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검은 셔츠’ 떠난 日 산케이…추락하는 극우 매체

입력 2019.11.04 (09:06) 수정 2019.11.0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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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이 매체 선정 자체를 비판하고 있으시지만, 아베 정권 하에서의 산케이는 일본 정부와 오피니언 그룹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매체입니다."

KBS 1TV 시사교양 프로그램 '시사 직격'을 진행하는 임재성 변호사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일부입니다. 지난달 25일 방송된 '한일 특파원의 대화'에서 일본 산케이(産經)신문 기자를 섭외한 경위에 대한 설명이었죠. 당시 "한일 관계가 어려움에 봉착한 원인은 문재인 씨의 역사관 때문"이란 구보타 루리코(久保田 るり子) 해설위원의 발언이 전파를 탔고, 비판이 거셌습니다. 임 변호사 해명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산케이에 대한 그의 평가에 조금은 다른 시각을 보태보려고 합니다.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처음으로 반도체 소재 수출이 1건 허용됐다는 산케이신문 8월 8일자 1면 기사.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처음으로 반도체 소재 수출이 1건 허용됐다는 산케이신문 8월 8일자 1면 기사.

■ 특종! 특종!…아베의 확실한 우군 매체

지난 7월, 도쿄 특파원이 된 기자에게 산케이 조간은 가장 먼저 펼쳐봐야 할 신문이었습니다. 산케이는 전날(6월 30일)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할 것"이라고 단독 보도했고, 이튿날 오전 10시, 일본 경제산업성의 보도자료가 나왔습니다. 기사는 발표 자료를 미리 보고 쓴 듯 정확했습니다. 이번엔 8월 8일, 산케이는 "일본 정부가 규제 이후 처음으로 반도체 소재 수출을 1건 허가했다"는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올렸습니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당시 경제산업상은 곧바로 이를 '사실'로 확인했습니다. 기사는 '누군가 불러준 듯' 정확했습니다. 이런 일, 지난 넉 달간 참 많았습니다.

산케이의 취재력이 독보적이었던 걸까요? 대부분의 일본 기자들은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8년 가깝게 이어지면서 총리관저와 일본 정부발(發) 고급 정보가 특정 매체에 쏠리는 현상이 확연해졌는데, 대표적인 수혜 매체가 바로 '산케이'란 설명입니다. 아베 정권의 지지 기반과 산케이 독자층은 사실상 동일시됩니다. 충성도 역시 높죠. 정권은 확실한 우군 매체를 통해 여론 확산을 꾀하고, 신문사는 권력의 내밀한 고급 정보를 미리 받아볼 수 있으니 서로에게 '남는' 장사입니다.

특히 한국과 관련한 일본 정부 내 움직임은 한국에 가장 비판적인 산케이에 집중적으로 소개됩니다. '아베-산케이'가 '원팀'(One Team)이 돼 우경화와 반한 감정을 이끄는 셈이죠. 요즘 유행하는 '내통'이란 말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입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둘러싸고 이들의 '극우적 역사관'이 일본 대중에 깊이 침투해 있는 게 어찌보면 자연스러울 정도입니다. 그런 면에서 산케이의 영향력을 높이 산 임 변호사의 평가는 일면 타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빛이 밝으면 그림자는 짙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붕괴 직전’(9월호), ‘만병의 원인, 문재인’(10월호), ‘한국이 적이 되는 날’(11월호)이란 제목을 단 산케이신문 계열 월간지 ‘정론’(正論).‘한국 붕괴 직전’(9월호), ‘만병의 원인, 문재인’(10월호), ‘한국이 적이 되는 날’(11월호)이란 제목을 단 산케이신문 계열 월간지 ‘정론’(正論).

■ 매출·이익 급감…"뽑지 말고 내보내라"

올해 1월 4일, 이즈카 히로히코(飯塚浩彦) 산케이신문 사장은 직원 대회(시무식)에서 "대규모 희망퇴직 신청을 받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감원 목표는 51세에서 59세의 정규직 사원 등을 포함해 180명. 당시 산케이 전 직원 약 2,150명의 8% 정도였습니다. 이후 30년 근무한 베테랑 기자 등을 상대로까지 집요한 '퇴직 강요'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애초 목표치를 웃도는 200여 명이 산케이 명함을 반납했습니다.

쪼그라든 '살림살이' 때문입니다. 지난 3월 결산에서 산케이 매출은 1,110억 6,600만 엔(우리 돈 1조 2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6.8% 빠졌습니다. 영업이익은 5억 6천만 엔(60억 5천만 원)으로 22.1%, 특히 경상수지는 3억 5,900만 엔(38억 8천만 원)으로 50.2% 각각 급락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경영 지표의 우하향 추세는 뚜렷합니다. 31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산케이 그룹에 핵심인 산케이신문의 판매·광고 부진은 뼈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추락이 막 시작됐다는 점입니다.

지난 6월 주주총회에서 산케이 임원은 12명에서 6명으로 줄었고, 9월에는 100명 규모의 '2차 희망퇴직'이 시작됐습니다. 부장급 이상 관리직이 대상이었지만,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자 사측은 10월 말에 "45세에서 52세로 적용 대상을 넓히겠다"고 노조에 통보했습니다. '헌 피'는 뺐는데 '새 피' 수혈도 어렵습니다. 산케이의 직원 평균 연령은 46세 8개월. 일본 언론계에선 특히 산케이가 올해 신입 직원을 2명밖에 뽑지 않은 게 화제였습니다. 아사히(朝日)나 요미우리(讀賣)신문의 연간 채용 규모는 70명 선입니다.

신문 산업이 위기라지만 산케이의 추락은 유난스럽습니다. 일본 ABC 협회 조사를 보면, 올해 상반기 일본 전체 조간신문의 발행 부수는 3,412만여 부로 2007년에 비해 25% 줄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산케이만 이 기간에 발행 부수가 37%(220만 부-> 138만 7천 부)나 빠졌습니다. 이상하죠. 지난 10여 년간 일본 사회 우경화 경향이 뚜렷해지고, 아베 정부가 특종까지 몰아주는데 산케이는 왜 갈수록 어렵다는 걸까요?

산케이신문 홈페이지 대문 사진. “일본을 사랑하고, 역사에 자긍심을 갖자”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산케이신문 홈페이지 대문 사진. “일본을 사랑하고, 역사에 자긍심을 갖자”는 문구가 적혀 있다.

■ "들었어요? '검은 셔츠'가 사표를 냈대요!"

"산케이를 망친 건 역설적이게도 아베 정부와 이 신문사 경영진이다. 정권과의 노골적 '콜라보'(결탁)가 이뤄지면서 좌우를 떠나 산케이 특유의 독자적 정보 분석, 주장, 비평이 사라졌다. 특히 정치면이 그렇다. 전에는 산케이를 읽는데 30~40분 걸렸다면 지금은 10~20분도 채 안 걸린다. 물론 지면이 얇아진 탓도 있지만…."

평소 알고 지내는 일본 기자가 사석에서 한 말입니다. 실제로 지난 6월, 일본 정계와 언론계가 술렁인 일이 있었습니다. 이시바시 후미토(石橋文登) 산케이 정치부장이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었죠. 그는 29년차 기자 생활 중 산케이가 창간된 오사카(大阪) 지역에서 무려 13년 동안 '사건 기자'만 했습니다. 정치부 입성 후엔 '나카타 초(永田町)의 검은 셔츠'라 불렸습니다. 총리관저와 국회의사당 등이 있는 '나카타 초'는 곧 '일본 정계'를 뜻하고, 그는 늘 '검은 셔츠'만 입고 취재를 다녔습니다. 현역 정치부장이 '희망 퇴직'을 신청한 것도 전례 없는 일이었지만, 특히 아베 총리와 가장 가까운 기자 중 한 명으로 꼽혀 온 이시바시의 '퇴직'은 더욱 의미심장한 일이었습니다.

‘나카타 초의 검은 셔츠’로 불리는 이시바시 후미토 산케이신문 정치부장이 ‘아베 총리의 본심은?’이란 주제로 생방송에 출연한 모습.‘나카타 초의 검은 셔츠’로 불리는 이시바시 후미토 산케이신문 정치부장이 ‘아베 총리의 본심은?’이란 주제로 생방송에 출연한 모습.

임 변호사 평가대로 아베 정권하에서 산케이의 영향력은 상당해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산케이는 지금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네트우요'(ネトウヨ)라 불리는 일본 극우세력은 돈을 내고 신문을 사보지 않습니다. 인터넷과 유튜브에는 산케이보다 더한 '공짜 극우 정보'가 넘쳐납니다. 기업 광고주들은 혐한과 반중 이미지가 너무 강한 산케이에 광고를 싣길 주저합니다. 내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올림픽조직위원회(JOC)가 선정한 '공식 파트너'에 전국 5대 일간지 중 유일하게 '산케이'만 없었습니다.

진보 매체이건, 보수 매체이건, 권력을 비판·견제해야 하는 언론사가 정권과 결탁해 사익을 취하고, 보도 방향을 내부 통제하는 행위가 결국 어떤 결과를 낳는지 산케이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건 아닐까요. '나카타 초의 검은 셔츠'가 떠난 이 신문사에선 올해부터 소속 기자를 기업체나 지방자치단체 행사에 보내 강연을 해 주고 돈을 받는 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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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검은 셔츠’ 떠난 日 산케이…추락하는 극우 매체
    • 입력 2019-11-04 07:00:48
    • 수정2019-11-04 09:13:13
    특파원 리포트
"많은 분이 매체 선정 자체를 비판하고 있으시지만, 아베 정권 하에서의 산케이는 일본 정부와 오피니언 그룹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매체입니다."

KBS 1TV 시사교양 프로그램 '시사 직격'을 진행하는 임재성 변호사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일부입니다. 지난달 25일 방송된 '한일 특파원의 대화'에서 일본 산케이(産經)신문 기자를 섭외한 경위에 대한 설명이었죠. 당시 "한일 관계가 어려움에 봉착한 원인은 문재인 씨의 역사관 때문"이란 구보타 루리코(久保田 るり子) 해설위원의 발언이 전파를 탔고, 비판이 거셌습니다. 임 변호사 해명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산케이에 대한 그의 평가에 조금은 다른 시각을 보태보려고 합니다.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처음으로 반도체 소재 수출이 1건 허용됐다는 산케이신문 8월 8일자 1면 기사.
■ 특종! 특종!…아베의 확실한 우군 매체

지난 7월, 도쿄 특파원이 된 기자에게 산케이 조간은 가장 먼저 펼쳐봐야 할 신문이었습니다. 산케이는 전날(6월 30일)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할 것"이라고 단독 보도했고, 이튿날 오전 10시, 일본 경제산업성의 보도자료가 나왔습니다. 기사는 발표 자료를 미리 보고 쓴 듯 정확했습니다. 이번엔 8월 8일, 산케이는 "일본 정부가 규제 이후 처음으로 반도체 소재 수출을 1건 허가했다"는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올렸습니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당시 경제산업상은 곧바로 이를 '사실'로 확인했습니다. 기사는 '누군가 불러준 듯' 정확했습니다. 이런 일, 지난 넉 달간 참 많았습니다.

산케이의 취재력이 독보적이었던 걸까요? 대부분의 일본 기자들은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8년 가깝게 이어지면서 총리관저와 일본 정부발(發) 고급 정보가 특정 매체에 쏠리는 현상이 확연해졌는데, 대표적인 수혜 매체가 바로 '산케이'란 설명입니다. 아베 정권의 지지 기반과 산케이 독자층은 사실상 동일시됩니다. 충성도 역시 높죠. 정권은 확실한 우군 매체를 통해 여론 확산을 꾀하고, 신문사는 권력의 내밀한 고급 정보를 미리 받아볼 수 있으니 서로에게 '남는' 장사입니다.

특히 한국과 관련한 일본 정부 내 움직임은 한국에 가장 비판적인 산케이에 집중적으로 소개됩니다. '아베-산케이'가 '원팀'(One Team)이 돼 우경화와 반한 감정을 이끄는 셈이죠. 요즘 유행하는 '내통'이란 말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입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둘러싸고 이들의 '극우적 역사관'이 일본 대중에 깊이 침투해 있는 게 어찌보면 자연스러울 정도입니다. 그런 면에서 산케이의 영향력을 높이 산 임 변호사의 평가는 일면 타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빛이 밝으면 그림자는 짙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붕괴 직전’(9월호), ‘만병의 원인, 문재인’(10월호), ‘한국이 적이 되는 날’(11월호)이란 제목을 단 산케이신문 계열 월간지 ‘정론’(正論).
■ 매출·이익 급감…"뽑지 말고 내보내라"

올해 1월 4일, 이즈카 히로히코(飯塚浩彦) 산케이신문 사장은 직원 대회(시무식)에서 "대규모 희망퇴직 신청을 받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감원 목표는 51세에서 59세의 정규직 사원 등을 포함해 180명. 당시 산케이 전 직원 약 2,150명의 8% 정도였습니다. 이후 30년 근무한 베테랑 기자 등을 상대로까지 집요한 '퇴직 강요'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애초 목표치를 웃도는 200여 명이 산케이 명함을 반납했습니다.

쪼그라든 '살림살이' 때문입니다. 지난 3월 결산에서 산케이 매출은 1,110억 6,600만 엔(우리 돈 1조 2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6.8% 빠졌습니다. 영업이익은 5억 6천만 엔(60억 5천만 원)으로 22.1%, 특히 경상수지는 3억 5,900만 엔(38억 8천만 원)으로 50.2% 각각 급락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경영 지표의 우하향 추세는 뚜렷합니다. 31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산케이 그룹에 핵심인 산케이신문의 판매·광고 부진은 뼈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추락이 막 시작됐다는 점입니다.

지난 6월 주주총회에서 산케이 임원은 12명에서 6명으로 줄었고, 9월에는 100명 규모의 '2차 희망퇴직'이 시작됐습니다. 부장급 이상 관리직이 대상이었지만,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자 사측은 10월 말에 "45세에서 52세로 적용 대상을 넓히겠다"고 노조에 통보했습니다. '헌 피'는 뺐는데 '새 피' 수혈도 어렵습니다. 산케이의 직원 평균 연령은 46세 8개월. 일본 언론계에선 특히 산케이가 올해 신입 직원을 2명밖에 뽑지 않은 게 화제였습니다. 아사히(朝日)나 요미우리(讀賣)신문의 연간 채용 규모는 70명 선입니다.

신문 산업이 위기라지만 산케이의 추락은 유난스럽습니다. 일본 ABC 협회 조사를 보면, 올해 상반기 일본 전체 조간신문의 발행 부수는 3,412만여 부로 2007년에 비해 25% 줄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산케이만 이 기간에 발행 부수가 37%(220만 부-> 138만 7천 부)나 빠졌습니다. 이상하죠. 지난 10여 년간 일본 사회 우경화 경향이 뚜렷해지고, 아베 정부가 특종까지 몰아주는데 산케이는 왜 갈수록 어렵다는 걸까요?

산케이신문 홈페이지 대문 사진. “일본을 사랑하고, 역사에 자긍심을 갖자”는 문구가 적혀 있다.
■ "들었어요? '검은 셔츠'가 사표를 냈대요!"

"산케이를 망친 건 역설적이게도 아베 정부와 이 신문사 경영진이다. 정권과의 노골적 '콜라보'(결탁)가 이뤄지면서 좌우를 떠나 산케이 특유의 독자적 정보 분석, 주장, 비평이 사라졌다. 특히 정치면이 그렇다. 전에는 산케이를 읽는데 30~40분 걸렸다면 지금은 10~20분도 채 안 걸린다. 물론 지면이 얇아진 탓도 있지만…."

평소 알고 지내는 일본 기자가 사석에서 한 말입니다. 실제로 지난 6월, 일본 정계와 언론계가 술렁인 일이 있었습니다. 이시바시 후미토(石橋文登) 산케이 정치부장이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었죠. 그는 29년차 기자 생활 중 산케이가 창간된 오사카(大阪) 지역에서 무려 13년 동안 '사건 기자'만 했습니다. 정치부 입성 후엔 '나카타 초(永田町)의 검은 셔츠'라 불렸습니다. 총리관저와 국회의사당 등이 있는 '나카타 초'는 곧 '일본 정계'를 뜻하고, 그는 늘 '검은 셔츠'만 입고 취재를 다녔습니다. 현역 정치부장이 '희망 퇴직'을 신청한 것도 전례 없는 일이었지만, 특히 아베 총리와 가장 가까운 기자 중 한 명으로 꼽혀 온 이시바시의 '퇴직'은 더욱 의미심장한 일이었습니다.

‘나카타 초의 검은 셔츠’로 불리는 이시바시 후미토 산케이신문 정치부장이 ‘아베 총리의 본심은?’이란 주제로 생방송에 출연한 모습.
임 변호사 평가대로 아베 정권하에서 산케이의 영향력은 상당해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산케이는 지금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네트우요'(ネトウヨ)라 불리는 일본 극우세력은 돈을 내고 신문을 사보지 않습니다. 인터넷과 유튜브에는 산케이보다 더한 '공짜 극우 정보'가 넘쳐납니다. 기업 광고주들은 혐한과 반중 이미지가 너무 강한 산케이에 광고를 싣길 주저합니다. 내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올림픽조직위원회(JOC)가 선정한 '공식 파트너'에 전국 5대 일간지 중 유일하게 '산케이'만 없었습니다.

진보 매체이건, 보수 매체이건, 권력을 비판·견제해야 하는 언론사가 정권과 결탁해 사익을 취하고, 보도 방향을 내부 통제하는 행위가 결국 어떤 결과를 낳는지 산케이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건 아닐까요. '나카타 초의 검은 셔츠'가 떠난 이 신문사에선 올해부터 소속 기자를 기업체나 지방자치단체 행사에 보내 강연을 해 주고 돈을 받는 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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