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때 해경 헬기는 익수자 대신 해경청장 태웠다

입력 2019.10.31 (13:55) 수정 2019.10.31 (14:1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일 해경이 물에 빠진 사람을 발견한 뒤 병원에 이송할 때까지 4시간 41분이 걸리고, 구조·수색 과정에서 헬기가 투입되지 않는 등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오늘(31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특조위 사무실에서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관련 조사내용의 중간발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특조위 관계자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 유가족 20여 명도 참석했습니다.

특조위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세 번째 희생자로 알려진 단원고 A 군의 익수 발견부터 병원 도착 때까지 전반적인 구조 및 대응의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해상사고의 경우 표류가능한 권역이 넓은 만큼 표류자 확인을 위해 헬기 수색활동이 중요했지만, 두 번째 희생자가 발견된 오전 11시 40분쯤부터 A 군이 발견된 오후 5시 24분쯤까지 수색을 위한 헬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목포해경 상황보고서에는 '11대의 헬기와 17대의 항공기 투입'이 기재돼 있지만, 특조위가 당일 오후 2시 40분쯤의 영상자료를 확인한 결과 헬기들 다수는 팽목항에 대기 중이었으며, 참사 현장에서 수색활동 중인 헬기는 확인되지 않아 전반적인 상황과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또한 익수자 A 군의 발견 이후 응급처치와 치료를 위한 신속한 이송이 필요했지만, 이송 지연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특조위가 공개한 영상과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일 오후 5시 24분쯤 A 군은 해경 1010함 소속 단정에 의해 발견됐고, 6분 뒤인 오후 5시 30분쯤 3009함정으로 옮겨졌습니다. 3009함 채증영상을 보면 해경 응급구조사는 A 군을 '환자'로 호칭하며 응급처치를 실시했고, 3009함 항박일지에는 '17:35 원격의료시스템을 가동, 병원 응급의료진 진단결과 목포한국병원으로 이송조치 지시받음'이 기재돼 있습니다.

원격의료시스템은 배 위에서 응급사항이 발생했을 때 육지의 병원과 원격으로 연결돼 실시간으로 심박상태 등을 체크하는 것으로, 병원 기록에 따르면 오후 5시 59분쯤 A 군은 맥박이 불규칙하게 잡히고 산소포화도 수치가 69%로 확인됐습니다.

의료진으로부터 신속한 이송조치를 지시받은 해경 실무자들은 오후 6시 35분쯤까지 헬기를 기다리며 응급처치 및 이송을 준비했지만, A 군은 '익수자 P정(소형 경비정, 단정)으로 갑니다'라는 함내 방송이 오후 6시 35분쯤 나온 후 3회나 단정을 갈아탔고 4시간 이상 걸린 후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오후 5시 40분쯤 해경 헬기가 3009함에 내렸지만, 헬기는 A 군을 이송하지 않고 김수현 당시 서해청장을 태우고 떠났습니다. 이후 또 다른 헬기가 오후 6시 35분쯤 3009함에 내렸지만, 오후 7시쯤 김석균 당시 해경청장이 타고 갔다고 특조위는 설명했습니다. 다만 당시 상공에 해당 헬기들 외에 다른 헬기가 더 있었는지 여부는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특조위는 A 군이 헬기를 탔다면 20여 분 만에 병원에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A 군은 헬기에 탑승하지 못했고, 모두 5번의 배를 갈아탄 밤 10시 5분쯤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이후 병원에서 밤 10시 10분 공식 사망을 확인했습니다.

특조위는 '20분 만에 이송됐으면 생존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추정은 대단히 위험한 추정으로 함부로 추정은 하지 않고 있다"라면서도 "당시 의사들은 산소포화도 수치 등을 봤을 때 당시에 사망했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답변한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사망판정이 오후 6시 35분쯤 이전에 이뤄졌다면 '생명' 구조 상황은 아니었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는 것과 관련해서 "응급구조사는 사망판정 불가하며 구호행위를 중단할 수 있는 소생불능 사유도 제한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생존 가능성을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신속한 조치를 위해 헬기 이송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것입니다.

특조위는 익수자의 발견부터 병원 도착 시점까지의 구체적인 동선과 조치내용, 시간 경과 등을 확인하고 시간대별 문제점을 정리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추가 조사 뒤 범죄혐의가 발견되면 수사요청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조위는 이번 기자회견의 이유로 "다양한 안전사고와 재난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번 사례와 같이 신속한 구호조치가 최우선되지 않는 상황이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경각심 고취를 위해 발표하게 됐다"라고 밝혔습니다.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장훈 운영위원장은 "아이가 처음 발견됐을 때는 살아있었는데 적절한 응급조치가 실시되지 않아 희생됐다는 것"이라면서 "헬기를 엉뚱한 지휘부가 차지했고, 이는 명백한 살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조위가 발표한 내용을 검찰이 즉각 수사해달라"라면서 "철저히 수사하고 기소하고 관여자 모두를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내년 12월 활동이 종료되며 이후 3개월 이내에 종합보고서를 내게 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세월호 참사 때 해경 헬기는 익수자 대신 해경청장 태웠다
    • 입력 2019-10-31 13:55:11
    • 수정2019-10-31 14:15:06
    사회
세월호 참사 당일 해경이 물에 빠진 사람을 발견한 뒤 병원에 이송할 때까지 4시간 41분이 걸리고, 구조·수색 과정에서 헬기가 투입되지 않는 등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오늘(31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특조위 사무실에서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관련 조사내용의 중간발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특조위 관계자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 유가족 20여 명도 참석했습니다.

특조위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세 번째 희생자로 알려진 단원고 A 군의 익수 발견부터 병원 도착 때까지 전반적인 구조 및 대응의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해상사고의 경우 표류가능한 권역이 넓은 만큼 표류자 확인을 위해 헬기 수색활동이 중요했지만, 두 번째 희생자가 발견된 오전 11시 40분쯤부터 A 군이 발견된 오후 5시 24분쯤까지 수색을 위한 헬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목포해경 상황보고서에는 '11대의 헬기와 17대의 항공기 투입'이 기재돼 있지만, 특조위가 당일 오후 2시 40분쯤의 영상자료를 확인한 결과 헬기들 다수는 팽목항에 대기 중이었으며, 참사 현장에서 수색활동 중인 헬기는 확인되지 않아 전반적인 상황과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또한 익수자 A 군의 발견 이후 응급처치와 치료를 위한 신속한 이송이 필요했지만, 이송 지연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특조위가 공개한 영상과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일 오후 5시 24분쯤 A 군은 해경 1010함 소속 단정에 의해 발견됐고, 6분 뒤인 오후 5시 30분쯤 3009함정으로 옮겨졌습니다. 3009함 채증영상을 보면 해경 응급구조사는 A 군을 '환자'로 호칭하며 응급처치를 실시했고, 3009함 항박일지에는 '17:35 원격의료시스템을 가동, 병원 응급의료진 진단결과 목포한국병원으로 이송조치 지시받음'이 기재돼 있습니다.

원격의료시스템은 배 위에서 응급사항이 발생했을 때 육지의 병원과 원격으로 연결돼 실시간으로 심박상태 등을 체크하는 것으로, 병원 기록에 따르면 오후 5시 59분쯤 A 군은 맥박이 불규칙하게 잡히고 산소포화도 수치가 69%로 확인됐습니다.

의료진으로부터 신속한 이송조치를 지시받은 해경 실무자들은 오후 6시 35분쯤까지 헬기를 기다리며 응급처치 및 이송을 준비했지만, A 군은 '익수자 P정(소형 경비정, 단정)으로 갑니다'라는 함내 방송이 오후 6시 35분쯤 나온 후 3회나 단정을 갈아탔고 4시간 이상 걸린 후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오후 5시 40분쯤 해경 헬기가 3009함에 내렸지만, 헬기는 A 군을 이송하지 않고 김수현 당시 서해청장을 태우고 떠났습니다. 이후 또 다른 헬기가 오후 6시 35분쯤 3009함에 내렸지만, 오후 7시쯤 김석균 당시 해경청장이 타고 갔다고 특조위는 설명했습니다. 다만 당시 상공에 해당 헬기들 외에 다른 헬기가 더 있었는지 여부는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특조위는 A 군이 헬기를 탔다면 20여 분 만에 병원에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A 군은 헬기에 탑승하지 못했고, 모두 5번의 배를 갈아탄 밤 10시 5분쯤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이후 병원에서 밤 10시 10분 공식 사망을 확인했습니다.

특조위는 '20분 만에 이송됐으면 생존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추정은 대단히 위험한 추정으로 함부로 추정은 하지 않고 있다"라면서도 "당시 의사들은 산소포화도 수치 등을 봤을 때 당시에 사망했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답변한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사망판정이 오후 6시 35분쯤 이전에 이뤄졌다면 '생명' 구조 상황은 아니었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는 것과 관련해서 "응급구조사는 사망판정 불가하며 구호행위를 중단할 수 있는 소생불능 사유도 제한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생존 가능성을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신속한 조치를 위해 헬기 이송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것입니다.

특조위는 익수자의 발견부터 병원 도착 시점까지의 구체적인 동선과 조치내용, 시간 경과 등을 확인하고 시간대별 문제점을 정리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추가 조사 뒤 범죄혐의가 발견되면 수사요청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조위는 이번 기자회견의 이유로 "다양한 안전사고와 재난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번 사례와 같이 신속한 구호조치가 최우선되지 않는 상황이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경각심 고취를 위해 발표하게 됐다"라고 밝혔습니다.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장훈 운영위원장은 "아이가 처음 발견됐을 때는 살아있었는데 적절한 응급조치가 실시되지 않아 희생됐다는 것"이라면서 "헬기를 엉뚱한 지휘부가 차지했고, 이는 명백한 살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조위가 발표한 내용을 검찰이 즉각 수사해달라"라면서 "철저히 수사하고 기소하고 관여자 모두를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내년 12월 활동이 종료되며 이후 3개월 이내에 종합보고서를 내게 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