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정부·검찰·국회·택시 모두 ‘타다’ 겨냥…서비스 중단 위기

입력 2019.10.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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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에 놓인 '타다'…서비스 중단 위기

사면초가(四面楚歌),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고립무원의 상태. 현재 '타다'의 상황을 이보다 더 잘 나타내는 단어가 없을 것 같다.

'타다'를 가장 먼저 압박한 건 택시업계였다. 올해 초부터 '타다'의 이용객 수가 급증하자 위기감을 느낀 택시업계는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며 타다의 불법성을 부각했다.

결국 지난 2월,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간부 등이 박재욱 VCNC 대표와 이재웅 쏘카 대표를 운수사업법 위반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승객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있던 '타다'의 승승장구에는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벌였던 서울 강남경찰서 역시 5월 타다 고발 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승합차에 운전자 알선할 수 있다는 조항 있어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운수사업법 34조에 규정된 유상운송 금지와 11인승 이상 승합차에 적용되는 예외규정을 기계적으로 해석한 결과였다.


정부와 틀어진 타다…'안티' 하나둘 늘어나

분위기가 바뀐건 7월 국토부가 택시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부터였다.

정부가 운송서비스 업체에서 수익 일부를 기여금으로 받는 대신 플랫폼 택시라는 새로운 영업형태를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개편안 가운데 타다에 불리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애초에 정부가 마련했던 안에는 타다처럼 '렌터카'를 이용한 플랫폼 서비스도 있었지만, 최종안에는 빠졌다. 택시업계의 막판 반대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타다'는 11인승 이상 '렌터카'를 모회사인 쏘카에서 빌리는 방식으로 현행 운수사업법을 우회해 왔다. 정부가 새롭게 마련한 개편안에 렌터카를 허용한다는 규정이 빠지게 되면 사실상 영업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더구나 택시가 감차되는 범위 내에서 '타다'가 기여금을 내는 만큼만 '운행 대수'를 허용한다는 내용도 타다가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결국 타다는 개편안의 플랫폼택시 후속 논의를 위한 실무기구에서 국토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토부는 처음에 타다의 목소리를 경청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야심 차게 준비해온 '플랫폼 택시'의 최종 결과물 발표가 점점 늦어지자 국토부 역시 조금씩 초조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국회 발의된 '타다금지법' 여야로 확산

적들이 늘어가고 있었지만, 타다는 더 공세적으로 나섰다. 지난 7일 서비스 출범 1주년을 맞아 올해 연말까지 도착 기준 서비스 지역을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운행차량은 1만 대까지, 드라이버는 5만 명까지 늘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내놨다. 현재 타다 운행차량이 1,500대인 점을 생각하면 택시업계로서는 경기를 일으킬만한 대담한 확장 계획이었다.

서비스 확대계획을 발표하면서 VCNC는 서비스를 출시한 지 1년 만에 '타다'가 국민의 삶 속에 이동 필수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타다의 이런 조치는 택시업계의 반발은 물론 국회를 움직이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여름 내내 실무기구의 논의가 공전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애초에 '택시 대타협안'을 내놨던 여당도 서서히 심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이는 결국 타다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으로 이어졌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관광 목적'으로 6시간 이상일 때만 11인승 승합차 예외규정을 적용하도록 하는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지난 25일 발의했다.

유상운송을 금지하는 운수사업법의 취지를 보다 명확하게 고쳤다는 설명이었지만 사실상의 '타다 금지법'인 셈이다.

전에도 김경진 의원(민주평화당)이 비슷한 '타다 금지법'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당의 법안 발의여서 무게감이 남달랐다.

박홍근 의원 측은 국토부와의 교감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실무기구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국토부를 대신해 타다를 압박하고 나선 셈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이처럼 타다가 택시업계와 국토부, 국회로 전선을 넓혀가는 사이 경쟁 모빌리티 업체인 '카카오'는 택시와의 합종연횡을 계속해 나갔다.

카카오는 법인택시 업체를 잇달아 인수하는가 하면 택시운송가맹사업자인 '타고솔루션즈'를 인수해 '웨이고 블루'라는 택시 브랜드를 '카카오T블루'로 변신시켰다. 여기에 더해 100여 개 법인택시 업체와 제휴해 스타렉스 등을 이용한 대형택시 서비스를 준비하는 중이다.


'타다'에 치명타 날린 검찰…배후에 국토부?

국회의 '타다 금지법' 발의에 화들짝 놀란 타다는 조금씩 발을 빼기 시작했다. 상생을 위해 증차를 중단하고 국토부가 주도하는 실무기구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정작 타다의 운명을 쥐고 있던 건 검찰이었다.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던 고발 건에 대해 불법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28일 타다에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운영사인 VCNC 박재욱 대표와 모회사인 쏘카 이재웅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타다 영업의 본질은 렌터카가 아니라 콜택시라는 판단이었다.

검찰은 지난 5월 수사과정에서 국토부에 운수사업법의 취지와 세부 내용 등에 대해 의견을 조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검찰의 의견조회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실무선에서 검찰에 구두로 운수사업법 관련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기소가 결정에 국토부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택시와의 갈등에서 시작된 타다의 '모빌리티 전쟁'은 전선이 택시에서 국토부, 국회, 검찰로 확대되며 '사면초가'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타다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라며 "법원의 새로운 판단을 기대한다"는 짤막한 반응을 내놨지만, 사실 타다 입장에서 그것 말고는 달리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타다와 택시업계 사이에서 시작돼 정부와 국회가 참전하면서 판이 커진 '모빌리티 전쟁'에는 빠진 게 있다. 바로 운송서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존재다.

이 모든 갈등이 지리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승객들에게 돌아간 편의나 혜택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의 '모빌리티 전쟁'이 승객들에게는 그들만의 이권다툼으로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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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9 07:00:37
    취재K
사면초가에 놓인 '타다'…서비스 중단 위기

사면초가(四面楚歌),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고립무원의 상태. 현재 '타다'의 상황을 이보다 더 잘 나타내는 단어가 없을 것 같다.

'타다'를 가장 먼저 압박한 건 택시업계였다. 올해 초부터 '타다'의 이용객 수가 급증하자 위기감을 느낀 택시업계는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며 타다의 불법성을 부각했다.

결국 지난 2월,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간부 등이 박재욱 VCNC 대표와 이재웅 쏘카 대표를 운수사업법 위반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승객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있던 '타다'의 승승장구에는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벌였던 서울 강남경찰서 역시 5월 타다 고발 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승합차에 운전자 알선할 수 있다는 조항 있어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운수사업법 34조에 규정된 유상운송 금지와 11인승 이상 승합차에 적용되는 예외규정을 기계적으로 해석한 결과였다.


정부와 틀어진 타다…'안티' 하나둘 늘어나

분위기가 바뀐건 7월 국토부가 택시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부터였다.

정부가 운송서비스 업체에서 수익 일부를 기여금으로 받는 대신 플랫폼 택시라는 새로운 영업형태를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개편안 가운데 타다에 불리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애초에 정부가 마련했던 안에는 타다처럼 '렌터카'를 이용한 플랫폼 서비스도 있었지만, 최종안에는 빠졌다. 택시업계의 막판 반대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타다'는 11인승 이상 '렌터카'를 모회사인 쏘카에서 빌리는 방식으로 현행 운수사업법을 우회해 왔다. 정부가 새롭게 마련한 개편안에 렌터카를 허용한다는 규정이 빠지게 되면 사실상 영업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더구나 택시가 감차되는 범위 내에서 '타다'가 기여금을 내는 만큼만 '운행 대수'를 허용한다는 내용도 타다가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결국 타다는 개편안의 플랫폼택시 후속 논의를 위한 실무기구에서 국토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토부는 처음에 타다의 목소리를 경청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야심 차게 준비해온 '플랫폼 택시'의 최종 결과물 발표가 점점 늦어지자 국토부 역시 조금씩 초조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국회 발의된 '타다금지법' 여야로 확산

적들이 늘어가고 있었지만, 타다는 더 공세적으로 나섰다. 지난 7일 서비스 출범 1주년을 맞아 올해 연말까지 도착 기준 서비스 지역을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운행차량은 1만 대까지, 드라이버는 5만 명까지 늘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내놨다. 현재 타다 운행차량이 1,500대인 점을 생각하면 택시업계로서는 경기를 일으킬만한 대담한 확장 계획이었다.

서비스 확대계획을 발표하면서 VCNC는 서비스를 출시한 지 1년 만에 '타다'가 국민의 삶 속에 이동 필수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타다의 이런 조치는 택시업계의 반발은 물론 국회를 움직이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여름 내내 실무기구의 논의가 공전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애초에 '택시 대타협안'을 내놨던 여당도 서서히 심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이는 결국 타다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으로 이어졌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관광 목적'으로 6시간 이상일 때만 11인승 승합차 예외규정을 적용하도록 하는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지난 25일 발의했다.

유상운송을 금지하는 운수사업법의 취지를 보다 명확하게 고쳤다는 설명이었지만 사실상의 '타다 금지법'인 셈이다.

전에도 김경진 의원(민주평화당)이 비슷한 '타다 금지법'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당의 법안 발의여서 무게감이 남달랐다.

박홍근 의원 측은 국토부와의 교감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실무기구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국토부를 대신해 타다를 압박하고 나선 셈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이처럼 타다가 택시업계와 국토부, 국회로 전선을 넓혀가는 사이 경쟁 모빌리티 업체인 '카카오'는 택시와의 합종연횡을 계속해 나갔다.

카카오는 법인택시 업체를 잇달아 인수하는가 하면 택시운송가맹사업자인 '타고솔루션즈'를 인수해 '웨이고 블루'라는 택시 브랜드를 '카카오T블루'로 변신시켰다. 여기에 더해 100여 개 법인택시 업체와 제휴해 스타렉스 등을 이용한 대형택시 서비스를 준비하는 중이다.


'타다'에 치명타 날린 검찰…배후에 국토부?

국회의 '타다 금지법' 발의에 화들짝 놀란 타다는 조금씩 발을 빼기 시작했다. 상생을 위해 증차를 중단하고 국토부가 주도하는 실무기구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정작 타다의 운명을 쥐고 있던 건 검찰이었다.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던 고발 건에 대해 불법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28일 타다에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운영사인 VCNC 박재욱 대표와 모회사인 쏘카 이재웅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타다 영업의 본질은 렌터카가 아니라 콜택시라는 판단이었다.

검찰은 지난 5월 수사과정에서 국토부에 운수사업법의 취지와 세부 내용 등에 대해 의견을 조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검찰의 의견조회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실무선에서 검찰에 구두로 운수사업법 관련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기소가 결정에 국토부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택시와의 갈등에서 시작된 타다의 '모빌리티 전쟁'은 전선이 택시에서 국토부, 국회, 검찰로 확대되며 '사면초가'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타다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라며 "법원의 새로운 판단을 기대한다"는 짤막한 반응을 내놨지만, 사실 타다 입장에서 그것 말고는 달리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타다와 택시업계 사이에서 시작돼 정부와 국회가 참전하면서 판이 커진 '모빌리티 전쟁'에는 빠진 게 있다. 바로 운송서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존재다.

이 모든 갈등이 지리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승객들에게 돌아간 편의나 혜택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의 '모빌리티 전쟁'이 승객들에게는 그들만의 이권다툼으로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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