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조의 직후 또 발사…‘연말 시한’ 총공세

입력 2019.11.02 (07:49) 수정 2019.11.0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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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11월 첫 번째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모친상에 조의문을 보낸 다음 날, 북한이 초대형방사포를 시험 발사했습니다.

자위권 차원에서 신무기 개발을 계속하는 동시에 미국을 압박하려는 이중 포석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조의문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의 창의적 해법 마련 등 남북 경색국면을 타개해보겠다는 정부 구상도 벽에 부딪힌 모습입니다.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금강산 해법과 연말 시한을 앞둔 북한의 속내 짚어봤습니다.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문 대통령의 어머니 고 강한옥 여사의 장례 미사가 천주교 성당에서 엄수됐습니다.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모친상을 치른 문 대통령, 장례 미사는 영원한 안식을 기도하는 자리였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김정은 위원장도 문재인 대통령 모친 별세에 조의문을 보내왔습니다.

[고민정/청와대 대변인/10월 31일 : "고 강한옥 여사 별세에 대해 깊은 추모와 애도의 뜻을 나타내고 문 대통령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고 강한옥 여사는 흥남 철수 때 이북에서 내려온 실향민입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 시절, 모친의 손을 잡고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동행한 게 가장 효도했던 순간이라고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제1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2004년 : "제가 장남이고 문재인, 제 처..."]

[KBS 추석특집 ‘2019 만남의 강은 흐른다’ : "제가 아마 평생 제 어머니에게 제일 효도했던 게 아마 이때(이산가족 상봉) 우리 어머니 모시고 갔던 게 아닌가 싶은데요. 어머니 살아계실 때, 어쨌든 이모님은 만나셨고. 돌아가시기 전에 아까 함부군, 흥남시의 우리 옛날 살던 곳, 또는 어머니 외가, 이런 쪽을 한 번 갈 수 있으면 더 소원이 없는 거죠."]

김 위원장이 조의문을 보내옴에 따라 남북관계를 반전시킬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나왔지만, 상대국 지도자에 대한 의례적인 차원의 예의 표시일 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과거 최고 지도자나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별세했을 때 남북한은 서로 조문단을 교환하거나 또 조문 사절을 보내거나 조문 뜻을 보내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모친상이라는 한국인의 삶과 죽음의 현장에 조의를 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비인도적이라는 비난이 나올 것을 우려해서 전격적으로 조의를 표명했고 또 우리 정부도 이를 수용했습니다."]

조의문을 계기로 남북 정상 간 소통이 재개됐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남북 교착 분위기가 당장 반전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우리 정부의 금강산 실무회담 제안에 거부 의사를 밝힌 북한은 금강산 독자개발 의지를 거듭 표명했는데요. 조의문을 보낸 지 하루 만에 동해 상으로 발사체를 쏘아 올리며 압박 수위도 더욱 끌어올렸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평안남도 일대에서 동해 상으로 쏘아 올린 발사체를 초대형 방사포로 규정하고 시험사격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조선중앙TV/11월 1일 : "초대형 방사포는 최근 새로 개발된 전술유도 무기들과 함께 적의 위협적인 모든 움직임들을 억제하고 제거하기 위한 조선 인민군의 핵심 무기로 될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 명의 조의문이 남측에 전달된 지 하루 만에 발사체를 쏘아 올린 건 미국의 새로운 셈법 없이는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도 어렵다는 점을 압박한 것으로 보입니다.

수증기가 자욱한 온천장에 앉아 이용객들과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김정은 위원장. 온천 달걀을 흥미롭게 바라보기도 합니다.

완공을 앞둔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현장을 둘러본 김 위원장은 금강산 관광지구와 대조적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조선중앙TV : "금강산 관광지구와 정말 대조적이라고, 적당히 건물을 지어놓고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한 자본주의 기업들의 건축과 본질적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김 위원장은 지난 한 달간 자신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3대 관광 개발 지역을 모두 방문하며 관광산업 육성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유엔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관광 산업 육성을 통해 외화를 확 보하고 독자적 경제개발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중앙TV/10월 23일 :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드러내도록 하고..."]

정부는 남북 당국이 만나 금강산 관광 문제를 협의하자며 실무회담을 북측에 제안했지만, 북한은 시설 철거 계획과 일정만 문서교환 방식으로 합의하자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북한은 현대아산 측에 보낸 통지문에서도 자체적으로 현대적인 관광문화지구를 새로 건설할 예정이라며 독자 개발 의사를 거듭 밝혔습니다.

[이상민/통일부 대변인/10월 28일 : "정부는 남북 관계 모든 현안은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원칙하에 사업자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대응 방향을 마련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는 금강산 문제를 풀 수 있는 창의적 해법으로 우선 금강산을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 민간 교류 행사 장소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상봉 행사와 달리 대상자 선정 절차가 필요 없고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접근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김연철/통일부 장관/10월 30일, 국회 외통위 : "금강산은 아시다시피 관광의 영역이면서 또 이산가족의 만남의 영역이기도 하고 사회문화 교류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남북한이 협의를 하면은 얼마든지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금강산 개별관광도 검토 대상입니다.

최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추진하는 시민사회단체는 300명 규모의 관광객을 모집해 금강산 개별관광을 신청했습니다.

[강경화/외교부 장관/10월 24일 : "기본적으로 개인 관광은 안보리 제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통일부 차원에서 그것을 허락할 것인지 안 허락할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관광객들의 개별적인 숙식비 지출은 뭉칫돈, 이른바 벌크 캐시의 북한 유입을 금한 대북제재에도 저촉되지 않을 거란 해석 때문입니다.

[조봉현/IBK 기업은행 경제연구소장 : "지금 시점에서 금강산관광을 대북제재 국면에서도 재개할 수 있는 창의적인 해법은 금강산 관광을 개별적인 관광으로 진행하고 대규모 관광객들에 대해서는 현금이 들어가는 걸 대신으로 현물을 지급하는 방식 또 관광 대가를 북한이 지정한 제3국에 계좌에 예치를 해놓고 향후에 대북제재가 완화되면 예치된 자금을 북한이 인출해서 가져가는 일종의 에스크로 방식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선결 과제도 많습니다.

우선 금강산 관광 중단을 야기한 박왕자 씨 피살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관광객 안전보장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또 낡은 금강산 시설 개보수도 필수인데 이를 위한 장비나 물자 반입이 대북제재에 저촉될 우려가 있어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양해가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이산가족 상봉에 50명, 100명 수준에서 이동을 한다면 유엔 안보리 제재라든가 또 미국의 여러 가지 제재와 상충되지 않지만 이 숫자가 천 단위, 만 단위로 늘어간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에 대해서 상당한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북한의 반응도 관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은 남북관계의 상징이 아니라고 선언하고 독자 관광개발에 전력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다양한 복안들을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은 미지숩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조평통이라든가 통일전선부가 성명과 담화를 통해 철거 명령을 얘기해도 되는데 이걸 굳이 김정은 위원장 입을 통해서 굉장히 거친 방식으로 얘기했다는 거는 그만큼 대남기조가 굉장히 중장기적으로 조금은 되돌이키기 힘든 방식으로 정립된 것이 아니냐... 남북관계 돌파구를 마련하는 부분을 별도로 모색하거나 아니면 북미협상이 극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서 연말 안에 일정 부분 남북관계 긴장이 해소돼 환경이 마련되는 것 이 두 가지가 아니라면 특별히 지금 당장 어떤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연말 시한을 두 달 가까이 남기고 북한 지도부를 총동원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김계관 외무성 고문과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에 이어 최룡해 상임위원장까지 가세하면서 올해 안으로 협상 시한을 못 박은 북한의 초조함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대미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미국이 정상 간 친분으로 시간 끌기를 하면서 연말을 무난히 넘기려 한다면 이는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흘 전 김계관 고문이 북미 정상 간 친분을 강조하며 연말 시한을 언급했다면, 김영철 부위원장은 북미 교전관계까지 언급하며 한층 강한 어조로 미국을 압박했습니다. 여기에 북한의 2인자 최룡해 상임위원장도 가세했습니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의심할 여지 없이 깨끗이 철회돼야 비핵화 논의를 할 수 있다며 한반도가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알 듯 모를 듯한 발언을 하고 있지만, 미국과 북한 간의 창의적이거나 새로운 해법이 지금 구체화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런 미북 간의 구체적인 경색국면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평양 측에서는 계속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죠."]

북한이 이렇게 연말에 집착하는 건 연말 총화나 내년 신년사를 앞두고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선중앙TV/4월 13일 :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미국에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을 통한 비핵화 합의를 압박하면서도 향후 북미 관계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면서 ICBM 시험발사 등을 재개하기 위한 명분 쌓기로도 분석됩니다.

북한이 조의문을 보낸 지 하루 만에 발사체를 쏘아 올리면서 남북 대화 기대는 또다시 무색해졌습니다.

결국, 비핵화 협상 진전 없이는 남북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은 만큼 북미 간 대화 진전을 위한 계기 마련과 동시에 상황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동력을 모색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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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조의 직후 또 발사…‘연말 시한’ 총공세
    • 입력 2019-11-02 08:29:46
    • 수정2019-11-02 08:43:17
    남북의 창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11월 첫 번째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모친상에 조의문을 보낸 다음 날, 북한이 초대형방사포를 시험 발사했습니다.

자위권 차원에서 신무기 개발을 계속하는 동시에 미국을 압박하려는 이중 포석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조의문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의 창의적 해법 마련 등 남북 경색국면을 타개해보겠다는 정부 구상도 벽에 부딪힌 모습입니다.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금강산 해법과 연말 시한을 앞둔 북한의 속내 짚어봤습니다.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문 대통령의 어머니 고 강한옥 여사의 장례 미사가 천주교 성당에서 엄수됐습니다.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모친상을 치른 문 대통령, 장례 미사는 영원한 안식을 기도하는 자리였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김정은 위원장도 문재인 대통령 모친 별세에 조의문을 보내왔습니다.

[고민정/청와대 대변인/10월 31일 : "고 강한옥 여사 별세에 대해 깊은 추모와 애도의 뜻을 나타내고 문 대통령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고 강한옥 여사는 흥남 철수 때 이북에서 내려온 실향민입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 시절, 모친의 손을 잡고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동행한 게 가장 효도했던 순간이라고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제1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2004년 : "제가 장남이고 문재인, 제 처..."]

[KBS 추석특집 ‘2019 만남의 강은 흐른다’ : "제가 아마 평생 제 어머니에게 제일 효도했던 게 아마 이때(이산가족 상봉) 우리 어머니 모시고 갔던 게 아닌가 싶은데요. 어머니 살아계실 때, 어쨌든 이모님은 만나셨고. 돌아가시기 전에 아까 함부군, 흥남시의 우리 옛날 살던 곳, 또는 어머니 외가, 이런 쪽을 한 번 갈 수 있으면 더 소원이 없는 거죠."]

김 위원장이 조의문을 보내옴에 따라 남북관계를 반전시킬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나왔지만, 상대국 지도자에 대한 의례적인 차원의 예의 표시일 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과거 최고 지도자나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별세했을 때 남북한은 서로 조문단을 교환하거나 또 조문 사절을 보내거나 조문 뜻을 보내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모친상이라는 한국인의 삶과 죽음의 현장에 조의를 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비인도적이라는 비난이 나올 것을 우려해서 전격적으로 조의를 표명했고 또 우리 정부도 이를 수용했습니다."]

조의문을 계기로 남북 정상 간 소통이 재개됐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남북 교착 분위기가 당장 반전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우리 정부의 금강산 실무회담 제안에 거부 의사를 밝힌 북한은 금강산 독자개발 의지를 거듭 표명했는데요. 조의문을 보낸 지 하루 만에 동해 상으로 발사체를 쏘아 올리며 압박 수위도 더욱 끌어올렸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평안남도 일대에서 동해 상으로 쏘아 올린 발사체를 초대형 방사포로 규정하고 시험사격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조선중앙TV/11월 1일 : "초대형 방사포는 최근 새로 개발된 전술유도 무기들과 함께 적의 위협적인 모든 움직임들을 억제하고 제거하기 위한 조선 인민군의 핵심 무기로 될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 명의 조의문이 남측에 전달된 지 하루 만에 발사체를 쏘아 올린 건 미국의 새로운 셈법 없이는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도 어렵다는 점을 압박한 것으로 보입니다.

수증기가 자욱한 온천장에 앉아 이용객들과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김정은 위원장. 온천 달걀을 흥미롭게 바라보기도 합니다.

완공을 앞둔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현장을 둘러본 김 위원장은 금강산 관광지구와 대조적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조선중앙TV : "금강산 관광지구와 정말 대조적이라고, 적당히 건물을 지어놓고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한 자본주의 기업들의 건축과 본질적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김 위원장은 지난 한 달간 자신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3대 관광 개발 지역을 모두 방문하며 관광산업 육성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유엔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관광 산업 육성을 통해 외화를 확 보하고 독자적 경제개발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중앙TV/10월 23일 :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드러내도록 하고..."]

정부는 남북 당국이 만나 금강산 관광 문제를 협의하자며 실무회담을 북측에 제안했지만, 북한은 시설 철거 계획과 일정만 문서교환 방식으로 합의하자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북한은 현대아산 측에 보낸 통지문에서도 자체적으로 현대적인 관광문화지구를 새로 건설할 예정이라며 독자 개발 의사를 거듭 밝혔습니다.

[이상민/통일부 대변인/10월 28일 : "정부는 남북 관계 모든 현안은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원칙하에 사업자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대응 방향을 마련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는 금강산 문제를 풀 수 있는 창의적 해법으로 우선 금강산을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 민간 교류 행사 장소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상봉 행사와 달리 대상자 선정 절차가 필요 없고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접근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김연철/통일부 장관/10월 30일, 국회 외통위 : "금강산은 아시다시피 관광의 영역이면서 또 이산가족의 만남의 영역이기도 하고 사회문화 교류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남북한이 협의를 하면은 얼마든지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금강산 개별관광도 검토 대상입니다.

최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추진하는 시민사회단체는 300명 규모의 관광객을 모집해 금강산 개별관광을 신청했습니다.

[강경화/외교부 장관/10월 24일 : "기본적으로 개인 관광은 안보리 제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통일부 차원에서 그것을 허락할 것인지 안 허락할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관광객들의 개별적인 숙식비 지출은 뭉칫돈, 이른바 벌크 캐시의 북한 유입을 금한 대북제재에도 저촉되지 않을 거란 해석 때문입니다.

[조봉현/IBK 기업은행 경제연구소장 : "지금 시점에서 금강산관광을 대북제재 국면에서도 재개할 수 있는 창의적인 해법은 금강산 관광을 개별적인 관광으로 진행하고 대규모 관광객들에 대해서는 현금이 들어가는 걸 대신으로 현물을 지급하는 방식 또 관광 대가를 북한이 지정한 제3국에 계좌에 예치를 해놓고 향후에 대북제재가 완화되면 예치된 자금을 북한이 인출해서 가져가는 일종의 에스크로 방식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선결 과제도 많습니다.

우선 금강산 관광 중단을 야기한 박왕자 씨 피살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관광객 안전보장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또 낡은 금강산 시설 개보수도 필수인데 이를 위한 장비나 물자 반입이 대북제재에 저촉될 우려가 있어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양해가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이산가족 상봉에 50명, 100명 수준에서 이동을 한다면 유엔 안보리 제재라든가 또 미국의 여러 가지 제재와 상충되지 않지만 이 숫자가 천 단위, 만 단위로 늘어간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에 대해서 상당한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북한의 반응도 관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은 남북관계의 상징이 아니라고 선언하고 독자 관광개발에 전력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다양한 복안들을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은 미지숩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조평통이라든가 통일전선부가 성명과 담화를 통해 철거 명령을 얘기해도 되는데 이걸 굳이 김정은 위원장 입을 통해서 굉장히 거친 방식으로 얘기했다는 거는 그만큼 대남기조가 굉장히 중장기적으로 조금은 되돌이키기 힘든 방식으로 정립된 것이 아니냐... 남북관계 돌파구를 마련하는 부분을 별도로 모색하거나 아니면 북미협상이 극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서 연말 안에 일정 부분 남북관계 긴장이 해소돼 환경이 마련되는 것 이 두 가지가 아니라면 특별히 지금 당장 어떤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연말 시한을 두 달 가까이 남기고 북한 지도부를 총동원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김계관 외무성 고문과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에 이어 최룡해 상임위원장까지 가세하면서 올해 안으로 협상 시한을 못 박은 북한의 초조함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대미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미국이 정상 간 친분으로 시간 끌기를 하면서 연말을 무난히 넘기려 한다면 이는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흘 전 김계관 고문이 북미 정상 간 친분을 강조하며 연말 시한을 언급했다면, 김영철 부위원장은 북미 교전관계까지 언급하며 한층 강한 어조로 미국을 압박했습니다. 여기에 북한의 2인자 최룡해 상임위원장도 가세했습니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의심할 여지 없이 깨끗이 철회돼야 비핵화 논의를 할 수 있다며 한반도가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알 듯 모를 듯한 발언을 하고 있지만, 미국과 북한 간의 창의적이거나 새로운 해법이 지금 구체화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런 미북 간의 구체적인 경색국면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평양 측에서는 계속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죠."]

북한이 이렇게 연말에 집착하는 건 연말 총화나 내년 신년사를 앞두고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선중앙TV/4월 13일 :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미국에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을 통한 비핵화 합의를 압박하면서도 향후 북미 관계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면서 ICBM 시험발사 등을 재개하기 위한 명분 쌓기로도 분석됩니다.

북한이 조의문을 보낸 지 하루 만에 발사체를 쏘아 올리면서 남북 대화 기대는 또다시 무색해졌습니다.

결국, 비핵화 협상 진전 없이는 남북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은 만큼 북미 간 대화 진전을 위한 계기 마련과 동시에 상황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동력을 모색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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