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인류 발상지는 “아프리카 칼라하리”…녹지 찾아 이주

현생 인류 발상지는 20만 년 전 아프리카 남부 칼라하리 지역이고 이들이 녹지를 찾아 이주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악셀 팀머만 기초과학연구원(IBS)의 기후 물리연구단장(부산대 석학교수)팀이 호주 기반 의학연구소, 남아프리카공화국 기상청 등 국제연구진과 함께 현생인류 발상지와 관련해 이런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 연구팀은 "현생인류의 가장 오래된 혈통은 20만 년 전 아프리카 남부 칼라하리 지역에서 출현했고, 이주는 13만 년 전 기후 변화로 인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현생인류 유골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동부 아프리카에서 발견됐지만, 유전학 연구에서는 현생인류의 발상지가 남아프리카로 추정돼 학계에서는 발상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최근 모로코에서 발견된 두개골은 현생인류와 매우 비슷하지만, 일치하지는 않는다"면서 "이번 연구에서는 가장 오래된 유전학적 가지인 'L0 유전자'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L0 후손 198명을 새로 찾아내 DNA 염기서열 분석 결과를 기존 데이터와 종합해, 이전보다 개선된 연대표를 작성했고 현생인류가 보츠와나 북부의 칼라하리 지역에서 출현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이들이 기후가 바뀌면서 녹지를 찾아 옮겨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연구진은 고기후 자료와 기후 컴퓨터 모델로 25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남아프리카의 기후 변화를 재구성한 결과, 지구 자전축의 느린 흔들림(세차운동)이 남반구의 여름 일사량을 바꿨고 이 영향으로 남아프리카 전역에서 강우량이 주기적으로 변했다고 주장합니다.

이 때문에, 약 13만 년 전에는 잠비아와 탄자니아 등 현생인류 발상지 북동쪽에, 약 11만 년 전에는 나미비아, 남아공 등 남서쪽에 녹지가 형성됐습니다.

연구진은 "인류의 주요 이주는 13만 년 전과 11만 년 전 각각 발생했는데, 녹지 축이 북동쪽과 남서쪽으로 개방된 시기와 일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공동 교신저자인 팀머만 단장은 "호주의 유전학자들이 유전자를 채취해 분석했고, IBS 기후물리학자들이 재구성해 인류 첫 이주에 대한 최초의 증거를 찾을 수 있었다"면서 "이번 연구는 인류의 진화 등에 과거 기후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오늘(2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습니다.

네이처는 이 연구 결과에 대해 "(당시) 습도가 높아지면서 호수 주변을 둘러싼 건조한 지역에 녹색 '회랑'(corridors)이 등장했고 인류가 이를 따라 처음에는 북동쪽, 나중에는 남서쪽으로 이동하게 됐다"며 "이런 단계들이 이후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 밖으로 이주하고 결과적으로 세계로 퍼져나가는 데 토대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진 출처 : 기초과학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