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박찬주 부부 ‘갑질’ 기억 생생한데…“TV 볼 때마다 뻔뻔하단 생각만”

입력 2019.11.05 (16:48) 수정 2019.11.0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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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주 전 대장이 아침에 기자회견을 했거든요. 혹시…보셨어요?”

어제 오후, 한 취재원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기사를 봤느냐, 어떤 생각이 드느냐고 물었습니다. 자유한국당 영입이 보류되자, 자청해 기자회견을 연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의 '삼청교육대' 발언 등을 두고 비판이 쏟아지던 때였습니다.

“양심이 없는 거로 보이죠, 그냥.”

즉답이 돌아왔고, 허탈한 웃음소리가 짧게 들렸습니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기억을 더듬던 취재원 A 씨는 박 전 대장 부부의 '갑질'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전직 관리병입니다. 2013년 입대해 7군단 인근에 있는 한 군인 복지회관 관리 보직을 맡았는데, 이때 7군단장이 바로 박 전 대장이었습니다.

"복지회관은 월요일이 공식 휴무일이었어요. 그런데도 박 전 대장은 월요일에 찾아와서 밥을 먹고 가거나, 메뉴판에 없는 음식을 요구했어요. 한정식을 차리라는 말에 한 번도 쓴 적 없는 돌솥을 사기도 했죠. 그런데, 사실 저랑 같이 근무했던 병사들이 (공관으로) 올라갔을 때 문제가 되는 건 군단장보다는 사모였거든요?"

박찬주 전 대장의 부인 전 모 씨. 2017년 8월 군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박찬주 전 대장의 부인 전 모 씨. 2017년 8월 군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A 씨의 말처럼 박 전 대장 '갑질' 논란의 핵심에는 박 전 대장의 아내, 이른바 '사모님'이 있습니다. 부인 전 모(60) 씨는 공관병들에 대한 폭행과 감금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중입니다. 박 전 대장 부부는 갑질 의혹이 모두 오해이며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전 씨의 검찰 공소장에는 "음식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얼굴에 물을 뿌렸다", "호출에 늦었다는 이유로 '한 번 더 늦으면 영창'이라고 소리 지르며 호출벨을 던져 공관병 몸에 맞췄다" 등의 혐의가 적혔습니다.

[연관 기사] [뉴스9/단독] 박찬주 부인 공소장 보니…“부침개 던지고 발코니에 감금” (2019.11.4.)

“소위 말하면 좀 XXX인데…. 일단, 손목에 호출기 차고 다닌 건 아세요?”

A 씨는 '처음부터 호출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공관병들의 손목에 '전자팔찌' 같은 형태의 호출기가 채워졌습니다.

"팔찌를 차고 다니는데, 예를 들어서 사모가 한 번 누르면 조리병이 가는 거고, 두 번 누르면 운전병이 가는 거고, 세 번 누르면 관리병이 가고 뭐 이런 시스템이에요. 그 벨을 누를 때마다 되게 빨리 가야 하고, 안 그러면 난리가 난다고 그랬어요. 병사들이 자는 시간에도 본인이 깨 있으면 급한 일이 아니라 '방에 벌레가 들어왔다' 같은 사소한 일에도 불러댔어요."

이렇다 보니 공관병 차출은 모두 피하는 일이었습니다. A 씨는 "복지회관에서 함께 근무하던 조리병들 셋이 공관으로 올라갔는데, 다들 가기 싫어했다"고 회상했습니다.

"박 전 대장이 회관에 오면 운전병이 우리랑 같이 밥도 먹고 그랬는데, 평판이 거의 쓰레기일 만큼 안 좋았어요. 가면 되게 스트레스받는다고, 다 딴 데 가고 싶다고 그런 이야기밖에 못 들었던 것 같아요."

A 씨가 털어놓은 것처럼, A 씨는 '갑질'을 직접 겪은 피해 당사자는 아닙니다. 그러나 후임이나 동기로 들어온 동료 병사들이 말도 안 되는 요구에 시달리는 상황을 생생히 전해 들었고, 가까이에서 박 전 대장을 겪은 몇 안 되는 일반병이라는 점에서 A 씨의 진술에 의미가 있습니다. 앞서 군인권센터를 통해 폭로된 당사자들의 진술과도 일치합니다.

[연관 기사] [취재후] 공관병들의 눈물…“저희는 노예가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 A 씨는 TV나 인터넷에서 박 전 대장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뻔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사모가 계속 그러고 다니는 걸 박 전 대장이 모를 수도 없는 거고, 그걸 막을 수 있었는데도 솔직히 방관한 거잖아요. 잘못이 없다고, 갑질한 적 없다고 하는 걸 보면 되게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A 씨의 기억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2017년 최초 폭로 당시, 제보와 취재에 응했던 '공관병 갑질' 피해자들은 이제 언론의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입니다. 제보를 받아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군인권센터도 '그동안 제보자들이 하도 시달려서, 이제는 저희 연락도 잘 안 받으려고 하신다'라고 말했습니다. 얼굴을 가린 채 인터뷰를 했는데도, 누군지 알아내 '합의를 해 달라'며 박 전 대장 측에서 연락을 해왔다는 겁니다.

[연관 기사] [뉴스9] 전역 공관병 ‘하인 취급’ 증언…“썩은 과일 던지고 부모 모욕” (2017.8.4.)

어제(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장은 이 같은 의혹을 모두 부인했습니다. '자신과 아내가 공관병 집까지 찾아와 합의를 요구했다'는 군인권센터 측 주장에는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했고, 부인의 재판에 관해선 "무죄를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이 저를 적폐 청산의 상징으로 이용하려고 했다', '군 인권센터 소장은 삼청교육대 교육을 한번 받아야 한다' 등 논란이 된 발언도 함께 나왔습니다.

다시, 2017년 여름 용기를 내 카메라 앞에 섰던 당시의 피해 병사들을 생각합니다. 전국이 떠들썩할 정도로 유명했던 '공관병 갑질' 사건이지만, 시간이 흘러 피해자들은 잊혀졌고 박 전 대장은 한국당의 '영입 1호 인사'로 물망에 올랐습니다. 이제는 사회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을 그때의 피해 병사들. 그들도 어제 박 전 대장의 기자회견 뉴스를 보았을까요? 보았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이 자리를 빌려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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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박찬주 부부 ‘갑질’ 기억 생생한데…“TV 볼 때마다 뻔뻔하단 생각만”
    • 입력 2019-11-05 16:48:16
    • 수정2019-11-05 16:55:06
    취재후·사건후
■ “박찬주 전 대장이 아침에 기자회견을 했거든요. 혹시…보셨어요?”

어제 오후, 한 취재원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기사를 봤느냐, 어떤 생각이 드느냐고 물었습니다. 자유한국당 영입이 보류되자, 자청해 기자회견을 연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의 '삼청교육대' 발언 등을 두고 비판이 쏟아지던 때였습니다.

“양심이 없는 거로 보이죠, 그냥.”

즉답이 돌아왔고, 허탈한 웃음소리가 짧게 들렸습니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기억을 더듬던 취재원 A 씨는 박 전 대장 부부의 '갑질'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전직 관리병입니다. 2013년 입대해 7군단 인근에 있는 한 군인 복지회관 관리 보직을 맡았는데, 이때 7군단장이 바로 박 전 대장이었습니다.

"복지회관은 월요일이 공식 휴무일이었어요. 그런데도 박 전 대장은 월요일에 찾아와서 밥을 먹고 가거나, 메뉴판에 없는 음식을 요구했어요. 한정식을 차리라는 말에 한 번도 쓴 적 없는 돌솥을 사기도 했죠. 그런데, 사실 저랑 같이 근무했던 병사들이 (공관으로) 올라갔을 때 문제가 되는 건 군단장보다는 사모였거든요?"

박찬주 전 대장의 부인 전 모 씨. 2017년 8월 군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A 씨의 말처럼 박 전 대장 '갑질' 논란의 핵심에는 박 전 대장의 아내, 이른바 '사모님'이 있습니다. 부인 전 모(60) 씨는 공관병들에 대한 폭행과 감금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중입니다. 박 전 대장 부부는 갑질 의혹이 모두 오해이며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전 씨의 검찰 공소장에는 "음식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얼굴에 물을 뿌렸다", "호출에 늦었다는 이유로 '한 번 더 늦으면 영창'이라고 소리 지르며 호출벨을 던져 공관병 몸에 맞췄다" 등의 혐의가 적혔습니다.

[연관 기사] [뉴스9/단독] 박찬주 부인 공소장 보니…“부침개 던지고 발코니에 감금” (2019.11.4.)

“소위 말하면 좀 XXX인데…. 일단, 손목에 호출기 차고 다닌 건 아세요?”

A 씨는 '처음부터 호출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공관병들의 손목에 '전자팔찌' 같은 형태의 호출기가 채워졌습니다.

"팔찌를 차고 다니는데, 예를 들어서 사모가 한 번 누르면 조리병이 가는 거고, 두 번 누르면 운전병이 가는 거고, 세 번 누르면 관리병이 가고 뭐 이런 시스템이에요. 그 벨을 누를 때마다 되게 빨리 가야 하고, 안 그러면 난리가 난다고 그랬어요. 병사들이 자는 시간에도 본인이 깨 있으면 급한 일이 아니라 '방에 벌레가 들어왔다' 같은 사소한 일에도 불러댔어요."

이렇다 보니 공관병 차출은 모두 피하는 일이었습니다. A 씨는 "복지회관에서 함께 근무하던 조리병들 셋이 공관으로 올라갔는데, 다들 가기 싫어했다"고 회상했습니다.

"박 전 대장이 회관에 오면 운전병이 우리랑 같이 밥도 먹고 그랬는데, 평판이 거의 쓰레기일 만큼 안 좋았어요. 가면 되게 스트레스받는다고, 다 딴 데 가고 싶다고 그런 이야기밖에 못 들었던 것 같아요."

A 씨가 털어놓은 것처럼, A 씨는 '갑질'을 직접 겪은 피해 당사자는 아닙니다. 그러나 후임이나 동기로 들어온 동료 병사들이 말도 안 되는 요구에 시달리는 상황을 생생히 전해 들었고, 가까이에서 박 전 대장을 겪은 몇 안 되는 일반병이라는 점에서 A 씨의 진술에 의미가 있습니다. 앞서 군인권센터를 통해 폭로된 당사자들의 진술과도 일치합니다.

[연관 기사] [취재후] 공관병들의 눈물…“저희는 노예가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 A 씨는 TV나 인터넷에서 박 전 대장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뻔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사모가 계속 그러고 다니는 걸 박 전 대장이 모를 수도 없는 거고, 그걸 막을 수 있었는데도 솔직히 방관한 거잖아요. 잘못이 없다고, 갑질한 적 없다고 하는 걸 보면 되게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A 씨의 기억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2017년 최초 폭로 당시, 제보와 취재에 응했던 '공관병 갑질' 피해자들은 이제 언론의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입니다. 제보를 받아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군인권센터도 '그동안 제보자들이 하도 시달려서, 이제는 저희 연락도 잘 안 받으려고 하신다'라고 말했습니다. 얼굴을 가린 채 인터뷰를 했는데도, 누군지 알아내 '합의를 해 달라'며 박 전 대장 측에서 연락을 해왔다는 겁니다.

[연관 기사] [뉴스9] 전역 공관병 ‘하인 취급’ 증언…“썩은 과일 던지고 부모 모욕” (2017.8.4.)

어제(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장은 이 같은 의혹을 모두 부인했습니다. '자신과 아내가 공관병 집까지 찾아와 합의를 요구했다'는 군인권센터 측 주장에는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했고, 부인의 재판에 관해선 "무죄를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이 저를 적폐 청산의 상징으로 이용하려고 했다', '군 인권센터 소장은 삼청교육대 교육을 한번 받아야 한다' 등 논란이 된 발언도 함께 나왔습니다.

다시, 2017년 여름 용기를 내 카메라 앞에 섰던 당시의 피해 병사들을 생각합니다. 전국이 떠들썩할 정도로 유명했던 '공관병 갑질' 사건이지만, 시간이 흘러 피해자들은 잊혀졌고 박 전 대장은 한국당의 '영입 1호 인사'로 물망에 올랐습니다. 이제는 사회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을 그때의 피해 병사들. 그들도 어제 박 전 대장의 기자회견 뉴스를 보았을까요? 보았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이 자리를 빌려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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