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는 왜 총대(?)를 멨을까

입력 2019.10.24 (07:00) 수정 2019.10.24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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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2019 제3차 이사회

이근호는 프로축구 울산의 베테랑 선수다. 동시에 회장님(?) 직함도 갖고 있다. 빠듯한 리그 일정 가운데 짧게나마 생기는 휴식일에는 전국 구단을 돌며 왕성한 활동을 한다. 회장 역할에 충실하다.

이근호는 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 KOREA) 회장이다. K리그 팬들에게도 다소 생소한 조직. 도대체 이 조직은 어떤 조직이길래? 이근호 회장에게 조직의 실체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축구대표팀의 평양 원정에 관심이 쏠렸던 지난 14일, 대전에서 이근호를 만났다.

A매치 기간을 맞아 K리그 경기가 없는 틈을 이용해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회의를 연 이근호 회장.
이근호 회장 외에 염기훈(수원)과 박주호(울산) 등 구단별 선수 이사도 참석해있었다.


다음은 이근호와의 일문일답.

Q.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정확히 무엇을 하는 조직인가요?

-프로선수들의 권익을 위해서 만들어진 단체라고 보면 되는데 무조건 이익을 추구하는 곳은 아니고 선수권익을 보호하면서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 프로축구연맹과 축구협회 등 서로 상생하기 위해서 노력하자고 만들어진 단체에요.

Q. 전 세계에 오래전부터 있었던 조직인데 한국에서 생긴 건 언제?

-생긴 지는 꽤 됐는데 사단법인이 되고 정말 제대로 시작하게 된 것은 올해 초에요. 그래서 갈 길이 멀고 가는 길이 쉽지는 않습니다.

국제 축구 선수 협회 (FIFPro)는 전 세계 축구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1965년 12월 15일 설립됐다. 현재 60개국이 가입되어 있으며 소속된 선수들은 65,000여명에 달한다.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단체로 국제축구연맹, FIFA 산하 대륙 연맹과 협의해 선수들을 지원하고, 소속 프로축구선수들의 권리를 향상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축구 팬들에게는 FIFA와 공동으로 FIFA 올해의 선수상을 선정하는 곳으로 낯익은 단체이다.


Q. 활동이 쉽진 않아 보인다. 축구계 내부 반대가 만만치 않았던 게 사실인데?

-그런 부분이 가장 커요. 그런데 외국 생활했던 선수들이나 제가 프로팀에 있으면서 느꼈던 우리 선수들이 알아야 할 권리 이런 것들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이야기할 곳, 공간이 없었어요. 그런 것에 대한 절실함과 후배들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죠. 그리고 이 단체로 인해서 연맹과 협회도 결국 건강한 이익을 얻겠다, 도움 되겠다는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됐습니다.

Q. 그래도 회장직이라는 것은 또 다른 부담인데?

(정곡을 찔렸는지 이근호는 이 질문을 받자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부담도 크고 주변에서 만류도 많이 했죠. 음.. 그렇지만 어... 그.. 손을 뿌리칠 수가 없었어요.
어떻게 보면 제대로 잘 몰라서 덥석. (회장직을) 안았죠. 하하. 처음은 그랬지만 이젠 점점 더 책임감이 커지고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확신과 선수들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Q. 현재 선수 가입률은 어느 정도?

-K리그 1, 2부리그 전체에서 거의 60% 이상 가입이 되어 있어요. 그런데 매 이적 시장마다 인원이 바뀌어요.
나가는 선수도 있고 새로 들어오는 선수도 있고 그래서 그게 가장 힘든데 각 구단 선수들을 만나서 미팅하고 설명하고 있어요.

Q.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대표적인 피해사례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보상금 문제에요. FA 자유 계약 제도가 있지만 말 그대로의 FA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보상금이라는 게 존재해요. 그 전에 받았던 연봉의 100%를 지급해야 이적할 수 있거든요.

Q. 계약서에 그게 명시가 되어있어요?

-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규정인데 계약이 다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적을 못 하는 사례가 많아요.
유명하고 정말 잘하는 선수들은 별로 문제가 안 되지만 절박하고 팀을 옮겨야 하는 어린 친구들이나 조금 힘이 없는 친구들은 보상금 때문에 이적을 못 하는 경우가 많죠.

또 연봉 계약할 때 선수들이 계약 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삭감을 당하거나 방출을 당하는 일, 이런 일들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어요. 제도 개선이 필요한데 이 부분은 연맹과 만나서 조율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저희가 잘 풀어나가야 할 숙제에요. 보상문제를 개선한 제도, 표준계약 이런 걸 만드는 게 최우선 과제에요.

K리그에서 보상금 제도는 주 관심사다. ‘계약이 끝난 선수는 구단 동의나 이적료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다’는 보스만 룰(Bosman ruling)에 어긋난다. 선수 권리를 침해하는 제도인 셈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2장 선수 관련 규정, 제16조 FA 선수 자격 취득 ③의 2)에는 [보상금 규모는 이적 직전 연도 기본급의 100% 최대 3억 원]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제도 폐지 당위성을 부정하진 않으면서도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2장 선수 관련 규정 제16조 FA 선수 자격 취득 보상금 관련 조항한국프로축구연맹 제2장 선수 관련 규정 제16조 FA 선수 자격 취득 보상금 관련 조항

Q. 앞에선 아무 말 안 하지만 뒤에선 축구 관계자들로부터 혼날 때도 있어요?

-그렇죠, 선배들에게 혼날 때도 있고요. 왜냐하면, 축구에는 다 선후배 관계들로 이뤄져 있고 그래서. 혼날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개인적 친분이나 이런 게 들어가면 (개입되면) 안되니까요

Q. 선수협회 차원의 사회봉사 활동도 많이 하는데 이유는?

-선수들이 당연히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제도 개선,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들, 선수협회가 해야 하는 것, 나아가야 할 방향은 팬들과의 소통, 그런 것들이기 때문에 봉사 활동이나 축구 클리닉, 재능기부를 많이 하려고 하고요. 특히 선수들 스스로 지켜야 할 것들, 요즘 자주 나오는 음주 운전, 이런 걸 방지하는 교육도 하고 있어요.

(이근호는 특히 이 부분에서 강조했다. 선수들의 권익은 선수들 스스로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을 보여줬을 때, 그것이 기본적으로 갖춰진 다음에 권익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설득력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선수들의 법적 갈등 해결을 위해 고문 변호사 등과 함께 활동한다. 지난 6월에는 이원규, 문창현 선수가 성남 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성남 구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선수의 승소 판결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원규, 문창현 선수는 2015년 1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 성남FC와 선수 계약을 했지만 성남이 2016시즌 말 두 선수를 무단 방출했고 급여 지급을 중단했다. 이에 대해 두 선수는 구단의 인권 침해와 일방적 무단 방출 조치, 타의에 의한 이동을 주장하며 법적 갈등을 빚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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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근호는 왜 총대(?)를 멨을까
    • 입력 2019-10-24 07:00:31
    • 수정2019-10-24 07:34:51
    스포츠K
(사)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2019 제3차 이사회

이근호는 프로축구 울산의 베테랑 선수다. 동시에 회장님(?) 직함도 갖고 있다. 빠듯한 리그 일정 가운데 짧게나마 생기는 휴식일에는 전국 구단을 돌며 왕성한 활동을 한다. 회장 역할에 충실하다.

이근호는 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 KOREA) 회장이다. K리그 팬들에게도 다소 생소한 조직. 도대체 이 조직은 어떤 조직이길래? 이근호 회장에게 조직의 실체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축구대표팀의 평양 원정에 관심이 쏠렸던 지난 14일, 대전에서 이근호를 만났다.

A매치 기간을 맞아 K리그 경기가 없는 틈을 이용해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회의를 연 이근호 회장.
이근호 회장 외에 염기훈(수원)과 박주호(울산) 등 구단별 선수 이사도 참석해있었다.


다음은 이근호와의 일문일답.

Q.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정확히 무엇을 하는 조직인가요?

-프로선수들의 권익을 위해서 만들어진 단체라고 보면 되는데 무조건 이익을 추구하는 곳은 아니고 선수권익을 보호하면서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 프로축구연맹과 축구협회 등 서로 상생하기 위해서 노력하자고 만들어진 단체에요.

Q. 전 세계에 오래전부터 있었던 조직인데 한국에서 생긴 건 언제?

-생긴 지는 꽤 됐는데 사단법인이 되고 정말 제대로 시작하게 된 것은 올해 초에요. 그래서 갈 길이 멀고 가는 길이 쉽지는 않습니다.

국제 축구 선수 협회 (FIFPro)는 전 세계 축구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1965년 12월 15일 설립됐다. 현재 60개국이 가입되어 있으며 소속된 선수들은 65,000여명에 달한다.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단체로 국제축구연맹, FIFA 산하 대륙 연맹과 협의해 선수들을 지원하고, 소속 프로축구선수들의 권리를 향상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축구 팬들에게는 FIFA와 공동으로 FIFA 올해의 선수상을 선정하는 곳으로 낯익은 단체이다.


Q. 활동이 쉽진 않아 보인다. 축구계 내부 반대가 만만치 않았던 게 사실인데?

-그런 부분이 가장 커요. 그런데 외국 생활했던 선수들이나 제가 프로팀에 있으면서 느꼈던 우리 선수들이 알아야 할 권리 이런 것들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이야기할 곳, 공간이 없었어요. 그런 것에 대한 절실함과 후배들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죠. 그리고 이 단체로 인해서 연맹과 협회도 결국 건강한 이익을 얻겠다, 도움 되겠다는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됐습니다.

Q. 그래도 회장직이라는 것은 또 다른 부담인데?

(정곡을 찔렸는지 이근호는 이 질문을 받자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부담도 크고 주변에서 만류도 많이 했죠. 음.. 그렇지만 어... 그.. 손을 뿌리칠 수가 없었어요.
어떻게 보면 제대로 잘 몰라서 덥석. (회장직을) 안았죠. 하하. 처음은 그랬지만 이젠 점점 더 책임감이 커지고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확신과 선수들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Q. 현재 선수 가입률은 어느 정도?

-K리그 1, 2부리그 전체에서 거의 60% 이상 가입이 되어 있어요. 그런데 매 이적 시장마다 인원이 바뀌어요.
나가는 선수도 있고 새로 들어오는 선수도 있고 그래서 그게 가장 힘든데 각 구단 선수들을 만나서 미팅하고 설명하고 있어요.

Q.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대표적인 피해사례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보상금 문제에요. FA 자유 계약 제도가 있지만 말 그대로의 FA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보상금이라는 게 존재해요. 그 전에 받았던 연봉의 100%를 지급해야 이적할 수 있거든요.

Q. 계약서에 그게 명시가 되어있어요?

-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규정인데 계약이 다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적을 못 하는 사례가 많아요.
유명하고 정말 잘하는 선수들은 별로 문제가 안 되지만 절박하고 팀을 옮겨야 하는 어린 친구들이나 조금 힘이 없는 친구들은 보상금 때문에 이적을 못 하는 경우가 많죠.

또 연봉 계약할 때 선수들이 계약 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삭감을 당하거나 방출을 당하는 일, 이런 일들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어요. 제도 개선이 필요한데 이 부분은 연맹과 만나서 조율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저희가 잘 풀어나가야 할 숙제에요. 보상문제를 개선한 제도, 표준계약 이런 걸 만드는 게 최우선 과제에요.

K리그에서 보상금 제도는 주 관심사다. ‘계약이 끝난 선수는 구단 동의나 이적료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다’는 보스만 룰(Bosman ruling)에 어긋난다. 선수 권리를 침해하는 제도인 셈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2장 선수 관련 규정, 제16조 FA 선수 자격 취득 ③의 2)에는 [보상금 규모는 이적 직전 연도 기본급의 100% 최대 3억 원]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제도 폐지 당위성을 부정하진 않으면서도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2장 선수 관련 규정 제16조 FA 선수 자격 취득 보상금 관련 조항
Q. 앞에선 아무 말 안 하지만 뒤에선 축구 관계자들로부터 혼날 때도 있어요?

-그렇죠, 선배들에게 혼날 때도 있고요. 왜냐하면, 축구에는 다 선후배 관계들로 이뤄져 있고 그래서. 혼날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개인적 친분이나 이런 게 들어가면 (개입되면) 안되니까요

Q. 선수협회 차원의 사회봉사 활동도 많이 하는데 이유는?

-선수들이 당연히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제도 개선,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들, 선수협회가 해야 하는 것, 나아가야 할 방향은 팬들과의 소통, 그런 것들이기 때문에 봉사 활동이나 축구 클리닉, 재능기부를 많이 하려고 하고요. 특히 선수들 스스로 지켜야 할 것들, 요즘 자주 나오는 음주 운전, 이런 걸 방지하는 교육도 하고 있어요.

(이근호는 특히 이 부분에서 강조했다. 선수들의 권익은 선수들 스스로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을 보여줬을 때, 그것이 기본적으로 갖춰진 다음에 권익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설득력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선수들의 법적 갈등 해결을 위해 고문 변호사 등과 함께 활동한다. 지난 6월에는 이원규, 문창현 선수가 성남 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성남 구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선수의 승소 판결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원규, 문창현 선수는 2015년 1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 성남FC와 선수 계약을 했지만 성남이 2016시즌 말 두 선수를 무단 방출했고 급여 지급을 중단했다. 이에 대해 두 선수는 구단의 인권 침해와 일방적 무단 방출 조치, 타의에 의한 이동을 주장하며 법적 갈등을 빚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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