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특종 드릴까요?”…‘가짜뉴스’ 만들고, ‘선거’까지 침투

입력 2019.10.25 (08:07) 수정 2019.10.25 (08:0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히틀러는 죄가 없다."
지난 8월 트위터 최고경영자 잭 도시의 계정에 올라온 트윗입니다. 나치를 옹호하고, 흑인과 유대인을 지칭하는 인종차별적 속어를 담은 트윗이 30분 넘게 올라왔습니다. 해킹이었습니다. 유명인의 소셜미디어가 해커들의 새로운 먹잇감이 되고 있습니다. 많은 팔로워를 가진 만큼 메시지 파급력이 큰 데다, 악성 코드까지 심을 경우 단시간 내 많은 기기를 감염시킬 수도 있습니다.

■은밀한 접근 "특종 될만한 기사가 있는데..."

최근에는 해커들이 언론인에게 직접 접근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공개적인 활동을 하는 언론인들이 대상입니다. 메시지를 보내거나 글을 남겨 특종을 주겠다고 유도하는 건데요. "당신에게만 정보를 독점적으로 주겠다"며 관심을 끌고, 그럴듯한 정보를 담은 것처럼 포장한 자료를 제시하며 접근합니다. 글로벌 보안업체 파이어아이 선임 애널리스트 코시모 모르톨라는 "대중과 계속 소통하는 언론인들을 이용해 거짓 정보를 유포하고자 하는 목적이 크다"고 설명합니다.

■가짜 계정 만들어 '언론인' 행세


자신을 저널리스트로 소개하는 에밀리란 이름의 여성. 사실은 실존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해킹 조직이 만든 가짜 계정인데, 특정인을 가장하기 위해 다양한 온라인 소스로부터 획득한 프로필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해킹조직들은 가짜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고 특파원이나 활동가 등으로 지칭한 뒤 실제 기사와 같은 글을 올립니다. 특정 국가나 조직이 전파하고자 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마치 언론처럼 가장해 전달하는 창구로 활용하는 겁니다.

해커들은 소셜미디어 계정 해킹을 통해 이른바 '영향력 공작' 활동을 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메시지를 빼내기 위한 해킹도 시도합니다. 실제 2017년 러시아 해커들은 수백 명의 블로거와 저널리스트, 편집자들을 노린 해킹을 했습니다. 당시 러시아의 한 유명 앵커는 페이스북이 해킹당해 그동안 주고받은 개인적인 메시지가 유출되기도 했습니다.

■'선거'까지 개입…2020년 미국 대선 '비상'

해커들의 공격 목표는 최근 '선거'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미 상원 정보위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50개 주 전역의 선거 시스템이 러시아 해킹 조직의 표적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수사했던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는 청문회에서 "그들은 다음 선거에서도 그렇게 하려 할 것"이라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러시아 해커들은 민주당과 힐러리 클린턴 대선 후보 선거 진영을 해킹하기도 했습니다.

이란이 배후에 있는 조직이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을 해킹해 대선 선거운동 진영에 대한 정보를 빼내려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계정에 침투하기 위해 비밀번호 재설정과 계정 복구 기능을 활용했습니다. 2020년 미국 대선을 노린 공격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권자 등록명부 데이터베이스'를 노린 랜섬웨어 공격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선거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흔드는 사이버 위협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캐나다 정보기관 CSE(Canadian Security Establishment) 발표에 따르면 해킹조직들은 지난 한 해 OECD 회원국 절반을 노리고 사이버 공격을 했으며, 대부분 선거를 노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선거 개입이 확인된 건만 봐도 필리핀부터 미국, 프랑스, 멕시코까지 다양합니다.

주목할 점은 과거에는 주로 선거 캠프에 소속된 사람들에 대해 공격을 했다면, 최근에는 '유권자'로 표적이 바꼈다는 겁니다. CSE는 "선거를 방해하기 위한 사이버 공격의 초점은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를 확산시키고, 이를 통해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려지게 해 여론을 갈라 분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어디까지 방어할 수 있을까?

결국, 고도화되는 사이버위협에 대응하는 방법 역시 '기술'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입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선거 과정의 해킹이나 부정행위를 막을 수 있는 '일렉션 가드(election guard)'란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투표용지에 각각의 고유 코드를 부여해서 실시간 추적이 가능한데, 유권자는 본인의 투표가 정확하게 집계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페이스북도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허위정보를 담은 포스트나 영상에 '거짓 정보(false information)' 이란 문구를 붙이고 필터링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대선 캠프에 있는 사람이나 적대 세력의 표적이 되기 쉬운 이용자 계정을 보호하는 기능도 도입할 계획입니다.

정보 홍수 속에서 어떤 것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구분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뉴스조차 예외가 아닙니다. 앞으로 사이버 위협은 더 치밀하고 교묘하게 우리 삶 속으로 파고들 겁니다. 해킹조직들은 혼란의 시대를 틈타 새로운 공격 전략을 만들고, 몸집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K] “특종 드릴까요?”…‘가짜뉴스’ 만들고, ‘선거’까지 침투
    • 입력 2019-10-25 08:07:36
    • 수정2019-10-25 08:09:08
    취재K
"히틀러는 죄가 없다." 지난 8월 트위터 최고경영자 잭 도시의 계정에 올라온 트윗입니다. 나치를 옹호하고, 흑인과 유대인을 지칭하는 인종차별적 속어를 담은 트윗이 30분 넘게 올라왔습니다. 해킹이었습니다. 유명인의 소셜미디어가 해커들의 새로운 먹잇감이 되고 있습니다. 많은 팔로워를 가진 만큼 메시지 파급력이 큰 데다, 악성 코드까지 심을 경우 단시간 내 많은 기기를 감염시킬 수도 있습니다. ■은밀한 접근 "특종 될만한 기사가 있는데..." 최근에는 해커들이 언론인에게 직접 접근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공개적인 활동을 하는 언론인들이 대상입니다. 메시지를 보내거나 글을 남겨 특종을 주겠다고 유도하는 건데요. "당신에게만 정보를 독점적으로 주겠다"며 관심을 끌고, 그럴듯한 정보를 담은 것처럼 포장한 자료를 제시하며 접근합니다. 글로벌 보안업체 파이어아이 선임 애널리스트 코시모 모르톨라는 "대중과 계속 소통하는 언론인들을 이용해 거짓 정보를 유포하고자 하는 목적이 크다"고 설명합니다. ■가짜 계정 만들어 '언론인' 행세 자신을 저널리스트로 소개하는 에밀리란 이름의 여성. 사실은 실존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해킹 조직이 만든 가짜 계정인데, 특정인을 가장하기 위해 다양한 온라인 소스로부터 획득한 프로필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해킹조직들은 가짜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고 특파원이나 활동가 등으로 지칭한 뒤 실제 기사와 같은 글을 올립니다. 특정 국가나 조직이 전파하고자 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마치 언론처럼 가장해 전달하는 창구로 활용하는 겁니다. 해커들은 소셜미디어 계정 해킹을 통해 이른바 '영향력 공작' 활동을 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메시지를 빼내기 위한 해킹도 시도합니다. 실제 2017년 러시아 해커들은 수백 명의 블로거와 저널리스트, 편집자들을 노린 해킹을 했습니다. 당시 러시아의 한 유명 앵커는 페이스북이 해킹당해 그동안 주고받은 개인적인 메시지가 유출되기도 했습니다. ■'선거'까지 개입…2020년 미국 대선 '비상' 해커들의 공격 목표는 최근 '선거'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미 상원 정보위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50개 주 전역의 선거 시스템이 러시아 해킹 조직의 표적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수사했던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는 청문회에서 "그들은 다음 선거에서도 그렇게 하려 할 것"이라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러시아 해커들은 민주당과 힐러리 클린턴 대선 후보 선거 진영을 해킹하기도 했습니다. 이란이 배후에 있는 조직이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을 해킹해 대선 선거운동 진영에 대한 정보를 빼내려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계정에 침투하기 위해 비밀번호 재설정과 계정 복구 기능을 활용했습니다. 2020년 미국 대선을 노린 공격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권자 등록명부 데이터베이스'를 노린 랜섬웨어 공격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선거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흔드는 사이버 위협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캐나다 정보기관 CSE(Canadian Security Establishment) 발표에 따르면 해킹조직들은 지난 한 해 OECD 회원국 절반을 노리고 사이버 공격을 했으며, 대부분 선거를 노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선거 개입이 확인된 건만 봐도 필리핀부터 미국, 프랑스, 멕시코까지 다양합니다. 주목할 점은 과거에는 주로 선거 캠프에 소속된 사람들에 대해 공격을 했다면, 최근에는 '유권자'로 표적이 바꼈다는 겁니다. CSE는 "선거를 방해하기 위한 사이버 공격의 초점은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를 확산시키고, 이를 통해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려지게 해 여론을 갈라 분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어디까지 방어할 수 있을까? 결국, 고도화되는 사이버위협에 대응하는 방법 역시 '기술'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입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선거 과정의 해킹이나 부정행위를 막을 수 있는 '일렉션 가드(election guard)'란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투표용지에 각각의 고유 코드를 부여해서 실시간 추적이 가능한데, 유권자는 본인의 투표가 정확하게 집계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페이스북도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허위정보를 담은 포스트나 영상에 '거짓 정보(false information)' 이란 문구를 붙이고 필터링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대선 캠프에 있는 사람이나 적대 세력의 표적이 되기 쉬운 이용자 계정을 보호하는 기능도 도입할 계획입니다. 정보 홍수 속에서 어떤 것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구분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뉴스조차 예외가 아닙니다. 앞으로 사이버 위협은 더 치밀하고 교묘하게 우리 삶 속으로 파고들 겁니다. 해킹조직들은 혼란의 시대를 틈타 새로운 공격 전략을 만들고, 몸집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