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최저 대한민국…OECD가 제시한 해법은?

입력 2019.10.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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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우리나라 출산율에 빗대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합계출생률은 0.98이었는데, 가임기 여성 한 명당 아이 1명도 채 낳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역대 최저 출산율로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1970년대 합계출생률 4.5명을 기록했던 한국이 지금은 어쩌다가 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가 됐을까요? OECD가 보건복지부와 함께 우리나라 저출산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결혼·출산 나이 높아져…2045년 자녀 있는 부부 10가구 중 1.6가구

출산율이 떨어지는 배경에는 결혼과 출산 나이가 높아지는 사회적 현상이 있습니다. 현재 한국 여성이 첫 자녀를 낳는 평균 나이는 약 32살로, 1990년대 중반보다 출산 나이가 5살 정도 올라갔습니다. 스테파노 스카페타 OECD 고용노동사회국장은 이런 상태로 2045년이 되면 자녀가 있는 부부는 10가구 중 1.6가구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저출산은 노동인구 감소로 이어져 노동인구는 20년 뒤 250만 명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저출산 심화는 고령화 문제와 맞물려 생산 동력을 감소시키고, 미래 세대에게 더 무거운 짐을 지웁니다.


저출산 원인은 '장시간 근로'·'여성 경력 단절'

스카페타 OECD 국장은 우리나라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일과 가정 모두를 지키기 어려운 한국 노동시장 문제를 꼽았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연평균 실제 근로시간은 2천 시간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높습니다. 스카페타 국장은 "긴 근로시간과 함께 출퇴근 시간도 길고, 종종 뒤풀이라든지 회식 등 문화가 있어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근무시간이 좀 더 유연한 '시간제 근무'로 고용된 비율은 적었습니다.

스카페타 국장은 "이런 이유로 많은 한국 여성들이 일·가정 양립이 불가능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며, "다른 OECD 국가와 달리 한국은 육아로 인해 여성의 경력 단절이 많고 복구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근로 환경뿐 아니라 한국 특유의 가부장 문화도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가사분담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더니 여전히 '거의 아내의 몫'이라고 답한 비율이 '부부가 동등하게 분담한다'는 답 다음으로 많았습니다. 스카페타 국장은 "한국은 가사분담에서 여전히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여기에는 남성의 직장 경력이 여성보다 우선시돼야 한다는 인식이 깔렸다"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 자녀의 높은 사교육비도 저출산의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복지부-OECD 공동 ‘2019 국제 인구 컨퍼런스’복지부-OECD 공동 ‘2019 국제 인구 컨퍼런스’

유연근로제 활성화·육아휴직 개선돼야…사회 전반 변화 필요

OECD는 우리나라가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특히 여성이 직장 눈치 안 보고도 아이를 잘 기를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스카페타 OECD 국장은 한국 저출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으로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로제 활성화 ▲육아휴직 급여율 인상 등 육아휴직 개선 ▲모든 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아동수당 확대 등을 제시했습니다.

이와 함께 직장에서는 장시간 근로와 남성 중심적 문화를 해소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고, 자녀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정책 추진과 주거 지원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하루아침에 대안이 나오거나 바뀔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기업과 가정,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가 있어야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의무감이나 사회적 압력은 전혀 효과가 없습니다. 자발적으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사회적 여건과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없는지 한 번쯤 뒤돌아볼 필요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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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산율 최저 대한민국…OECD가 제시한 해법은?
    • 입력 2019-10-29 07:00:37
    취재K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우리나라 출산율에 빗대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합계출생률은 0.98이었는데, 가임기 여성 한 명당 아이 1명도 채 낳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역대 최저 출산율로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1970년대 합계출생률 4.5명을 기록했던 한국이 지금은 어쩌다가 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가 됐을까요? OECD가 보건복지부와 함께 우리나라 저출산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결혼·출산 나이 높아져…2045년 자녀 있는 부부 10가구 중 1.6가구

출산율이 떨어지는 배경에는 결혼과 출산 나이가 높아지는 사회적 현상이 있습니다. 현재 한국 여성이 첫 자녀를 낳는 평균 나이는 약 32살로, 1990년대 중반보다 출산 나이가 5살 정도 올라갔습니다. 스테파노 스카페타 OECD 고용노동사회국장은 이런 상태로 2045년이 되면 자녀가 있는 부부는 10가구 중 1.6가구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저출산은 노동인구 감소로 이어져 노동인구는 20년 뒤 250만 명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저출산 심화는 고령화 문제와 맞물려 생산 동력을 감소시키고, 미래 세대에게 더 무거운 짐을 지웁니다.


저출산 원인은 '장시간 근로'·'여성 경력 단절'

스카페타 OECD 국장은 우리나라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일과 가정 모두를 지키기 어려운 한국 노동시장 문제를 꼽았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연평균 실제 근로시간은 2천 시간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높습니다. 스카페타 국장은 "긴 근로시간과 함께 출퇴근 시간도 길고, 종종 뒤풀이라든지 회식 등 문화가 있어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근무시간이 좀 더 유연한 '시간제 근무'로 고용된 비율은 적었습니다.

스카페타 국장은 "이런 이유로 많은 한국 여성들이 일·가정 양립이 불가능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며, "다른 OECD 국가와 달리 한국은 육아로 인해 여성의 경력 단절이 많고 복구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근로 환경뿐 아니라 한국 특유의 가부장 문화도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가사분담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더니 여전히 '거의 아내의 몫'이라고 답한 비율이 '부부가 동등하게 분담한다'는 답 다음으로 많았습니다. 스카페타 국장은 "한국은 가사분담에서 여전히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여기에는 남성의 직장 경력이 여성보다 우선시돼야 한다는 인식이 깔렸다"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 자녀의 높은 사교육비도 저출산의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복지부-OECD 공동 ‘2019 국제 인구 컨퍼런스’
유연근로제 활성화·육아휴직 개선돼야…사회 전반 변화 필요

OECD는 우리나라가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특히 여성이 직장 눈치 안 보고도 아이를 잘 기를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스카페타 OECD 국장은 한국 저출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으로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로제 활성화 ▲육아휴직 급여율 인상 등 육아휴직 개선 ▲모든 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아동수당 확대 등을 제시했습니다.

이와 함께 직장에서는 장시간 근로와 남성 중심적 문화를 해소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고, 자녀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정책 추진과 주거 지원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하루아침에 대안이 나오거나 바뀔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기업과 가정,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가 있어야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의무감이나 사회적 압력은 전혀 효과가 없습니다. 자발적으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사회적 여건과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없는지 한 번쯤 뒤돌아볼 필요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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