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당장 실익 없는데?…트럼프가 “개도국 졸업” 요구한 이유

입력 2019.10.2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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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당장 바뀌는 것 없다"는 정부
미국도 당장 얻을 건 없는데…
중국과 인도의 '개도국 졸업' 노려
양보한 만큼 다음 달 자동차 관세 피할 수 있을지가 관건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아도 바뀌는 것이 없다"는 우리 정부

앞으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정부는 당장 변하는 게 없다는 걸 강조했습니다. 현행 개도국 지위는 새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유지되고, 세계무역기구 차원의 농업 협상은 언제 다시 열릴지 기약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미 FTA 재개정 또는 앞으로의 FTA 체결에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개도국 특혜 포기는 세계무역기구의 다자 체제에서의 포기이기 때문에 양자 협정인 FTA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한국이 개도국 맞나?' 지적 있었지만, 미국의 '4대 기준' 제시가 결정적

그동안 세계무역기구 협상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위에 간접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고 통상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특히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은 OECD 회원국이면서 상대적으로 부유한 한국이 농업 분야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주장하려고 하면 이를 비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결정은 올해 초부터 계속된 미국의 요구가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농업에 당장은 변화가 없다면 교역상대국인 미국의 처지에서도 변화가 없는 셈입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개도국 특혜 미주장을 강력하게 요구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압박을 그 이유로 보고 있습니다.

'개도국 특혜' 주는 협정 150개 넘어…미국의 과녁은 중국과 인도

세계 무역기구의 협정 가운데 개도국에 특혜를 주는 협정은 150개가 넘습니다. 개도국은 정부의 보조금 지금을 금지하는 규정을 적용받지 않을 수 있고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관세도 높게 매길 수 있습니다. 중국은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정부 보조금을 활용해서 자국 산업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개발도상국 특혜 규정을 이용하거나 그것을 뛰어넘는 방법으로 기술 특허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의 배경이 이 보조금과 특허권 침해 문제입니다.

중국은 1990년대 세계무역기구 출범 당시에 개발도상국이었지만, 지금은 미국에 이은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 체제는 개도국 지위를 각국이 스스로 판단해서 선언하도록 했기 때문에 여전히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구 대국인 인도는 탄탄한 내수 시장과 과학기술력을 바탕으로 급성장했지만 여전히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계획은 개도국 제외를 정한 '4대 기준'에 적용되는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국가들이 개도국 특혜 주장을 포기해 중국과 인도가 압박을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4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하는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에 미국의 기준을 이행할 경우 파급력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이 제시한 개도국 제외 4대 기준미국이 제시한 개도국 제외 4대 기준

언젠가 분명해질 농업 손해…우리는 무엇을 얻었나?

당장은 손해가 없다는 정부의 말을 믿더라도 언젠가 재개될 WTO 협상에서 우리 위치가 불리해질 것은 분명합니다. 개도국 특혜를 더 이상 주장하지 말라는 미국의 요구는 WTO 차원의 여러 국가의 요구는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가 따를 수도 있고 따르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따르는 쪽을 택했습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미국과 현안이 많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음 달 예정된 무역보호법 232조에 따른 자동차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이나 지소미아 종료를 둘러싼 갈등이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명시적으로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약속을 받은 것은 없습니다. 미국과 협상으로 합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앞으로 주장하지 않겠다'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이런 노력이 어떤 성과를 거준 것인지는 다음 달 자동차 관세 부과 여부나 향후 미국과의 다양한 외교, 통상 갈등이 어떻게 풀려나가느냐에 따라 성과를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별도로 다음 WTO 농업협상 이전까지 우리 농업을 어떻게 육성하고 농민을 보호할 것인지가 정부의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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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K] 당장 실익 없는데?…트럼프가 “개도국 졸업” 요구한 이유
    • 입력 2019-10-28 17:02:40
    취재K
"당장 바뀌는 것 없다"는 정부 <br />미국도 당장 얻을 건 없는데… <br />중국과 인도의 '개도국 졸업' 노려 <br />양보한 만큼 다음 달 자동차 관세 피할 수 있을지가 관건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아도 바뀌는 것이 없다"는 우리 정부

앞으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정부는 당장 변하는 게 없다는 걸 강조했습니다. 현행 개도국 지위는 새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유지되고, 세계무역기구 차원의 농업 협상은 언제 다시 열릴지 기약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미 FTA 재개정 또는 앞으로의 FTA 체결에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개도국 특혜 포기는 세계무역기구의 다자 체제에서의 포기이기 때문에 양자 협정인 FTA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한국이 개도국 맞나?' 지적 있었지만, 미국의 '4대 기준' 제시가 결정적

그동안 세계무역기구 협상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위에 간접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고 통상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특히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은 OECD 회원국이면서 상대적으로 부유한 한국이 농업 분야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주장하려고 하면 이를 비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결정은 올해 초부터 계속된 미국의 요구가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농업에 당장은 변화가 없다면 교역상대국인 미국의 처지에서도 변화가 없는 셈입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개도국 특혜 미주장을 강력하게 요구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압박을 그 이유로 보고 있습니다.

'개도국 특혜' 주는 협정 150개 넘어…미국의 과녁은 중국과 인도

세계 무역기구의 협정 가운데 개도국에 특혜를 주는 협정은 150개가 넘습니다. 개도국은 정부의 보조금 지금을 금지하는 규정을 적용받지 않을 수 있고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관세도 높게 매길 수 있습니다. 중국은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정부 보조금을 활용해서 자국 산업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개발도상국 특혜 규정을 이용하거나 그것을 뛰어넘는 방법으로 기술 특허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의 배경이 이 보조금과 특허권 침해 문제입니다.

중국은 1990년대 세계무역기구 출범 당시에 개발도상국이었지만, 지금은 미국에 이은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 체제는 개도국 지위를 각국이 스스로 판단해서 선언하도록 했기 때문에 여전히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구 대국인 인도는 탄탄한 내수 시장과 과학기술력을 바탕으로 급성장했지만 여전히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계획은 개도국 제외를 정한 '4대 기준'에 적용되는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국가들이 개도국 특혜 주장을 포기해 중국과 인도가 압박을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4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하는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에 미국의 기준을 이행할 경우 파급력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이 제시한 개도국 제외 4대 기준
언젠가 분명해질 농업 손해…우리는 무엇을 얻었나?

당장은 손해가 없다는 정부의 말을 믿더라도 언젠가 재개될 WTO 협상에서 우리 위치가 불리해질 것은 분명합니다. 개도국 특혜를 더 이상 주장하지 말라는 미국의 요구는 WTO 차원의 여러 국가의 요구는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가 따를 수도 있고 따르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따르는 쪽을 택했습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미국과 현안이 많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음 달 예정된 무역보호법 232조에 따른 자동차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이나 지소미아 종료를 둘러싼 갈등이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명시적으로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약속을 받은 것은 없습니다. 미국과 협상으로 합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앞으로 주장하지 않겠다'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이런 노력이 어떤 성과를 거준 것인지는 다음 달 자동차 관세 부과 여부나 향후 미국과의 다양한 외교, 통상 갈등이 어떻게 풀려나가느냐에 따라 성과를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별도로 다음 WTO 농업협상 이전까지 우리 농업을 어떻게 육성하고 농민을 보호할 것인지가 정부의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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