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장’보다 ‘장학금’에 분노한 대학생…청년이 말하는 공정은?

입력 2019.11.01 (21:27) 수정 2019.11.01 (22:2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와 정치권은 '대입제도' 중심의 공정성 강화 대책을 내놨습니다.

과연 근본적 대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조국사태에 분노한 '청년'들이 바라본 우리 사회 공정성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서초동과 광화문, 대형집회에 묻혀버린 대학가 집회의 발언들을 KBS 시사기획 창팀이 전수분석해봤습니다.

구경하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청년들이 요구하는 공정은 무엇일까.

조국 반대 대학가 촛불집회에서 나온 2,30대의 발언 96건을 모두 수집해 네트워크 지표로 분석했습니다.

발언의 핵심에 예상대로 '공정'이 나타납니다.

[김다민/서울대 부총학생회장 : "우리 대한민국의 청년 대학생들은 공정과 불공정의 차이를 머리가 커지기 시작할 때부터 보고, 듣고, 느껴온 세대입니다."]

공정과 연결된 단어를 살펴보니 '기회'를 '평등'하게 '보장'하고 '노력'이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집니다.

언론과 검찰이 '표창장', '인턴' 같은 입시비리 의혹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대학생들은 '장학금'과 '논문'을 10배 이상 더 언급했습니다.

대학생들은 학벌의 대물림 같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보다 자신들이 '노력'할 때 기대하는 '보상'이 물거품 되는 것에 더욱 분노한 겁니다.

[김도훈/데이터분석가 : "'나한테 정당한 보상을 달라'는 겁니다. 그 보상이 안 주어지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지, 그냥 표피에서 어떤 입시 제도, 어떤 입시 비리가 있는지는 오히려 부차적인 부분이라고 보입니다."]

상위권 대학생들과 달리 발언할 기회가 없었던 비정규직 청년들은 더 큰 소외감을 느꼈습니다.

[김지윤/작업치료사 : "'바뀔 수 있나'라는 좌절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촛불 이후에 저희의 삶은 사실 바뀌지 않았잖아요."]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진출한 청년들은 불평등한 구조를 경험합니다.

실제로 좋은 일자리에서 2,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금융위기 이후 크게 줄었습니다.

신입사원과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의 임금격차는 4배에 달해 유럽에 비해 세대 간 격차도 심합니다.

[김영민/청년유니온 사무처장 : "사다리를 어떻게 잘 만들 것이냐 이런 것들이 아니라 그 사다리가 없이도 모두가 똑같이 동일하게 기본적인 사회적인 권리를 잘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런 것들이 훨씬 많이 논의가 돼야 되고."]

대학입시와 채용비리에 초점을 맞춘 대책으로는 공정성에 대한 청년층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종영/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 "대입 개편은 상위 3%를 위한 형식적 공정성에 불과합니다. 이것은 입시 개편으로는 해결하지 못하고 대학 개혁, 직업 개혁, 사회 개혁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청년들이 스스로 주도해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구조도 문제입니다.

15년 전 7.7%였던 40세 미만 국회의원의 비율은 20대 국회에서 1%로 떨어져 세계 평균 15.5%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KBS 뉴스 구경하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표창장’보다 ‘장학금’에 분노한 대학생…청년이 말하는 공정은?
    • 입력 2019-11-01 21:30:57
    • 수정2019-11-01 22:25:13
    뉴스 9
[앵커]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와 정치권은 '대입제도' 중심의 공정성 강화 대책을 내놨습니다.

과연 근본적 대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조국사태에 분노한 '청년'들이 바라본 우리 사회 공정성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서초동과 광화문, 대형집회에 묻혀버린 대학가 집회의 발언들을 KBS 시사기획 창팀이 전수분석해봤습니다.

구경하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청년들이 요구하는 공정은 무엇일까.

조국 반대 대학가 촛불집회에서 나온 2,30대의 발언 96건을 모두 수집해 네트워크 지표로 분석했습니다.

발언의 핵심에 예상대로 '공정'이 나타납니다.

[김다민/서울대 부총학생회장 : "우리 대한민국의 청년 대학생들은 공정과 불공정의 차이를 머리가 커지기 시작할 때부터 보고, 듣고, 느껴온 세대입니다."]

공정과 연결된 단어를 살펴보니 '기회'를 '평등'하게 '보장'하고 '노력'이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집니다.

언론과 검찰이 '표창장', '인턴' 같은 입시비리 의혹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대학생들은 '장학금'과 '논문'을 10배 이상 더 언급했습니다.

대학생들은 학벌의 대물림 같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보다 자신들이 '노력'할 때 기대하는 '보상'이 물거품 되는 것에 더욱 분노한 겁니다.

[김도훈/데이터분석가 : "'나한테 정당한 보상을 달라'는 겁니다. 그 보상이 안 주어지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지, 그냥 표피에서 어떤 입시 제도, 어떤 입시 비리가 있는지는 오히려 부차적인 부분이라고 보입니다."]

상위권 대학생들과 달리 발언할 기회가 없었던 비정규직 청년들은 더 큰 소외감을 느꼈습니다.

[김지윤/작업치료사 : "'바뀔 수 있나'라는 좌절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촛불 이후에 저희의 삶은 사실 바뀌지 않았잖아요."]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진출한 청년들은 불평등한 구조를 경험합니다.

실제로 좋은 일자리에서 2,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금융위기 이후 크게 줄었습니다.

신입사원과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의 임금격차는 4배에 달해 유럽에 비해 세대 간 격차도 심합니다.

[김영민/청년유니온 사무처장 : "사다리를 어떻게 잘 만들 것이냐 이런 것들이 아니라 그 사다리가 없이도 모두가 똑같이 동일하게 기본적인 사회적인 권리를 잘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런 것들이 훨씬 많이 논의가 돼야 되고."]

대학입시와 채용비리에 초점을 맞춘 대책으로는 공정성에 대한 청년층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종영/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 "대입 개편은 상위 3%를 위한 형식적 공정성에 불과합니다. 이것은 입시 개편으로는 해결하지 못하고 대학 개혁, 직업 개혁, 사회 개혁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청년들이 스스로 주도해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구조도 문제입니다.

15년 전 7.7%였던 40세 미만 국회의원의 비율은 20대 국회에서 1%로 떨어져 세계 평균 15.5%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KBS 뉴스 구경하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