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쓸모] ‘창의공장’ 디즈니·픽사 가 보니…‘수평적 소통이 비결’

입력 2019.10.24 (08:42) 수정 2019.10.2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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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화를 통해 우리 삶의 가치를 찾아보는 '영화의 쓸모' 순서입니다.

내놓는 작품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미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있습니다.

바로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등을 만든 픽사 스튜디오죠.

그런가 하면 96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디즈니 스튜디오는 여전히 세계 최대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데요.

이들 두 제작사 현장을 송형국 기자가 취재하고 돌아왔습니다.

송 기자, 디즈니나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보면 이들의 상상력이 참 놀랍다는 생각 많이 하게 되는데요.

이들의 기업 문화를 보고 배울 점이 많았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큰 회사들을 보면 권위주의라든지 수직적인 기업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는 곳도 많은데요.

어떤 업종이 됐든 직원 개인의 자율성, 여기에서 나오는 직원들의 창의성이 21세기 기업의 생명이라고도 할 수 있을텐데요.

이런 게 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창의의 공장이라고도 불리는 두 제작사에 가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함께 보시죠.

벌써 24년 전이죠.

'장난감들은 주인이 없는 동안 어떻게 지낼까', 이런 상상에서 출발한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사소해 보이는 물건 하나하나에 생명은 물론 각각의 인격을 불어넣는 상상력이 당시 직원 120여 명의 비교적 작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바로 픽사 스튜디오에서 탄생한 건데요.

이후 '몬스터 주식회사'에서는 옷장 속 괴물들이 에너지 회사에 다닌다는 상상을 기발하게 풀어냈을 뿐아니라 미국 정치세력이 석유를 위해 국제적으로 공포 분위기를 필요로 한다는, 현실 정치 이슈를 적극 끌어들인 작품도 선보였고요.

우리 마음 속 감정들을 캐릭터로 만들어 상상의 날개를 한껏 펼쳐보인 이 작품은, 최근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뇌과학 연구 결과를 접목시킨 솜씨로 또 한 번 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최근에는 2017년 '코코'나 지난해 '인크레더블 2', 올해 '토이스토리4'에 이르기까지 여성이나 인종 이슈 등 다양한 시대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들이 탄생한 곳,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픽사 스튜디오입니다.

대학캠퍼스 같은 곳에서 직원들이 놀이를 하든 수영을 하든 회사는 모두 창작활동의 일부로 여깁니다.

그리고 세계를 공감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에서 출발한다고 말합니다.

[짐 모리스/픽사 스튜디오 사장 : "아주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것에서부터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게 핵심입니다. 간부들은 그것들을 (보편적인 스토리로) 키우고 발전시키도록 돕죠."]

직원들은 자기 발상을 마음껏 꺼내놓고, 회사는 이를 키워줍니다.

이것이 가능한 제도가 픽사가 자랑하는 단편 제작 시스템인데요.

단편 제작을 위해 회사는 부담되지 않는 수준의 예산과 시간을 내줍니다.

이렇게 탄생한 단편은 장편 개봉하는 상영관에서 별책부록처럼 대중에 선보일 기회를 얻고, 이를 통해 인재가 발굴됩니다.

한국계 미국인 피터 손 감독도 이에 해당하는 경우입니다.

[피터 손/픽사 스튜디오 감독 : "제가 픽사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예요. 좋은 아이디어는 어디서든 나오죠. 그것이 보조인력에서 나오든, 이야기 담당이 내놓든, 감독에게서 나오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한국에서 의사를 그만 두고 픽사에 입사한 한국인 애니메이터는 다원화 시대에 맞춘 발빠른 대응을 성공 요인으로 꼽습니다.

[김재형/픽사 스튜디오 애니메이터 : "요즘 미국에서는 화두가 다양성, 인종이나 문화적 다양성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교육을, 저희도 트레이닝을 받고, 직원들만 교육하고 얘기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영화 스토리에 그런 게 굉장히 많이 반영이 돼요."]

이번엔 디즈니로 가보겠습니다.

픽사를 포함해 '어벤져스'의 마블 스튜디오, 지난해 21세기 폭스까지 인수하면서 거대 그룹으로 거듭난 디즈니의 자부심이 엿보였습니다.

특히 다음달 말 공개될 '겨울왕국' 속편은 1편에서 한국에서만 천만 관객을 동원한 저력을 다시 잇기 위해 단단히 채비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이곳 제작진 역시 누구나, 언제든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제니퍼 리/'겨울왕국2' 감독 :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생각이든 내놔도 된다고 직원들 스스로 느끼는 것이에요. 그것이 아무리 비판적인 의견이라고 해도 마음 놓고 꺼내놓을 수 있고, 그건 좋은 작품을 위한 일일 뿐이라는 생각이 퍼져있어야 하죠."]

대다수 제작진이 수평적인 의사소통과, 실패해도 좋다는 기회 부여가 창의적인 결과물을 낳는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이현민/'겨울왕국2' 애니메이션 감독 : "(입사 초기부터) 저희한테도 너무나 동등하게 대해주시고 무엇보다도 어떻게든 저희가 성공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굉장히 여러가지 가르쳐주시고, 계속 기회를 주시고, 기회를 많이 주신 게 굉장히 컸던 거 같아요."]

이런 기업 문화를 통해 디즈니 역시 과거 그들 특유의 전통적인 모범생 스토리에서 벗어나서 '겨울왕국'이나 내년 선보일 '뮬란' 처럼 여성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등, 시대에 발맞추는 작품을 잇따라 내놓는 게 가능한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앵커]

네, 세계가 인정하는 창의력이 나오까지는 이렇게 수평적인 의사소통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군요.

송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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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의 쓸모] ‘창의공장’ 디즈니·픽사 가 보니…‘수평적 소통이 비결’
    • 입력 2019-10-24 08:45:52
    • 수정2019-10-24 08: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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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화를 통해 우리 삶의 가치를 찾아보는 '영화의 쓸모' 순서입니다.

내놓는 작품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미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있습니다.

바로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등을 만든 픽사 스튜디오죠.

그런가 하면 96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디즈니 스튜디오는 여전히 세계 최대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데요.

이들 두 제작사 현장을 송형국 기자가 취재하고 돌아왔습니다.

송 기자, 디즈니나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보면 이들의 상상력이 참 놀랍다는 생각 많이 하게 되는데요.

이들의 기업 문화를 보고 배울 점이 많았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큰 회사들을 보면 권위주의라든지 수직적인 기업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는 곳도 많은데요.

어떤 업종이 됐든 직원 개인의 자율성, 여기에서 나오는 직원들의 창의성이 21세기 기업의 생명이라고도 할 수 있을텐데요.

이런 게 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창의의 공장이라고도 불리는 두 제작사에 가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함께 보시죠.

벌써 24년 전이죠.

'장난감들은 주인이 없는 동안 어떻게 지낼까', 이런 상상에서 출발한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사소해 보이는 물건 하나하나에 생명은 물론 각각의 인격을 불어넣는 상상력이 당시 직원 120여 명의 비교적 작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바로 픽사 스튜디오에서 탄생한 건데요.

이후 '몬스터 주식회사'에서는 옷장 속 괴물들이 에너지 회사에 다닌다는 상상을 기발하게 풀어냈을 뿐아니라 미국 정치세력이 석유를 위해 국제적으로 공포 분위기를 필요로 한다는, 현실 정치 이슈를 적극 끌어들인 작품도 선보였고요.

우리 마음 속 감정들을 캐릭터로 만들어 상상의 날개를 한껏 펼쳐보인 이 작품은, 최근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뇌과학 연구 결과를 접목시킨 솜씨로 또 한 번 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최근에는 2017년 '코코'나 지난해 '인크레더블 2', 올해 '토이스토리4'에 이르기까지 여성이나 인종 이슈 등 다양한 시대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들이 탄생한 곳,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픽사 스튜디오입니다.

대학캠퍼스 같은 곳에서 직원들이 놀이를 하든 수영을 하든 회사는 모두 창작활동의 일부로 여깁니다.

그리고 세계를 공감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에서 출발한다고 말합니다.

[짐 모리스/픽사 스튜디오 사장 : "아주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것에서부터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게 핵심입니다. 간부들은 그것들을 (보편적인 스토리로) 키우고 발전시키도록 돕죠."]

직원들은 자기 발상을 마음껏 꺼내놓고, 회사는 이를 키워줍니다.

이것이 가능한 제도가 픽사가 자랑하는 단편 제작 시스템인데요.

단편 제작을 위해 회사는 부담되지 않는 수준의 예산과 시간을 내줍니다.

이렇게 탄생한 단편은 장편 개봉하는 상영관에서 별책부록처럼 대중에 선보일 기회를 얻고, 이를 통해 인재가 발굴됩니다.

한국계 미국인 피터 손 감독도 이에 해당하는 경우입니다.

[피터 손/픽사 스튜디오 감독 : "제가 픽사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예요. 좋은 아이디어는 어디서든 나오죠. 그것이 보조인력에서 나오든, 이야기 담당이 내놓든, 감독에게서 나오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한국에서 의사를 그만 두고 픽사에 입사한 한국인 애니메이터는 다원화 시대에 맞춘 발빠른 대응을 성공 요인으로 꼽습니다.

[김재형/픽사 스튜디오 애니메이터 : "요즘 미국에서는 화두가 다양성, 인종이나 문화적 다양성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교육을, 저희도 트레이닝을 받고, 직원들만 교육하고 얘기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영화 스토리에 그런 게 굉장히 많이 반영이 돼요."]

이번엔 디즈니로 가보겠습니다.

픽사를 포함해 '어벤져스'의 마블 스튜디오, 지난해 21세기 폭스까지 인수하면서 거대 그룹으로 거듭난 디즈니의 자부심이 엿보였습니다.

특히 다음달 말 공개될 '겨울왕국' 속편은 1편에서 한국에서만 천만 관객을 동원한 저력을 다시 잇기 위해 단단히 채비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이곳 제작진 역시 누구나, 언제든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제니퍼 리/'겨울왕국2' 감독 :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생각이든 내놔도 된다고 직원들 스스로 느끼는 것이에요. 그것이 아무리 비판적인 의견이라고 해도 마음 놓고 꺼내놓을 수 있고, 그건 좋은 작품을 위한 일일 뿐이라는 생각이 퍼져있어야 하죠."]

대다수 제작진이 수평적인 의사소통과, 실패해도 좋다는 기회 부여가 창의적인 결과물을 낳는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이현민/'겨울왕국2' 애니메이션 감독 : "(입사 초기부터) 저희한테도 너무나 동등하게 대해주시고 무엇보다도 어떻게든 저희가 성공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굉장히 여러가지 가르쳐주시고, 계속 기회를 주시고, 기회를 많이 주신 게 굉장히 컸던 거 같아요."]

이런 기업 문화를 통해 디즈니 역시 과거 그들 특유의 전통적인 모범생 스토리에서 벗어나서 '겨울왕국'이나 내년 선보일 '뮬란' 처럼 여성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등, 시대에 발맞추는 작품을 잇따라 내놓는 게 가능한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앵커]

네, 세계가 인정하는 창의력이 나오까지는 이렇게 수평적인 의사소통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군요.

송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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