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식의 건강365] “수면제, 꼭 필요합니까?”…내 안에 잘 힘을 믿으세요!

입력 2019.11.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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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명: KBS 건강365
● 진행: 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
● 출연: 이유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방송일시: 2019.11.3(일)
: 오전 5시~(KBS 1라디오 FM 97.3MHz)
: 오전 8시~(KBS 3라디오 FM 104.9MHz)
: 오후 4시~(KBS 3라디오 FM 104.9MHz)


건강365 박광식의 건강이야기.
이번 코너는 KBS 홈페이지와 유튜브 KBS콩, 그리고 팟캐스트로도 서비스되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수면장애를 주제로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유진 교수와 함께합니다.

◇박광식: 병원에서 어떤 경우에 불면증 진단을 내리나요?

◆이유진: 불면 증상이 일시적인 분들은 병원을 많이 찾지는 않으세요. 이게 지속하니까 피곤하고 졸리고 머리도 아프고 기분도 별로 좋지 않고 집중도 어렵고 해서 힘들어서 병원을 찾는 건데요. 불면증은 기본적으로 주관적으로 내가 느끼는 증상에 기반해서 진단을 내립니다. 그래서 실제로 수면이 부족한 사람들, 내가 바쁘고 공부해야 할 것도 많고 일이 많아서 수면이 부족한 것과는 구별해야 합니다. 불면증 환자는 충분히 잘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못 자는 거거든요. 보통은 일주일에 3번 이상 잠이 들기 힘들거나 중간에 자주 깨거나 원치 않는데 새벽에 아침에 너무 일찍 깨거나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주 3회 이상 있는데 이것이 3개월 이상 지속할 때 우리가 불면 장애를 진단합니다.

◇박광식: 자식 걱정, 회사 걱정 등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아지면 불면증이 되나요?

◆이유진: 그런 경우는 일시적인 불면증입니다. 저희가 만성적인 불면증하고 따로 분류합니다. 열 받는 일이 있거나 속상한 일이 있거나 그럴 때 스트레스가 있을 때 일시적으로 잠을 못 자다가 그런 것들이 해결돼서 보통 한 달 이내로 사라지는 걸 일시적인 불면증으로 보고요. 그런 경우는 당시에 증상이 심하면 일시적으로 수면제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성화된 것 하고 원인적으로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구분됩니다.

◇박광식: 스트레스로 시작한 불면증이 만성화가 될 수도 있는 건가요?

◆이유진: 그렇죠. 사실 저희 누구나 다 한 번쯤 잠잘 못 자 본 경험들 있잖아요. 내일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고요. 이런 불면증을 10명 중 3명은 경험을 한다고 해요. 그런데 이분들이 다 만성화되는 것은 아니고 40~70% 정도에서 만성화의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박광식: 불면증을 일으키는 의학적 요인이 있을까요?

◆이유진: 뇌과학적으로 실제 불면증을 보이는 환자들은 머리 MRI를 찍어서 연구해 보면 '과각성'이 되어 있으세요. 과각성, 단어가 좀 어려울 수 있는데요. 보통 100% 각성도로 우리가 생활한다면 120%쯤 뇌가 활성화가 더 많이 되어있는 거예요. 불면증 환자분이 불면증상이 심하실 때 얘기를 들어보면 밤에도 잠이 안 오고 낮에도 잠이 안 오고 120% 정도로 24시간을 생활하시거든요. 이렇게 '과각성'이 뇌과학적 연구에서는 보이는 특징입니다.

만성화 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분들이 처음에는 속상한 일이 있어서 잠을 못 자기 시작했어요. 그게 너무 힘드니까 자꾸만 누워있으세요. 자지 않으면서 자꾸 침상에 누워있고 못 잔 잠을 낮에 자꾸 보충하려고 하고 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깁니다. '자야지, 자야지' 집착을 하게 되고 그런데 오히려 그런 마음이 생길수록 잠은 더 안 오게 됩니다. 이런 것들이 심리적으로는 내 침대하고 불면증상이 짝을 이뤄 조건화가 됩니다. 무슨 이야기냐면요. 주변에 보면 저녁 식사하고 거실에서 뉴스 보실 때 꾸벅꾸벅 조시는데 막상 내 자리 가서 자려고 하면 잠이 안오는 증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내 침대하고 각성(불면)이 짝꿍이 돼서 나타나는 거예요. 이런 분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잠자리가 바뀌면 더 잘 자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걸 미루어 볼 때 심리적인 기전에서 오는 현상들이라고 보겠습니다.

◇박광식: 수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수면시간인 것 같아요.

◆이유진: 병원에 오셔서 그런 얘기들 많이 하세요. "내가 7시간은 자야지, 암에 안 걸리고... 8시간은 자야지, 오래 살 텐데…." 왜냐하면, 가끔 그런 기사가 나오거든요. '7~8시간 자는 사람들이 가장 사망률이 낮다' 이런 것들이 나오는데 그건 통계적인 일반적인 얘기예요. 보통 성인한테 권장하는 시간은 7~8시간 권장하기는 하는데 진실은 수면 요구량은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원래 잠이 많은 사람도 있고 원래 잠이 적은 사람도 있어요.

잠이 적은 사람들은 6시간 이하를 자도 아무렇지도 않은 분들이 계시거든요. 낮에 졸리지도 않고 생활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거죠. 내가 타고나기를 쇼트 슬리퍼(Short sleeper)냐 아니면 수면이 부족한 거냐는 다른 겁니다. 이것을 아는 방법은 예를 들어 볼게요. 아무 일이 없을 때 예를 들어 주말 아침에 얼마나 더 늦게 일어나는지가 수면 부족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황일 수 있습니다. 또 멍하니 있는 상황, 지하철을 타고 가는 상황에서 내가 얼마나 조느냐? 이런 거로도 내가 얼마나 수면이 부족한지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박광식: 수면시간보다 수면의 질이 중요해 보이네요?

◆이유진: 수면의 질은 우리 뇌가 나이가 들고 약간의 노화 과정을 거치면서 수면의 질이 좀 떨어집니다. 예전처럼 쭉 이어 자지 못하고 한두 번씩 깨고 그런 경험들을 하기 마련입니다.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으로 볼 수 있고 낮에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다면 신경을 안 쓰셔도 됩니다.

의학적으로 질병 측면에서 수면무호흡증이나 주기성 사지운동증(다리를 움찔움찔 차면서 자꾸 잠에서 깨는 증상)의 경우 무호흡에서 자꾸 각성이 되는 병이기 때문에 수면의 질적 저하를 많이 야기합니다.

수면의 질을 이야기할 때 아침에 일어나서 개운하냐? 그리고 낮에 잘 생활하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박광식: 요즘 병원에서 수면장애 있을 때 수면다원검사를 많이 권하던데요.

◆이유진: 현재 단계에서 수면다원검사는 수면의 단계, 수면장애를 진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보통 방법은 저녁 식후에 한 8시 내외쯤에 병원에 와서 각종 센서를 붙입니다. 뇌파, 심전도, 호흡 등 이런 것들을 다 붙이는 건데요. 검사실은 가급적 집에서 주무시는 침실하고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침실하고 굉장히 비슷한 환경에서 검사를 받는 거죠. 하룻밤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부착했던 센서들을 다 떼고 귀가하면 됩니다. 보통은 소요시간은 센서부착부터 시작해서 검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데까지 10시간 내외가 걸립니다. 저희는 밤새 기록된 결과를 30초 간격으로 쪼개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판독하게 됩니다.

◇박광식: 본인이 자던 집이 아니라 병원이다 보니, 검사 결과를 믿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이유진: 네 맞습니다. 첫날밤 효과라는 게 있어요. 병원 검사실에서 처음 주무시게 되면 잠을 적게 자고 깊이 못 자게 됩니다. 게다가 몸에 센서를 부착하고 낯선 환경에서 자니까 더 그렇겠죠. 그런 현상들을 첫날밤 효과라고 하는 데요. 사실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되거나 자다가 다리가 움찔 되는 현상 등 병적인 현상은 그렇게 긴 시간을 자지 않아도 관찰됩니다. 게다가 의료진이 첫날밤 효과를 고려해서 결과를 보기 때문에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유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유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박광식: 수면제와 수면유도제 차이가 궁금합니다.

◆이유진: 수면제와 수면유도제는 구분이 조금 모호합니다. 보통 얘기하는 게 수면제는 병원에서 처방받는 졸피뎀 성분이나 벤조 계열의 안정제를 통칭하고요. 수면유도제는 약국에서 의사의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는 항히스타민제 계열의 약들입니다.

졸피뎀 같은 수면제의 경우 기본적으로 안전하다고 나온 약입니다. 다만 불면증의 치료과정에서 강조하고 싶은 건 반드시 비약물적 치료가 동반돼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비약물적 치료와 건강한 수면습관을 갖는 등의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지 않으면 수면제의 사용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면제의 사용이 길어진다는 건 심리적 의존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수면제를 안 먹으면 못 잘 것 같은 거죠. 또 일부에선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게 약을 먹고서 내가 말이나 행동을 했는데 기억이 잘 안 나거나 합니다. 이런 행동이 흔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부작용에 대해서 면밀히 전문가와 상담을 해야 하고요. 비약물적인 치료방법을 동반해야 최단기간 최소한의 약을 먹으면서 부작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박광식: 그래도 졸피뎀 같은 수면제는 수면 효율이 좋지 않나요?

◆이유진: 네, 그렇습니다. 가바(GABA)라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이 작용합니다. 술하고 비슷한 수용체에 작용을 하는 거예요. 술 마시면 졸리잖아요. 졸피뎀을 먹게 되면 잠이 드는 것을 돕고 수면시간을 늘리는 건 과학적으로 증명돼있습니다. 하지만 이 약이 꼭 필요하냐는 건 좀 다른 문제입니다. 외래에서 저는 환자분들을 뵐 때 항상 치료의 판을 흔들거든요.

"수면제가 꼭 필요합니까?"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수면제를 끊어보겠다는 의사와 계속 드시겠다는 환자의 미묘한 구도가 형성되기도 하는데요. 이런 식으로 역동적으로 치료해 가야 환자분들도 경각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내 안에 잘 힘이 있지 않을까?' 그 부분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전체 방송 중 내용 일부만을 담았습니다. 어려운 용어나 표현 등은 의미가 달라지지 않는 범위에서 알기 쉽게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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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광식의 건강365] “수면제, 꼭 필요합니까?”…내 안에 잘 힘을 믿으세요!
    • 입력 2019-11-03 08:00:06
    박광식의 건강 365
● 프로그램명: KBS 건강365
● 진행: 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
● 출연: 이유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방송일시: 2019.11.3(일)
: 오전 5시~(KBS 1라디오 FM 97.3MHz)
: 오전 8시~(KBS 3라디오 FM 104.9MHz)
: 오후 4시~(KBS 3라디오 FM 104.9MHz)


건강365 박광식의 건강이야기.
이번 코너는 KBS 홈페이지와 유튜브 KBS콩, 그리고 팟캐스트로도 서비스되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수면장애를 주제로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유진 교수와 함께합니다.

◇박광식: 병원에서 어떤 경우에 불면증 진단을 내리나요?

◆이유진: 불면 증상이 일시적인 분들은 병원을 많이 찾지는 않으세요. 이게 지속하니까 피곤하고 졸리고 머리도 아프고 기분도 별로 좋지 않고 집중도 어렵고 해서 힘들어서 병원을 찾는 건데요. 불면증은 기본적으로 주관적으로 내가 느끼는 증상에 기반해서 진단을 내립니다. 그래서 실제로 수면이 부족한 사람들, 내가 바쁘고 공부해야 할 것도 많고 일이 많아서 수면이 부족한 것과는 구별해야 합니다. 불면증 환자는 충분히 잘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못 자는 거거든요. 보통은 일주일에 3번 이상 잠이 들기 힘들거나 중간에 자주 깨거나 원치 않는데 새벽에 아침에 너무 일찍 깨거나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주 3회 이상 있는데 이것이 3개월 이상 지속할 때 우리가 불면 장애를 진단합니다.

◇박광식: 자식 걱정, 회사 걱정 등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아지면 불면증이 되나요?

◆이유진: 그런 경우는 일시적인 불면증입니다. 저희가 만성적인 불면증하고 따로 분류합니다. 열 받는 일이 있거나 속상한 일이 있거나 그럴 때 스트레스가 있을 때 일시적으로 잠을 못 자다가 그런 것들이 해결돼서 보통 한 달 이내로 사라지는 걸 일시적인 불면증으로 보고요. 그런 경우는 당시에 증상이 심하면 일시적으로 수면제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성화된 것 하고 원인적으로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구분됩니다.

◇박광식: 스트레스로 시작한 불면증이 만성화가 될 수도 있는 건가요?

◆이유진: 그렇죠. 사실 저희 누구나 다 한 번쯤 잠잘 못 자 본 경험들 있잖아요. 내일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고요. 이런 불면증을 10명 중 3명은 경험을 한다고 해요. 그런데 이분들이 다 만성화되는 것은 아니고 40~70% 정도에서 만성화의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박광식: 불면증을 일으키는 의학적 요인이 있을까요?

◆이유진: 뇌과학적으로 실제 불면증을 보이는 환자들은 머리 MRI를 찍어서 연구해 보면 '과각성'이 되어 있으세요. 과각성, 단어가 좀 어려울 수 있는데요. 보통 100% 각성도로 우리가 생활한다면 120%쯤 뇌가 활성화가 더 많이 되어있는 거예요. 불면증 환자분이 불면증상이 심하실 때 얘기를 들어보면 밤에도 잠이 안 오고 낮에도 잠이 안 오고 120% 정도로 24시간을 생활하시거든요. 이렇게 '과각성'이 뇌과학적 연구에서는 보이는 특징입니다.

만성화 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분들이 처음에는 속상한 일이 있어서 잠을 못 자기 시작했어요. 그게 너무 힘드니까 자꾸만 누워있으세요. 자지 않으면서 자꾸 침상에 누워있고 못 잔 잠을 낮에 자꾸 보충하려고 하고 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깁니다. '자야지, 자야지' 집착을 하게 되고 그런데 오히려 그런 마음이 생길수록 잠은 더 안 오게 됩니다. 이런 것들이 심리적으로는 내 침대하고 불면증상이 짝을 이뤄 조건화가 됩니다. 무슨 이야기냐면요. 주변에 보면 저녁 식사하고 거실에서 뉴스 보실 때 꾸벅꾸벅 조시는데 막상 내 자리 가서 자려고 하면 잠이 안오는 증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내 침대하고 각성(불면)이 짝꿍이 돼서 나타나는 거예요. 이런 분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잠자리가 바뀌면 더 잘 자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걸 미루어 볼 때 심리적인 기전에서 오는 현상들이라고 보겠습니다.

◇박광식: 수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수면시간인 것 같아요.

◆이유진: 병원에 오셔서 그런 얘기들 많이 하세요. "내가 7시간은 자야지, 암에 안 걸리고... 8시간은 자야지, 오래 살 텐데…." 왜냐하면, 가끔 그런 기사가 나오거든요. '7~8시간 자는 사람들이 가장 사망률이 낮다' 이런 것들이 나오는데 그건 통계적인 일반적인 얘기예요. 보통 성인한테 권장하는 시간은 7~8시간 권장하기는 하는데 진실은 수면 요구량은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원래 잠이 많은 사람도 있고 원래 잠이 적은 사람도 있어요.

잠이 적은 사람들은 6시간 이하를 자도 아무렇지도 않은 분들이 계시거든요. 낮에 졸리지도 않고 생활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거죠. 내가 타고나기를 쇼트 슬리퍼(Short sleeper)냐 아니면 수면이 부족한 거냐는 다른 겁니다. 이것을 아는 방법은 예를 들어 볼게요. 아무 일이 없을 때 예를 들어 주말 아침에 얼마나 더 늦게 일어나는지가 수면 부족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황일 수 있습니다. 또 멍하니 있는 상황, 지하철을 타고 가는 상황에서 내가 얼마나 조느냐? 이런 거로도 내가 얼마나 수면이 부족한지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박광식: 수면시간보다 수면의 질이 중요해 보이네요?

◆이유진: 수면의 질은 우리 뇌가 나이가 들고 약간의 노화 과정을 거치면서 수면의 질이 좀 떨어집니다. 예전처럼 쭉 이어 자지 못하고 한두 번씩 깨고 그런 경험들을 하기 마련입니다.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으로 볼 수 있고 낮에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다면 신경을 안 쓰셔도 됩니다.

의학적으로 질병 측면에서 수면무호흡증이나 주기성 사지운동증(다리를 움찔움찔 차면서 자꾸 잠에서 깨는 증상)의 경우 무호흡에서 자꾸 각성이 되는 병이기 때문에 수면의 질적 저하를 많이 야기합니다.

수면의 질을 이야기할 때 아침에 일어나서 개운하냐? 그리고 낮에 잘 생활하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박광식: 요즘 병원에서 수면장애 있을 때 수면다원검사를 많이 권하던데요.

◆이유진: 현재 단계에서 수면다원검사는 수면의 단계, 수면장애를 진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보통 방법은 저녁 식후에 한 8시 내외쯤에 병원에 와서 각종 센서를 붙입니다. 뇌파, 심전도, 호흡 등 이런 것들을 다 붙이는 건데요. 검사실은 가급적 집에서 주무시는 침실하고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침실하고 굉장히 비슷한 환경에서 검사를 받는 거죠. 하룻밤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부착했던 센서들을 다 떼고 귀가하면 됩니다. 보통은 소요시간은 센서부착부터 시작해서 검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데까지 10시간 내외가 걸립니다. 저희는 밤새 기록된 결과를 30초 간격으로 쪼개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판독하게 됩니다.

◇박광식: 본인이 자던 집이 아니라 병원이다 보니, 검사 결과를 믿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이유진: 네 맞습니다. 첫날밤 효과라는 게 있어요. 병원 검사실에서 처음 주무시게 되면 잠을 적게 자고 깊이 못 자게 됩니다. 게다가 몸에 센서를 부착하고 낯선 환경에서 자니까 더 그렇겠죠. 그런 현상들을 첫날밤 효과라고 하는 데요. 사실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되거나 자다가 다리가 움찔 되는 현상 등 병적인 현상은 그렇게 긴 시간을 자지 않아도 관찰됩니다. 게다가 의료진이 첫날밤 효과를 고려해서 결과를 보기 때문에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유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박광식: 수면제와 수면유도제 차이가 궁금합니다.

◆이유진: 수면제와 수면유도제는 구분이 조금 모호합니다. 보통 얘기하는 게 수면제는 병원에서 처방받는 졸피뎀 성분이나 벤조 계열의 안정제를 통칭하고요. 수면유도제는 약국에서 의사의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는 항히스타민제 계열의 약들입니다.

졸피뎀 같은 수면제의 경우 기본적으로 안전하다고 나온 약입니다. 다만 불면증의 치료과정에서 강조하고 싶은 건 반드시 비약물적 치료가 동반돼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비약물적 치료와 건강한 수면습관을 갖는 등의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지 않으면 수면제의 사용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면제의 사용이 길어진다는 건 심리적 의존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수면제를 안 먹으면 못 잘 것 같은 거죠. 또 일부에선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게 약을 먹고서 내가 말이나 행동을 했는데 기억이 잘 안 나거나 합니다. 이런 행동이 흔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부작용에 대해서 면밀히 전문가와 상담을 해야 하고요. 비약물적인 치료방법을 동반해야 최단기간 최소한의 약을 먹으면서 부작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박광식: 그래도 졸피뎀 같은 수면제는 수면 효율이 좋지 않나요?

◆이유진: 네, 그렇습니다. 가바(GABA)라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이 작용합니다. 술하고 비슷한 수용체에 작용을 하는 거예요. 술 마시면 졸리잖아요. 졸피뎀을 먹게 되면 잠이 드는 것을 돕고 수면시간을 늘리는 건 과학적으로 증명돼있습니다. 하지만 이 약이 꼭 필요하냐는 건 좀 다른 문제입니다. 외래에서 저는 환자분들을 뵐 때 항상 치료의 판을 흔들거든요.

"수면제가 꼭 필요합니까?"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수면제를 끊어보겠다는 의사와 계속 드시겠다는 환자의 미묘한 구도가 형성되기도 하는데요. 이런 식으로 역동적으로 치료해 가야 환자분들도 경각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내 안에 잘 힘이 있지 않을까?' 그 부분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전체 방송 중 내용 일부만을 담았습니다. 어려운 용어나 표현 등은 의미가 달라지지 않는 범위에서 알기 쉽게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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