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최면수사에 응한 이유는요”…화성 8차사건 윤씨의 희망

입력 2019.11.04 (15:57) 수정 2019.11.0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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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8차 사건으로 20년을 복역한 윤 모 씨. 윤 씨는 오늘(4일) 오전 10시쯤 경찰에 출석해 법최면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가 8차 사건마저 자신의 범행이라고 밝히면서, 과연 진범이 누구인지 밝히기 위한 과정인데요.

오늘 최면수사는 윤 씨의 30년 전 기억을 떠올리는 게 핵심입니다. 특히 '수사 과정'이 어땠는지 밝히는 게 목적입니다. 8차 사건이 이춘재의 범행이 맞다면, '죄 없는 윤 씨가 왜 자백했는지'도 규명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30년이 지난 사건이라 당사자인 윤 씨조차 기억이 흐려졌습니다. 윤 씨는 현장 검증 때 8차 사건 피해자인 박 모 양이 살던 집의 담을 넘은 것인지, 언제 자필 진술서를 썼는지 등을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고 윤 씨의 변호인은 말합니다.

그러나 윤 씨가 최면 수사에 응하는 이유, 단순히 과거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그때 수사관들이 지켜보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윤 씨의 재심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윤 씨가 최면 수사에 응하는 이유 중 하나가 "당시 수사관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윤 씨가 이렇게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으니, 당시 수사관들도 수사 과정이 어떠했는지, 강압은 없었는지 명명백백히 함께 밝혀보자는 뜻입니다.

수사 과정에 '폭력' 등이 있었는지는 윤 씨와 수사관들만이 알 일입니다. 이 사건의 목격자이자, 존재 자체로 증거인 윤 씨가 경찰의 최면 수사에 적극적으로 응한 이유입니다.

박 변호사는 또, 윤 씨가 경찰 수사에 응하는 것은 '떳떳함의 표현'이라고도 했습니다. 윤 씨가 진범이 아니기에 당당하게 응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윤 씨 재심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윤 씨 재심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

■ 담을 넘으려는 장면은 있지만, 넘은 장면은 없다?

윤 씨가 진범이 아니라고 박 변호사가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윤 씨의 '현장 검증 사진'에 대한 의문 때문입니다. 박 변호사는 "경찰·검찰 수사 단계에서 각각 한 차례씩 이뤄진 현장 검증에서 윤 씨가 담을 넘으려는 장면은 사진으로 남아 있지만, 실제 넘어간 뒤에 장면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윤 씨 스스로도 담을 넘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고, 윤 씨의 가족들은 "수사관들이 도와 담을 넘으려는 모양만 취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사실 화성 8차 사건의 주요 키워드는 '담'입니다. 8차 사건의 범인은 숨진 박 양 집의 '담을 넘어' 침입했고, 성폭행한 뒤 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범인은 범행 뒤에도 '담을 넘어'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범인으로 지목된 윤 씨는 어릴 적부터 소아마비로 왼쪽 다리를 접니다. 만약 그가 한쪽 다리를 심하게 절어 스스로 담을 넘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윤 씨가 진범이 아니라는 것이 변호인의 주장입니다.

■“사형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그가 자백했던 이유

윤 씨는 지난 1989년 10월 있었던 2심부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당시 재판 과정에서 그는 "경찰에 연행돼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허위로 진술했다"면서 검찰 수사 과정과 1심 법정에 들어설 때까지 그대로 진술하도록 강요당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1심 재판 과정까지, 윤 씨는 왜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한 것일까요.

박준영 변호사는 "윤 씨가 구속돼 유치장에 있던 때부터 같이 수감된 사람들에게서 '자백을 안 하면 사형을 당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더 큰 벌을 받는 것이 두려워 윤 씨가 허위로 자백했다는 것입니다.

어제(3일) 공개된 윤 씨 자필 진술서어제(3일) 공개된 윤 씨 자필 진술서

'약촌 오거리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형을 산 뒤 무죄로 판명이 난 최 모 씨의 경우도, 경찰 조사와 재판 등의 과정에서 국선 변호인이 "유죄를 인정하면 감형받을 수 있다"고 말해 허위 자백을 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박 변호사는 "이춘재의 8차 사건에 대한 자백은 신빙성이 있다"며 확신합니다. 자백 내용을 들어보면 이춘재가 진범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없다는 까닭에서입니다. 그러나 그의 자백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서는 박 변호사는 물론, 조사를 한 경찰도 함구하고 있습니다.

윤 씨 재심 변호인단은 곧 재심 청구서를 낼 예정입니다. 그리고 변호인단은 윤 씨의 무죄에 대해 확신하고 있습니다. 무고한 윤 씨가 2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은 아닌지, 이춘재의 자백은 어떤 내용인지,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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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가 최면수사에 응한 이유는요”…화성 8차사건 윤씨의 희망
    • 입력 2019-11-04 15:57:32
    • 수정2019-11-05 10:02:32
    취재K
화성 8차 사건으로 20년을 복역한 윤 모 씨. 윤 씨는 오늘(4일) 오전 10시쯤 경찰에 출석해 법최면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가 8차 사건마저 자신의 범행이라고 밝히면서, 과연 진범이 누구인지 밝히기 위한 과정인데요.

오늘 최면수사는 윤 씨의 30년 전 기억을 떠올리는 게 핵심입니다. 특히 '수사 과정'이 어땠는지 밝히는 게 목적입니다. 8차 사건이 이춘재의 범행이 맞다면, '죄 없는 윤 씨가 왜 자백했는지'도 규명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30년이 지난 사건이라 당사자인 윤 씨조차 기억이 흐려졌습니다. 윤 씨는 현장 검증 때 8차 사건 피해자인 박 모 양이 살던 집의 담을 넘은 것인지, 언제 자필 진술서를 썼는지 등을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고 윤 씨의 변호인은 말합니다.

그러나 윤 씨가 최면 수사에 응하는 이유, 단순히 과거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그때 수사관들이 지켜보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윤 씨의 재심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윤 씨가 최면 수사에 응하는 이유 중 하나가 "당시 수사관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윤 씨가 이렇게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으니, 당시 수사관들도 수사 과정이 어떠했는지, 강압은 없었는지 명명백백히 함께 밝혀보자는 뜻입니다.

수사 과정에 '폭력' 등이 있었는지는 윤 씨와 수사관들만이 알 일입니다. 이 사건의 목격자이자, 존재 자체로 증거인 윤 씨가 경찰의 최면 수사에 적극적으로 응한 이유입니다.

박 변호사는 또, 윤 씨가 경찰 수사에 응하는 것은 '떳떳함의 표현'이라고도 했습니다. 윤 씨가 진범이 아니기에 당당하게 응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윤 씨 재심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
■ 담을 넘으려는 장면은 있지만, 넘은 장면은 없다?

윤 씨가 진범이 아니라고 박 변호사가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윤 씨의 '현장 검증 사진'에 대한 의문 때문입니다. 박 변호사는 "경찰·검찰 수사 단계에서 각각 한 차례씩 이뤄진 현장 검증에서 윤 씨가 담을 넘으려는 장면은 사진으로 남아 있지만, 실제 넘어간 뒤에 장면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윤 씨 스스로도 담을 넘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고, 윤 씨의 가족들은 "수사관들이 도와 담을 넘으려는 모양만 취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사실 화성 8차 사건의 주요 키워드는 '담'입니다. 8차 사건의 범인은 숨진 박 양 집의 '담을 넘어' 침입했고, 성폭행한 뒤 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범인은 범행 뒤에도 '담을 넘어'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범인으로 지목된 윤 씨는 어릴 적부터 소아마비로 왼쪽 다리를 접니다. 만약 그가 한쪽 다리를 심하게 절어 스스로 담을 넘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윤 씨가 진범이 아니라는 것이 변호인의 주장입니다.

■“사형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그가 자백했던 이유

윤 씨는 지난 1989년 10월 있었던 2심부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당시 재판 과정에서 그는 "경찰에 연행돼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허위로 진술했다"면서 검찰 수사 과정과 1심 법정에 들어설 때까지 그대로 진술하도록 강요당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1심 재판 과정까지, 윤 씨는 왜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한 것일까요.

박준영 변호사는 "윤 씨가 구속돼 유치장에 있던 때부터 같이 수감된 사람들에게서 '자백을 안 하면 사형을 당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더 큰 벌을 받는 것이 두려워 윤 씨가 허위로 자백했다는 것입니다.

어제(3일) 공개된 윤 씨 자필 진술서
'약촌 오거리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형을 산 뒤 무죄로 판명이 난 최 모 씨의 경우도, 경찰 조사와 재판 등의 과정에서 국선 변호인이 "유죄를 인정하면 감형받을 수 있다"고 말해 허위 자백을 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박 변호사는 "이춘재의 8차 사건에 대한 자백은 신빙성이 있다"며 확신합니다. 자백 내용을 들어보면 이춘재가 진범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없다는 까닭에서입니다. 그러나 그의 자백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서는 박 변호사는 물론, 조사를 한 경찰도 함구하고 있습니다.

윤 씨 재심 변호인단은 곧 재심 청구서를 낼 예정입니다. 그리고 변호인단은 윤 씨의 무죄에 대해 확신하고 있습니다. 무고한 윤 씨가 2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은 아닌지, 이춘재의 자백은 어떤 내용인지,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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