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출구 안 뵈는 ‘가스실’ 인도…해마다 이맘때면 몸살 앓는 이유?

입력 2019.11.06 (07:05) 수정 2019.11.0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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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수도 뉴델리의 최근 모습이다.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지난 3일 델리의 대기 질은 2016년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하고 있는 안전 상한선보다 무려 20배 이상이나 더 건강에 해로운 수준이었다.

CNN에 따르면 뉴델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인데 특히 이번 주 대기의 질은 최악이었다.

인도에서는 해마다 10월에서 다음해 2월까지가 '대기오염과 싸우는 기간'이다. 통계에 의하면 '소리없는 살인자'라 불리는 대기오염으로 매년 백만 명의 인도인들이 목숨을 잃는다. 이는 담배로 목숨을 잃는 사람보다도 많은 수치이다.

인도가 이처럼 대기오염 '스모그'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뭘까?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인도가 농업국가라는 점, 그리고 낙후된 인도의 교통수단,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인 여러 건설 현장들과 바삐 가동 중인 공장들이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해마다 추수가 마무리되는 이때쯤 다음해 농사를 위해 논밭에 마구 불을 지르는 풍습이 이어지면서 10월 말~11월 초 인도 북부 지방은 숨 쉬기조차 어려울 만큼 매캐한 연기(?)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재에 휩싸인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 무렵 인도 최대의 전통 축제인 '디왈리(올해는 10월 27일)'까지 겹쳐 공기 질이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는 걸 가속화한다.

올해 아요디아(아유타)시에서만 무려 40만 9천 개의 등잔에 불을 밝혀 기네스 기록까지 세웠다고 하는데 '빛이 어둠을 이긴 것을 축하하는 힌두교 축제'답게 더 많은 불을 밝힐수록 더 큰 행운이 찾아온다는 믿음에 따라 디왈리 때는 초와 램프에 불을 켜는 것은 물론이고 엄청난 양의 폭죽까지 사용된다.

지난해 디왈리 축제 때는 뉴델리에서만 5천 톤의 폭죽이 쓰인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 최대 축제인 ‘디왈리 축제’ 때 사람들이 토기 등잔(디야스)에 불을 밝힌 풍경. 간장 종지 크기의 토기 등잔에 기름을 붓고 심지를 꽂아 불을 켠다. 디왈리는 빛이 어둠을 이긴 것을 축하하는 힌두교의 축제로 사진은 사람들이 불 밝힌 디야스를 강둑에 가져다 놓은 모습.인도 최대 축제인 ‘디왈리 축제’ 때 사람들이 토기 등잔(디야스)에 불을 밝힌 풍경. 간장 종지 크기의 토기 등잔에 기름을 붓고 심지를 꽂아 불을 켠다. 디왈리는 빛이 어둠을 이긴 것을 축하하는 힌두교의 축제로 사진은 사람들이 불 밝힌 디야스를 강둑에 가져다 놓은 모습.

대기 오염이 심해지고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와 민간에서는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게는 디왈리 때 '저공해 폭죽'을 판매하는 것부터-그러나 저공해 폭죽 가격은 일반 폭죽의 두 배나 돼서 판매자들의 불만이 많다고- 정부 차원의 논밭 및 쓰레기 태우기 단속, 노후 경유차 강제 폐차, 도로 청소, 경유 발전기 가동 중단 등 갖가지 대책들이 마련돼 시행되고 있다.

당장 지난 4일부터 오는 15일까지 뉴델리 정부는 차량 홀짝제를 실시 중이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야간 공사와 석탄을 원료로 쓰는 산업 시설의 가동도 중단됐고, 지자체들은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으며 아예 휴교령을 내린 곳들도 많다.


그러나 좀처럼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기온이 떨어지고 풍속이 느려지는 이유 뿐 아니라 델리 지역의 경우 분지 지형인 영향도 크다.

지난주 뉴델리와 델리 지역에서는 공중 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착륙하려던 37개 항공편이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회항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취소되거나 연기된 비행편도 여럿이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등에 따르면 세계에서 대기 오염이 가장 심각한 10개 도시 중 7곳이 인도에 있다는데 '지구 최악의 가스실'이라는 오명마따나 인도에서는 대기 질 지수(AQI)가 999를 넘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참고로 인도 AQI지수는 보통(101~200), 나쁨(201~300), 매우 나쁨(301~400), 심각(401~500) 단계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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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6 07:05:32
    • 수정2019-11-06 19: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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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수도 뉴델리의 최근 모습이다.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지난 3일 델리의 대기 질은 2016년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하고 있는 안전 상한선보다 무려 20배 이상이나 더 건강에 해로운 수준이었다.

CNN에 따르면 뉴델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인데 특히 이번 주 대기의 질은 최악이었다.

인도에서는 해마다 10월에서 다음해 2월까지가 '대기오염과 싸우는 기간'이다. 통계에 의하면 '소리없는 살인자'라 불리는 대기오염으로 매년 백만 명의 인도인들이 목숨을 잃는다. 이는 담배로 목숨을 잃는 사람보다도 많은 수치이다.

인도가 이처럼 대기오염 '스모그'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뭘까?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인도가 농업국가라는 점, 그리고 낙후된 인도의 교통수단,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인 여러 건설 현장들과 바삐 가동 중인 공장들이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해마다 추수가 마무리되는 이때쯤 다음해 농사를 위해 논밭에 마구 불을 지르는 풍습이 이어지면서 10월 말~11월 초 인도 북부 지방은 숨 쉬기조차 어려울 만큼 매캐한 연기(?)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재에 휩싸인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 무렵 인도 최대의 전통 축제인 '디왈리(올해는 10월 27일)'까지 겹쳐 공기 질이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는 걸 가속화한다.

올해 아요디아(아유타)시에서만 무려 40만 9천 개의 등잔에 불을 밝혀 기네스 기록까지 세웠다고 하는데 '빛이 어둠을 이긴 것을 축하하는 힌두교 축제'답게 더 많은 불을 밝힐수록 더 큰 행운이 찾아온다는 믿음에 따라 디왈리 때는 초와 램프에 불을 켜는 것은 물론이고 엄청난 양의 폭죽까지 사용된다.

지난해 디왈리 축제 때는 뉴델리에서만 5천 톤의 폭죽이 쓰인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 최대 축제인 ‘디왈리 축제’ 때 사람들이 토기 등잔(디야스)에 불을 밝힌 풍경. 간장 종지 크기의 토기 등잔에 기름을 붓고 심지를 꽂아 불을 켠다. 디왈리는 빛이 어둠을 이긴 것을 축하하는 힌두교의 축제로 사진은 사람들이 불 밝힌 디야스를 강둑에 가져다 놓은 모습.
대기 오염이 심해지고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와 민간에서는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게는 디왈리 때 '저공해 폭죽'을 판매하는 것부터-그러나 저공해 폭죽 가격은 일반 폭죽의 두 배나 돼서 판매자들의 불만이 많다고- 정부 차원의 논밭 및 쓰레기 태우기 단속, 노후 경유차 강제 폐차, 도로 청소, 경유 발전기 가동 중단 등 갖가지 대책들이 마련돼 시행되고 있다.

당장 지난 4일부터 오는 15일까지 뉴델리 정부는 차량 홀짝제를 실시 중이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야간 공사와 석탄을 원료로 쓰는 산업 시설의 가동도 중단됐고, 지자체들은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으며 아예 휴교령을 내린 곳들도 많다.


그러나 좀처럼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기온이 떨어지고 풍속이 느려지는 이유 뿐 아니라 델리 지역의 경우 분지 지형인 영향도 크다.

지난주 뉴델리와 델리 지역에서는 공중 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착륙하려던 37개 항공편이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회항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취소되거나 연기된 비행편도 여럿이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등에 따르면 세계에서 대기 오염이 가장 심각한 10개 도시 중 7곳이 인도에 있다는데 '지구 최악의 가스실'이라는 오명마따나 인도에서는 대기 질 지수(AQI)가 999를 넘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참고로 인도 AQI지수는 보통(101~200), 나쁨(201~300), 매우 나쁨(301~400), 심각(401~500) 단계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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