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2차 협력사까지 지인 꽂았다”…도 넘은 현대차 갑질

입력 2019.10.29 (21:03) 수정 2019.10.2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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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현대자동차 직원들과 협력업체 사이에 생각하기 어려운 착취 관계가 관행처럼 계속돼왔다는 폭로가 나와 KBS가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폭로 내용은 현대차 직원들이 협력업체에게 출장비를 떠넘기고, 유흥업소 접대를 강요하고 채용청탁까지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강자인 현대차 직원과 약자인 협력업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고, 왜 이런 착취관계가 생겨난 것인지, 정재우 박영민 두 기자가 연속보도합니다.

[리포트]

"현대차 담당자들은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돈 많이 쓰고 접대 잘하면 5스타 받는다" 최근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입니다.

현대자동차는 '품질5스타'란 제도를 통해 협력사를 관리하는데, 한 협력사 직원이 담당 현대차 직원들의 갑질을 폭로한 겁니다.

현대차 협력사에서 관련 업무를 하는 A 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털어놨습니다.

협력사에 감사하러 나온 현대차 직원의 출장 비용은 거의 대부분 협력사에서 지불한다는 겁니다.

현대차 직원들은 이들이 대신 결제한 영수증까지 알뜰하게 챙겨갔습니다.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 A씨/음성변조 : "출장이 끝나면 저희가 영수증을 다 챙겨줘요. 현대차 직원들은 출장비 처리를, 이제 영수증에 대해서 돈을 받겠죠? 그러면 이제 돈을 한 푼도 안 쓰고 받는 꼴이 되는 거예요."]

저녁 식사는 물론 노래방 도우미 접대나 룸살롱 접대를 강요당한 적도 많았다고 합니다.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 A씨/음성변조 : "밥 한 끼 먹자 해가지고 밥 먹으러 갔다가 2차나 3차 가자 요구를 했는데 저희가 또 그분에 대해서 무시를 할 수가 없거든요. 왜냐면 그거를 거절하는 순간 기분이 상하는 거예요."]

심지어 지인이나 친인척 자녀들의 채용 청탁도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친인척의 자녀가 협력업체에 지원했다며 이력서를 직접 출력해 갖고 온 현대차 품질 담당자도 있었습니다.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 A씨/음성변조 : "저희는 이력서에다가 추천인 누구누구 현대차 어디 부서 어떤 직급이고 우리 회사랑 어떤 관련 있는 직원이다 작성해가지고 인사팀으로 올려보내요."]

실제로 한 현대차 품질담당 직원은 채용청탁을 통해 자신이 담당하는 업체에 부품을 대는 2차 협력업체에 본인의 지인을 취업시키기도 했습니다.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 A씨/음성변조 : "협력관계가 아니라 거의 주종관계예요. 주인과 노예...저희는 아예 어떠한 현대자동차의 불합리한 요구도 거절을 할 수가 없어요."]

현대차 직원들의 갑질을 고발한 해당 글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비슷한 처지의 협력사 직원들은 물론, '현대차 품질부분 직원들이 정신차려야 한다'는 현대차 직원의 응원 댓글까지 달렸습니다.

KBS 뉴스 정재우입니다.

‘품질5스타’가 뭐기에…“협력업체는 현대차의 노예”

[리포트]

'품질5스타'는 현대차가 협력사 제품의 품질을 평가해 등급을 나누고, 이를 기반으로 협력사를 관리하는 제도입니다.

문제는 납품받은 부품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가 품질5스타 제도를 담당하는 현대차 직원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협력사 직원들은 현대차 담당자의 갑질을 참을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음성변조 : "100개를 잘못 만들었어요. 어쩔 수 없이 실적은 등록해야하는 상황이에요. 근데 그 사람 기분 좋으면 한 개만 발생했다고 하고 끝내버리고, 기분이 안 좋으면 100개를 다 등록을 해버리는 거예요."]

품질5스타 점수와 등급이 떨어지면, 협력업체는 향후 입찰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습니다.

심할 경우 신규 부품 수주까지 제한돼 업체의 생존까지 위협받습니다.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음성변조 : "실제로 공정에 문제가 생겨서 품질문제가 발생했는데, 회사에서는 담당자 집앞을 찾아가든 전화를 해서 무릎꿇고 빌라고..."]

이 같은 권한을 가진 생산라인 부품 품질 담당자는 현대차 공장별로, 또 차종별로 있기 때문에 한 협력사가 상대해야 할 현대차 담당 직원은 수십 명에 이릅니다.

협력사 입장에선 챙겨야 하는 '갑'이 그만큼 많아지는 셈입니다.

현대차 측은 '사이버감사실'과 '투명구매실천센터' 등을 통해 협력사 직원에 대한 갑질과 비리를 신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품질5스타 제도가 만들어진 2002년부터 지금까지 이와 관련된 갑질 신고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음성변조 :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회사매출이 줄어들 수도 있으니까 저희 회사에서도 제가 신고한 게 밝혀지면 저는 죽일놈이 되는 거예요."]

취재가 시작되자 현대차 측은 협력업체를 상대로 조사에 들어가겠다며, 갑질 등 문제가 드러날 경우 무관용 원칙으로 단호히 처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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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진단] “2차 협력사까지 지인 꽂았다”…도 넘은 현대차 갑질
    • 입력 2019-10-29 21:08:06
    • 수정2019-10-29 2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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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현대자동차 직원들과 협력업체 사이에 생각하기 어려운 착취 관계가 관행처럼 계속돼왔다는 폭로가 나와 KBS가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폭로 내용은 현대차 직원들이 협력업체에게 출장비를 떠넘기고, 유흥업소 접대를 강요하고 채용청탁까지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강자인 현대차 직원과 약자인 협력업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고, 왜 이런 착취관계가 생겨난 것인지, 정재우 박영민 두 기자가 연속보도합니다.

[리포트]

"현대차 담당자들은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돈 많이 쓰고 접대 잘하면 5스타 받는다" 최근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입니다.

현대자동차는 '품질5스타'란 제도를 통해 협력사를 관리하는데, 한 협력사 직원이 담당 현대차 직원들의 갑질을 폭로한 겁니다.

현대차 협력사에서 관련 업무를 하는 A 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털어놨습니다.

협력사에 감사하러 나온 현대차 직원의 출장 비용은 거의 대부분 협력사에서 지불한다는 겁니다.

현대차 직원들은 이들이 대신 결제한 영수증까지 알뜰하게 챙겨갔습니다.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 A씨/음성변조 : "출장이 끝나면 저희가 영수증을 다 챙겨줘요. 현대차 직원들은 출장비 처리를, 이제 영수증에 대해서 돈을 받겠죠? 그러면 이제 돈을 한 푼도 안 쓰고 받는 꼴이 되는 거예요."]

저녁 식사는 물론 노래방 도우미 접대나 룸살롱 접대를 강요당한 적도 많았다고 합니다.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 A씨/음성변조 : "밥 한 끼 먹자 해가지고 밥 먹으러 갔다가 2차나 3차 가자 요구를 했는데 저희가 또 그분에 대해서 무시를 할 수가 없거든요. 왜냐면 그거를 거절하는 순간 기분이 상하는 거예요."]

심지어 지인이나 친인척 자녀들의 채용 청탁도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친인척의 자녀가 협력업체에 지원했다며 이력서를 직접 출력해 갖고 온 현대차 품질 담당자도 있었습니다.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 A씨/음성변조 : "저희는 이력서에다가 추천인 누구누구 현대차 어디 부서 어떤 직급이고 우리 회사랑 어떤 관련 있는 직원이다 작성해가지고 인사팀으로 올려보내요."]

실제로 한 현대차 품질담당 직원은 채용청탁을 통해 자신이 담당하는 업체에 부품을 대는 2차 협력업체에 본인의 지인을 취업시키기도 했습니다.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 A씨/음성변조 : "협력관계가 아니라 거의 주종관계예요. 주인과 노예...저희는 아예 어떠한 현대자동차의 불합리한 요구도 거절을 할 수가 없어요."]

현대차 직원들의 갑질을 고발한 해당 글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비슷한 처지의 협력사 직원들은 물론, '현대차 품질부분 직원들이 정신차려야 한다'는 현대차 직원의 응원 댓글까지 달렸습니다.

KBS 뉴스 정재우입니다.

‘품질5스타’가 뭐기에…“협력업체는 현대차의 노예”

[리포트]

'품질5스타'는 현대차가 협력사 제품의 품질을 평가해 등급을 나누고, 이를 기반으로 협력사를 관리하는 제도입니다.

문제는 납품받은 부품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가 품질5스타 제도를 담당하는 현대차 직원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협력사 직원들은 현대차 담당자의 갑질을 참을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음성변조 : "100개를 잘못 만들었어요. 어쩔 수 없이 실적은 등록해야하는 상황이에요. 근데 그 사람 기분 좋으면 한 개만 발생했다고 하고 끝내버리고, 기분이 안 좋으면 100개를 다 등록을 해버리는 거예요."]

품질5스타 점수와 등급이 떨어지면, 협력업체는 향후 입찰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습니다.

심할 경우 신규 부품 수주까지 제한돼 업체의 생존까지 위협받습니다.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음성변조 : "실제로 공정에 문제가 생겨서 품질문제가 발생했는데, 회사에서는 담당자 집앞을 찾아가든 전화를 해서 무릎꿇고 빌라고..."]

이 같은 권한을 가진 생산라인 부품 품질 담당자는 현대차 공장별로, 또 차종별로 있기 때문에 한 협력사가 상대해야 할 현대차 담당 직원은 수십 명에 이릅니다.

협력사 입장에선 챙겨야 하는 '갑'이 그만큼 많아지는 셈입니다.

현대차 측은 '사이버감사실'과 '투명구매실천센터' 등을 통해 협력사 직원에 대한 갑질과 비리를 신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품질5스타 제도가 만들어진 2002년부터 지금까지 이와 관련된 갑질 신고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음성변조 :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회사매출이 줄어들 수도 있으니까 저희 회사에서도 제가 신고한 게 밝혀지면 저는 죽일놈이 되는 거예요."]

취재가 시작되자 현대차 측은 협력업체를 상대로 조사에 들어가겠다며, 갑질 등 문제가 드러날 경우 무관용 원칙으로 단호히 처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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