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양도세 완화 주장 나오지만…정부 “투기 부추긴다”

입력 2019.11.05 (07:01) 수정 2019.11.05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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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안 팔기로 했어요. 2주택자라 양도세가 엄청난데, 아파트 산 지 7년이나 됐는데 2주택자라는 이유로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안 된다네요. 양도세가 몇억 원 나온다는데 도저히 못 팔겠습니다. 사겠다는 사람한테 미안하다고 했죠.

최근 한 부동산 카페에 올라온 사연이다. 과거 다주택자라도 최고 30%까지 적용하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지난해 4월 1일부터 조정대상지역에서 없어진 데다 양도세율도 10%포인트 가산되면서 양도세 부담 때문에 서 아파트 매물을 거둬들였다는 얘기다.

이와 비슷한 취지의 사연도 올라왔다.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한 채 소유한 사람의 사연으로 추정)

10년 가깝게 보유했던 서울 아파트값이 많이 올라 내년쯤 매도해서 차익 실현하고 싶은데 양도세가 문제네요. 내년부터는 저 같은 1주택자라도 양도세 계산 시 실거주 2년을 하지 않으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80%에서 30%로 낮춘다고 하는데 저는 지방 거주자라 실거주가 불가능하니 세금 부담이 엄청나요. 매도는 포기해야 할 것 같아요.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조정대상지역에서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부쩍 강화된 양도세 때문에 아파트를 팔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택에 대한 양도세는 부동산 가격 안정책의 일환으로 발표된 몇 차례 부동산 대책으로 크게 강화됐다.

우선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의 주택을 양도할 때 양도세가 중과되고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아예 배제되고, 2주택자의 경우 기본세율에서 10% 포인트를 가산한다. 3주택 이상의 경우 기본 세율에 20% 포인트를 가산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조정대상지역 내 아파트들이 몇억 원씩 오른 경우가 비일비재함을 감안할 때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세가 억 단위인 것이 보통이다. 양도차익 1억 5000만 원~3억 원 구간을 예로 들면 세율이 38%인데, 2주택이면 48%이고 3주택이면 58%가 적용된다. 누진 공제를 감안해도 다주택자라면 양도차익의 절반 가까운 돈을 양도세로 내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요건도 크게 강화됐다.

2017년 8·2대책 이후 취득한 주택에 대해서는 실거주 2년을 해야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가 가능하다. (9억 원까지)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도 깐깐해졌다. 취득 시점과 관계없이 아무리 오래 보유한 집이라 해도 내년 1월 1일 이후 집을 팔 때는 실거주 2년을 해야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최대 80%(10년 이상 보유 시)가 적용된다. (요건 미충족 시 최대 30%까지만)

이사를 위해 일시적 1가구 2주택자가 됐을 경우 부여하는 비과세 혜택도 예전에는 신규 주택 취득 이후 3년 내 기존 주택을 팔면 됐지만, 조정대상지역은 기한이 2년으로 단축됐다.

여기에 2021년부터는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다주택을 보유한 기간은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1주택 상태가 된 날로부터 2년이 지나야 한다는 내용도 추가된다. (심지어 과거 1주택이었다가 다주택이 됐다가 다시 1주택이 된 경우, 최초에 1주택 보유 시점은 합산되지 않고 마지막 양도 무렵에서의 1주택 기간이 2년을 넘겨야 한다)

이처럼 양도세가 강화되고, 비과세 요건이 강화되는 것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담긴 정책인데, 이 때문에 아파트 매도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강남권에서는 양도세를 몇억 원 내느니 차라리 자식에게 그냥 증여하겠다는 사연도 자주 올라온다.

양도세 강화는 두 측면이 있다. 위에서 본 것처럼 주택 시장에서 매물(공급)을 줄이는 측면이다. 매도자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양도세를 일종의 거래세로 인식하면서 매물을 거둬들이고, 이에 초조해진 매수 대기자의 심리를 자극해 집값을 올리는 측면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다주택자들의 양도세를 완화해줘 퇴로를 열어주고 시장에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해 강남집 값을 안정시키자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 공평 과세 차원에서도 그렇고, 무엇보다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 차단을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도세 완화가 또 한 번의 부동산 투기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인식이다. 2018년 4월 1일 이후 시작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이 모두 일정한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된 만큼 더 이상의 양도세 완화는 없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양도세를 거래세 인하 차원에서 낮추자는 주장도 있지만, 양도세는 어디까지나 부동산 양도 차익에 대해 부과하는 소득세"라며 "또 한 번의 양도세 완화가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경우 부동산 시장의 불안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좀처럼 안정세를 찾지 못하는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 아파트 시장 상황은 정부로서도 근심거리다. 재건축 규제 강화와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의 규제로 아파트 공급과 매물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강화되는 양도세로 더더욱 매물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강력한 대출 규제로 투기적 수요는 많이 차단됐는데 집주인들이 매물을 잘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부동산이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완화되고, 내년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이 본격화되면 아파트 매물도 늘어나고 부동산 시장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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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양도세 완화 주장 나오지만…정부 “투기 부추긴다”
    • 입력 2019-11-05 07:01:21
    • 수정2019-11-05 07:33:55
    취재K
아파트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안 팔기로 했어요. 2주택자라 양도세가 엄청난데, 아파트 산 지 7년이나 됐는데 2주택자라는 이유로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안 된다네요. 양도세가 몇억 원 나온다는데 도저히 못 팔겠습니다. 사겠다는 사람한테 미안하다고 했죠.

최근 한 부동산 카페에 올라온 사연이다. 과거 다주택자라도 최고 30%까지 적용하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지난해 4월 1일부터 조정대상지역에서 없어진 데다 양도세율도 10%포인트 가산되면서 양도세 부담 때문에 서 아파트 매물을 거둬들였다는 얘기다.

이와 비슷한 취지의 사연도 올라왔다.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한 채 소유한 사람의 사연으로 추정)

10년 가깝게 보유했던 서울 아파트값이 많이 올라 내년쯤 매도해서 차익 실현하고 싶은데 양도세가 문제네요. 내년부터는 저 같은 1주택자라도 양도세 계산 시 실거주 2년을 하지 않으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80%에서 30%로 낮춘다고 하는데 저는 지방 거주자라 실거주가 불가능하니 세금 부담이 엄청나요. 매도는 포기해야 할 것 같아요.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조정대상지역에서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부쩍 강화된 양도세 때문에 아파트를 팔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택에 대한 양도세는 부동산 가격 안정책의 일환으로 발표된 몇 차례 부동산 대책으로 크게 강화됐다.

우선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의 주택을 양도할 때 양도세가 중과되고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아예 배제되고, 2주택자의 경우 기본세율에서 10% 포인트를 가산한다. 3주택 이상의 경우 기본 세율에 20% 포인트를 가산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조정대상지역 내 아파트들이 몇억 원씩 오른 경우가 비일비재함을 감안할 때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세가 억 단위인 것이 보통이다. 양도차익 1억 5000만 원~3억 원 구간을 예로 들면 세율이 38%인데, 2주택이면 48%이고 3주택이면 58%가 적용된다. 누진 공제를 감안해도 다주택자라면 양도차익의 절반 가까운 돈을 양도세로 내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요건도 크게 강화됐다.

2017년 8·2대책 이후 취득한 주택에 대해서는 실거주 2년을 해야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가 가능하다. (9억 원까지)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도 깐깐해졌다. 취득 시점과 관계없이 아무리 오래 보유한 집이라 해도 내년 1월 1일 이후 집을 팔 때는 실거주 2년을 해야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최대 80%(10년 이상 보유 시)가 적용된다. (요건 미충족 시 최대 30%까지만)

이사를 위해 일시적 1가구 2주택자가 됐을 경우 부여하는 비과세 혜택도 예전에는 신규 주택 취득 이후 3년 내 기존 주택을 팔면 됐지만, 조정대상지역은 기한이 2년으로 단축됐다.

여기에 2021년부터는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다주택을 보유한 기간은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1주택 상태가 된 날로부터 2년이 지나야 한다는 내용도 추가된다. (심지어 과거 1주택이었다가 다주택이 됐다가 다시 1주택이 된 경우, 최초에 1주택 보유 시점은 합산되지 않고 마지막 양도 무렵에서의 1주택 기간이 2년을 넘겨야 한다)

이처럼 양도세가 강화되고, 비과세 요건이 강화되는 것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담긴 정책인데, 이 때문에 아파트 매도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강남권에서는 양도세를 몇억 원 내느니 차라리 자식에게 그냥 증여하겠다는 사연도 자주 올라온다.

양도세 강화는 두 측면이 있다. 위에서 본 것처럼 주택 시장에서 매물(공급)을 줄이는 측면이다. 매도자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양도세를 일종의 거래세로 인식하면서 매물을 거둬들이고, 이에 초조해진 매수 대기자의 심리를 자극해 집값을 올리는 측면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다주택자들의 양도세를 완화해줘 퇴로를 열어주고 시장에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해 강남집 값을 안정시키자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 공평 과세 차원에서도 그렇고, 무엇보다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 차단을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도세 완화가 또 한 번의 부동산 투기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인식이다. 2018년 4월 1일 이후 시작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이 모두 일정한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된 만큼 더 이상의 양도세 완화는 없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양도세를 거래세 인하 차원에서 낮추자는 주장도 있지만, 양도세는 어디까지나 부동산 양도 차익에 대해 부과하는 소득세"라며 "또 한 번의 양도세 완화가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경우 부동산 시장의 불안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좀처럼 안정세를 찾지 못하는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 아파트 시장 상황은 정부로서도 근심거리다. 재건축 규제 강화와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의 규제로 아파트 공급과 매물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강화되는 양도세로 더더욱 매물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강력한 대출 규제로 투기적 수요는 많이 차단됐는데 집주인들이 매물을 잘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부동산이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완화되고, 내년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이 본격화되면 아파트 매물도 늘어나고 부동산 시장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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