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톡] ‘日 편향 방송’ 논란…시사직격·저리톡의 대화

입력 2019.11.02 (14:04) 수정 2019.11.0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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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시사직격'(이하 직격)이 방송 4회 만에 위기를 맞았다. 지난달 25일 방송된 <한일 특파원의 대화> 편에서 불거진 '일본 편향 방송' 논란 때문이다.

논란의 쟁점은 크게 3가지다. ① 산케이신문 해설위원의 "문재인 '씨'" 호칭이 방송에 과연 적합했는가. ② 산케이신문 기자로 대표되는 일본 극우 인사 발언을 KBS가 여과 없이 내보냈어야 하나. ③ 일제 피해자들이 생존하는 상황에서 한·일 특파원끼리 화해를 꾀하는 게 대표성이 있나.

'저널리즘토크쇼J'(이하 J)는 J패널들의 이같은 비판 지점에 대해 직격 제작진의 입장을 들었다. 다만 J 방송 녹화일인 지난달 25일 이후 직격 측 입장이 정리되어 J의 비판과 직격의 해명은 이 기사를 통해 '가상 대화'의 형식으로 함께 제시한다.

"문재인 '씨', 한국적 정서 문제" vs. "아베도 '씨'로 표현, 일관성 있어야"


논란을 촉발한 건 구보타 루리코 산케이신문 해설위원의 "문재인 씨의 역사관" 발언이었다. 현재 "한일관계가 누구의 책임인지"를 묻는 진행자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한일갈등은) 문재인 씨의 역사관 때문이다. 자신과 김대중, 노무현 외에는 대통령으로서 실격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정권은 인정하지만, 보수정권은 친일이었다', '친일의 뿌리를 가진 박근혜가 해온 일은 외교적 실패였다', '그것을 무너뜨리고 바로잡기 위해서 지금의 반일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역사관의 흐름이 있는 것이다. 그런 신념이 핵심에 있는 한 한일 간의 대화는 불가능하다."

이에 대한 J와 직격의 입장을 각각 들어보자.


[J,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
일본에서 상(~さん, ~씨)이라는 표현이 한국에서처럼 멸칭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 사람들도 많이 안다. 다만, <한일 특파원의 대화> 프로그램은 한국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국적 바탕에서 한 방송이다. 출연한 일본인들은 (한국에서 다년 간 특파원을 해) 한국적인 방식으로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직격, 책임PD]
구보타 기자는 방송에서 아베 총리에게도 "아베 씨"라고 했다. 낮춰 부르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일관성 있게 양국 정상에게 같은 호칭을 붙인 것이다. 한국적 정서에 맞춰야 하니 '씨'라 말한 것을 '대통령'으로 고쳤어야 하나? 그게 올바른 '한국적 편집'인가?

[J,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구보타 기자는 방송 초반 "한국어가 서툴러 일본말로 하겠다"고 했다. 그랬던 사람이 "문재인 씨의 역사관"만큼은 한국어로 이야기했다. 그 뒤는 또 일본어로 말한다.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 직격 제작진은 이런 구보타 기자의 의도를 의식하지 못했나?

[직격, 책임PD]
거꾸로 생각해보자. 만약 구보타 해설위원이 "문재인 '씨'"는 일본어로 하고, 강제징용·위안부 관련 발언은 한국말로 했다면 어땠을까? "징용·위안부 피해자 들으라고 일부러 한국말로 했다"고 또 지적하지 않았을까? "일부러 한국말로 한 것"이라는 비판은 가져다 붙이기 나름이다. 어떤 비판도 한국말로 했다면 편집 대상인 것인가?
BBC는 1982년 남미 포클랜드(Falkland) 섬 분쟁 때 자국 군대를 '우리군(our army)'이 아닌 '영국군(the British)'으로, 상대는 '적군(the enemy)'이 아닌 '아르헨티나군(the Argentins)'라고 기사에 썼다. 이 결정은 당시 마거릿 대처 총리와 그 지지 시민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BBC의 객관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그리고 현재를 보라. BBC는 지금도 영국 국민이 신뢰하는 방송이다. '씨' 호칭을 '대통령'으로 바꾸면 KBS 신뢰가 쌓이는 것인가?

"극우 발언, 꼭 다뤄야 했나?" vs. "日극우·韓보수, 엄연히 존재하는 목소리"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은 일본 전범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른바 '양승태 사법농단'으로 알려진, 13년간 끌어왔던 소송의 끝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 판결이 "국가와 국민의 모든 청구권은 완전히 해결됐다"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정신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 정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이 양국 간 단순 채권·채무 관계를 해결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식민 지배에 피해를 본 개인 청구권까지 합의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 문제는 현재 양국 갈등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구보타 해설위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은 10년간의 협상 준비를 거쳐 한일 정부의 논의가 모두 공표됐다. 50여 년간 계속된 한일 관계의 기반을 단 하나의 판결로 뒤집는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한국 대법원과 정부를 비판했다.

해당 방송에서 선우정 조선일보 부국장은 곧장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이 "우리의 문제"라는 견해를 밝힌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현재) 우리가 어떻게 해석하든 간에, '국가의, 국민의 모든 청구권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문구에 우리가 서명했다. 그게 우리가 일본과 한 약속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알고 보니 '그게 보상이지 배상은 아니었어', '청구권 안에 배상은 포함이 안 돼 있어', '개인 청구권은 또 따로야'라고 복잡하게 이야기한다면 국제사회가 어떻게 이해를 하겠는가?"

직격 MC인 임재성 변호사는 강제징용 피해자 편에 서서 재판을 승소로 이끈 인물이다. 적어도 제작진이 강제징용 판결을 저격해 방송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직격은 방송이 "한일 양국의 시각차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취지"라고 강조한다. 반면 J는 "통제되지 않은 극우적 발언으로 기획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KBS 시사직격 홈페이지에 올라간 임재성 변호사의 프로필. “일본 강제동원 손해배상사건과 제주 4·3 군사재판 희생자들의 재심 사건을 담당”했다. KBS 시사직격 홈페이지에 올라간 임재성 변호사의 프로필. “일본 강제동원 손해배상사건과 제주 4·3 군사재판 희생자들의 재심 사건을 담당”했다.

[직격, 임재성 변호사]
일본 미디어에서 '지한파'로 평가될 수 있는 사람들의 합리적 발언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일본 여론조사에서 80~90%의 사람들이 "한국 대법원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고 응답한다. 한국 매체에서는 한국에 우호적인 일본 지식인들의 발언이 선별돼 소개된다. 하지만 현실을 온전히 인식할 필요도 있다. (선우정 부국장의 입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박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이 역시 우리가 '대면'해야 할 우리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목소리다.

[J, 민동기 미디어 전문기자]
산케이신문은 "일본 자민당의 홍보지 성격이 짙다"는 평가를 받는 매체다. "일제 강점기는 정당했다", "일본 역사 교과서를 개정하자", "평화헌법 수정하자"고 주장하는 매체다. 아베 정부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언론을 KBS가 공론장으로 끌어들여 (일본 보수의)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이 온당한 것인가?

[직격, 책임PD]
아베 내각에 철학적 배경을 제공하는 게 산케이신문이다. '자민당 홍보지'여서 배제돼야 했던 것이 아니라, 거꾸로 현재 일본 주류여서 섭외 대상이 된다. 한일관계를 다루는 한국 방송에 일본인이 출연할 경우 당연히 "내 발언이 공정하게 나갈 것인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누구나 녹화 때 한 말이 왜곡 없이 나가기를 바랄 것이다. 직격 제작진은 방송 전 편집본 녹취록을 출연 기자 4명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각자 발언 취지가 왜곡되지 않았다고 답을 들었다. 한국에 불리하면 편집에서 빼고, 유리하면 넣었어야 공영방송다운 일을 했다고 할 것인가.

[J, 정준희]
산케이 기자의 발언은 시청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다. KBS가 이 프로그램을 방송하면 양국 사람들이 서로 화해하고 이해할까? 현재 한일 갈등 국면을 풀 답은 없다. 책임 있는 정치 주체들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직격 제작진은 한일 관계가 기계적 중립이나 균형을 잡기 어려운 주제였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기계적 중립을 잘 지켰는데 왜 우리를 욕하느냐'고 할 상황이 아니다. 시청자로부터 편향되거나 오인될 가능성을 수긍하고, 결과를 자신들 책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日 사과 없이 '미워도 다시 한번'?" vs. "그럼 갈등 부추겨야 하나?"


"우리는 포스코, 경부고속도로, 소양강 댐을 짓는 데에 (한일 청구권 협정 뒤 일본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중요한 종잣돈으로 썼다. 그런 경제 발전을 보면서 '우리 조상의 고난이 헛되지 않았어', '조상의 고난 때문에 정당하게 받은 돈으로 우리는 지금의 큰 번영을 이룬 거야'라고 우리는 생각하고 살았다. 우리의 정당성, 우리 산업사의 정당성을 위해서라도 조상의 핏값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인정했으면 좋겠다. 그 종잣돈으로 만들어낸 번영, 이 번영을 가지고 2~3배 피해자한테 주면 된다."
(선우정 조선일보 부국장)

"건배사 제안한다. 한일관계 너무 어려운데, 미워도 다시 한번!"
(길윤형 한겨레 기자)


시청자들을 감정적으로 자극한 건 선우정 부국장의 '조상의 핏값' 발언, 그리고 기자들이 녹화를 마무리하며 외친 건배사 "미워도 다시 한번"이다. 이 발언을 놓고도 J와 직격은 입장을 달리한다.


[J, 강유정]
'조상의 핏값'이 한국 발전의 근거가 됐다? 일제 강제징용, 위안부 등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얼마 전에도 위안부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셨다. 왜 일제 피해자들을 전부 다 '조상의 핏값'이라며 과거완료로 만들어버리나. "조상들이 다 죽었는데 누구한테 배상할 것이냐"는 질문인가. 이런 무거운 표현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직격, 책임PD]
한국 사회에 선우정 부국장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이 논리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가 원치 않는 주장은 맞다. 그렇다고 이 이야기를 숨기는 것이 방법인가. 직격에 "'조상의 핏값' 표현에 동의하는 것이냐" 물을 수 있다. 이 견해에 대한 동의하느냐, 않느냐는 방송에 발언을 내는 것과 아무 관련이 없다.

[J, 정준희]
선 부국장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한국이 일본 대신 2~3배 보상하자"고 하니 구보타 해설위원이 끄덕끄덕한다. 이 부분에서 '한일이 비슷하게 생각하는구나'라는 효과가 생긴다. 마치 일본과 한국이 대화할 수 있는 공통분모처럼 받아들여 지고 있다. 하지만 강제징용과 관련한 조선일보 입장은 한국 다수파의 입장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견해다.

[J, 민동기]
'한일 특파원의 대화'편의 전체 흐름, 방송 마지막 건배사 때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표현, 일제 피해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봤다면 과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직격, 책임PD]
듣는 사람에 따라 불편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다만 "미워도 다시 한번"은 정서적 접근이다. 일본은 과거 한국을 식민지배했던 증오의 대상이다. 동시에 이웃 나라로서 국제사회에서 우리 편이 될 수 있는 국가다. 양국이 지금 사이가 안 좋다고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방송해야 할까. "밉지만, 또 다르지만 이야기하자"고 해야 하지 않을까?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J 66회는 '대중이 직격한 시사직격 친일 논란'라는 주제로 오는 3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다.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민동기 미디어 전문기자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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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리톡] ‘日 편향 방송’ 논란…시사직격·저리톡의 대화
    • 입력 2019-11-02 14:04:02
    • 수정2019-11-03 22:47:03
    저널리즘 토크쇼 J
KBS '시사직격'(이하 직격)이 방송 4회 만에 위기를 맞았다. 지난달 25일 방송된 <한일 특파원의 대화> 편에서 불거진 '일본 편향 방송' 논란 때문이다.

논란의 쟁점은 크게 3가지다. ① 산케이신문 해설위원의 "문재인 '씨'" 호칭이 방송에 과연 적합했는가. ② 산케이신문 기자로 대표되는 일본 극우 인사 발언을 KBS가 여과 없이 내보냈어야 하나. ③ 일제 피해자들이 생존하는 상황에서 한·일 특파원끼리 화해를 꾀하는 게 대표성이 있나.

'저널리즘토크쇼J'(이하 J)는 J패널들의 이같은 비판 지점에 대해 직격 제작진의 입장을 들었다. 다만 J 방송 녹화일인 지난달 25일 이후 직격 측 입장이 정리되어 J의 비판과 직격의 해명은 이 기사를 통해 '가상 대화'의 형식으로 함께 제시한다.

"문재인 '씨', 한국적 정서 문제" vs. "아베도 '씨'로 표현, 일관성 있어야"


논란을 촉발한 건 구보타 루리코 산케이신문 해설위원의 "문재인 씨의 역사관" 발언이었다. 현재 "한일관계가 누구의 책임인지"를 묻는 진행자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한일갈등은) 문재인 씨의 역사관 때문이다. 자신과 김대중, 노무현 외에는 대통령으로서 실격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정권은 인정하지만, 보수정권은 친일이었다', '친일의 뿌리를 가진 박근혜가 해온 일은 외교적 실패였다', '그것을 무너뜨리고 바로잡기 위해서 지금의 반일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역사관의 흐름이 있는 것이다. 그런 신념이 핵심에 있는 한 한일 간의 대화는 불가능하다."

이에 대한 J와 직격의 입장을 각각 들어보자.


[J,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
일본에서 상(~さん, ~씨)이라는 표현이 한국에서처럼 멸칭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 사람들도 많이 안다. 다만, <한일 특파원의 대화> 프로그램은 한국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국적 바탕에서 한 방송이다. 출연한 일본인들은 (한국에서 다년 간 특파원을 해) 한국적인 방식으로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직격, 책임PD]
구보타 기자는 방송에서 아베 총리에게도 "아베 씨"라고 했다. 낮춰 부르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일관성 있게 양국 정상에게 같은 호칭을 붙인 것이다. 한국적 정서에 맞춰야 하니 '씨'라 말한 것을 '대통령'으로 고쳤어야 하나? 그게 올바른 '한국적 편집'인가?

[J,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구보타 기자는 방송 초반 "한국어가 서툴러 일본말로 하겠다"고 했다. 그랬던 사람이 "문재인 씨의 역사관"만큼은 한국어로 이야기했다. 그 뒤는 또 일본어로 말한다.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 직격 제작진은 이런 구보타 기자의 의도를 의식하지 못했나?

[직격, 책임PD]
거꾸로 생각해보자. 만약 구보타 해설위원이 "문재인 '씨'"는 일본어로 하고, 강제징용·위안부 관련 발언은 한국말로 했다면 어땠을까? "징용·위안부 피해자 들으라고 일부러 한국말로 했다"고 또 지적하지 않았을까? "일부러 한국말로 한 것"이라는 비판은 가져다 붙이기 나름이다. 어떤 비판도 한국말로 했다면 편집 대상인 것인가?
BBC는 1982년 남미 포클랜드(Falkland) 섬 분쟁 때 자국 군대를 '우리군(our army)'이 아닌 '영국군(the British)'으로, 상대는 '적군(the enemy)'이 아닌 '아르헨티나군(the Argentins)'라고 기사에 썼다. 이 결정은 당시 마거릿 대처 총리와 그 지지 시민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BBC의 객관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그리고 현재를 보라. BBC는 지금도 영국 국민이 신뢰하는 방송이다. '씨' 호칭을 '대통령'으로 바꾸면 KBS 신뢰가 쌓이는 것인가?

"극우 발언, 꼭 다뤄야 했나?" vs. "日극우·韓보수, 엄연히 존재하는 목소리"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은 일본 전범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른바 '양승태 사법농단'으로 알려진, 13년간 끌어왔던 소송의 끝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 판결이 "국가와 국민의 모든 청구권은 완전히 해결됐다"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정신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 정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이 양국 간 단순 채권·채무 관계를 해결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식민 지배에 피해를 본 개인 청구권까지 합의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 문제는 현재 양국 갈등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구보타 해설위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은 10년간의 협상 준비를 거쳐 한일 정부의 논의가 모두 공표됐다. 50여 년간 계속된 한일 관계의 기반을 단 하나의 판결로 뒤집는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한국 대법원과 정부를 비판했다.

해당 방송에서 선우정 조선일보 부국장은 곧장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이 "우리의 문제"라는 견해를 밝힌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현재) 우리가 어떻게 해석하든 간에, '국가의, 국민의 모든 청구권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문구에 우리가 서명했다. 그게 우리가 일본과 한 약속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알고 보니 '그게 보상이지 배상은 아니었어', '청구권 안에 배상은 포함이 안 돼 있어', '개인 청구권은 또 따로야'라고 복잡하게 이야기한다면 국제사회가 어떻게 이해를 하겠는가?"

직격 MC인 임재성 변호사는 강제징용 피해자 편에 서서 재판을 승소로 이끈 인물이다. 적어도 제작진이 강제징용 판결을 저격해 방송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직격은 방송이 "한일 양국의 시각차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취지"라고 강조한다. 반면 J는 "통제되지 않은 극우적 발언으로 기획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KBS 시사직격 홈페이지에 올라간 임재성 변호사의 프로필. “일본 강제동원 손해배상사건과 제주 4·3 군사재판 희생자들의 재심 사건을 담당”했다.
[직격, 임재성 변호사]
일본 미디어에서 '지한파'로 평가될 수 있는 사람들의 합리적 발언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일본 여론조사에서 80~90%의 사람들이 "한국 대법원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고 응답한다. 한국 매체에서는 한국에 우호적인 일본 지식인들의 발언이 선별돼 소개된다. 하지만 현실을 온전히 인식할 필요도 있다. (선우정 부국장의 입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박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이 역시 우리가 '대면'해야 할 우리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목소리다.

[J, 민동기 미디어 전문기자]
산케이신문은 "일본 자민당의 홍보지 성격이 짙다"는 평가를 받는 매체다. "일제 강점기는 정당했다", "일본 역사 교과서를 개정하자", "평화헌법 수정하자"고 주장하는 매체다. 아베 정부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언론을 KBS가 공론장으로 끌어들여 (일본 보수의)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이 온당한 것인가?

[직격, 책임PD]
아베 내각에 철학적 배경을 제공하는 게 산케이신문이다. '자민당 홍보지'여서 배제돼야 했던 것이 아니라, 거꾸로 현재 일본 주류여서 섭외 대상이 된다. 한일관계를 다루는 한국 방송에 일본인이 출연할 경우 당연히 "내 발언이 공정하게 나갈 것인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누구나 녹화 때 한 말이 왜곡 없이 나가기를 바랄 것이다. 직격 제작진은 방송 전 편집본 녹취록을 출연 기자 4명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각자 발언 취지가 왜곡되지 않았다고 답을 들었다. 한국에 불리하면 편집에서 빼고, 유리하면 넣었어야 공영방송다운 일을 했다고 할 것인가.

[J, 정준희]
산케이 기자의 발언은 시청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다. KBS가 이 프로그램을 방송하면 양국 사람들이 서로 화해하고 이해할까? 현재 한일 갈등 국면을 풀 답은 없다. 책임 있는 정치 주체들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직격 제작진은 한일 관계가 기계적 중립이나 균형을 잡기 어려운 주제였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기계적 중립을 잘 지켰는데 왜 우리를 욕하느냐'고 할 상황이 아니다. 시청자로부터 편향되거나 오인될 가능성을 수긍하고, 결과를 자신들 책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日 사과 없이 '미워도 다시 한번'?" vs. "그럼 갈등 부추겨야 하나?"


"우리는 포스코, 경부고속도로, 소양강 댐을 짓는 데에 (한일 청구권 협정 뒤 일본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중요한 종잣돈으로 썼다. 그런 경제 발전을 보면서 '우리 조상의 고난이 헛되지 않았어', '조상의 고난 때문에 정당하게 받은 돈으로 우리는 지금의 큰 번영을 이룬 거야'라고 우리는 생각하고 살았다. 우리의 정당성, 우리 산업사의 정당성을 위해서라도 조상의 핏값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인정했으면 좋겠다. 그 종잣돈으로 만들어낸 번영, 이 번영을 가지고 2~3배 피해자한테 주면 된다."
(선우정 조선일보 부국장)

"건배사 제안한다. 한일관계 너무 어려운데, 미워도 다시 한번!"
(길윤형 한겨레 기자)


시청자들을 감정적으로 자극한 건 선우정 부국장의 '조상의 핏값' 발언, 그리고 기자들이 녹화를 마무리하며 외친 건배사 "미워도 다시 한번"이다. 이 발언을 놓고도 J와 직격은 입장을 달리한다.


[J, 강유정]
'조상의 핏값'이 한국 발전의 근거가 됐다? 일제 강제징용, 위안부 등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얼마 전에도 위안부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셨다. 왜 일제 피해자들을 전부 다 '조상의 핏값'이라며 과거완료로 만들어버리나. "조상들이 다 죽었는데 누구한테 배상할 것이냐"는 질문인가. 이런 무거운 표현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직격, 책임PD]
한국 사회에 선우정 부국장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이 논리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가 원치 않는 주장은 맞다. 그렇다고 이 이야기를 숨기는 것이 방법인가. 직격에 "'조상의 핏값' 표현에 동의하는 것이냐" 물을 수 있다. 이 견해에 대한 동의하느냐, 않느냐는 방송에 발언을 내는 것과 아무 관련이 없다.

[J, 정준희]
선 부국장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한국이 일본 대신 2~3배 보상하자"고 하니 구보타 해설위원이 끄덕끄덕한다. 이 부분에서 '한일이 비슷하게 생각하는구나'라는 효과가 생긴다. 마치 일본과 한국이 대화할 수 있는 공통분모처럼 받아들여 지고 있다. 하지만 강제징용과 관련한 조선일보 입장은 한국 다수파의 입장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견해다.

[J, 민동기]
'한일 특파원의 대화'편의 전체 흐름, 방송 마지막 건배사 때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표현, 일제 피해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봤다면 과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직격, 책임PD]
듣는 사람에 따라 불편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다만 "미워도 다시 한번"은 정서적 접근이다. 일본은 과거 한국을 식민지배했던 증오의 대상이다. 동시에 이웃 나라로서 국제사회에서 우리 편이 될 수 있는 국가다. 양국이 지금 사이가 안 좋다고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방송해야 할까. "밉지만, 또 다르지만 이야기하자"고 해야 하지 않을까?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J 66회는 '대중이 직격한 시사직격 친일 논란'라는 주제로 오는 3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다.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민동기 미디어 전문기자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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