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수도권 30분 출퇴근시대 가능할까?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입력 2019.11.05 (07:01) 수정 2019.11.0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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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서울 1시간 40분 "출근길은 지옥길"

고양 신도시에 사는 직장인 임동수 씨는 매일 아침 7시면 출근길에 나섭니다. 7시 25분, 서울 당산역으로 가는 1500번 광역버스를 탔습니다. 임 씨가 버스를 탄 지 10분 만에, 차 안은 서울로 가려는 승객들로 빈자리 없이 가득 찼습니다.

자유로에서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차량을 바라보며 임 씨는 "비나 눈이 오면 주차장이 된다"면서 "자차를 이용하려고 해도 아침에 2시간 가까이 운전해야 해서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니 벌써 8시 25분. 당산역에서 일터인 대림역까지는 20여 분이 걸립니다. 출근 시간 9시에 맞춰 아슬아슬 회사에 도착했습니다. 집에서부터 1시간 40분. 십수 년째 반복되는 일상이라고 합니다.

■철도망 강화…광역 급행 노선 확대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광역교통 2030’ 비전 발표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광역교통 2030’ 비전 발표

지난주 정부가 수도권 주민들의 교통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청사진을 발표했습니다. 수도권 통근시간을 30분대로 단축하고, 환승 시간과 교통비도 최대 30% 줄이는 게 목표입니다.

우선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광역급행철도망을 촘촘히 깔기로 했습니다. 이미 추진 중인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3개 노선과 신안산선 등은 준공을 서두를 계획입니다. 수도권 인구의 77%가 이용하도록 한다는 게 정부 목표입니다.

여기에다 수도권 서부 지역을 잇는 '신규 GTX 노선'도 추가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상습 정체로 제 기능을 잃어버린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 등 주요 간선도로엔 40m 깊이 대심도 지하도로를 만드는 안이 제시됐습니다.

이 밖에도 서울 삼성역과 일산 킨텍스역 등엔 광역버스 환승장을 지어 환승 시간을 30% 단축하고, 전용차로에서 정지신호 없이 달리며 지하철처럼 정시에 도착하는 S-BRT 버스도 추진됩니다.

정부는 이 같은 계획이 2030년까지 차질 없이 시행되면, 서울역을 기준으로 일산은 30분, 송도는 38분, 남양주는 36분 만에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신도시 주민들 "선거 전 '반짝 선심' 안 돼"

1·2기 신도시 주민들, 3기 신도시 반대 집회1·2기 신도시 주민들, 3기 신도시 반대 집회

이번 발표는 3기 신도시 발표를 계기로 열악한 교통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 온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을 달래기 위한 복안이 나올지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실제 1·2기 신도시 주민들은 지난 5월부터 "교통망을 갖추지도 않은 채 아파트만 지어놓고, 정부가 또다시 3기 신도시를 추진한다"며 3기 신도시 반대집회를 열었습니다.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실의 자료를 보면, 2기 신도시의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조성된 광역교통개선대책 사업비(각 신도시의 입주자들이 주택을 분양받으면서 낸 돈) 10조 6,262억 원이 아직도 집행되지 않았습니다.

인천 검단과 위례, 동탄 등 11개 2기 신도시의 광역교통개선대책 총 사업비는 31조 8,208억 원인데, 올해 1월 기준 전체의 33.4%인 10조 6,262억 원이 미집행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모든 사업비를 집행한 곳은 성남 판교와 동탄 1, 김포한강 3곳뿐이고, 파주 운정(6%·9,711억 원)과 인천 검단(6.4%·1조 810억 원) 등은 집행률이 턱없이 낮았습니다.

종합해보면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수도권 서쪽에 철도를 확충하겠단 것도 이런 여론과 무관하지 않은 겁니다.

남기현 김포한강신도시 총연합회 홍보국장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수도권 서부 지역이 외면당했었는데 이번엔 '신규 GTX 노선' 우선적 배치 등이 포함돼 고무적"이라면서도 "다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선심성의 것이 될까 우려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환준 파주운정신도시 연합회 부회장도 "눈에 띄는 새로운 정책이 없다"면서 "광역교통 확충을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선거와 관계없이 추진해야 하는데 선거 임박해서 청사진을 발표해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 "가능성 낮다…재원마련 관건"

강승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철도전문대학원 교수(왼쪽)·성현곤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가운데)·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오른쪽) 강승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철도전문대학원 교수(왼쪽)·성현곤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가운데)·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오른쪽)

정부 발표 이후 강승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철도전문대학원 교수와 성현곤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에게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습니다.

공통으로 "정부 차원에서 거시적으로 광역교통망을 재편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재원마련 방안이 명확지 않아 실제 실현되기까지는 변수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승필 교수는 "대단히 많은 교통 정책이 백화점식으로 열거되어 있다"며 "목표 연도가 2030년인데 계획기간 내 실현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강 교수는 "발표한 정책이 못해도 100조 이상 들고, 산술적으로 매년 10조 원 이상 서울 수도권에만 쏟아야 하는데 국토부 1년 전체 SOC 예산이 17조 원 정도"라며 "지역균형 차원에서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정훈 교수 역시 "발표대로라면 최소 100조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어 단순한 희망 고문으로 끝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유 교수는 "이번 정부 정책이 철도 중심인데, 철도는 개통 후가 문제"라며 "의정부 경전철 실패 사례만 보더라도 지자체에선 경전철 수준의 철도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 시민들이 어떻게 재원을 분담할 것인지 사전에 교감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정부의 이번 정책 발표가 오히려 '서울 집중화'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성현곤 교수는 "교통 혼잡도로 따지면 수도권 위주로 정책이 나온 것도 이해가 간다"면서도 "서울 중심으로 광역교통 체계를 자꾸 강화하면 '서울로 가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성 교수는 "이번 정책으로 인해 일시적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지만 교통 문제를 교통으로만 해결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교통 수요 관리 측면에서 자족이 가능한 도시를 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교통 혼잡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교통수단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강승필 교수는 "이번에 내놓은 트램(도로 위에 부설한 레일을 주행하는 전차)같은 경우, 인구가 많은 곳에 설치하면 효과가 없다"면서 "중소도시에 적합한 교통수단인데 '좋다는 건 다 넣는다'는 식으로 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성현곤 교수는 "GTX에 신도시 주민들이 대단히 많은 기대를 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수도권 전체에서 발생하는 교통량이 하루에 5,500만 건인데 GTX 노선이 감당할 수 있는 통행량은 단 60만 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 60만 건 중에서 70% 정도가 버스 타고 다니시는 분들이나 원래 지하철 타고 다시시는 분들이라 수도권 교통문제를 완화할 목표로 GTX를 바라보게 되면 효과는 굉장히 미미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광역교통 2030' 비전은 철도, 도로 등의 광역교통시설사업 관련 법정계획 절차에 따라 내년 하반기까지 확정될 계획입니다. 정치적 계산으로 국가 재정이 낭비되지 않도록 환경과 사업성을 고려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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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수도권 30분 출퇴근시대 가능할까?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 입력 2019-11-05 07:01:21
    • 수정2019-11-05 11:27:06
    취재후·사건후
■일산~서울 1시간 40분 "출근길은 지옥길"

고양 신도시에 사는 직장인 임동수 씨는 매일 아침 7시면 출근길에 나섭니다. 7시 25분, 서울 당산역으로 가는 1500번 광역버스를 탔습니다. 임 씨가 버스를 탄 지 10분 만에, 차 안은 서울로 가려는 승객들로 빈자리 없이 가득 찼습니다.

자유로에서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차량을 바라보며 임 씨는 "비나 눈이 오면 주차장이 된다"면서 "자차를 이용하려고 해도 아침에 2시간 가까이 운전해야 해서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니 벌써 8시 25분. 당산역에서 일터인 대림역까지는 20여 분이 걸립니다. 출근 시간 9시에 맞춰 아슬아슬 회사에 도착했습니다. 집에서부터 1시간 40분. 십수 년째 반복되는 일상이라고 합니다.

■철도망 강화…광역 급행 노선 확대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광역교통 2030’ 비전 발표
지난주 정부가 수도권 주민들의 교통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청사진을 발표했습니다. 수도권 통근시간을 30분대로 단축하고, 환승 시간과 교통비도 최대 30% 줄이는 게 목표입니다.

우선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광역급행철도망을 촘촘히 깔기로 했습니다. 이미 추진 중인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3개 노선과 신안산선 등은 준공을 서두를 계획입니다. 수도권 인구의 77%가 이용하도록 한다는 게 정부 목표입니다.

여기에다 수도권 서부 지역을 잇는 '신규 GTX 노선'도 추가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상습 정체로 제 기능을 잃어버린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 등 주요 간선도로엔 40m 깊이 대심도 지하도로를 만드는 안이 제시됐습니다.

이 밖에도 서울 삼성역과 일산 킨텍스역 등엔 광역버스 환승장을 지어 환승 시간을 30% 단축하고, 전용차로에서 정지신호 없이 달리며 지하철처럼 정시에 도착하는 S-BRT 버스도 추진됩니다.

정부는 이 같은 계획이 2030년까지 차질 없이 시행되면, 서울역을 기준으로 일산은 30분, 송도는 38분, 남양주는 36분 만에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신도시 주민들 "선거 전 '반짝 선심' 안 돼"

1·2기 신도시 주민들, 3기 신도시 반대 집회
이번 발표는 3기 신도시 발표를 계기로 열악한 교통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 온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을 달래기 위한 복안이 나올지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실제 1·2기 신도시 주민들은 지난 5월부터 "교통망을 갖추지도 않은 채 아파트만 지어놓고, 정부가 또다시 3기 신도시를 추진한다"며 3기 신도시 반대집회를 열었습니다.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실의 자료를 보면, 2기 신도시의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조성된 광역교통개선대책 사업비(각 신도시의 입주자들이 주택을 분양받으면서 낸 돈) 10조 6,262억 원이 아직도 집행되지 않았습니다.

인천 검단과 위례, 동탄 등 11개 2기 신도시의 광역교통개선대책 총 사업비는 31조 8,208억 원인데, 올해 1월 기준 전체의 33.4%인 10조 6,262억 원이 미집행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모든 사업비를 집행한 곳은 성남 판교와 동탄 1, 김포한강 3곳뿐이고, 파주 운정(6%·9,711억 원)과 인천 검단(6.4%·1조 810억 원) 등은 집행률이 턱없이 낮았습니다.

종합해보면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수도권 서쪽에 철도를 확충하겠단 것도 이런 여론과 무관하지 않은 겁니다.

남기현 김포한강신도시 총연합회 홍보국장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수도권 서부 지역이 외면당했었는데 이번엔 '신규 GTX 노선' 우선적 배치 등이 포함돼 고무적"이라면서도 "다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선심성의 것이 될까 우려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환준 파주운정신도시 연합회 부회장도 "눈에 띄는 새로운 정책이 없다"면서 "광역교통 확충을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선거와 관계없이 추진해야 하는데 선거 임박해서 청사진을 발표해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 "가능성 낮다…재원마련 관건"

강승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철도전문대학원 교수(왼쪽)·성현곤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가운데)·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오른쪽)
정부 발표 이후 강승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철도전문대학원 교수와 성현곤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에게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습니다.

공통으로 "정부 차원에서 거시적으로 광역교통망을 재편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재원마련 방안이 명확지 않아 실제 실현되기까지는 변수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승필 교수는 "대단히 많은 교통 정책이 백화점식으로 열거되어 있다"며 "목표 연도가 2030년인데 계획기간 내 실현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강 교수는 "발표한 정책이 못해도 100조 이상 들고, 산술적으로 매년 10조 원 이상 서울 수도권에만 쏟아야 하는데 국토부 1년 전체 SOC 예산이 17조 원 정도"라며 "지역균형 차원에서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정훈 교수 역시 "발표대로라면 최소 100조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어 단순한 희망 고문으로 끝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유 교수는 "이번 정부 정책이 철도 중심인데, 철도는 개통 후가 문제"라며 "의정부 경전철 실패 사례만 보더라도 지자체에선 경전철 수준의 철도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 시민들이 어떻게 재원을 분담할 것인지 사전에 교감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정부의 이번 정책 발표가 오히려 '서울 집중화'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성현곤 교수는 "교통 혼잡도로 따지면 수도권 위주로 정책이 나온 것도 이해가 간다"면서도 "서울 중심으로 광역교통 체계를 자꾸 강화하면 '서울로 가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성 교수는 "이번 정책으로 인해 일시적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지만 교통 문제를 교통으로만 해결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교통 수요 관리 측면에서 자족이 가능한 도시를 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교통 혼잡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교통수단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강승필 교수는 "이번에 내놓은 트램(도로 위에 부설한 레일을 주행하는 전차)같은 경우, 인구가 많은 곳에 설치하면 효과가 없다"면서 "중소도시에 적합한 교통수단인데 '좋다는 건 다 넣는다'는 식으로 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성현곤 교수는 "GTX에 신도시 주민들이 대단히 많은 기대를 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수도권 전체에서 발생하는 교통량이 하루에 5,500만 건인데 GTX 노선이 감당할 수 있는 통행량은 단 60만 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 60만 건 중에서 70% 정도가 버스 타고 다니시는 분들이나 원래 지하철 타고 다시시는 분들이라 수도권 교통문제를 완화할 목표로 GTX를 바라보게 되면 효과는 굉장히 미미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광역교통 2030' 비전은 철도, 도로 등의 광역교통시설사업 관련 법정계획 절차에 따라 내년 하반기까지 확정될 계획입니다. 정치적 계산으로 국가 재정이 낭비되지 않도록 환경과 사업성을 고려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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