 물고기를 잡는 태몽을 가지고 태어난 내 아들. 하늘이가 사라진 그날은 너무 갑작스러웠습니다. 우주가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가 싶었습니다. 혼자서 하늘이를 찾아다니다 파출소에 갔지만, 파출소에선 '가출'이라면서 신경 써주지 않았습니다. 이후 제보가 들어오면 경찰보다 먼저 찾아갔습니다.

한 어른이 어떤 아이를 택시에 태우려고 하는데 아이가 타지 않으려고 하자 강제로 태웠다는 제보를 받고는 남편과 함께 주변 택시회사를 모두 뒤졌습니다. 혹시 몰라 아동 임시 보호시설과 보육시설도 많이 찾아가 봤습니다. 아이들을 보여줄 수 없다는 시설 측의 설명에 울면서 돌아오는 일이 태반이었지만, 이튿날 다시 찾고 또 찾고…하늘이를 찾는 일이 일상이 된 채 그 세월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모두 소득은 없었습니다.

■ ‘실종 그 후’…남은 가족들의 삶은?

장기실종아동과 관련한 기획 뉴스를 준비하면서 여러 고민 지점이 있었습니다. 먼저 가족들에게 과거의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게 상처를 덧내는 건 아닌지 마음이 쓰였습니다. 또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 방송이 나가더라도 유의미한 제보가 없을 가능성이 커 실망하지 않을까 염려됐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미 오래된 문제인지라 새롭지 않다는 것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장기실종아동 뉴스를 준비한 건 오래된 문제임에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현재 진행형 고통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남은 가족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떠난 이보다 남은 이가 더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아픔을 털어놓을 수 조차 없어 응어리진 이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들어봤습니다.

죄책감·가난·가정해체·사회적 고립…아픔 위에 또 아픔


하늘이의 엄마 혜경 씨는 원래 성격이 밝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날'이 혜경 씨의 삶을 180도 바꿔놨습니다. 생업을 미뤄둔 남편과 함께 전국을 떠돌았습니다. 부유한 집안이 아니었기에 금세 생활은 졸아들기 시작했습니다. 3년이 지나니 신용카드는 10개까지 늘었고, 돌려막기 끝에 더는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어느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됐습니다.

가정생활도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빚을 내며 하늘이를 찾으러 다녔지만, 털끝조차 발견할 수 없는 시간이 이어졌고 화살은 혜경 씨에게 향했습니다. '너 때문에 잃어버렸다'…모든 책임이 혜경 씨를 향했고, 견딜 수 없는 죄책감에 빠져들었습니다. 남편은 술을 마시면 손찌검을 했고 횟수는 늘어갔습니다. 여러 번 집을 도망쳐야만 했습니다. 사실 하늘이에겐 두 동생이 있는데, 이러다간 남은 아이들마저 잃어버릴 것 같았습니다. 결국, 남편과 헤어지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연관 기사] 실종 그 후 ‘자책·가난·가정해체·고립’…“치유, 관심 필요” KBS 1TV ‘뉴스9’ (2019.10.20.)

제일 미안한 건 하늘이의 동생들, 역시 내 배 아프며 낳은 두 자녀입니다. 하늘이가 "미역국 먹고 싶다"라며 말했던 게 트라우마처럼 남아 하늘이 동생들의 생일상을, 미역국 한번을 끓여주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생일은 물론이고 다른 가족들의 생일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습니다. 하늘이 동생들이 "엄마는 왜 우리 생일 때 미역국 한번 안 끓여 줬느냐"라고 말하면 고개를 또 숙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 만나는 일을 피한 건 오래전부터입니다. '내가 죄인인데 이런 데를 왜 왔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집 밖에 잘 나가지 않습니다. 하늘이가 건강히 자랐다면 이제 20대 중반 나이가 됐을 텐데, 그 또래의 사람만 봐도 하늘이 생각이 나 외출을 피합니다.

1시간 정도의 짧은 인터뷰를 하며 혜경 씨의 지난 22년 삶의 한(恨)을 느꼈습니다. 아픔 위에 또 아픔, 고통 위에 또 고통으로 덧대어지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그 아픔의 크기는 상상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 “이렇게 오래됐는데 못 찾는 거 아냐? 그만 잊어버려요.”


1991년, 13살의 딸 유리 양이 실종된 이후 아버지 정원식 씨는 지하철에서 '우리 아이를 찾아주세요'라고 적힌 전단을 돌리고 있습니다. 28년 동안 계속된 일입니다. 평소 조용한 성격이지만 가끔 언성이 높아질 때가 있습니다. 가끔 누군가 "그만 찾으러 다니고 잊으라"고 말할 때 입니다.

정 씨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에게 '네 자식 잃어버렸으면 그랬겠냐'며 답한다고 합니다. 실종 아동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부모의 마음속에 어린아이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실종아동 가족들의 이야기입니다. 세월은 흐르고 자신은 나이를 먹어도 잃어버린 자식만큼은 '그날'에 멈춰있는 겁니다. 아이의 육체는 잠시 사라졌을지라도 부모는 눈 감는 날까지 잊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연관 기사] 장기실종 아동 486명…“우리 아이를 찾아주세요” KBS 1TV ‘뉴스9’ (2019.10.19.)

그런데 정 씨와 인터뷰를 한 뒤 늦은 점심으로 칼국수를 먹던 도중, 기적같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장기실종 아동 부모들이 모여서 만든 SNS 단체 대화방에 '우리 딸 찾았어요'라는 메시지가 올라온 겁니다. 대화방에선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오갔습니다. 아직 딸을 못 찾고 있는 정 씨의 얼굴엔 여러 표정이 어렸지만, 축하의 인사를 빼먹지는 않았습니다. 44년 만에 만난 모녀의 이야기는 뉴스로 방송됐고, 많은 시청자가 눈물로 공감했다고 반응을 주셨습니다. 오래됐다고 못 찾는 건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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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가 찾아준 모녀…44년 동안의 뒷 이야기 (2019.10.20.)


■ 장기실종아동 한 개인의 잘못 아냐…사회적 관심 호소

통상 실종 신고 이후 48시간이 지나면 장기실종으로 분류됩니다. 일단은 일선 경찰서에서 실종 수사를 하지만 실종신고 이후 1년이 지나면 각 지방경찰청에서 사건을 맡게 됩니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1년 이상 10년 미만의 실종아동은 34명, 10년 이상 20년 미만은 59명, 20년 이상은 486명입니다. 최근 1명의 실종아동을 찾았으니 20년 이상 장기실종아동은 485명으로 일시적으로 줄었습니다.

특히 20년 이상의 장기실종아동이 많은 건 2000년대 이전, 실종아동 추적·관리 시스템과 경찰 수사 기술이 부족했던 데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가 실종되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국가적 체계가 없던 시절이었고, 경찰서나 보호기관 간 정보 공유도 제대로 되지 않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CCTV도 드물었고 경찰의 수사기술과 의지 역시 부족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국가는 해외입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구조적인 문제가 가려진 채 실종아동 한 가족에게만 책임이 온전히 떠넘겨졌고,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겁니다.


2005년 실종아동과 관련한 법이 처음으로 만들어져 체계가 잡혀가기 시작했고, 이젠 지문 등 사전등록을 통한 실종 예방 단계, 실종 이후 경보 시스템을 통한 찾는 단계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각 지방경찰청도 3년 전 '장기실종전담팀'을 꾸려 오래된 실종사건을 다시 검토하며 혹시 놓친 단서는 없는지 찾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경찰청은 '실종자 가족 지원센터'의 문을 열고 가족들의 심리 치유 회복 프로그램도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의 시스템이 부족했던 시절 발생한 일, 수십 년 만에 그 아픔을 보듬기 위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실종가족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들을 보살피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때입니다.

정혜경 씨는 아들 하늘이에게 미역국을 꼭 끓여주고 싶은 게 마지막 소원이라며 눈물을 닦아 내렸습니다.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 ☏182,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기관 ☏02-777-0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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