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구치소로 ‘한의사 주치의’ 부른 박근혜 전 대통령…어떻게?

입력 2019.10.23 (17:08) 수정 2019.10.2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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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치소 밖 병동 생활을 한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좌측 어깨 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서울성모병원 측은 수술 직후, 재활치료에 2~3개월이 걸린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도 한두 달은 더 병원 생활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수감 도중 여러 차례 병원을 찾아 통원 치료를 했습니다. 수용된 지 4개월 뒤 발가락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고, 지병인 허리 디스크를 치료하기 위해서도 병원을 수차례 찾았습니다. 이 허리 디스크를 이유로 형 집행정지를 두 차례 신청하기도 했는데, 모두 기각됐습니다.

수감 이후 줄곧 서울성모병원만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었던 박 전 대통령, 알고 보니 공개되지 않은 '주치의'가 있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척추 전문 한의원에서 박 전 대통령을 찾아가 진료하고 있었던 겁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 집행법)'을 보면, 교도소, 구치소장은 수용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외부의료시설에서 근무하는 의사에게 치료받기를 원하면 이를 허가할 수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허리 통증에 '한방 요법'을 쓰기 시작한 건 지난해 9월부터입니다. 한 달에 많게는 5번까지도 한의사를 불렀는데, 이렇게 1년 동안 한의사가 구치소로 왕진을 온 건 모두 41차례입니다. 한의사의 왕진은 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어깨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하면서 중단됐습니다.

한의원 왕진을 받기 전에는 서울성모병원에서 3차례 왕진을 왔는데, 이 시기에는 왕진보다 통원, 입원 치료가 더 많았습니다.

44차례라는 왕진 횟수, 많은 걸까, 적은 걸까? 다른 수감자와 비교해봤습니다.


박근혜 정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던 최경환 전 의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로 징역 5년 실형이 확정됐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수감 중인데, 내부 진료는 27차례 받았지만, 왕진은 한 번도 받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구치소 생활을 하는 80세 고령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왕진은 '0차례'입니다. 내부 진료만 20차례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건설업자 윤중천 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100일 남짓 되는 구금 기간 통원 치료와 입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지만, 왕진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만큼 왕진을 많이 받은 수용자도 있습니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입니다.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순실 씨는 박 전 대통령보다 구금 기간이 150일가량 더 긴데, 내부 진료 횟수는 167차례, 왕진은 38차례에 달합니다.

또 주로 '경제인'으로 분류되는 수용자들이 정치인이나 연예인보다 왕진을 더 받았는데, 이영복 엘시티 회장,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박기동 전 가스안전공사 사장 등이 각각 11번, 4번, 3번 왕진을 받았습니다.

수감 중인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기업인 등 경제인과 연예인을 모두 통틀어 평균을 내봐도, 왕진 횟수는 5번에 불과했습니다.

교정본부는 교도소, 구치소마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 상주하면서, 시설 내부에서 수용자들을 진료하고 있습니다. 필요할 경우 통원, 입원 치료도 가능한데, 왜 '왕진'이라는 제도가 있는 걸까요?

법무부 관계자는, "통원 치료를 할 경우 수용자를 경호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면서, "차량을 이용해야 하고, 직원이 기본 3명 이상 따라가야 해서, 왕진하는 게 교정시설 입장에서는 더 수월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통원이나 왕진의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용자는 한정돼있다는 점에서 '특혜' 소지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7년 내놓은 교도소 내 의료 환경을 실태조사한 결과를 봐도 이런 사실은 그대로 드러납니다. 교도소, 구치소에 수감된 응답자 970여 명 가운데 85.6%인 869명은 시설 내부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해 내부 진료 이용률은 높은 편이었지만, 왕진, 통원, 입원 등 외부 병원 진료의 경우는 '진료를 받고 싶었지만 신청하지 못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23.6%였고, '신청을 했는데 거부당했다'고 답한 응답자도 17%나 됐습니다. 이 가운데에는 내부 진료를 받아보지도 못하고 외부 진료마저 거부당한 응답자도 있었습니다.

응답자들은 "대기자가 많아서", "영치금이 부족해서", "질병이 경증이라서", "신청이 복잡해서" 등의 이유로 외부 진료를 신청하고 싶어도 신청하지 못한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교정시설 안에서 특정 수용자만이 왕진 치료를 받는 것은 특혜로 볼 여지가 있다, 교정시설 안에서 왕진이나 통원 치료가 돈 있고 권력 있는 특권층의 황제 수감 생활로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일부 정치인, 기업인 수감자들의 변호인 특별 접견 문제가 '황제 수감생활'의 대표적 수법으로 얘기됐는데요. 수감자 사이의 '다른 처우', 변호사 접견만은 아니었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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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3 17:08:39
    • 수정2019-10-23 17:57:39
    여심야심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치소 밖 병동 생활을 한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좌측 어깨 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서울성모병원 측은 수술 직후, 재활치료에 2~3개월이 걸린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도 한두 달은 더 병원 생활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수감 도중 여러 차례 병원을 찾아 통원 치료를 했습니다. 수용된 지 4개월 뒤 발가락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고, 지병인 허리 디스크를 치료하기 위해서도 병원을 수차례 찾았습니다. 이 허리 디스크를 이유로 형 집행정지를 두 차례 신청하기도 했는데, 모두 기각됐습니다.

수감 이후 줄곧 서울성모병원만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었던 박 전 대통령, 알고 보니 공개되지 않은 '주치의'가 있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척추 전문 한의원에서 박 전 대통령을 찾아가 진료하고 있었던 겁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 집행법)'을 보면, 교도소, 구치소장은 수용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외부의료시설에서 근무하는 의사에게 치료받기를 원하면 이를 허가할 수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허리 통증에 '한방 요법'을 쓰기 시작한 건 지난해 9월부터입니다. 한 달에 많게는 5번까지도 한의사를 불렀는데, 이렇게 1년 동안 한의사가 구치소로 왕진을 온 건 모두 41차례입니다. 한의사의 왕진은 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어깨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하면서 중단됐습니다.

한의원 왕진을 받기 전에는 서울성모병원에서 3차례 왕진을 왔는데, 이 시기에는 왕진보다 통원, 입원 치료가 더 많았습니다.

44차례라는 왕진 횟수, 많은 걸까, 적은 걸까? 다른 수감자와 비교해봤습니다.


박근혜 정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던 최경환 전 의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로 징역 5년 실형이 확정됐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수감 중인데, 내부 진료는 27차례 받았지만, 왕진은 한 번도 받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구치소 생활을 하는 80세 고령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왕진은 '0차례'입니다. 내부 진료만 20차례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건설업자 윤중천 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100일 남짓 되는 구금 기간 통원 치료와 입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지만, 왕진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만큼 왕진을 많이 받은 수용자도 있습니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입니다.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순실 씨는 박 전 대통령보다 구금 기간이 150일가량 더 긴데, 내부 진료 횟수는 167차례, 왕진은 38차례에 달합니다.

또 주로 '경제인'으로 분류되는 수용자들이 정치인이나 연예인보다 왕진을 더 받았는데, 이영복 엘시티 회장,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박기동 전 가스안전공사 사장 등이 각각 11번, 4번, 3번 왕진을 받았습니다.

수감 중인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기업인 등 경제인과 연예인을 모두 통틀어 평균을 내봐도, 왕진 횟수는 5번에 불과했습니다.

교정본부는 교도소, 구치소마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 상주하면서, 시설 내부에서 수용자들을 진료하고 있습니다. 필요할 경우 통원, 입원 치료도 가능한데, 왜 '왕진'이라는 제도가 있는 걸까요?

법무부 관계자는, "통원 치료를 할 경우 수용자를 경호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면서, "차량을 이용해야 하고, 직원이 기본 3명 이상 따라가야 해서, 왕진하는 게 교정시설 입장에서는 더 수월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통원이나 왕진의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용자는 한정돼있다는 점에서 '특혜' 소지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7년 내놓은 교도소 내 의료 환경을 실태조사한 결과를 봐도 이런 사실은 그대로 드러납니다. 교도소, 구치소에 수감된 응답자 970여 명 가운데 85.6%인 869명은 시설 내부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해 내부 진료 이용률은 높은 편이었지만, 왕진, 통원, 입원 등 외부 병원 진료의 경우는 '진료를 받고 싶었지만 신청하지 못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23.6%였고, '신청을 했는데 거부당했다'고 답한 응답자도 17%나 됐습니다. 이 가운데에는 내부 진료를 받아보지도 못하고 외부 진료마저 거부당한 응답자도 있었습니다.

응답자들은 "대기자가 많아서", "영치금이 부족해서", "질병이 경증이라서", "신청이 복잡해서" 등의 이유로 외부 진료를 신청하고 싶어도 신청하지 못한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교정시설 안에서 특정 수용자만이 왕진 치료를 받는 것은 특혜로 볼 여지가 있다, 교정시설 안에서 왕진이나 통원 치료가 돈 있고 권력 있는 특권층의 황제 수감 생활로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일부 정치인, 기업인 수감자들의 변호인 특별 접견 문제가 '황제 수감생활'의 대표적 수법으로 얘기됐는데요. 수감자 사이의 '다른 처우', 변호사 접견만은 아니었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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