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여전한 ‘하청갑질’, ‘개인 일탈’이라는 현대차

입력 2019.10.30 (16:48) 수정 2019.10.3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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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접대5스타인지 품질5스타인지 모르겠다"

지난 16일 회사원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품질5스타 관련 현대차 직원들의 갑질을 폭로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품질5스타'란 현대자동차가 300곳이 넘는 협력사(부품업체)의 품질을 관리하는 제도입니다.

협력사를 관리하는 품질5스타 관련 현대차 직원의 권한이 과도해 협력사가 이들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출장비 떠넘기기부터 채용청탁까지 폭로된 갑질은 다양했습니다.

같은 처지의 협력사 직원 등이 수백 개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폭로 글이 사실이라는 내용과 갑질 폭로를 응원한다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KBS는 협력사 직원들을 취재해 현대차 품질 담당자들의 갑질 사례를 확인했습니다.

[연관기사] [집중진단] “2차 협력사까지 지인 꽂았다”…도 넘은 현대차 갑질

직접 들은 내용 역시 폭로 글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현대차 직원과 협력사 직원이 함께 가는 출장에서 비용은 대부분 협력사가 낸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일부 현대차 직원은 식비, 숙박비는 물론 톨게이트비 영수증까지 챙겨가 본인 회사에서 비용 처리를 하려는 '알뜰한 모습'을 보인다는 게 협력사 직원들의 말입니다.

■ '개인의 일탈'...엄중히 대처하겠다는 현대차

현대차 측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품질5스타제도는 협력사의 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큰 기여를 한 제도"라며 "불공정행위나 개인의 일탈 행위가 드러날 경우 내부 규정에 의거 무관용 원칙으로 단호히 처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도에는 문제가 없는데, 이를 운용하는 직원들이 불공정한 행위를 하고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시각입니다.

엄중하고 단호하게 이번 사태에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문제의 원인을 '일부 개인의 일탈'로 전제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16일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글 캡처지난 16일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글 캡처

■ 일탈이 가능한 '구조'가 문제라는 협력사 직원들

하지만 갑질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협력사 직원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지난 16일 올라온 폭로 글에는 "현대차는 품질5스타라는 제도로 사장도 임원도 아닌 한 명의 직원에게 회사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권한을 주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런 과도한 권한 때문에 협력사 입장에서 현대차 담당자에게 목을 맬 수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저희에게 현실을 털어놓아 준 협력사 직원들 또한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품질문제 전산등록을 담당자가 임의로 늘리거나 줄여 품질5스타 점수와 등급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가 그로 하여금 갑질을 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품질5스타' 협력사 직원 신고 '전무'...갑질 문제 해결 가능할까

현대차 측은 이번 문제와 관련해 '사이버감사실'과 '투명구매실천센터' 등을 통해 협력사 직원이 현대차 직원의 갑질과 비리를 신고할 수 있는 창구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품질5스타 제도 관련 갑질 신고나 비리 신고가 접수된 건 몇 건이나 될까요. 현대차 측은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협력사 직원들이 갑질과 비리를 신고할 수 있는 창구는 갖춰져 있지만, 이 창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갑질에 대한 폭로 글에는 수백 건의 공감, 응원 댓글이 달리는 상황에서도 현대차 사이버감사실은 왜 단 한 건의 신고도 받지 못했는지 고민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품질5스타 담당 직원의 과도한 권한을 감시하지 못하는 구조가 아니라 '개인의 일탈'을 문제의 원인으로 보는 태도로 갑질 문제를 근절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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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여전한 ‘하청갑질’, ‘개인 일탈’이라는 현대차
    • 입력 2019-10-30 16:48:32
    • 수정2019-10-30 16:51:13
    취재후·사건후
■ "이게 접대5스타인지 품질5스타인지 모르겠다"

지난 16일 회사원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품질5스타 관련 현대차 직원들의 갑질을 폭로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품질5스타'란 현대자동차가 300곳이 넘는 협력사(부품업체)의 품질을 관리하는 제도입니다.

협력사를 관리하는 품질5스타 관련 현대차 직원의 권한이 과도해 협력사가 이들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출장비 떠넘기기부터 채용청탁까지 폭로된 갑질은 다양했습니다.

같은 처지의 협력사 직원 등이 수백 개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폭로 글이 사실이라는 내용과 갑질 폭로를 응원한다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KBS는 협력사 직원들을 취재해 현대차 품질 담당자들의 갑질 사례를 확인했습니다.

[연관기사] [집중진단] “2차 협력사까지 지인 꽂았다”…도 넘은 현대차 갑질

직접 들은 내용 역시 폭로 글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현대차 직원과 협력사 직원이 함께 가는 출장에서 비용은 대부분 협력사가 낸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일부 현대차 직원은 식비, 숙박비는 물론 톨게이트비 영수증까지 챙겨가 본인 회사에서 비용 처리를 하려는 '알뜰한 모습'을 보인다는 게 협력사 직원들의 말입니다.

■ '개인의 일탈'...엄중히 대처하겠다는 현대차

현대차 측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품질5스타제도는 협력사의 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큰 기여를 한 제도"라며 "불공정행위나 개인의 일탈 행위가 드러날 경우 내부 규정에 의거 무관용 원칙으로 단호히 처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도에는 문제가 없는데, 이를 운용하는 직원들이 불공정한 행위를 하고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시각입니다.

엄중하고 단호하게 이번 사태에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문제의 원인을 '일부 개인의 일탈'로 전제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16일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글 캡처
■ 일탈이 가능한 '구조'가 문제라는 협력사 직원들

하지만 갑질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협력사 직원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지난 16일 올라온 폭로 글에는 "현대차는 품질5스타라는 제도로 사장도 임원도 아닌 한 명의 직원에게 회사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권한을 주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런 과도한 권한 때문에 협력사 입장에서 현대차 담당자에게 목을 맬 수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저희에게 현실을 털어놓아 준 협력사 직원들 또한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품질문제 전산등록을 담당자가 임의로 늘리거나 줄여 품질5스타 점수와 등급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가 그로 하여금 갑질을 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품질5스타' 협력사 직원 신고 '전무'...갑질 문제 해결 가능할까

현대차 측은 이번 문제와 관련해 '사이버감사실'과 '투명구매실천센터' 등을 통해 협력사 직원이 현대차 직원의 갑질과 비리를 신고할 수 있는 창구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품질5스타 제도 관련 갑질 신고나 비리 신고가 접수된 건 몇 건이나 될까요. 현대차 측은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협력사 직원들이 갑질과 비리를 신고할 수 있는 창구는 갖춰져 있지만, 이 창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갑질에 대한 폭로 글에는 수백 건의 공감, 응원 댓글이 달리는 상황에서도 현대차 사이버감사실은 왜 단 한 건의 신고도 받지 못했는지 고민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품질5스타 담당 직원의 과도한 권한을 감시하지 못하는 구조가 아니라 '개인의 일탈'을 문제의 원인으로 보는 태도로 갑질 문제를 근절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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