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홍콩사태 150일…중국은 아이들을 이길 수 있을까?

입력 2019.11.0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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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중고생들이 하교 뒤 ‘인간 띠 잇기’에 참여해 홍콩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이 아이들을 이길 수 있을까?

매주 주말이면 홍콩사태를 다룬 기사마다 최루탄과 화염병, 그리고 불탄 중국계 상점이 도배된다. 200만 명이 참여하고도 평화롭게 진행됐던 홍콩 시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반중 정서가 노골화되면서 폭력성을 띄고 있는 게 사실이다. 홍콩사태가 오늘로 150일을 맞았다. 하지만 홍콩에서는 여전히 조용하지만, 큰 울림으로 평화로운 시위도 계속되고 있다.

SNS 공지를 통해 주로 중고생들이 참여하는 일종의 플래시 몹 형태의 '인간 띠 잇기'가 대표적이다.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일정 시간, 일정 장소에 삼삼오오 모여 손을 맞잡고 '홍콩의 자유'를 외친다. 고층 상가나 아파트에서 이들에게 물세례를 퍼붓기도 하지만, 굴하지 않고 요즘도 끊이질 않고 있다. 때로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이 모이는 평화시위다.

홍콩시위 주축이 10대와 20대라는 건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 홍콩 정부가 지난달 10일 체포 시민이 2,379명이라고 밝혔던 당시 전체 체포자 중 10대 청소년이 750명, 3분의 1에 달했다. 이 중 104명이 16세 이하 청소년이었다. 이달 들어 체포자가 3,300명을 넘어섰으니 아마도 청소년 체포자도 비례해서 증가했을 것이다. 그들은 왜 거리로 나오는 걸까?


중국인은 모르지만, 홍콩인은 아는 '민주주의와 자유'

군사정부가 지배했던 엄혹했던 대한민국. 그때 우리의 청년들도 지금의 홍콩처럼 거리에 있었다. 최루탄이 난무했던 도심에서 어깨를 걸고 함께 불렀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우리 '임을 위한 행진곡'처럼 홍콩의 젊은이들도 거리의 애국가가 있다. 'Glory to Hong Kong(홍콩에 영광을)'. 홍콩의 20대 작곡가 토마스가 가사 초안을 쓰고, 시민들이 곡을 완성했다.


150일째 거리에 있는 홍콩인들이 원하는 건 무엇일까? 'Glory to Hong Kong(홍콩에 영광을)' 가사를 찬찬히 읽어보면 그들이 왜 거리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땅에 눈물이 흐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모든 이는 분노할까. 바라는 건 민주주의와 자유. 우리가 바라는 건 홍콩에 영광을!"

중국공산당이 지배하는 '사회주의'를 체제 이념으로 하는 중국인에게 '민주주의'는 들어본 단어일 순 있지만 체화되지 않은 낯선 개념이다. 하지만 지방의원을 직접 뽑는 홍콩인들에게 민주주의는 완성해야 하는 '미완의 숙제'다. 홍콩인들이 이번 시위에서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 직접 선거'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홍콩인들이 '일국양제(一國兩制, 하나의 중국 두 체제)'를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조국을 버리고 외세의 힘을 빌려 색깔 혁명(정권교체 운동)을 시도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홍콩인들은 오히려 중국이 일국양제를 지키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한 약속 '두 체제'를 지키지 않고, 홍콩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일국(一國, 하나의 중국)'에 홍콩인들은 '양제(兩制, 두 체제)'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다. 홍콩사태가 근본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칼 빼 든 중국

어젯밤(4일) 시진핑 주석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상하이에서 만났다. 6월 홍콩사태가 발생하고 처음이다. 시 주석은 "질서를 회복하는 것은 홍콩이 당면한 중요한 임무"라며 "법에 따라 폭력행위를 진압하고, 처벌하는 것은 홍콩의 광범위한 민중의 복지를 수호하는 것이니 절대 흔들림 없이 견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회동은 람 장관에 대한 중앙정부의 강력한 지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람 장관은 내일(6일) 홍콩·마카오·타이완 사무를 관장하는 중국공산당 최고 수뇌부 '한정(韓正)' 상무위원과도 회동한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홍콩에 대한 통제력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강경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무장경찰 투입 같은 직접적인 실력 행사 가능성은 적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복면금지법에 이은 긴급법 확대 방안이 홍콩 내 친중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계엄령 시행과 시위 지지단체 자산 동결, 언론사 폐쇄, 시위 주동자 출경 금지 등이 거론된다. 사실상 공권력이 통제하는 준전시 계엄상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홍콩 150일'이 남긴 기록

6월에 시작된 홍콩사태는 그간의 홍콩 민주화 투쟁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오늘로 150일째로 우산 혁명 79일 기록을 넘어섰다. 200차례가 넘는 시위가 있었고, 3,300여 명이 체포됐다. 12살 아이부터 83살 노인까지 세대도 다양하다. 신뢰를 잃은 캐리 람 행정부는 수습 불가 수준에 와 있다. 누구가는 꺾여야 끝나는 싸움이다.

전제주의 통치 시절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일구어낸 수많은 나라의 현대사가 지금의 홍콩사태에 교훈을 주고 있다. '민주주의와 자유는 쉽게 얻을 수 없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보듯 수많은 희생이 있었다. 누군가는 출세욕으로, 누군가는 이념의 프레임에 갇혀 그들을 무시하거나 비난했지만, 그들은 '민주와 자유'라는 끈을 놓지 않았다.

고문과 투옥을 감내했고, 어떤 이는 자신의 몸에 스스로 불을 놓기도 했다. 결국, 대한민국은 '민주와 자유'를 얻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몇 되지 않은 나라라는 국제사회의 평가도 얻었다. 홍콩의 젊은이들도 그때 대한민국의 청년처럼 그 길을 가려고 작정한 거 같다. 중국은 그들을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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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5 13:58:45
    특파원 리포트
홍콩의 중고생들이 하교 뒤 ‘인간 띠 잇기’에 참여해 홍콩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이 아이들을 이길 수 있을까?

매주 주말이면 홍콩사태를 다룬 기사마다 최루탄과 화염병, 그리고 불탄 중국계 상점이 도배된다. 200만 명이 참여하고도 평화롭게 진행됐던 홍콩 시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반중 정서가 노골화되면서 폭력성을 띄고 있는 게 사실이다. 홍콩사태가 오늘로 150일을 맞았다. 하지만 홍콩에서는 여전히 조용하지만, 큰 울림으로 평화로운 시위도 계속되고 있다.

SNS 공지를 통해 주로 중고생들이 참여하는 일종의 플래시 몹 형태의 '인간 띠 잇기'가 대표적이다.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일정 시간, 일정 장소에 삼삼오오 모여 손을 맞잡고 '홍콩의 자유'를 외친다. 고층 상가나 아파트에서 이들에게 물세례를 퍼붓기도 하지만, 굴하지 않고 요즘도 끊이질 않고 있다. 때로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이 모이는 평화시위다.

홍콩시위 주축이 10대와 20대라는 건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 홍콩 정부가 지난달 10일 체포 시민이 2,379명이라고 밝혔던 당시 전체 체포자 중 10대 청소년이 750명, 3분의 1에 달했다. 이 중 104명이 16세 이하 청소년이었다. 이달 들어 체포자가 3,300명을 넘어섰으니 아마도 청소년 체포자도 비례해서 증가했을 것이다. 그들은 왜 거리로 나오는 걸까?


중국인은 모르지만, 홍콩인은 아는 '민주주의와 자유'

군사정부가 지배했던 엄혹했던 대한민국. 그때 우리의 청년들도 지금의 홍콩처럼 거리에 있었다. 최루탄이 난무했던 도심에서 어깨를 걸고 함께 불렀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우리 '임을 위한 행진곡'처럼 홍콩의 젊은이들도 거리의 애국가가 있다. 'Glory to Hong Kong(홍콩에 영광을)'. 홍콩의 20대 작곡가 토마스가 가사 초안을 쓰고, 시민들이 곡을 완성했다.


150일째 거리에 있는 홍콩인들이 원하는 건 무엇일까? 'Glory to Hong Kong(홍콩에 영광을)' 가사를 찬찬히 읽어보면 그들이 왜 거리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땅에 눈물이 흐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모든 이는 분노할까. 바라는 건 민주주의와 자유. 우리가 바라는 건 홍콩에 영광을!"

중국공산당이 지배하는 '사회주의'를 체제 이념으로 하는 중국인에게 '민주주의'는 들어본 단어일 순 있지만 체화되지 않은 낯선 개념이다. 하지만 지방의원을 직접 뽑는 홍콩인들에게 민주주의는 완성해야 하는 '미완의 숙제'다. 홍콩인들이 이번 시위에서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 직접 선거'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홍콩인들이 '일국양제(一國兩制, 하나의 중국 두 체제)'를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조국을 버리고 외세의 힘을 빌려 색깔 혁명(정권교체 운동)을 시도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홍콩인들은 오히려 중국이 일국양제를 지키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한 약속 '두 체제'를 지키지 않고, 홍콩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일국(一國, 하나의 중국)'에 홍콩인들은 '양제(兩制, 두 체제)'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다. 홍콩사태가 근본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칼 빼 든 중국

어젯밤(4일) 시진핑 주석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상하이에서 만났다. 6월 홍콩사태가 발생하고 처음이다. 시 주석은 "질서를 회복하는 것은 홍콩이 당면한 중요한 임무"라며 "법에 따라 폭력행위를 진압하고, 처벌하는 것은 홍콩의 광범위한 민중의 복지를 수호하는 것이니 절대 흔들림 없이 견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회동은 람 장관에 대한 중앙정부의 강력한 지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람 장관은 내일(6일) 홍콩·마카오·타이완 사무를 관장하는 중국공산당 최고 수뇌부 '한정(韓正)' 상무위원과도 회동한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홍콩에 대한 통제력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강경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무장경찰 투입 같은 직접적인 실력 행사 가능성은 적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복면금지법에 이은 긴급법 확대 방안이 홍콩 내 친중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계엄령 시행과 시위 지지단체 자산 동결, 언론사 폐쇄, 시위 주동자 출경 금지 등이 거론된다. 사실상 공권력이 통제하는 준전시 계엄상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홍콩 150일'이 남긴 기록

6월에 시작된 홍콩사태는 그간의 홍콩 민주화 투쟁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오늘로 150일째로 우산 혁명 79일 기록을 넘어섰다. 200차례가 넘는 시위가 있었고, 3,300여 명이 체포됐다. 12살 아이부터 83살 노인까지 세대도 다양하다. 신뢰를 잃은 캐리 람 행정부는 수습 불가 수준에 와 있다. 누구가는 꺾여야 끝나는 싸움이다.

전제주의 통치 시절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일구어낸 수많은 나라의 현대사가 지금의 홍콩사태에 교훈을 주고 있다. '민주주의와 자유는 쉽게 얻을 수 없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보듯 수많은 희생이 있었다. 누군가는 출세욕으로, 누군가는 이념의 프레임에 갇혀 그들을 무시하거나 비난했지만, 그들은 '민주와 자유'라는 끈을 놓지 않았다.

고문과 투옥을 감내했고, 어떤 이는 자신의 몸에 스스로 불을 놓기도 했다. 결국, 대한민국은 '민주와 자유'를 얻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몇 되지 않은 나라라는 국제사회의 평가도 얻었다. 홍콩의 젊은이들도 그때 대한민국의 청년처럼 그 길을 가려고 작정한 거 같다. 중국은 그들을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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