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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K] ‘비정규직 급증’에 대한 정부 해명, 따져봅니다
입력 2019.11.05 (14:36) 취재K
[취재K] ‘비정규직 급증’에 대한 정부 해명, 따져봅니다
강신욱 통계청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서 브리핑한 통계 결과가 있습니다. 바로 지난주 가장 논란이 됐던 통계,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입니다. 통계 제목은 길지만, 내용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얼마나 늘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해마다 나오는 이 통계를 올해는 이례적으로 통계청장이 직접 발표한다고 나섰고, 이어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차관까지 추가 브리핑을 자청했습니다.

통계청장 직접 나선 이유…올해 8월 비정규직 86만 7천 명 증가


이들이 직접 나선 이유는 이렇습니다. 올해 8월, 정규직 근로자는 1년 전보다 35만 명 넘게 줄었는데 비정규직은 87만 명 가까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비정규직 비중이 전체 임금 근로자의 36.4%를 차지해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세웠던 현 정부 입장에선 치명적인 결과였던 셈입니다.

정부는 이렇게 비정규직이 대폭 늘어난 이유에 대해 지난해와 다른 조사 방식 때문에 착시 효과가 일어난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전년도와 비정규직 규모를 비교해서 볼 수도, 비정규직이 급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의 설명, 이대로 받아들여도 될 지 지금부터 따져보려고 합니다.

1. 설문 문항 하나로 비정규직 늘었다?

비정규직 통계는 설문조사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통계청은 올해 3월부터 국제기구 협의에 따라 설문 문항을 하나 추가해 좀 더 정교하게 조사했고, 이 영향으로 그동안 정규직으로 조사됐던 일부가 기간제 근로자, 즉 비정규직으로 포착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정규직이라고 생각하던 사람에게 한 번 더 '고용 예상 기간'을 물어보는 설문 문항을 추가했는데 그랬더니 자신이 비정규직이었음을 새로 깨달은 이들이 생겼고, 지난해와 하는 일은 같지만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답변을 바꾼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입니다. 이렇게 새로 포착된 비정규직 숫자가 최소 35만 명에서 50만 명이라고 통계청은 추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설문 문항 하나로 과거에 포착하지 못했던 비정규직 근로자를 최대 50만 명 더 포착했다는 얘기입니다.

=>정부 해명 감안해도 비정규직 37만 명 늘어

실제로 조사 방식이 변경된 올해 3월부터 비정규직이 크게 늘고 있어, 조사 방식의 차이가 끼친 영향은 분명 있어보입니다. 하지만 비정규직이 급증한 게 이 효과만으로 전부 설명되진 않습니다.

정부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여 새롭게 포착됐다는 최대 50만 명을 제외하고 봐도 늘어난 비정규직은 37만 명 가까이 됩니다. 50만 명을 빼고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보면 임금근로자의 33.9%, 여전히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2. 나머지는 추세적 증가…올해 비정규직 크게 늘지 않았다?

착시 효과를 빼고도 비정규직이 크게 늘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또 다른 해명을 내놨습니다. 취업자 수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면서 비정규직도 함께 늘어났을 뿐, 비정규직이 특별히 올해 많이 늘어난 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지난달 29일 통계 발표 브리핑에서 "특이 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번 통계를 가지고 비정규직 숫자가 크게 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취업자 수가 전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서 비정규직도 그 비율만큼 늘어난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 수석도 통계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비슷한 취지의 설명을 했습니다. 황 수석은 "비정규직 증가가 추세에서 어긋난 증가라고 보진 않는다"며, 비정규직 급증이라고 보는 건 "상당한 과장"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1월부터 기간제 근로자 급증

하지만 취재진이 따져본 통계 결과는 정부의 해명과 좀 다릅니다. 정부가 3월부터 조사 방식이 바뀐 탓에 비정규직, 그 중에 기간제 근로자가 급증했다고 했으니, 그렇다면 조사 방식이 바뀌기 전인 1월과 2월엔 기간제 근로자 증가 추세가 어땠는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추경호 의원실을 통해 1월과 2월 기간제 근로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통계를 뽑아봤더니, 이미 이때부터 예년보다 기간제 근로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올해 1월 기간제 근로자는 1년 전보다 11만 1천 명, 4.5% 늘어 1%씩 늘던 2017년과 2018년 증가폭을 훨씬 웃돌았습니다. 특히, 2월엔 기간제 일자리가 26만 명 가까이 늘어 10% 넘게 늘었습니다. 2017~2018년 2월 증가율이 2.5%, -1.8%인 것과 차이가 큽니다.

산업별로 봐도 외국인 관광객 회복세로 늘어난 숙박음식업 외에, 정부가 재정 일자리를 투입한 분야인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과 공공행정에서 기간제 일자리가 크게 늘었습니다. 이들의 계약 기간은 2월 기준으로 6개월이상~1년 미만이 1년 전보다 40% 가까이 늘어 가장 많이 늘었고, 1개월 미만도 30% 이상 급증했습니다. 조사 방식이 바뀌기 전부터 정부 재정 일자리 등으로 기간제 일자리가 대폭 늘고 있었던 겁니다.

3. 일자리 질은 나빠지지 않았다?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이번 비정규직 통계 대신 매달 나오는 '고용 동향' 통계에서 1년 이상 일자리인 상용직이 늘어난 점을 주목해달라며, 고용의 질이 나빠지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비정규직 통계는 특이 요인이 있으니, 매달 나오는 고용 동향이 일자리 현실을 더 잘 반영한다는 설명입니다.

고용 동향에는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상용직과 1달 이상~1년 미만인 임시직, 1달 미만인 일용직이 얼마나 늘고 줄었는 지 포함됩니다.

이번 비정규직 통계 발표 이후에도 황덕순 일자리 수석은 "8월에 상용직으로 보면 49만 명이 늘었고, 일용직은 2만 명 늘어 그 이전으로 본다면 엄청나게 고용의 질이 개선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인 상용직 규모가 늘어난 것은 감소한 것보다 긍정적인 지표로 볼 수 있습니다.

=>늘어난 상용직, 따져보니 비정규직이 60%

하지만, 이 설명엔 놓치기 쉬운 허점이 있습니다. 상용직은 1년 이상 일하는 사람이 모두 포함되니 근로 형태로 보면 기간제 근로자, 즉 비정규직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상용직에서 기간제 근로자는 1년 전보다 얼마나 늘었는지 따로 통계를 뽑아 살펴봤습니다.


보통 상용직에서 기간제 근로자는 감소하고, 정규직 근로자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통계 방식이 바뀐 3월부터 상용직에서 기간제 근로자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상용직에 포함돼 있던 기간제 근로자가 이제서야 포착된 겁니다. 황 수석이 언급한 8월에는 늘어난 상용직 49만 명 가운데, 기간제 근로자가 30만 명 가까이를 차지했습니다. 결국, 황 수석이 늘었다고 말한 상용직 49만 명 가운데 60% 가까이가 기간제 근로자, 비정규직이었던 겁니다.

상용직 규모가 늘긴 했지만, 비정규직 증가가 크게 기여한 셈이니, 이를 일자리 질이 좋아졌단 근거로 말하기는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정부가 그동안 비정규직 규모를 잘못 파악하고, 이들을 정규직으로 여겨 상용직 증가만으로 일자리 질이 좋아졌다고 오판했다고 볼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정부 스스로도 "비정규직 정책 효과 알 수 없게 돼"

이렇게 저렇게 따져봐도 이번 비정규직 증가에 대한 정부의 설명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정부 스스로도 비정규직 증가를 통계적 착시 효과로 설명하고 나니, 어떤 정책적 요인이 비정규직을 늘렸는 지도 파악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비정규직이 늘었을 요인이 많고 늘었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정부 정책으로 비정규직이 늘어난 건지 언제부터 정책 효과가 비정규직을 늘린 건지 알 수 없게 돼 버렸다"며, "이 통계를 어떻게 판단할지 통계청과 다시 얘기해봐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정부의 재정 일자리 사업이 비정규직에 영향을 끼쳤고, 근본적으로는 경기 악화로 질 좋은 일자리가 늘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인정하기 어려운 나쁜 성적표일지라도 받아들이고, 오답이 나온 이유를 찾아야 나아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 [취재K] ‘비정규직 급증’에 대한 정부 해명, 따져봅니다
    • 입력 2019.11.05 (14:36)
    취재K
[취재K] ‘비정규직 급증’에 대한 정부 해명, 따져봅니다
강신욱 통계청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서 브리핑한 통계 결과가 있습니다. 바로 지난주 가장 논란이 됐던 통계,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입니다. 통계 제목은 길지만, 내용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얼마나 늘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해마다 나오는 이 통계를 올해는 이례적으로 통계청장이 직접 발표한다고 나섰고, 이어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차관까지 추가 브리핑을 자청했습니다.

통계청장 직접 나선 이유…올해 8월 비정규직 86만 7천 명 증가


이들이 직접 나선 이유는 이렇습니다. 올해 8월, 정규직 근로자는 1년 전보다 35만 명 넘게 줄었는데 비정규직은 87만 명 가까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비정규직 비중이 전체 임금 근로자의 36.4%를 차지해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세웠던 현 정부 입장에선 치명적인 결과였던 셈입니다.

정부는 이렇게 비정규직이 대폭 늘어난 이유에 대해 지난해와 다른 조사 방식 때문에 착시 효과가 일어난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전년도와 비정규직 규모를 비교해서 볼 수도, 비정규직이 급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의 설명, 이대로 받아들여도 될 지 지금부터 따져보려고 합니다.

1. 설문 문항 하나로 비정규직 늘었다?

비정규직 통계는 설문조사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통계청은 올해 3월부터 국제기구 협의에 따라 설문 문항을 하나 추가해 좀 더 정교하게 조사했고, 이 영향으로 그동안 정규직으로 조사됐던 일부가 기간제 근로자, 즉 비정규직으로 포착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정규직이라고 생각하던 사람에게 한 번 더 '고용 예상 기간'을 물어보는 설문 문항을 추가했는데 그랬더니 자신이 비정규직이었음을 새로 깨달은 이들이 생겼고, 지난해와 하는 일은 같지만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답변을 바꾼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입니다. 이렇게 새로 포착된 비정규직 숫자가 최소 35만 명에서 50만 명이라고 통계청은 추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설문 문항 하나로 과거에 포착하지 못했던 비정규직 근로자를 최대 50만 명 더 포착했다는 얘기입니다.

=>정부 해명 감안해도 비정규직 37만 명 늘어

실제로 조사 방식이 변경된 올해 3월부터 비정규직이 크게 늘고 있어, 조사 방식의 차이가 끼친 영향은 분명 있어보입니다. 하지만 비정규직이 급증한 게 이 효과만으로 전부 설명되진 않습니다.

정부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여 새롭게 포착됐다는 최대 50만 명을 제외하고 봐도 늘어난 비정규직은 37만 명 가까이 됩니다. 50만 명을 빼고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보면 임금근로자의 33.9%, 여전히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2. 나머지는 추세적 증가…올해 비정규직 크게 늘지 않았다?

착시 효과를 빼고도 비정규직이 크게 늘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또 다른 해명을 내놨습니다. 취업자 수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면서 비정규직도 함께 늘어났을 뿐, 비정규직이 특별히 올해 많이 늘어난 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지난달 29일 통계 발표 브리핑에서 "특이 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번 통계를 가지고 비정규직 숫자가 크게 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취업자 수가 전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서 비정규직도 그 비율만큼 늘어난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 수석도 통계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비슷한 취지의 설명을 했습니다. 황 수석은 "비정규직 증가가 추세에서 어긋난 증가라고 보진 않는다"며, 비정규직 급증이라고 보는 건 "상당한 과장"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1월부터 기간제 근로자 급증

하지만 취재진이 따져본 통계 결과는 정부의 해명과 좀 다릅니다. 정부가 3월부터 조사 방식이 바뀐 탓에 비정규직, 그 중에 기간제 근로자가 급증했다고 했으니, 그렇다면 조사 방식이 바뀌기 전인 1월과 2월엔 기간제 근로자 증가 추세가 어땠는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추경호 의원실을 통해 1월과 2월 기간제 근로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통계를 뽑아봤더니, 이미 이때부터 예년보다 기간제 근로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올해 1월 기간제 근로자는 1년 전보다 11만 1천 명, 4.5% 늘어 1%씩 늘던 2017년과 2018년 증가폭을 훨씬 웃돌았습니다. 특히, 2월엔 기간제 일자리가 26만 명 가까이 늘어 10% 넘게 늘었습니다. 2017~2018년 2월 증가율이 2.5%, -1.8%인 것과 차이가 큽니다.

산업별로 봐도 외국인 관광객 회복세로 늘어난 숙박음식업 외에, 정부가 재정 일자리를 투입한 분야인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과 공공행정에서 기간제 일자리가 크게 늘었습니다. 이들의 계약 기간은 2월 기준으로 6개월이상~1년 미만이 1년 전보다 40% 가까이 늘어 가장 많이 늘었고, 1개월 미만도 30% 이상 급증했습니다. 조사 방식이 바뀌기 전부터 정부 재정 일자리 등으로 기간제 일자리가 대폭 늘고 있었던 겁니다.

3. 일자리 질은 나빠지지 않았다?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이번 비정규직 통계 대신 매달 나오는 '고용 동향' 통계에서 1년 이상 일자리인 상용직이 늘어난 점을 주목해달라며, 고용의 질이 나빠지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비정규직 통계는 특이 요인이 있으니, 매달 나오는 고용 동향이 일자리 현실을 더 잘 반영한다는 설명입니다.

고용 동향에는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상용직과 1달 이상~1년 미만인 임시직, 1달 미만인 일용직이 얼마나 늘고 줄었는 지 포함됩니다.

이번 비정규직 통계 발표 이후에도 황덕순 일자리 수석은 "8월에 상용직으로 보면 49만 명이 늘었고, 일용직은 2만 명 늘어 그 이전으로 본다면 엄청나게 고용의 질이 개선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인 상용직 규모가 늘어난 것은 감소한 것보다 긍정적인 지표로 볼 수 있습니다.

=>늘어난 상용직, 따져보니 비정규직이 60%

하지만, 이 설명엔 놓치기 쉬운 허점이 있습니다. 상용직은 1년 이상 일하는 사람이 모두 포함되니 근로 형태로 보면 기간제 근로자, 즉 비정규직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상용직에서 기간제 근로자는 1년 전보다 얼마나 늘었는지 따로 통계를 뽑아 살펴봤습니다.


보통 상용직에서 기간제 근로자는 감소하고, 정규직 근로자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통계 방식이 바뀐 3월부터 상용직에서 기간제 근로자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상용직에 포함돼 있던 기간제 근로자가 이제서야 포착된 겁니다. 황 수석이 언급한 8월에는 늘어난 상용직 49만 명 가운데, 기간제 근로자가 30만 명 가까이를 차지했습니다. 결국, 황 수석이 늘었다고 말한 상용직 49만 명 가운데 60% 가까이가 기간제 근로자, 비정규직이었던 겁니다.

상용직 규모가 늘긴 했지만, 비정규직 증가가 크게 기여한 셈이니, 이를 일자리 질이 좋아졌단 근거로 말하기는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정부가 그동안 비정규직 규모를 잘못 파악하고, 이들을 정규직으로 여겨 상용직 증가만으로 일자리 질이 좋아졌다고 오판했다고 볼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정부 스스로도 "비정규직 정책 효과 알 수 없게 돼"

이렇게 저렇게 따져봐도 이번 비정규직 증가에 대한 정부의 설명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정부 스스로도 비정규직 증가를 통계적 착시 효과로 설명하고 나니, 어떤 정책적 요인이 비정규직을 늘렸는 지도 파악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비정규직이 늘었을 요인이 많고 늘었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정부 정책으로 비정규직이 늘어난 건지 언제부터 정책 효과가 비정규직을 늘린 건지 알 수 없게 돼 버렸다"며, "이 통계를 어떻게 판단할지 통계청과 다시 얘기해봐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정부의 재정 일자리 사업이 비정규직에 영향을 끼쳤고, 근본적으로는 경기 악화로 질 좋은 일자리가 늘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인정하기 어려운 나쁜 성적표일지라도 받아들이고, 오답이 나온 이유를 찾아야 나아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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