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음악으로 만난 탈북민 삶

입력 2019.11.02 (08:19) 수정 2019.11.0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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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통일의 염원을 담은 대규모 한민족 대음악회가 최근 열렸는데요. 올해는 눈길을 끄는 한 탈북 여성이 참가했다고 합니다.

공산당원이 되려다 가족에게까지 버림받고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정착했다는데요. 지난해 초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 행사에서는 무대 진행은 물론 단독공연까지 선보였다는데요.

탈북민들의 어려움을 위로하고, 통일을 기원한 음악회의 주인공 김진아 씨를, 채유나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 경기도 부천의 한 가정집.

["아이고, 예뻐라. 아이고, 예뻐라. 어떡하니 너무 예뻐서."]

온 가족이 외출 준비로 분주합니다.

이제 막 걸음을 뗀 아기는 방에서 혼자 우유병을 들고 식사를 해결하고 있는데요,

부엌에서는 간단한 아침 식사로 두부밥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두부밥은 대표적인 북한 음식 가운데 하나인데요,

여느 가정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해 보이는 이곳은탈북민 김진아 씨의 보금자리입니다.

온 가족이 함께 나선 곳은 놀이터가 있는 공원.

중국인 남편과 살고 있는 진아 씨에게 이렇게 온 가족의 공원 나들이는 몇 년 전만 해도 꿈같은 일이었습니다.

[김진아(가명)/탈북민 : "새 식구가 생겨서 처음인 것 같아요. 오늘이."]

[동수보/김진아(가명) 씨 남편 : "제 대답은 아주 간단해요. 그냥 즐겁고 매우 행복합니다. 평상시에 일이 많이 힘들어서 이런 기분을 잊고 있었어요."]

진아 씨가 이렇게 단란한 가정을 꾸린 건 지난해 초. 하지만 이렇게 가족들과 행복을 누리기까지의 진아 씨 인생은 순탄치 않았는데요. 북한에서 진아 씨는 오직 공산당원이 되기 위해 남들이 가지 않으려는 곳에 자원입대를 할 정도로 의욕이 넘쳤었다고 합니다.

천신만고 끝에 도망쳐 집으로 돌아왔지만, 가족들은 진아 씨를 받아주지 않았고, 갈 곳이 없었던 진아 씨는 결국 탈북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중국에서 노래를 해보기로 마음먹은 진아 씨.

하지만 작은 무대에서도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김진아(가명)/탈북민 : "처음에는 그 수많은 중국인들 속에서 끌려 내려오기도 하고 한 소절밖에 못 불렀는데 끌려 내려오고. 그만큼 한심했다는 거죠."]

이제는 한국에 어느 정도 정착했지만,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습관은 변하지 않았다는데요,

[김진아(가명)/탈북민 : "나는 행복하면 안 된다, 쉬면 안 된다 이런 개념 때문에 그냥 악착같이 눈만 뜨면 일을 하는 거 같아요."]

그렇게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 보니 진아 씨에게 점점 더 많은 기회가 오게 됐고, 무대는 점점 커져갔습니다.

탈북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통일을 바라는 마음으로 열린 한민족 통일 대음악회.

이번 공연에서 진아 씨는 무대에서 진행을 맡을 뿐 아니라 단독 공연도 선보인다는데요.

따뜻한 울림으로 가득 찰 무대 저와 함께 가보실까요?

공연 날 아침.

동료와 담소를 나누며 긴장한 마음을 다독이고 있는 진아 씨를 만났습니다.

[김진아(가명)/탈북민 : "무대라는 건 크고 작고를 떠나서 매번 떨림이 있는 거 같아요. 굉장히 설레고. 대상이 달라지잖아요. 매번 출연해도 대상자가 달라지고 하다 보니까 굉장히 떨렸어요."]

진아 씨와 가족같이 지내고 있다는 동료는 서로 의지하며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있다는데요.

[김미연/김진아(가명) 씨 지인 : "여장부라고 할까. 세요. 그런데 세면서도 여린 구석이 있고 아주 정직해요. 사람이."]

진아 씨는 사실 해산이 얼마 남지 않은 임산부이기도 합니다. 임신을 한 상태에서 이렇게 큰 공연을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요.

해군 군악대의 연주로 시작된 공연.

전쟁의 아픔, (보고) 자유와 평화를 표현한 노래가 울려 퍼집니다.

학생들이 신나는 음악에 맞춰 흥을 돋우는 가운데...

드디어 진아 씨의 순서.

그리고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 탈북 청소년 합창단과 함께 부르는 ‘고향의 봄’ 노래가 객석을 가득 채웁니다. 탈북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진아 씨의 인생을 음악에 녹여 낸 공연이었는데요.

[안희동/대표/대한민국고교동문연합 합창단 : "같은 국민으로서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이뤄야 될 통일에 있어서의 같은 주역이자 동반자다 하는 걸 공감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존 음악회와 달리 스토리가 담긴 무대에 관객들은 물론 참가자들도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박규빈/서울시 광진구 : "여러 분야에서 우리가 하나 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하고 감동 있게 봤습니다."]

[김명옥/춘천 유봉여고 로즈 코러스 :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노래를 할 때. 마지막에 애국가 부를 때 관중들이 다 일어날 때 울컥해서 노래가 잠깐 멈추기도 했었어요."]

돌아보면 한 편의 영화 같았던 진아 씨의 인생.

그 인생이 공연이 되어 막이 오르기까지 진아 씨가 흘렸던 땀과 눈물에 모든 관객들은 하나가 되어 함께 가슴 아파했는데요.

[김진아(가명)/탈북민 : "앞으로 가족한테는 진짜 내가 북에서 하지 못했던 그러한 것들을 쏟아 부으면서 살고 싶어요. 북에서 다 못했던 사랑을 한없이 부으면서 살고 싶습니다."]

남과 북이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가 될 수 있는 이런 공연이 많아져서 탈북 예술인들이 좀 더 남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진아 씨는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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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음악으로 만난 탈북민 삶
    • 입력 2019-11-02 08:34:43
    • 수정2019-11-02 08:43:17
    남북의 창
[앵커]

통일의 염원을 담은 대규모 한민족 대음악회가 최근 열렸는데요. 올해는 눈길을 끄는 한 탈북 여성이 참가했다고 합니다.

공산당원이 되려다 가족에게까지 버림받고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정착했다는데요. 지난해 초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 행사에서는 무대 진행은 물론 단독공연까지 선보였다는데요.

탈북민들의 어려움을 위로하고, 통일을 기원한 음악회의 주인공 김진아 씨를, 채유나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 경기도 부천의 한 가정집.

["아이고, 예뻐라. 아이고, 예뻐라. 어떡하니 너무 예뻐서."]

온 가족이 외출 준비로 분주합니다.

이제 막 걸음을 뗀 아기는 방에서 혼자 우유병을 들고 식사를 해결하고 있는데요,

부엌에서는 간단한 아침 식사로 두부밥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두부밥은 대표적인 북한 음식 가운데 하나인데요,

여느 가정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해 보이는 이곳은탈북민 김진아 씨의 보금자리입니다.

온 가족이 함께 나선 곳은 놀이터가 있는 공원.

중국인 남편과 살고 있는 진아 씨에게 이렇게 온 가족의 공원 나들이는 몇 년 전만 해도 꿈같은 일이었습니다.

[김진아(가명)/탈북민 : "새 식구가 생겨서 처음인 것 같아요. 오늘이."]

[동수보/김진아(가명) 씨 남편 : "제 대답은 아주 간단해요. 그냥 즐겁고 매우 행복합니다. 평상시에 일이 많이 힘들어서 이런 기분을 잊고 있었어요."]

진아 씨가 이렇게 단란한 가정을 꾸린 건 지난해 초. 하지만 이렇게 가족들과 행복을 누리기까지의 진아 씨 인생은 순탄치 않았는데요. 북한에서 진아 씨는 오직 공산당원이 되기 위해 남들이 가지 않으려는 곳에 자원입대를 할 정도로 의욕이 넘쳤었다고 합니다.

천신만고 끝에 도망쳐 집으로 돌아왔지만, 가족들은 진아 씨를 받아주지 않았고, 갈 곳이 없었던 진아 씨는 결국 탈북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중국에서 노래를 해보기로 마음먹은 진아 씨.

하지만 작은 무대에서도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김진아(가명)/탈북민 : "처음에는 그 수많은 중국인들 속에서 끌려 내려오기도 하고 한 소절밖에 못 불렀는데 끌려 내려오고. 그만큼 한심했다는 거죠."]

이제는 한국에 어느 정도 정착했지만,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습관은 변하지 않았다는데요,

[김진아(가명)/탈북민 : "나는 행복하면 안 된다, 쉬면 안 된다 이런 개념 때문에 그냥 악착같이 눈만 뜨면 일을 하는 거 같아요."]

그렇게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 보니 진아 씨에게 점점 더 많은 기회가 오게 됐고, 무대는 점점 커져갔습니다.

탈북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통일을 바라는 마음으로 열린 한민족 통일 대음악회.

이번 공연에서 진아 씨는 무대에서 진행을 맡을 뿐 아니라 단독 공연도 선보인다는데요.

따뜻한 울림으로 가득 찰 무대 저와 함께 가보실까요?

공연 날 아침.

동료와 담소를 나누며 긴장한 마음을 다독이고 있는 진아 씨를 만났습니다.

[김진아(가명)/탈북민 : "무대라는 건 크고 작고를 떠나서 매번 떨림이 있는 거 같아요. 굉장히 설레고. 대상이 달라지잖아요. 매번 출연해도 대상자가 달라지고 하다 보니까 굉장히 떨렸어요."]

진아 씨와 가족같이 지내고 있다는 동료는 서로 의지하며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있다는데요.

[김미연/김진아(가명) 씨 지인 : "여장부라고 할까. 세요. 그런데 세면서도 여린 구석이 있고 아주 정직해요. 사람이."]

진아 씨는 사실 해산이 얼마 남지 않은 임산부이기도 합니다. 임신을 한 상태에서 이렇게 큰 공연을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요.

해군 군악대의 연주로 시작된 공연.

전쟁의 아픔, (보고) 자유와 평화를 표현한 노래가 울려 퍼집니다.

학생들이 신나는 음악에 맞춰 흥을 돋우는 가운데...

드디어 진아 씨의 순서.

그리고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 탈북 청소년 합창단과 함께 부르는 ‘고향의 봄’ 노래가 객석을 가득 채웁니다. 탈북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진아 씨의 인생을 음악에 녹여 낸 공연이었는데요.

[안희동/대표/대한민국고교동문연합 합창단 : "같은 국민으로서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이뤄야 될 통일에 있어서의 같은 주역이자 동반자다 하는 걸 공감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존 음악회와 달리 스토리가 담긴 무대에 관객들은 물론 참가자들도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박규빈/서울시 광진구 : "여러 분야에서 우리가 하나 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하고 감동 있게 봤습니다."]

[김명옥/춘천 유봉여고 로즈 코러스 :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노래를 할 때. 마지막에 애국가 부를 때 관중들이 다 일어날 때 울컥해서 노래가 잠깐 멈추기도 했었어요."]

돌아보면 한 편의 영화 같았던 진아 씨의 인생.

그 인생이 공연이 되어 막이 오르기까지 진아 씨가 흘렸던 땀과 눈물에 모든 관객들은 하나가 되어 함께 가슴 아파했는데요.

[김진아(가명)/탈북민 : "앞으로 가족한테는 진짜 내가 북에서 하지 못했던 그러한 것들을 쏟아 부으면서 살고 싶어요. 북에서 다 못했던 사랑을 한없이 부으면서 살고 싶습니다."]

남과 북이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가 될 수 있는 이런 공연이 많아져서 탈북 예술인들이 좀 더 남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진아 씨는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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