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들이 낸 생리휴가 거부한 아시아나항공…1심서 벌금 2백만 원

입력 2019.10.29 (20:41) 수정 2019.10.3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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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들이 낸 생리휴가를 100여차례에 걸쳐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아시아나항공 측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수천 전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에게, 지난 8일 벌금 2백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김 전 대표는 2014년 5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아시아나항공 소속 승무원 15명에게 모두 138차례에 걸쳐 생리휴가를 주지 않은 혐의를 받습니다.

근로기준법 73조는 "사용자는 여성 근로자가 청구하면 월 1일의 생리휴가를 주어야 한다"라고 규정합니다. 이 규정을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지난 2015년 6월, 아시아나항공이 수년간 특별한 사유를 설명하지 않고 승무원들의 생리휴가 신청을 거부했다며 회사를 고용노동부 남부지청에 고발했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2년 뒤 벌금 2백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아시아나 측은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습니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 과정에서 아시아나 측은 '당시 생리휴가를 청구했던 승무원들이 실제 생리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검사가 증명해야 유죄가 입증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사는 이런 증명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생리휴가를 냈던 승무원들이 실제로는 생리를 하지 않았다고 의심되는 사정도 많다고 주장했습니다. 생리휴가 청구가 유독 휴일이나 비번과 붙어 있는 날에 몰려 있고, 생리휴가 청구가 거절되자 여러 차례 다시 청구하는 등 '가짜' 생리휴가 정황이 있다는 겁니다.

재판부 역시 "생리휴가는 휴가일에 여성 근로자의 생리현상이 있을 것을 전제로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여성 근로자가 폐경과 자궁 제거·임신 등으로 인해 생리를 할 수 없는 명백한 정황이 없다면, 회사는 근로자의 청구에 따라 생리휴가를 부여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생리휴가를 청구한 근로자에게 생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소명하라고 요구한다면, 이는 사생활 등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뿐 아니라 생리휴가 청구를 기피하게 함으로써 제도 자체를 무용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이어 "폐경, 임신 등 명백한 정황에 기초해 생리휴가 청구를 거절했다는 소명자료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생리휴가 청구를 거절한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위반 죄의 죄책을 부담하게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아시아나 측은 승무원들에게 생리휴가를 모두 부여하면, "항공기에는 항행의 안전에 필요한 일정 수의 객실승무원을 반드시 탑승시켜야 한다"라는 항공법에 따른 의무를 지키지 못하게 된다며 '의무의 충돌'로서 이 사건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이 여성 근로자의 생리 휴가 청구를 거절하는 현상은 "오랜 기간 지속돼 오던 상황"으로 보인다며, 사측이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은 항공법에서 정한 객실승무원보다 더 많은 승무원 탑승 기준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며, "(아시아나 측이) 불가피한 사유로 항공법상 의무와 근로기준법상의 의무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지키기 불가능한 현실적 상황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 고발 이후로 아시아나 측이 승무원 대기 인력을 늘렸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생리휴가를 모두 주려면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대기 인력을 둬야 하는데, 이는 회사에 상당한 경영상 어려움을 불러온다는 아시아나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생리휴가 청구 대비 부여 비율이 상당히 낮은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되었음에도, 피고인(아시아나 측)이 이 사건 고발 이전에 대체 인력의 확보와 일정 조정 등을 통해 생리휴가 부여 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다는 아무런 정황을 발견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시아나 측이 재판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직원들이 낸 만579건의 생리휴가 청구 가운데 4천6백 건을 거절했고, 2015년 상반기에는 7천703건의 생리휴가 청구 건 가운데 4천7백 건을 거절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회사 업무의 특수성으로 인해 휴가를 모두 부여하진 못한다면, "노동조합 등 근로자 측과 협의해 생리휴가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는 부득이하고 예외적인 경우를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미리 정해놓고 그 원칙대로 생리휴가 부여 여부를 결정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아시아나 측은 오히려 비행일정 관리 담당자의 그때의 판단과 재량에 따라 생리휴가를 청구하거나 불허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특히 아시아나 측이 "젊은 여성 객실승무원들에 의한 양질의 서비스를 회사의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경영상 선택을 한 것이라면 경영자로서는 그에 따라 부수되는 비용, 관련 법규의 준수 가능 여부 역시 고려해 대책을 세워야 함이 마땅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아시아나 내의 생리휴가 청구가 다른 사업장보다 많은 것은, "생리기간 중 좁은 비행기 안에서 높은 강도의 육체적, 감정적 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객실 승무원들의 노동 특수성도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사측이 이런 근로환경을 개선하려고 노력해 생리휴가 청구 비율 자체를 낮출 수도 있었던 걸로 보인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객실승무원의 경우 업무시간이 낮밤이 따로 없고 비행 중 긴장도가 높기 때문에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경우가 많고, 다른 직업군에 비해서 불임, 유산 등의 문제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는 객실승무원의 진술도 판결문에 언급했습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검찰과 아시아나 측은 모두 항소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KBS 기자와의 통화에서 "직원들의 생리휴가 신청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라며 "다만 스케줄 근무의 특수성이라는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판결이 확정된다면) 벌금을 내야하는 주체는 김 전 대표이사 개인이 아니라 회사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 출처 : 아시아나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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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9-10-30 09:46:08
    사회
승무원들이 낸 생리휴가를 100여차례에 걸쳐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아시아나항공 측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수천 전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에게, 지난 8일 벌금 2백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김 전 대표는 2014년 5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아시아나항공 소속 승무원 15명에게 모두 138차례에 걸쳐 생리휴가를 주지 않은 혐의를 받습니다.

근로기준법 73조는 "사용자는 여성 근로자가 청구하면 월 1일의 생리휴가를 주어야 한다"라고 규정합니다. 이 규정을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지난 2015년 6월, 아시아나항공이 수년간 특별한 사유를 설명하지 않고 승무원들의 생리휴가 신청을 거부했다며 회사를 고용노동부 남부지청에 고발했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2년 뒤 벌금 2백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아시아나 측은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습니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 과정에서 아시아나 측은 '당시 생리휴가를 청구했던 승무원들이 실제 생리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검사가 증명해야 유죄가 입증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사는 이런 증명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생리휴가를 냈던 승무원들이 실제로는 생리를 하지 않았다고 의심되는 사정도 많다고 주장했습니다. 생리휴가 청구가 유독 휴일이나 비번과 붙어 있는 날에 몰려 있고, 생리휴가 청구가 거절되자 여러 차례 다시 청구하는 등 '가짜' 생리휴가 정황이 있다는 겁니다.

재판부 역시 "생리휴가는 휴가일에 여성 근로자의 생리현상이 있을 것을 전제로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여성 근로자가 폐경과 자궁 제거·임신 등으로 인해 생리를 할 수 없는 명백한 정황이 없다면, 회사는 근로자의 청구에 따라 생리휴가를 부여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생리휴가를 청구한 근로자에게 생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소명하라고 요구한다면, 이는 사생활 등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뿐 아니라 생리휴가 청구를 기피하게 함으로써 제도 자체를 무용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이어 "폐경, 임신 등 명백한 정황에 기초해 생리휴가 청구를 거절했다는 소명자료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생리휴가 청구를 거절한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위반 죄의 죄책을 부담하게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아시아나 측은 승무원들에게 생리휴가를 모두 부여하면, "항공기에는 항행의 안전에 필요한 일정 수의 객실승무원을 반드시 탑승시켜야 한다"라는 항공법에 따른 의무를 지키지 못하게 된다며 '의무의 충돌'로서 이 사건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이 여성 근로자의 생리 휴가 청구를 거절하는 현상은 "오랜 기간 지속돼 오던 상황"으로 보인다며, 사측이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은 항공법에서 정한 객실승무원보다 더 많은 승무원 탑승 기준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며, "(아시아나 측이) 불가피한 사유로 항공법상 의무와 근로기준법상의 의무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지키기 불가능한 현실적 상황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 고발 이후로 아시아나 측이 승무원 대기 인력을 늘렸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생리휴가를 모두 주려면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대기 인력을 둬야 하는데, 이는 회사에 상당한 경영상 어려움을 불러온다는 아시아나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생리휴가 청구 대비 부여 비율이 상당히 낮은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되었음에도, 피고인(아시아나 측)이 이 사건 고발 이전에 대체 인력의 확보와 일정 조정 등을 통해 생리휴가 부여 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다는 아무런 정황을 발견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시아나 측이 재판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직원들이 낸 만579건의 생리휴가 청구 가운데 4천6백 건을 거절했고, 2015년 상반기에는 7천703건의 생리휴가 청구 건 가운데 4천7백 건을 거절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회사 업무의 특수성으로 인해 휴가를 모두 부여하진 못한다면, "노동조합 등 근로자 측과 협의해 생리휴가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는 부득이하고 예외적인 경우를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미리 정해놓고 그 원칙대로 생리휴가 부여 여부를 결정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아시아나 측은 오히려 비행일정 관리 담당자의 그때의 판단과 재량에 따라 생리휴가를 청구하거나 불허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특히 아시아나 측이 "젊은 여성 객실승무원들에 의한 양질의 서비스를 회사의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경영상 선택을 한 것이라면 경영자로서는 그에 따라 부수되는 비용, 관련 법규의 준수 가능 여부 역시 고려해 대책을 세워야 함이 마땅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아시아나 내의 생리휴가 청구가 다른 사업장보다 많은 것은, "생리기간 중 좁은 비행기 안에서 높은 강도의 육체적, 감정적 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객실 승무원들의 노동 특수성도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사측이 이런 근로환경을 개선하려고 노력해 생리휴가 청구 비율 자체를 낮출 수도 있었던 걸로 보인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객실승무원의 경우 업무시간이 낮밤이 따로 없고 비행 중 긴장도가 높기 때문에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경우가 많고, 다른 직업군에 비해서 불임, 유산 등의 문제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는 객실승무원의 진술도 판결문에 언급했습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검찰과 아시아나 측은 모두 항소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KBS 기자와의 통화에서 "직원들의 생리휴가 신청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라며 "다만 스케줄 근무의 특수성이라는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판결이 확정된다면) 벌금을 내야하는 주체는 김 전 대표이사 개인이 아니라 회사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 출처 : 아시아나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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