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감정원 집값통계는 ‘네이버 시세’를 졸졸 따라간다?

입력 2019.10.30 (07:07) 수정 2019.10.30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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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부동산을 보면 집값이 보인다?

네이버 부동산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보는 부동산 사이트 가운데 하나입니다. 가장 많은 매물, 가장 많은 거래가 올라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은 일단 올라온 매물들의 정보를 봅니다. 지역을 먼저 보기도 하지만, 지역은 바꿀 수 없거나 대강 정해진 경우가 많죠. 그렇다면 마음에 둔 지역에 올라온 매물들의 '가격'이 가장 우선적인 고려대상이 됩니다.

그런데 매물 정보에 표시된 가격들을 보고 놀라신 적은 없나요? 많은 사람이 실제로 생각하는 가격과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가격이 다르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요. 대개는 집을 구하는 사람의 생각보다 더 비싸기 마련이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네이버 부동산에서 올라오는 가격은 '매도 호가'이기 때문입니다. 파는 사람이 부르는 가격, 팔고 싶은 가격이다 보니 상당수는 매수자가 사고 싶은 가격과는 큰 차이가 발생하곤 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매도자 우위 시장일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더구나 매물을 보고 부동산에 전화했는데 "그 매물이 나갔다"는 답이 돌아온 적 한 번쯤 경험하셨을 겁니다. 실제로 매물이 팔린 뒤 거래 완료 처리를 미처 하지 못한 경우도 있겠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는 '미끼매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매도호가'가 국가승인통계인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중요한 참고자료로 쓰인다면 어떨까요? 처음 들었을 때는 믿기 어려웠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매도호가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취재를 해보니 네이버 부동산의 매도호가와 한국감정원의 집값 통계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났습니다.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감정원 통계 보니…실거래 없어도 시세 파악

한국감정원은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라는 이름으로 월간과 주간 단위 집값 통계를 생산합니다. 전국 통계청의 관리·감독을 받는 '국가승인통계'이기도 합니다.

'주택가격동향조사'는 '가격 통계'가 아닌 '지수 통계'입니다. 집값 상승과 하락 추이를 더 쉽게 파악하기 위해 특정 시기의 표본 집값을 100으로 정해놓고 변동값을 보는 겁니다. 쉽게 말해 주식 지수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여기서 아파트만 조사하는 '주간' 단위의 집값 통계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아파트값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조사는 월요일과 화요일, 통계 작성은 수요일과 목요일에 이뤄지는데, 그 대상이 전국 176개 시군구에 달합니다. 대상 표본은 전국 아파트 8,008호, 단지 기준으로 3,698곳인데요.

전국 900만 호가 넘는 아파트의 가격을 정확히 파악하기에 대상 표본이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입니다. 주간동향에 들어가는 표본단지의 숫자를 시도별로 파악해보니 서울이 607단지에 1,378호, 경기가 1,058단지에 2,288호, 인천이 232단지에 506호, 부산 308단지에 676호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의 표본아파트 607단지를 자치구별로 나눠보면 한 구당 표본단지는 20곳 안팎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될까요? 일단 올해 기준으로 봤을 때 한주에 최소 한 건 이상 거래가 이뤄지는 단지가 극히 드물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은 주간동향에 들어가는 강남구의 표본 단지 12곳의 명단을 입수해 올해 실거래 신고 현황을 한국도시연구소와 함께 분석해봤습니다. 올해 35주 가운데 한 아파트단지당 거래가 한 번도 없던 주는 평균 26주로 집계됐습니다.

다시 말해 강남구 주간동향 통계를 만들 때 올해 전체 기간 중 74%가 주간동향에 참고할 실거래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감정원 표본 단지 중에 하나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래미안삼성1차 아파트의 경우 올해 35주 가운데 거래가 없는 주가 31주였지만 거래가 발생한 주는 단 4주에 불과했습니다.

그럼 무엇을 참고해 주간 통계를 만들었을까요? 감정원의 업무매뉴얼에 따르면 실거래 사례가 없는 경우 매물사례(호가)와 중개업소 정보, 인터넷 등을 참고하라고 돼 있습니다.

이런 주변 정보들을 취합해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매매가격, 이른바 '시세'를 간접적으로 파악하도록 한 겁니다.

네이버 호가, 시세, 그리고 실거래가 사이

실제로 실거래 자료가 극히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감정원이 네이버 호가를 참고해 만든 결과는 어땠을까요.

KBS가 입수한 감정원 내부시스템 화면에는 한국감정원의 주간동향 통계와 시세, 네이버 부동산 매도호가와의 관계를 가늠해볼 수 있는 단서가 담겨 있었습니다.


감정원 주간동향 표본아파트 가운데 하나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래미안대치팰리스 아파트의 집값 움직임을 비교해 놓은 자료인데요.

113㎡ 한 채가 지난해 8월 22억 7천만 원에 거래됐는데요. 이게 지난해 기준 마지막 거래였죠 이후 아홉 달 동안 추가 거래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상단 그래프에 보라색 점이 찍혀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감정원 시세(갈색 선)는 네이버 부동산의 매도호가(녹색점)를 따라 연말까지 오릅니다. 거래 없이 시장에서 일방적으로 올라가는 호가를 감정원 시세가 따라가는 셈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감정원은 표본 단지의 실거래 사례와 인근 유사물건의 실거래 사례, 매수자·매도자 동향, 매물사례, 협력 중개업소 가격정보, 정부정책 영향, 계절적 영향, 개발사업 동향, 인구·세대수 변화, 거시경제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시세를 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넷 호가는 조사 시 참고하는 자료 중 하나일 뿐 인터넷 호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감정원이 언급한 여러 가지 고려 요소들이 결국 '매도호가'와 '자의적 판단'으로 수렴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종합적으로 검토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조사원이 임의로 시세를 정한다는 의미이므로 매우 부적절한 조사 방법이라 판단된다"면서 "포털의 호가 정보 말고는 조사원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존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감정원은 주간동향 표본에 해당하는 아파트 단지의 포털 매물정보(매도호가)를 한주 평균 9만 2천 건이나 참고하는 실정입니다. 주간동향에 참고하는 포털 매물정보(매도호가)는 서울만 봤을 때도 3만 7천 건에 달합니다.

분양가상한제, 신뢰도 낮은 통계 참고하나

민간택지에 새로 짓는 아파트 가격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분양가상한제 개정안이 공식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물론 주거정책심의위의 심사를 통해 어떤 지역을 정할지 고르는 절차가 남아있습니다.

결국, 분양가상한제를 어느 지역에 적용할지 판단의 기초가 되는 건 감정원의 집값 통계인데요.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의 신뢰도가 더욱 중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시장 상황과 감정원 통계의 엇박자가 자주 발생하면서 통계의 신뢰도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의 신뢰도까지 흔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지난해의 경우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11월부터 꺾였지만, 감정원 통계는 그보다 한 달 뒤인 12월에서야 내림세로 돌아섭니다.

올해 초엔 정반대 상황이 나타났습니다. 실거래가는 4월부터 반등했지만, 감정원의 통계는 6월까지 떨어지며 상반된 움직임을 보인 겁니다.

만약 실제로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데, 감정원 통계는 내림세여서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개입할 시기를 놓친다면 어떨까요? 아니면 이 지역은 하락세여서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에서 제외됐는데 알고 보니 가격이 오르고 있는 지역이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같은 정책이 전혀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겁니다.


더구나 네이버 부동산의 매물정보(매도호가)를 감정원이 참고하는데, 반대로 현재 네이버 부동산에서는 공식 시세를 감정원에서 넘겨받아 제공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자료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성도 존재하는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통계상 일종의 자기상관(autocorrelation)이 발생하는 셈이라면서 실거래와는 동떨어졌지만 자기상관이 높은 두 자료가 생산되면서, 두 자료가 서로의 정당성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주간동향의 통계적 신뢰도에 대한 의문 때문에 주간동향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국회 등에서 계속 나왔지만 아직 큰 변화는 없습니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호가나 거래 가능한 가격 같은 자료가 실제로 시장가격을 반영하는지도 의문시되고 표본에 따른 문제점 때문에 조정을 하다 보니까 실제와 괴리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정 교수는 "주간 단위로 실시간 중계되듯 발표되는 '주간동향'이 부동산 거래를 주식이나 금융자산을 가지고 하는 자산게임처럼 인식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면서 "주택 통계는 어느 나라든 다 있지만, 한국처럼 주간 단위로 발표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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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감정원 집값통계는 ‘네이버 시세’를 졸졸 따라간다?
    • 입력 2019-10-30 07:07:55
    • 수정2019-10-30 07:23:16
    취재후·사건후
■네이버 부동산을 보면 집값이 보인다?

네이버 부동산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보는 부동산 사이트 가운데 하나입니다. 가장 많은 매물, 가장 많은 거래가 올라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은 일단 올라온 매물들의 정보를 봅니다. 지역을 먼저 보기도 하지만, 지역은 바꿀 수 없거나 대강 정해진 경우가 많죠. 그렇다면 마음에 둔 지역에 올라온 매물들의 '가격'이 가장 우선적인 고려대상이 됩니다.

그런데 매물 정보에 표시된 가격들을 보고 놀라신 적은 없나요? 많은 사람이 실제로 생각하는 가격과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가격이 다르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요. 대개는 집을 구하는 사람의 생각보다 더 비싸기 마련이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네이버 부동산에서 올라오는 가격은 '매도 호가'이기 때문입니다. 파는 사람이 부르는 가격, 팔고 싶은 가격이다 보니 상당수는 매수자가 사고 싶은 가격과는 큰 차이가 발생하곤 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매도자 우위 시장일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더구나 매물을 보고 부동산에 전화했는데 "그 매물이 나갔다"는 답이 돌아온 적 한 번쯤 경험하셨을 겁니다. 실제로 매물이 팔린 뒤 거래 완료 처리를 미처 하지 못한 경우도 있겠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는 '미끼매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매도호가'가 국가승인통계인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중요한 참고자료로 쓰인다면 어떨까요? 처음 들었을 때는 믿기 어려웠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매도호가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취재를 해보니 네이버 부동산의 매도호가와 한국감정원의 집값 통계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났습니다.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감정원 통계 보니…실거래 없어도 시세 파악

한국감정원은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라는 이름으로 월간과 주간 단위 집값 통계를 생산합니다. 전국 통계청의 관리·감독을 받는 '국가승인통계'이기도 합니다.

'주택가격동향조사'는 '가격 통계'가 아닌 '지수 통계'입니다. 집값 상승과 하락 추이를 더 쉽게 파악하기 위해 특정 시기의 표본 집값을 100으로 정해놓고 변동값을 보는 겁니다. 쉽게 말해 주식 지수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여기서 아파트만 조사하는 '주간' 단위의 집값 통계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아파트값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조사는 월요일과 화요일, 통계 작성은 수요일과 목요일에 이뤄지는데, 그 대상이 전국 176개 시군구에 달합니다. 대상 표본은 전국 아파트 8,008호, 단지 기준으로 3,698곳인데요.

전국 900만 호가 넘는 아파트의 가격을 정확히 파악하기에 대상 표본이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입니다. 주간동향에 들어가는 표본단지의 숫자를 시도별로 파악해보니 서울이 607단지에 1,378호, 경기가 1,058단지에 2,288호, 인천이 232단지에 506호, 부산 308단지에 676호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의 표본아파트 607단지를 자치구별로 나눠보면 한 구당 표본단지는 20곳 안팎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될까요? 일단 올해 기준으로 봤을 때 한주에 최소 한 건 이상 거래가 이뤄지는 단지가 극히 드물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은 주간동향에 들어가는 강남구의 표본 단지 12곳의 명단을 입수해 올해 실거래 신고 현황을 한국도시연구소와 함께 분석해봤습니다. 올해 35주 가운데 한 아파트단지당 거래가 한 번도 없던 주는 평균 26주로 집계됐습니다.

다시 말해 강남구 주간동향 통계를 만들 때 올해 전체 기간 중 74%가 주간동향에 참고할 실거래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감정원 표본 단지 중에 하나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래미안삼성1차 아파트의 경우 올해 35주 가운데 거래가 없는 주가 31주였지만 거래가 발생한 주는 단 4주에 불과했습니다.

그럼 무엇을 참고해 주간 통계를 만들었을까요? 감정원의 업무매뉴얼에 따르면 실거래 사례가 없는 경우 매물사례(호가)와 중개업소 정보, 인터넷 등을 참고하라고 돼 있습니다.

이런 주변 정보들을 취합해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매매가격, 이른바 '시세'를 간접적으로 파악하도록 한 겁니다.

네이버 호가, 시세, 그리고 실거래가 사이

실제로 실거래 자료가 극히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감정원이 네이버 호가를 참고해 만든 결과는 어땠을까요.

KBS가 입수한 감정원 내부시스템 화면에는 한국감정원의 주간동향 통계와 시세, 네이버 부동산 매도호가와의 관계를 가늠해볼 수 있는 단서가 담겨 있었습니다.


감정원 주간동향 표본아파트 가운데 하나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래미안대치팰리스 아파트의 집값 움직임을 비교해 놓은 자료인데요.

113㎡ 한 채가 지난해 8월 22억 7천만 원에 거래됐는데요. 이게 지난해 기준 마지막 거래였죠 이후 아홉 달 동안 추가 거래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상단 그래프에 보라색 점이 찍혀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감정원 시세(갈색 선)는 네이버 부동산의 매도호가(녹색점)를 따라 연말까지 오릅니다. 거래 없이 시장에서 일방적으로 올라가는 호가를 감정원 시세가 따라가는 셈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감정원은 표본 단지의 실거래 사례와 인근 유사물건의 실거래 사례, 매수자·매도자 동향, 매물사례, 협력 중개업소 가격정보, 정부정책 영향, 계절적 영향, 개발사업 동향, 인구·세대수 변화, 거시경제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시세를 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넷 호가는 조사 시 참고하는 자료 중 하나일 뿐 인터넷 호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감정원이 언급한 여러 가지 고려 요소들이 결국 '매도호가'와 '자의적 판단'으로 수렴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종합적으로 검토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조사원이 임의로 시세를 정한다는 의미이므로 매우 부적절한 조사 방법이라 판단된다"면서 "포털의 호가 정보 말고는 조사원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존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감정원은 주간동향 표본에 해당하는 아파트 단지의 포털 매물정보(매도호가)를 한주 평균 9만 2천 건이나 참고하는 실정입니다. 주간동향에 참고하는 포털 매물정보(매도호가)는 서울만 봤을 때도 3만 7천 건에 달합니다.

분양가상한제, 신뢰도 낮은 통계 참고하나

민간택지에 새로 짓는 아파트 가격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분양가상한제 개정안이 공식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물론 주거정책심의위의 심사를 통해 어떤 지역을 정할지 고르는 절차가 남아있습니다.

결국, 분양가상한제를 어느 지역에 적용할지 판단의 기초가 되는 건 감정원의 집값 통계인데요.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의 신뢰도가 더욱 중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시장 상황과 감정원 통계의 엇박자가 자주 발생하면서 통계의 신뢰도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의 신뢰도까지 흔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지난해의 경우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11월부터 꺾였지만, 감정원 통계는 그보다 한 달 뒤인 12월에서야 내림세로 돌아섭니다.

올해 초엔 정반대 상황이 나타났습니다. 실거래가는 4월부터 반등했지만, 감정원의 통계는 6월까지 떨어지며 상반된 움직임을 보인 겁니다.

만약 실제로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데, 감정원 통계는 내림세여서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개입할 시기를 놓친다면 어떨까요? 아니면 이 지역은 하락세여서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에서 제외됐는데 알고 보니 가격이 오르고 있는 지역이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같은 정책이 전혀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겁니다.


더구나 네이버 부동산의 매물정보(매도호가)를 감정원이 참고하는데, 반대로 현재 네이버 부동산에서는 공식 시세를 감정원에서 넘겨받아 제공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자료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성도 존재하는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통계상 일종의 자기상관(autocorrelation)이 발생하는 셈이라면서 실거래와는 동떨어졌지만 자기상관이 높은 두 자료가 생산되면서, 두 자료가 서로의 정당성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주간동향의 통계적 신뢰도에 대한 의문 때문에 주간동향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국회 등에서 계속 나왔지만 아직 큰 변화는 없습니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호가나 거래 가능한 가격 같은 자료가 실제로 시장가격을 반영하는지도 의문시되고 표본에 따른 문제점 때문에 조정을 하다 보니까 실제와 괴리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정 교수는 "주간 단위로 실시간 중계되듯 발표되는 '주간동향'이 부동산 거래를 주식이나 금융자산을 가지고 하는 자산게임처럼 인식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면서 "주택 통계는 어느 나라든 다 있지만, 한국처럼 주간 단위로 발표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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