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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심야심] 미납 추징금 1,030억 ‘88세 전두환’, 사망 뒤에도 ‘끝장 환수법’ 나왔다
입력 2019.10.24 (07:00) 여심야심
[여심야심] 미납 추징금 1,030억 ‘88세 전두환’, 사망 뒤에도 ‘끝장 환수법’ 나왔다
2013년 9월 10일, 톱 뉴스는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미납 추징금 1,672억 원을 자진납부하겠다고 한 소식이었습니다. 차명재산 의혹 등으로 검찰의 대대적 수사가 진행되자,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16년 동안 내지 않았던 미납 추징금을 가족분담 형식으로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전 전 대통령은 12.12 군사 쿠데타와 5공 비리, 5.18민주화운동 당시 학살 주도 등과 관련해 내란·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1997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받았지만, 16년이 지난 2013년 당시까지 533억 원만 납부한 상태였습니다.

2003년엔 추징금 추징 시효를 앞두고 재판부에 재산명시목록을 내는 과정에서 통장 잔고가 '29만 원'이란 사실, 또 전 전 대통령이 재판부에 "겨우 생활할 정도라 추징금을 낼 돈이 없었다"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기도 했었죠.

'전두환'하면 '29만 원'이 연관검색어로 따라다닌 지 10년 만에 나온 2013년의 '자진납부' 선언. 하지만 다시 6년이 흐른 지금 납부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합니다.

2,205억 원 가운데 올해 4월 기준으로 1,030억 원, 절반가량이 여전히 미납금으로 남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추징을 위해 공매가 진행됐던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은 51억여 원에 낙찰됐지만, 지난 3월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은 본채 건물과 정원이 부인 이순자 씨와 이택수 전 비서관 명의라며 공매를 멈춰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 승소하기도 했습니다.


◆ "전두환 사망 뒤에도 범죄수익 박탈 '끝장 환수법' 발의

이처럼 '전두환 추징금'이 언제 완납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올해 88세인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한 뒤에도 새로운 범죄수익이 발견될 경우 이를 몰수·추징할 수 있는 이른바 '전두환 사후 불법재산 끝장 환수법 (형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가칭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이 대표발의한 '끝장 환수법'은 전두환 일가의 범죄수익에 한해 현행법상 '부가형'인 몰수제를 독립적으로 부과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여기서 '부가형(附加刑)'이란, 범죄 행위를 한 사람에게 징역형과 같은 처벌이 내려지면 그에 보태서 선고되는 형벌을 말합니다. 만약 범죄 행위자가 사망하거나 공소시효가 만료될 경우엔 부가형인 몰수도 선고할 수 없는 것이죠.

만약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할 경우, 현행법상으론 새로운 범죄수익이 발견되더라도 이를 몰수하거나 추징 할 수가 없어 상속인이나 증여받은 제3자의 수중에 그대로 남게 된다는 겁니다.

세월호 참사 때 청해진해운 유병언 전 회장의 범죄수익을 박탈하기 위해 검찰이 추징보전 신청을 했지만, 유 전 회장의 사망으로 수사가 종결되면서 추징보전이 취소된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천 의원은 "군사반란과 광주학살로 획득한 권력을 통해 얻은 불법재산을 전두환 일가의 수중에 남겨두는 것은 전두환의 만행을 용인하는 것에 다름아니다"라면서 "전두환 사망 후에도 12.12 이후의 불법 행위들이 드러나는대로 그에 따른 모든 범죄수익을 박탈하고 불법재산이 상속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끝장 환수법'의 골자인 독립몰수제와 관련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도 도입을 권고하고 있고, UN부패방지협약(UNCAC)은 범죄자가 사망 내지 도주 등의 사유로 기소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자산 몰수를 위한 국제공조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 '전두환 일가 불법재산 몰수법'도 발의..."재산 취득자가 경위 입증해야"

전두환 일가 추징금과 관련해 천 의원은 지난달 초 또 하나의 법안을 발의했는데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족이나 제3자가 증여받은 재산도 몰수·추징하는 '전두환 일가 불법재산 몰수법(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입니다.

이 법안의 핵심은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은 자가 직접 그 경위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 즉 '선의'를 직접 입증하도록 한 것입니다.

천 의원 측은 "2013년에 통과된 '전두환 추징법'의 경우 증여 과정에 불법이 있었는지를 검찰이 입증해야 해 조사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이 법이 통과되면 증여 당시 전두환 씨 측근과 친족 등이 불법재산임을 몰랐다는 점을 증빙자료 등을 통해 입증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몰수를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추징금을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이 이중삼중 발의된 건 반갑기 이전에 씁쓸한 일입니다. 그만큼 사회정의가 더디게 실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입니다.

22년 동안 추징금을 미납해 온 전 전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년 넘게 재판을 받고 있는데요.

천 의원이 발의한 '끝장 환수법'이 통과되면 전 전 대통령 사후에도 불법재산은 추징할 수 있겠지만,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사과는 '추징'할 방법이 없습니다. 더 늦기 전에 전 전 대통령이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자진 사과' 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 [여심야심] 미납 추징금 1,030억 ‘88세 전두환’, 사망 뒤에도 ‘끝장 환수법’ 나왔다
    • 입력 2019.10.24 (07:00)
    여심야심
[여심야심] 미납 추징금 1,030억 ‘88세 전두환’, 사망 뒤에도 ‘끝장 환수법’ 나왔다
2013년 9월 10일, 톱 뉴스는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미납 추징금 1,672억 원을 자진납부하겠다고 한 소식이었습니다. 차명재산 의혹 등으로 검찰의 대대적 수사가 진행되자,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16년 동안 내지 않았던 미납 추징금을 가족분담 형식으로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전 전 대통령은 12.12 군사 쿠데타와 5공 비리, 5.18민주화운동 당시 학살 주도 등과 관련해 내란·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1997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받았지만, 16년이 지난 2013년 당시까지 533억 원만 납부한 상태였습니다.

2003년엔 추징금 추징 시효를 앞두고 재판부에 재산명시목록을 내는 과정에서 통장 잔고가 '29만 원'이란 사실, 또 전 전 대통령이 재판부에 "겨우 생활할 정도라 추징금을 낼 돈이 없었다"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기도 했었죠.

'전두환'하면 '29만 원'이 연관검색어로 따라다닌 지 10년 만에 나온 2013년의 '자진납부' 선언. 하지만 다시 6년이 흐른 지금 납부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합니다.

2,205억 원 가운데 올해 4월 기준으로 1,030억 원, 절반가량이 여전히 미납금으로 남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추징을 위해 공매가 진행됐던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은 51억여 원에 낙찰됐지만, 지난 3월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은 본채 건물과 정원이 부인 이순자 씨와 이택수 전 비서관 명의라며 공매를 멈춰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 승소하기도 했습니다.


◆ "전두환 사망 뒤에도 범죄수익 박탈 '끝장 환수법' 발의

이처럼 '전두환 추징금'이 언제 완납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올해 88세인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한 뒤에도 새로운 범죄수익이 발견될 경우 이를 몰수·추징할 수 있는 이른바 '전두환 사후 불법재산 끝장 환수법 (형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가칭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이 대표발의한 '끝장 환수법'은 전두환 일가의 범죄수익에 한해 현행법상 '부가형'인 몰수제를 독립적으로 부과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여기서 '부가형(附加刑)'이란, 범죄 행위를 한 사람에게 징역형과 같은 처벌이 내려지면 그에 보태서 선고되는 형벌을 말합니다. 만약 범죄 행위자가 사망하거나 공소시효가 만료될 경우엔 부가형인 몰수도 선고할 수 없는 것이죠.

만약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할 경우, 현행법상으론 새로운 범죄수익이 발견되더라도 이를 몰수하거나 추징 할 수가 없어 상속인이나 증여받은 제3자의 수중에 그대로 남게 된다는 겁니다.

세월호 참사 때 청해진해운 유병언 전 회장의 범죄수익을 박탈하기 위해 검찰이 추징보전 신청을 했지만, 유 전 회장의 사망으로 수사가 종결되면서 추징보전이 취소된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천 의원은 "군사반란과 광주학살로 획득한 권력을 통해 얻은 불법재산을 전두환 일가의 수중에 남겨두는 것은 전두환의 만행을 용인하는 것에 다름아니다"라면서 "전두환 사망 후에도 12.12 이후의 불법 행위들이 드러나는대로 그에 따른 모든 범죄수익을 박탈하고 불법재산이 상속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끝장 환수법'의 골자인 독립몰수제와 관련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도 도입을 권고하고 있고, UN부패방지협약(UNCAC)은 범죄자가 사망 내지 도주 등의 사유로 기소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자산 몰수를 위한 국제공조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 '전두환 일가 불법재산 몰수법'도 발의..."재산 취득자가 경위 입증해야"

전두환 일가 추징금과 관련해 천 의원은 지난달 초 또 하나의 법안을 발의했는데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족이나 제3자가 증여받은 재산도 몰수·추징하는 '전두환 일가 불법재산 몰수법(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입니다.

이 법안의 핵심은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은 자가 직접 그 경위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 즉 '선의'를 직접 입증하도록 한 것입니다.

천 의원 측은 "2013년에 통과된 '전두환 추징법'의 경우 증여 과정에 불법이 있었는지를 검찰이 입증해야 해 조사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이 법이 통과되면 증여 당시 전두환 씨 측근과 친족 등이 불법재산임을 몰랐다는 점을 증빙자료 등을 통해 입증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몰수를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추징금을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이 이중삼중 발의된 건 반갑기 이전에 씁쓸한 일입니다. 그만큼 사회정의가 더디게 실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입니다.

22년 동안 추징금을 미납해 온 전 전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년 넘게 재판을 받고 있는데요.

천 의원이 발의한 '끝장 환수법'이 통과되면 전 전 대통령 사후에도 불법재산은 추징할 수 있겠지만,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사과는 '추징'할 방법이 없습니다. 더 늦기 전에 전 전 대통령이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자진 사과' 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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