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톡] 입맛 따라 골라 쓰기?…여론조사 보도의 함정

입력 2019.10.26 (08:00) 수정 2019.10.2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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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사상 최저치'이던 지지율이 내일은 '급반등'한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언론은 부지런히 퍼 나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슈 등을 거치면서 매일같이 여론조사 보도가 잇따랐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부터 조국 전 장관의 사퇴나 검찰 개혁에 대한 찬반을 묻는 것까지 다양했다. 긍정과 반대의 수치에 주목한 중계식 보도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주 방송되는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숫자를 대하는 여론조사 보도의 이중성을 들여다본다. 뉴스 소비자들이 여론조사 보도에서 무엇을 따져봐야 하는지 짚어본다.

하루 만에 달라진 보도 행태...소비자들은 '갸우뚱'


중앙일보는 지난 17일 조국 전 장관의 사퇴 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1%포인트 올라 45.5%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서는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상승이 상당히 탄력적인 회복세를 보인다. 그동안 국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거취가 사퇴로 결정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며 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해석을 그대로 인용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18일 정반대의 보도가 나왔다. 중앙일보는 [文 '콘크리트 지지율' 40%대 무너졌다…취임 후 최저인 39%]라는 기사를 통해 "40%대 지지선이 조국 사태를 겪으며 무너진 결과다. 무당층에서도 부정 평가가 60%로 긍정 평가보다 41%포인트 높게 나타나면서 중도층 이탈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를 분석 보도했다.

"조사방식과 선택지의 차이로 결과 달라져"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이에 대해 조사 방식과 질문의 차이를 이유로 들었다. "한국갤럽은 사람 면접원이 하는 조사이고, 리얼미터의 조사는 자동응답전화 방식이다. 자동응답전화 방식을 사용할 경우 상대적으로 면접원과 응답자가 상호 소통을 하기 어렵다. 자동응답전화 방식에서 버튼을 누르며 끝까지 응답하는 사람들은 정치 관여도가 비교적 높은 사람들이 많이 표집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사람 면접원이 하게 될 경우 중간 성향의 정치 관심도가 높지 않은 응답자가 좀 더 많이 표집될 수 있는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두 조사기관의 질문 선택지에 차이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국갤럽은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를 하는 데 있어서 '잘한다', '못한다.'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하고, 둘 다 아닐 경우 '모름'이나 '무응답'을 택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리얼미터의 조사는 '매우 잘한다', '잘한다', '대체로 못한다', '매우 못한다'로 제시한다.

윤 센터장은 "통상 두 가지 선택지만 주어지게 되면 어떤 국면에서는 '잘한다'는 응답을 안 하려고 하는 성향들이 나타날 수 있어 '모름' 응답이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것들이 결과에 차이를 불러온 주요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꼽았다.

상반된 여론조사 결과, 원인은 하나?




여론조사 결과는 정반대. 그런데 '반등'이나 '곤두박질'을 두고 언론사들은 그 원인으로 모두 조국 전 장관을 지목했다.

국민일보는 지난 18일 [여권의 잘못된 판단 확인시켜 준 지지율 반등]이라는 사설을 통해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를 해석했다.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중도층이 복귀해 지지율이 급반등한 것으로 보인다. 긍정 평가할 일이라기보다 조 전 장관 임명을 고집했던 여권의 잘못된 판단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것이다"고 적었다.

같은 날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를 인용 보도한 [인사-경제 難에 곤두박질친 文 지지율 조기 레임덕 오나]는 문화일보 기사는 "조국(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경제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39%)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36%)에 근접함으로써, 야당뿐 아니라 여당의 목소리도 커지는 레임덕 현상이 가시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정해놓은 방향에 맞는 결과만 골라 쓰기"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특히, "문화일보 18일 자 기사의 경우 조기 레임덕을 거론하면서 유일한 근거로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들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의 사퇴가 14일이었고 4일 만에 이러한 기사를 실었는데 하향 폭의 결과가 나오자마자 인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보도 속 숫자의 함정"


저널리즘토크쇼 J는 여론조사 보도가 지니는 숫자의 함정도 짚었다.

"한국갤럽의 10월 셋째 주 여론조사를 들여다보면 95% 신뢰 수준에서 표본 오차는 ±3.1%p이다. 이 이야기는 6.2% 이내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기호 형태로 써놓은 것이다."라며 "불과 바로 직전 조사인 10월 둘째 주와 비교해 6.2% 이내에 있는 차이를 가지고 '폭락했다', '떨어졌다.' 등으로 표현하는 것은 마치 언론 기사에서 '교통사고가 났는데 사망자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다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라고 윤 센터장은 비유했다.

즉, 문장 안에서 통계적 차이는 없는 것이라고 써놓고 '급락했다', '떨어졌다'고 말하는 것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것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지지율을 묻는 조사는 없다

J 패널들은 특히, '대통령 지지율'을 머리기사를 뽑은 언론들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매주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리얼미터와 한국갤럽 모두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는 것이 아닌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를 질문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언론들은 '대통령 지지율 취임 후 최저치'나 '대통령 지지율 급반등'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지율'이라는 용어 아래 숫자만을 강조하는 보도들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론조사는 여론을 창조한다"

정준희 교수는 이에 대해 "여론이라는 말의 바탕에는 두 가지 전제가 깔려 있다. '정확하다'는 것과 '고정돼 있다'는 것이다. 사람
들의 태도가 이미 확실하게 정해져 있어서 그걸 알아내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그런데 여론조사는 여론을 창조한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선거 과정의 마지막 며칠은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않는 기간을 두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그것이 옳은가 아닌가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게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제삼자가 그렇게 생각하면 나의 태도에 영향이 일어나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전략적 투표 행위가 많은 나라에서는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것이 과연 진정한 민주주의의 여론이냐는 부분은 생각해봐야 한다. 이 같은 유의점을 언론이 인식하지 못한다면 여론조사가 여론을 창조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일침을 가했다.

숫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법은?

여론조사 보도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기 위해선 뉴스 소비자들의 '똑똑한 눈'이 필요하다. 윤희웅 센터장은 "여론조사는 국민 여론을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지적에도 불구하고 생명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가 논의의 시작점이 되어야 하는 소재인데 우리나라에선 논의를 종결하는 도구로 많이 사용된다. '찬성이 많으니까 반대쪽은 이야기하지 마'라는 식으로 쓰이니까 결국,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효과가 더 커지게 됐다."고 전제하며, "이 때문에 여론조사 보도를 가려서 읽는 시청자나 독자 여러분의 수고로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1)숫자 자체를 보도하는 것에 대해선 신중하게 바라보고, 2)조사 개요를 꼼꼼히 들여다볼 것을 권고한다. 구체적으로는 ARS 조사인지 사람 면접원에 의한 방식인지, 응답률이 얼마인지, 어느 시점에 조사했고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 표본 크기는 어떤지, 기초적인 정보들을 따져보면, 해당 여론조사가 튼실한 조사인지, 믿을 만한 조사인 지 분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J 65회는 '여론조사 보도의 함정, 조사인가 조성인가'라는 주제로 오는 27(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다. 또, 고인이 된 설리 씨와 관련된 보도를 분석해 악성 댓글을 확대 재생산하는 '확성기'로서의 언론의 행태를 비판한다.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영화평론가인 강유정 강남대 교수,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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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리톡] 입맛 따라 골라 쓰기?…여론조사 보도의 함정
    • 입력 2019-10-26 08:00:28
    • 수정2019-10-26 19:09:20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은 '사상 최저치'이던 지지율이 내일은 '급반등'한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언론은 부지런히 퍼 나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슈 등을 거치면서 매일같이 여론조사 보도가 잇따랐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부터 조국 전 장관의 사퇴나 검찰 개혁에 대한 찬반을 묻는 것까지 다양했다. 긍정과 반대의 수치에 주목한 중계식 보도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주 방송되는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숫자를 대하는 여론조사 보도의 이중성을 들여다본다. 뉴스 소비자들이 여론조사 보도에서 무엇을 따져봐야 하는지 짚어본다.

하루 만에 달라진 보도 행태...소비자들은 '갸우뚱'


중앙일보는 지난 17일 조국 전 장관의 사퇴 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1%포인트 올라 45.5%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서는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상승이 상당히 탄력적인 회복세를 보인다. 그동안 국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거취가 사퇴로 결정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며 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해석을 그대로 인용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18일 정반대의 보도가 나왔다. 중앙일보는 [文 '콘크리트 지지율' 40%대 무너졌다…취임 후 최저인 39%]라는 기사를 통해 "40%대 지지선이 조국 사태를 겪으며 무너진 결과다. 무당층에서도 부정 평가가 60%로 긍정 평가보다 41%포인트 높게 나타나면서 중도층 이탈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를 분석 보도했다.

"조사방식과 선택지의 차이로 결과 달라져"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이에 대해 조사 방식과 질문의 차이를 이유로 들었다. "한국갤럽은 사람 면접원이 하는 조사이고, 리얼미터의 조사는 자동응답전화 방식이다. 자동응답전화 방식을 사용할 경우 상대적으로 면접원과 응답자가 상호 소통을 하기 어렵다. 자동응답전화 방식에서 버튼을 누르며 끝까지 응답하는 사람들은 정치 관여도가 비교적 높은 사람들이 많이 표집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사람 면접원이 하게 될 경우 중간 성향의 정치 관심도가 높지 않은 응답자가 좀 더 많이 표집될 수 있는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두 조사기관의 질문 선택지에 차이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국갤럽은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를 하는 데 있어서 '잘한다', '못한다.'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하고, 둘 다 아닐 경우 '모름'이나 '무응답'을 택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리얼미터의 조사는 '매우 잘한다', '잘한다', '대체로 못한다', '매우 못한다'로 제시한다.

윤 센터장은 "통상 두 가지 선택지만 주어지게 되면 어떤 국면에서는 '잘한다'는 응답을 안 하려고 하는 성향들이 나타날 수 있어 '모름' 응답이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것들이 결과에 차이를 불러온 주요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꼽았다.

상반된 여론조사 결과, 원인은 하나?




여론조사 결과는 정반대. 그런데 '반등'이나 '곤두박질'을 두고 언론사들은 그 원인으로 모두 조국 전 장관을 지목했다.

국민일보는 지난 18일 [여권의 잘못된 판단 확인시켜 준 지지율 반등]이라는 사설을 통해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를 해석했다.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중도층이 복귀해 지지율이 급반등한 것으로 보인다. 긍정 평가할 일이라기보다 조 전 장관 임명을 고집했던 여권의 잘못된 판단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것이다"고 적었다.

같은 날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를 인용 보도한 [인사-경제 難에 곤두박질친 文 지지율 조기 레임덕 오나]는 문화일보 기사는 "조국(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경제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39%)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36%)에 근접함으로써, 야당뿐 아니라 여당의 목소리도 커지는 레임덕 현상이 가시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정해놓은 방향에 맞는 결과만 골라 쓰기"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특히, "문화일보 18일 자 기사의 경우 조기 레임덕을 거론하면서 유일한 근거로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들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의 사퇴가 14일이었고 4일 만에 이러한 기사를 실었는데 하향 폭의 결과가 나오자마자 인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보도 속 숫자의 함정"


저널리즘토크쇼 J는 여론조사 보도가 지니는 숫자의 함정도 짚었다.

"한국갤럽의 10월 셋째 주 여론조사를 들여다보면 95% 신뢰 수준에서 표본 오차는 ±3.1%p이다. 이 이야기는 6.2% 이내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기호 형태로 써놓은 것이다."라며 "불과 바로 직전 조사인 10월 둘째 주와 비교해 6.2% 이내에 있는 차이를 가지고 '폭락했다', '떨어졌다.' 등으로 표현하는 것은 마치 언론 기사에서 '교통사고가 났는데 사망자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다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라고 윤 센터장은 비유했다.

즉, 문장 안에서 통계적 차이는 없는 것이라고 써놓고 '급락했다', '떨어졌다'고 말하는 것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것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지지율을 묻는 조사는 없다

J 패널들은 특히, '대통령 지지율'을 머리기사를 뽑은 언론들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매주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리얼미터와 한국갤럽 모두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는 것이 아닌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를 질문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언론들은 '대통령 지지율 취임 후 최저치'나 '대통령 지지율 급반등'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지율'이라는 용어 아래 숫자만을 강조하는 보도들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론조사는 여론을 창조한다"

정준희 교수는 이에 대해 "여론이라는 말의 바탕에는 두 가지 전제가 깔려 있다. '정확하다'는 것과 '고정돼 있다'는 것이다. 사람
들의 태도가 이미 확실하게 정해져 있어서 그걸 알아내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그런데 여론조사는 여론을 창조한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선거 과정의 마지막 며칠은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않는 기간을 두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그것이 옳은가 아닌가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게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제삼자가 그렇게 생각하면 나의 태도에 영향이 일어나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전략적 투표 행위가 많은 나라에서는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것이 과연 진정한 민주주의의 여론이냐는 부분은 생각해봐야 한다. 이 같은 유의점을 언론이 인식하지 못한다면 여론조사가 여론을 창조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일침을 가했다.

숫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법은?

여론조사 보도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기 위해선 뉴스 소비자들의 '똑똑한 눈'이 필요하다. 윤희웅 센터장은 "여론조사는 국민 여론을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지적에도 불구하고 생명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가 논의의 시작점이 되어야 하는 소재인데 우리나라에선 논의를 종결하는 도구로 많이 사용된다. '찬성이 많으니까 반대쪽은 이야기하지 마'라는 식으로 쓰이니까 결국,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효과가 더 커지게 됐다."고 전제하며, "이 때문에 여론조사 보도를 가려서 읽는 시청자나 독자 여러분의 수고로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1)숫자 자체를 보도하는 것에 대해선 신중하게 바라보고, 2)조사 개요를 꼼꼼히 들여다볼 것을 권고한다. 구체적으로는 ARS 조사인지 사람 면접원에 의한 방식인지, 응답률이 얼마인지, 어느 시점에 조사했고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 표본 크기는 어떤지, 기초적인 정보들을 따져보면, 해당 여론조사가 튼실한 조사인지, 믿을 만한 조사인 지 분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J 65회는 '여론조사 보도의 함정, 조사인가 조성인가'라는 주제로 오는 27(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다. 또, 고인이 된 설리 씨와 관련된 보도를 분석해 악성 댓글을 확대 재생산하는 '확성기'로서의 언론의 행태를 비판한다.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영화평론가인 강유정 강남대 교수,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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