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82년생 김지영’ 논평 철회…어떻길래?

입력 2019.11.04 (08:17) 수정 2019.11.0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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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쁘다 마...) 사부인, 저도 제 딸 보고 싶어요."]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입니다.

명절에 마음 편히 친정에 못 가는 누군가의 며느리, 또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로 살아가는..

1982년에 태어나서 이런 역할들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한 여성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조남주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입니다.

지금 극장에서 예매 1,2위를 다투고 있고요.

개봉 11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방금 보시는대로 배우 정유미 씨가 주인공인 김지영 역을, 공유 씨가 김지영의 남편 역을 맡았습니다.

영화는 김지영을 통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현실을 그대로 그려냅니다.

김지영이 아이를 혼자 돌보며 고군분투하는 모습, "집에서 애나 본다"는 멸시어린 사회의 시선과 맞닥뜨린 모습 등... 우리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여성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러면서 남성 관객들에게도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같이 고민해줄 것을 제안합니다.

주인공 정유미 씨 이야기 들어보시죠.

[정유미/'82년생 김지영' 주연배우 : "제 주변인들이 많이 생각이 나는데 그건 엄마일 수도 있고 이모일 수도 있고 친구 어머니부터 많은 엄마들이 생각이 나고,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이 영화가 난데없이 정치권에 등장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장종화 청년대변인이 지난달 31일에 낸 이 영화 논평이 논란을 일으킨 겁니다.

어떻게 썼을까요.

논평은 "영화에서 김지영이 겪는 일들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82년생 장종화'를 영화로 만들어도 똑같을 것"이라며 "스물둘 청춘에 입대해 갖은 고생 끝에 배치된 자대에서 아무 이유 없이 있는 욕 없는 욕은 다 듣고.. 키 180센티미터 이하는 루저가 되는 것과 같이, 여러 맥락을 알 수 없는 '남자다움'이 요구된 삶을 살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김지영을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것은 성별과 상관없이 우리가 얼마나 서로의 입장과 생각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으며 살아왔나 하는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잇따라 비판이 터져나왔습니다.

같은 당 김민석 관악갑 대학생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서 "매우 피상적으로 '여자도 힘들지만, 남자도 힘들어' 수준 이상의 논의를 발전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회 내 여성 근무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단체인 '국회페미'도 SNS에 "민주당 홈페이지에 공적인 자격으로 성 평등에 대한 일그러진 사견을 게재했다"며 "민주당 지도부의 처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도 SNS에 "소위 청년 세대의 남녀 갈등을 향한 민주당의 정치적 입장이 이런 것이라면 암울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논란이 이어지자 민주당은 어제 "논평이 당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른 점이 있어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영화가 논란의 중심에 선 건 사실 처음이 아닙니다.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그러니까 영화를 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남성 관객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평점 1점을 주는 이른바 '평점 테러'가 있었고요,

개봉한 후에는 온라인에선 영화에 등장하는 대사도 아닌데, 영화의 명대사라며 이런 비꼬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하루 종일 티비보다가 애 데리러 가는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요?"

"결혼 준비를 하는데 예비신랑이 집값을 절반 내 달라고 하니 기분이 상했어"

이런 식으로 말이죠.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남녀 간 갈등이 또 한 번 드러난 겁니다.

영화 제작진은 이런 논란을 미리 예견했던 걸까요?

영화에선 남편이 적극적으로 김지영의 문제 해결을 도우며 남녀 갈등의 해법을 제시합니다.

감독도 남녀 대립이 아닌 공존을 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들어보시죠.

[김도영/'82년생 김지영' 감독 : "자기 자신과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과 어떻게 잘 공존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것이 굉장히 의미 있는 일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논평,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논란..

되풀이되는 남녀갈등을 멈출 공존의 해법은 있는 걸까요?

영화는 다시 한 번 무거운 숙제를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친절한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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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82년생 김지영’ 논평 철회…어떻길래?
    • 입력 2019-11-04 08:20:48
    • 수정2019-11-04 09: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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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쁘다 마...) 사부인, 저도 제 딸 보고 싶어요."]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입니다.

명절에 마음 편히 친정에 못 가는 누군가의 며느리, 또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로 살아가는..

1982년에 태어나서 이런 역할들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한 여성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조남주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입니다.

지금 극장에서 예매 1,2위를 다투고 있고요.

개봉 11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방금 보시는대로 배우 정유미 씨가 주인공인 김지영 역을, 공유 씨가 김지영의 남편 역을 맡았습니다.

영화는 김지영을 통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현실을 그대로 그려냅니다.

김지영이 아이를 혼자 돌보며 고군분투하는 모습, "집에서 애나 본다"는 멸시어린 사회의 시선과 맞닥뜨린 모습 등... 우리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여성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러면서 남성 관객들에게도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같이 고민해줄 것을 제안합니다.

주인공 정유미 씨 이야기 들어보시죠.

[정유미/'82년생 김지영' 주연배우 : "제 주변인들이 많이 생각이 나는데 그건 엄마일 수도 있고 이모일 수도 있고 친구 어머니부터 많은 엄마들이 생각이 나고,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이 영화가 난데없이 정치권에 등장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장종화 청년대변인이 지난달 31일에 낸 이 영화 논평이 논란을 일으킨 겁니다.

어떻게 썼을까요.

논평은 "영화에서 김지영이 겪는 일들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82년생 장종화'를 영화로 만들어도 똑같을 것"이라며 "스물둘 청춘에 입대해 갖은 고생 끝에 배치된 자대에서 아무 이유 없이 있는 욕 없는 욕은 다 듣고.. 키 180센티미터 이하는 루저가 되는 것과 같이, 여러 맥락을 알 수 없는 '남자다움'이 요구된 삶을 살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김지영을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것은 성별과 상관없이 우리가 얼마나 서로의 입장과 생각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으며 살아왔나 하는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잇따라 비판이 터져나왔습니다.

같은 당 김민석 관악갑 대학생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서 "매우 피상적으로 '여자도 힘들지만, 남자도 힘들어' 수준 이상의 논의를 발전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회 내 여성 근무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단체인 '국회페미'도 SNS에 "민주당 홈페이지에 공적인 자격으로 성 평등에 대한 일그러진 사견을 게재했다"며 "민주당 지도부의 처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도 SNS에 "소위 청년 세대의 남녀 갈등을 향한 민주당의 정치적 입장이 이런 것이라면 암울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논란이 이어지자 민주당은 어제 "논평이 당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른 점이 있어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영화가 논란의 중심에 선 건 사실 처음이 아닙니다.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그러니까 영화를 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남성 관객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평점 1점을 주는 이른바 '평점 테러'가 있었고요,

개봉한 후에는 온라인에선 영화에 등장하는 대사도 아닌데, 영화의 명대사라며 이런 비꼬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하루 종일 티비보다가 애 데리러 가는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요?"

"결혼 준비를 하는데 예비신랑이 집값을 절반 내 달라고 하니 기분이 상했어"

이런 식으로 말이죠.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남녀 간 갈등이 또 한 번 드러난 겁니다.

영화 제작진은 이런 논란을 미리 예견했던 걸까요?

영화에선 남편이 적극적으로 김지영의 문제 해결을 도우며 남녀 갈등의 해법을 제시합니다.

감독도 남녀 대립이 아닌 공존을 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들어보시죠.

[김도영/'82년생 김지영' 감독 : "자기 자신과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과 어떻게 잘 공존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것이 굉장히 의미 있는 일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논평,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논란..

되풀이되는 남녀갈등을 멈출 공존의 해법은 있는 걸까요?

영화는 다시 한 번 무거운 숙제를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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